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MB 단독회동서 꺼낼 ‘비장의 카드’는?

아웅다웅해도 “우리가 남이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회동이 6월 3일로 잡혔다. 이번 회동은 형식적으로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네덜란드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지만 지난해 8월 만남 이후 거의 1년 만의 회동이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수습하고 최근 당내 정책갈등과 오는 7월 당 지도부 개편 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상돼 향후 국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공개적인 활동 자제하며 회동 준비
입장차 둔 정책 문제, 해결 방법은

박근혜 전 대표는 유럽 특사 후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유럽 방문 후 약 한달여간 언론과의 접촉은 물론 공개적인 활동을 삼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당내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불필요한 해석이 나올만한 행동이나 언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이 대통령과의 회동 의미를 중시하고 배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는 해석을 내놨다.

알현 앞둔
공주의 낮은 자세?

특사 후 박 전 대표는 대구시 당정협의회와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면담, 김학원 전 의원 빈소 조문, 당 의원총회,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크고 작은 일정들이 많았지만 공개적인 활동은 자제했다.

그간 박 전 대표는 지역구 챙기기의 일환으로 대구시 당정협의회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있었던 당정협의회에 불참해 대구 지역 의원들조차 그의 불참을 이례적으로 받아 들였다.

황 원내대표와의 면담도 박 전 대표 측의 요청으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기자들의 눈을 피해 언론노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고 황 원내대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친박계로 알려진 김학원 전 의원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장례식장 조문 시각도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고 홀로 조용히 다녀갔다.

의원총회 역시 참석하지 않았지만 의총 안건인 ‘7.4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서는 측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내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청문회 또한 참석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특성상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박 내정자에게 흠집을 내거나 공격을 할 경우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로 와전되어 해석이 크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박근혜 역할론’이 대두되고 관심의 중심에 있는 그가 이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목전에 두고 불필요한 추측과 논란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방안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입장차 큰 두 정책
회동의 ‘포커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 대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약 2~3 시간 정도 회동 할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대표의 지난 유럽특사 활동 결과 보고와 함께 국정 전반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위기감에 휩싸여 당 분위기 쇄신에 열을 올리고 있고 각 계파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다. 이런 가운데 황 원내대표는 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반값 등록금 정책’을 다시 꺼내 들고 나와 청와대 정책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한편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탈당설까지 나돌고 있어 한나라당은 여러모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1년 만에 만나는 이번 회동에서는 자연스럽게 당의 쇄신과 향후 정국운영 방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값 등록금과 감세 철회 등의 정책을 둘러싸고 최근 벌어지는 여권의 분열 양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책의 성과를 도출해야 할 시점에서 노선 변경이 거론되는 자체가 불편한 청와대는, 감세 철회와 반값 등록금은 ‘MB노믹스’(이명박 경제학)의 골간과 국정철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도 많은 관심이 있고, 앞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수 있고 그것을 열정을 갖고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혀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과는 차이를 나타냈다.

따라서 이 두 정책의 노선이 이번 회동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6차례 회동 중 5차례 회동이 갈등이 증폭 되었던 만큼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은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 해왔다.

이에 이 두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를 어떻게 좁혀 나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계파 갈등에 초조한 MB
힘 얻어 느긋한 박근혜

또 이번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내 계파인 친이계와 친박계 간 화합 문제를 화두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재보선 이후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계파 간 갈등과 대립은 한나라당내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가진 황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신임지도부와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친이·친박 이런 것들을 다 없애야 한다”며 “당이 계보를 없애고 일치단결하면 좋겠다”고 계파정치 척결을 강조했다.

또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떻게든 국민 다수가 신뢰하고 잘못하면 지지를 잠시 거두더라도 근본적으로 새로운 모습,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내에 일고 있는 일련의 ‘쇄신론’에도 브레이크를 걸며 ‘야당 따라 하기’를 그만두고 중심을 잡으라고 공개 주문했다. 이러한 주문은 쇄신을 내세운 여당 신임 지도부가 추가 감세 철회 및 전·월세 부분 상한제 도입, 복지확대 등을 적극 검토하는 것에 반대한 성격이 짙다. 어설프게 ‘중도’를 노리지 말고 현재의 국정기조를 충실히 따르라는 요구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당내 화합과 관련해 이런 취지의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친박계와 소장파의 입지가 강해져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와 소장·중립파의 지원으로 친이 주류를 꺾고 중립의 황 원내대표가 당선됨으르써 박 전 대표의 정치 참여 공간을 넓힐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황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 등 당의 중요한 지도자들이 일할 토양이 마련됐다”고 밝히기도 해 더욱더 힘을 싣게 됐다.

또 ‘당권·대권 분리규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그는 의원총회에서 실시한 ‘7.4 전당대회 룰’ 여론조사서 근소한 차이지만 반대의 입장이 앞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더 튼튼히 다진 것으로 풀이 된다.

‘원칙여왕’에서
‘변칙여왕’으로?

하지만 이 둘의 정치적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동이 더욱더 주목 받는 이유는 정권 교체 시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와의 연대가 밑질 것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기를 1년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레임덕’을 최소화해 MB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꾀하고,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박 전 대표와의 연대가 꼭 필요 하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의 ‘박근혜 역할론’을 거론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표 측도 최근 불거진 ‘여성 대통령 불가론’과 친이계의 반대를 의식한 듯 이번 회동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친이계의 지원과 협조가 절실함을 인식하고 있어서다.

박-친이계 끌어 앉고 본격적 대선행보 가속화
이-레임덕 최소화로 국정 안정적 마무리 전략

하지만 박 전 대표로서는 이 대통령과의 연대가 다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시점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고 원칙 없는 국책사업 확정과 측근들의 낙하산 인사 등으로 비난을 사고 있는 이 대통령과의 연대가 자칫 ‘MB 계승론’으로 불거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원칙여왕’으로 불리던 박 전 대표가 ‘변칙여왕’의 나락으로 떨어질 개연성이 커, 지지율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로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둘에게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이번 회동이 당의 발전과 정권 재집권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손을 잡고 정책연대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대북특사를 전격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선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양자 회동이 가진 정치적 파괴력과 관계설정에 따라 향후 정국은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킬 전망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MB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어떠한 합의점을 찾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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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