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MB 단독회동서 꺼낼 ‘비장의 카드’는?

아웅다웅해도 “우리가 남이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회동이 6월 3일로 잡혔다. 이번 회동은 형식적으로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네덜란드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지만 지난해 8월 만남 이후 거의 1년 만의 회동이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수습하고 최근 당내 정책갈등과 오는 7월 당 지도부 개편 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상돼 향후 국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공개적인 활동 자제하며 회동 준비
입장차 둔 정책 문제, 해결 방법은

박근혜 전 대표는 유럽 특사 후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유럽 방문 후 약 한달여간 언론과의 접촉은 물론 공개적인 활동을 삼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당내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불필요한 해석이 나올만한 행동이나 언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이 대통령과의 회동 의미를 중시하고 배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는 해석을 내놨다.

알현 앞둔
공주의 낮은 자세?

특사 후 박 전 대표는 대구시 당정협의회와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면담, 김학원 전 의원 빈소 조문, 당 의원총회,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크고 작은 일정들이 많았지만 공개적인 활동은 자제했다.

그간 박 전 대표는 지역구 챙기기의 일환으로 대구시 당정협의회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있었던 당정협의회에 불참해 대구 지역 의원들조차 그의 불참을 이례적으로 받아 들였다.

황 원내대표와의 면담도 박 전 대표 측의 요청으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기자들의 눈을 피해 언론노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고 황 원내대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친박계로 알려진 김학원 전 의원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장례식장 조문 시각도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고 홀로 조용히 다녀갔다.

의원총회 역시 참석하지 않았지만 의총 안건인 ‘7.4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서는 측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내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청문회 또한 참석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특성상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박 내정자에게 흠집을 내거나 공격을 할 경우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로 와전되어 해석이 크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박근혜 역할론’이 대두되고 관심의 중심에 있는 그가 이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목전에 두고 불필요한 추측과 논란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방안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입장차 큰 두 정책
회동의 ‘포커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 대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약 2~3 시간 정도 회동 할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대표의 지난 유럽특사 활동 결과 보고와 함께 국정 전반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위기감에 휩싸여 당 분위기 쇄신에 열을 올리고 있고 각 계파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다. 이런 가운데 황 원내대표는 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반값 등록금 정책’을 다시 꺼내 들고 나와 청와대 정책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한편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탈당설까지 나돌고 있어 한나라당은 여러모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1년 만에 만나는 이번 회동에서는 자연스럽게 당의 쇄신과 향후 정국운영 방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값 등록금과 감세 철회 등의 정책을 둘러싸고 최근 벌어지는 여권의 분열 양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책의 성과를 도출해야 할 시점에서 노선 변경이 거론되는 자체가 불편한 청와대는, 감세 철회와 반값 등록금은 ‘MB노믹스’(이명박 경제학)의 골간과 국정철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도 많은 관심이 있고, 앞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수 있고 그것을 열정을 갖고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혀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과는 차이를 나타냈다.

따라서 이 두 정책의 노선이 이번 회동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6차례 회동 중 5차례 회동이 갈등이 증폭 되었던 만큼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은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 해왔다.

이에 이 두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를 어떻게 좁혀 나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계파 갈등에 초조한 MB
힘 얻어 느긋한 박근혜

또 이번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내 계파인 친이계와 친박계 간 화합 문제를 화두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재보선 이후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계파 간 갈등과 대립은 한나라당내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가진 황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신임지도부와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친이·친박 이런 것들을 다 없애야 한다”며 “당이 계보를 없애고 일치단결하면 좋겠다”고 계파정치 척결을 강조했다.

또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떻게든 국민 다수가 신뢰하고 잘못하면 지지를 잠시 거두더라도 근본적으로 새로운 모습,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내에 일고 있는 일련의 ‘쇄신론’에도 브레이크를 걸며 ‘야당 따라 하기’를 그만두고 중심을 잡으라고 공개 주문했다. 이러한 주문은 쇄신을 내세운 여당 신임 지도부가 추가 감세 철회 및 전·월세 부분 상한제 도입, 복지확대 등을 적극 검토하는 것에 반대한 성격이 짙다. 어설프게 ‘중도’를 노리지 말고 현재의 국정기조를 충실히 따르라는 요구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당내 화합과 관련해 이런 취지의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친박계와 소장파의 입지가 강해져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와 소장·중립파의 지원으로 친이 주류를 꺾고 중립의 황 원내대표가 당선됨으르써 박 전 대표의 정치 참여 공간을 넓힐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황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 등 당의 중요한 지도자들이 일할 토양이 마련됐다”고 밝히기도 해 더욱더 힘을 싣게 됐다.

또 ‘당권·대권 분리규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그는 의원총회에서 실시한 ‘7.4 전당대회 룰’ 여론조사서 근소한 차이지만 반대의 입장이 앞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더 튼튼히 다진 것으로 풀이 된다.

‘원칙여왕’에서
‘변칙여왕’으로?

하지만 이 둘의 정치적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동이 더욱더 주목 받는 이유는 정권 교체 시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와의 연대가 밑질 것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기를 1년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레임덕’을 최소화해 MB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꾀하고,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박 전 대표와의 연대가 꼭 필요 하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의 ‘박근혜 역할론’을 거론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표 측도 최근 불거진 ‘여성 대통령 불가론’과 친이계의 반대를 의식한 듯 이번 회동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친이계의 지원과 협조가 절실함을 인식하고 있어서다.

박-친이계 끌어 앉고 본격적 대선행보 가속화
이-레임덕 최소화로 국정 안정적 마무리 전략

하지만 박 전 대표로서는 이 대통령과의 연대가 다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시점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고 원칙 없는 국책사업 확정과 측근들의 낙하산 인사 등으로 비난을 사고 있는 이 대통령과의 연대가 자칫 ‘MB 계승론’으로 불거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원칙여왕’으로 불리던 박 전 대표가 ‘변칙여왕’의 나락으로 떨어질 개연성이 커, 지지율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로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둘에게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이번 회동이 당의 발전과 정권 재집권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손을 잡고 정책연대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대북특사를 전격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선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양자 회동이 가진 정치적 파괴력과 관계설정에 따라 향후 정국은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킬 전망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MB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어떠한 합의점을 찾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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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