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방 재조사> 떨고 있는 사람들

밤잠 설치는 MB맨 박근혜 옆방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MB(이명박)정부에 정면으로 칼을 들이댔다. 4대강 사업뿐 아니라 자원외교, 방위산업까지 이른바 MB정부의 ‘사자방 비리’가 표적이다. 정권의 힘이 가장 큰 취임 초,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문 대통령의 칼춤에 누군가는 추풍낙엽처럼 날아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칼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MB정부서 시행됐던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방위산업 비리 의혹 역시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자원외교까지 손본다면 MB정부의 핵심 국책사업 ‘사자방’을 전부 건드리는 셈이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 다음 날인 지난 23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등 이른바 MB정부 국책사업에 대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처음부터 조사
문재인 노림수?

4대강 사업은 MB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뉴딜사업이다. MB정부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과 섬진강 및 지류에 보와 댐, 저수지를 만들어 홍수예방, 수질개선 등의 효과를 꾀했다. 

국민 세금이 22조원 넘게 투입된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토목 공사라 불렸다. 문제는 처음 사업 추진 의도와 달리 4대강 유역의 수질 악화,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이 발생한 것은 물론 비리 의혹까지 제기됐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은 이미 3번의 감사를 거쳤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고강도·현미경 감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 정권서 이뤄진 3번의 감사가 ‘셀프 감사’ ‘봐주기 감사’로 치부되는 등 부실 감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미적거리던 감사원도 국민의 요구가 거세지자 본격적으로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4대강 사업을 실패로 규정하고 철저한 감사 의지를 드러낸 만큼 사업에 관계된 관련자들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주도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환경부 장·차관 등 고위공무원들이 감사 대상 1순위로 꼽힌다.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였던 국토부는 감사 시작도 전에 이미 그로기 상태다. 국토부는 수자원 기능을 환경부로 옮기겠다는 청와대의 발표로 충격에 휩싸였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수질오염 문제는 환경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않은 측면이 더 크지 않느냐며 항변하고 있지만 당장 네 번째 감사를 준비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취임 13일 만에 4대강 사업 감사 지시
자원외교·방위산업 MB 국책사업 겨냥

첫손에 꼽히는 게 정종환·권도엽 국토부 전 장관이다.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정 전 장관 시절이었다. 그의 후임이었던 권 전 장관은 당시 1차관이었다. 이들은 4대강 사업 추진뿐 아니라 집행까지 총괄하면서 깊숙이 관여했다. 


두 사람은 “4대강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에 글로벌 금융위기도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업을 하는데 왜 예비타당성 조사에 1∼2년을 허비해야 하느냐”(정) 등의 발언으로 4대강 인명록 편찬위원회가 꼽은 4대강 사업 찬동인사 가운데서도 S급에 꼽힌다.

환경부는 국토부서 오랜 숙원이었던 치수 업무를 이관받아 몸집이 불어나는 수혜를 입었지만 역시 4대강 사업 책임론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만의 전 장관이 감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전 장관은 MB정부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던 2008년부터 3년간 환경부 수장을 맡았다. 이 전 장관은 2009년 환경부 국정감사서 여야 의원들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사전환경영향성검토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자 “사업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통과시킬 때 주무부서인 자연보전국 국장으로 있던 정연만 전 차관의 이름도 나온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서를 동시에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과 1년도 안 돼 평가를 마무리한 것에 대해 ‘졸속 평가’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당시 물환경정책국장이었던 이정섭 차관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차관은 4대강 수질관리를 담당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녹조라테’라는 말이 나왔다.

부처, 수공…
장관·사장 타깃

금강 유역 환경지킴이 김종술씨는 “녹조라테를 마셨더니 5분 안에 복통 신호가 왔다. 배탈도 나고 두통도 밀려오고 피부병도 생겼다”며 4대강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주장했다. 

