<사자방 재조사> 떨고 있는 사람들

밤잠 설치는 MB맨 박근혜 옆방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MB(이명박)정부에 정면으로 칼을 들이댔다. 4대강 사업뿐 아니라 자원외교, 방위산업까지 이른바 MB정부의 ‘사자방 비리’가 표적이다. 정권의 힘이 가장 큰 취임 초,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문 대통령의 칼춤에 누군가는 추풍낙엽처럼 날아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칼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MB정부서 시행됐던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방위산업 비리 의혹 역시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자원외교까지 손본다면 MB정부의 핵심 국책사업 ‘사자방’을 전부 건드리는 셈이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 다음 날인 지난 23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등 이른바 MB정부 국책사업에 대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처음부터 조사
문재인 노림수?

4대강 사업은 MB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뉴딜사업이다. MB정부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과 섬진강 및 지류에 보와 댐, 저수지를 만들어 홍수예방, 수질개선 등의 효과를 꾀했다. 

국민 세금이 22조원 넘게 투입된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토목 공사라 불렸다. 문제는 처음 사업 추진 의도와 달리 4대강 유역의 수질 악화,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이 발생한 것은 물론 비리 의혹까지 제기됐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은 이미 3번의 감사를 거쳤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고강도·현미경 감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 정권서 이뤄진 3번의 감사가 ‘셀프 감사’ ‘봐주기 감사’로 치부되는 등 부실 감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미적거리던 감사원도 국민의 요구가 거세지자 본격적으로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4대강 사업을 실패로 규정하고 철저한 감사 의지를 드러낸 만큼 사업에 관계된 관련자들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주도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환경부 장·차관 등 고위공무원들이 감사 대상 1순위로 꼽힌다.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였던 국토부는 감사 시작도 전에 이미 그로기 상태다. 국토부는 수자원 기능을 환경부로 옮기겠다는 청와대의 발표로 충격에 휩싸였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수질오염 문제는 환경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않은 측면이 더 크지 않느냐며 항변하고 있지만 당장 네 번째 감사를 준비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취임 13일 만에 4대강 사업 감사 지시
자원외교·방위산업 MB 국책사업 겨냥

첫손에 꼽히는 게 정종환·권도엽 국토부 전 장관이다.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정 전 장관 시절이었다. 그의 후임이었던 권 전 장관은 당시 1차관이었다. 이들은 4대강 사업 추진뿐 아니라 집행까지 총괄하면서 깊숙이 관여했다. 

두 사람은 “4대강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에 글로벌 금융위기도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업을 하는데 왜 예비타당성 조사에 1∼2년을 허비해야 하느냐”(정) 등의 발언으로 4대강 인명록 편찬위원회가 꼽은 4대강 사업 찬동인사 가운데서도 S급에 꼽힌다.

환경부는 국토부서 오랜 숙원이었던 치수 업무를 이관받아 몸집이 불어나는 수혜를 입었지만 역시 4대강 사업 책임론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만의 전 장관이 감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전 장관은 MB정부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던 2008년부터 3년간 환경부 수장을 맡았다. 이 전 장관은 2009년 환경부 국정감사서 여야 의원들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사전환경영향성검토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자 “사업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통과시킬 때 주무부서인 자연보전국 국장으로 있던 정연만 전 차관의 이름도 나온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서를 동시에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과 1년도 안 돼 평가를 마무리한 것에 대해 ‘졸속 평가’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당시 물환경정책국장이었던 이정섭 차관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차관은 4대강 수질관리를 담당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녹조라테’라는 말이 나왔다.

부처, 수공…
장관·사장 타깃

금강 유역 환경지킴이 김종술씨는 “녹조라테를 마셨더니 5분 안에 복통 신호가 왔다. 배탈도 나고 두통도 밀려오고 피부병도 생겼다”며 4대강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주장했다. 