이 차관은 2012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낙동강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 기후 탓이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차관은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8조원가량의 사업비를 받아 공사를 발주한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전 사장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사장은 4대강 개발에 앞장선 공로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연임했다. 심명필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차윤정 전 환경부본부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건설업계도 좌불안석이다. 4대강 사업이 워낙 대규모로 진행된 만큼 대부분 건설사가 공사에 참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입찰 담합 사실이 적발됐다. 

1차에선 17개, 2차에서는 7개사가 걸렸는데 이 중 4개 건설사는 두 차례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담합을 주도한 일부 건설사 임원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철퇴를 맞은 건설사들은 지난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되면서 4대강 관련 상황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로 다시 긴장 상태다.


비리 척결 의지
전 정권 정조준

이 외에도 MB정부 청와대 관계자와 정책조정 그룹, 사업에 관여한 공무원, 외부 전문가까지 감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 박석순 전 국립환경과학원장 등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MB정부의 자원외교 비리를 적폐로 꼽았다. 2014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MB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40조원을 투자해 모두 35조원을 손실했다”며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자원외교 비리를 가리켜 ‘단군 이래 최대 국부유출 사건’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2015년 자원외교 국조는 파행을 거듭하다 수확 없이 마무리됐다.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성완종 리스트’만 남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서는 박근혜정부 시기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지지부진했다. 자원외교에 관여한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한 공기업 사장들만 수사를 받아 ‘꼬리자르기’식 부실수사라는 오명을 썼다.


정치보복이냐 단순 감사냐
사업 총괄한 MB 법정 갈까?

MB정부가 추진한 자원외교 사업의 대다수가 실패하고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사실은 2014년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기업 하베스트를 인수했다가 2조원의 손해를 입은 게 대표적이다. 

시민단체들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 전·현직 사장을 특경법 업무상 배임죄와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 등 2명만 기소됐다. 그나마 두 사람도 1심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자원외교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된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장관, 이상득 전 의원,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은 자원외교 특사로 나미비아·볼리비아 광물사업을 주도했다. 박 전 차관은 미얀마·카메룬 광물사업을, 가장 크게 불거진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서는 최 전 장관이 관여했다. 

윤 전 장관은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으로 자원외교의 실무를 담당했다. 4대강 사업 감사가 자원외교 비리까지 번질 경우 이 전 대통령을 포함, 자원외교 5인방으로 불렸던 이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방위산업 비리에 관해서도 벼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산비리와 관련해 단호한 목소리를 내왔다. 정책 공약집에는 방산 비리 적발시 ‘이적죄’에 준할 정도로 형량을 대폭 강화하고 부당 이익을 취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즉시 퇴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전 정권의 방산비리에 대한 감사와 동시에 대책을 마련하는 두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에 방산비리를 전담하는 국방개혁 태스크포스(가칭)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시기인 2014년 11월 검사와 군검찰관 등 100여명 규모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출범했다. 합수단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 도입 비리, 통영함·소해함 납품비리 등을 적발해 2015년 7월 47명을 구속 기소했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최윤희 전 합동참모의장 등 군 최고위층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컸다. 합수단은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로 상설화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이명박·박근혜정부서 있었던 무기 비리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F35 전투기 선정 비리들이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 역시 방산비리 근절을 강조하며 “왜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 환경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이 어떤 게 있는지 깊이 있게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단장은 지난해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000여개에 이르는 방산비리 사건을 되짚어보자. MB정부 시기인 2008∼2010년 3년 사이에 다 저질러진 것”이라며 “이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단장은 MB정부 시기 방산비리 사건이 늘어난 것에 대해 무리한 예산 삭감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결국 사자방 비리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면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는 건 필연적이다.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이 MB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이었던 만큼 이 전 대통령이 총괄했다는 의혹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4대강 감사 지시를 하자마자 MB계 인사와 이 전 대통령까지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이유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 사업을 완결하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보복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은 “박근혜정부서 4대강 사업에 대해 혹독한 조사를 거친 바 있다”며 “자칫하면 과거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관심은 MB에
칼 피할까?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4대강을 포함 MB정부의 국책사업을 재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4대강 감사 지시가 정치 보복 차원으로 해석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감사 과정서 드러난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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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