이 차관은 2012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낙동강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 기후 탓이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차관은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8조원가량의 사업비를 받아 공사를 발주한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전 사장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사장은 4대강 개발에 앞장선 공로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연임했다. 심명필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차윤정 전 환경부본부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건설업계도 좌불안석이다. 4대강 사업이 워낙 대규모로 진행된 만큼 대부분 건설사가 공사에 참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입찰 담합 사실이 적발됐다. 

1차에선 17개, 2차에서는 7개사가 걸렸는데 이 중 4개 건설사는 두 차례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담합을 주도한 일부 건설사 임원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철퇴를 맞은 건설사들은 지난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되면서 4대강 관련 상황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로 다시 긴장 상태다.

비리 척결 의지
전 정권 정조준

이 외에도 MB정부 청와대 관계자와 정책조정 그룹, 사업에 관여한 공무원, 외부 전문가까지 감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 박석순 전 국립환경과학원장 등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MB정부의 자원외교 비리를 적폐로 꼽았다. 2014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MB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40조원을 투자해 모두 35조원을 손실했다”며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자원외교 비리를 가리켜 ‘단군 이래 최대 국부유출 사건’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2015년 자원외교 국조는 파행을 거듭하다 수확 없이 마무리됐다.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성완종 리스트’만 남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서는 박근혜정부 시기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지지부진했다. 자원외교에 관여한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한 공기업 사장들만 수사를 받아 ‘꼬리자르기’식 부실수사라는 오명을 썼다.

정치보복이냐 단순 감사냐
사업 총괄한 MB 법정 갈까?

MB정부가 추진한 자원외교 사업의 대다수가 실패하고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사실은 2014년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기업 하베스트를 인수했다가 2조원의 손해를 입은 게 대표적이다. 

시민단체들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 전·현직 사장을 특경법 업무상 배임죄와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 등 2명만 기소됐다. 그나마 두 사람도 1심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자원외교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된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장관, 이상득 전 의원,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은 자원외교 특사로 나미비아·볼리비아 광물사업을 주도했다. 박 전 차관은 미얀마·카메룬 광물사업을, 가장 크게 불거진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서는 최 전 장관이 관여했다. 

윤 전 장관은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으로 자원외교의 실무를 담당했다. 4대강 사업 감사가 자원외교 비리까지 번질 경우 이 전 대통령을 포함, 자원외교 5인방으로 불렸던 이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방위산업 비리에 관해서도 벼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산비리와 관련해 단호한 목소리를 내왔다. 정책 공약집에는 방산 비리 적발시 ‘이적죄’에 준할 정도로 형량을 대폭 강화하고 부당 이익을 취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즉시 퇴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전 정권의 방산비리에 대한 감사와 동시에 대책을 마련하는 두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에 방산비리를 전담하는 국방개혁 태스크포스(가칭)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시기인 2014년 11월 검사와 군검찰관 등 100여명 규모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출범했다. 합수단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 도입 비리, 통영함·소해함 납품비리 등을 적발해 2015년 7월 47명을 구속 기소했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최윤희 전 합동참모의장 등 군 최고위층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컸다. 합수단은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로 상설화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이명박·박근혜정부서 있었던 무기 비리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F35 전투기 선정 비리들이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 역시 방산비리 근절을 강조하며 “왜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 환경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이 어떤 게 있는지 깊이 있게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단장은 지난해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000여개에 이르는 방산비리 사건을 되짚어보자. MB정부 시기인 2008∼2010년 3년 사이에 다 저질러진 것”이라며 “이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단장은 MB정부 시기 방산비리 사건이 늘어난 것에 대해 무리한 예산 삭감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결국 사자방 비리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면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는 건 필연적이다.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이 MB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이었던 만큼 이 전 대통령이 총괄했다는 의혹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4대강 감사 지시를 하자마자 MB계 인사와 이 전 대통령까지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이유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 사업을 완결하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보복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은 “박근혜정부서 4대강 사업에 대해 혹독한 조사를 거친 바 있다”며 “자칫하면 과거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관심은 MB에
칼 피할까?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4대강을 포함 MB정부의 국책사업을 재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4대강 감사 지시가 정치 보복 차원으로 해석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감사 과정서 드러난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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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