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MB 단독회동서 꺼낼 ‘비장의 카드’는?

아웅다웅해도 “우리가 남이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회동이 6월 3일로 잡혔다. 이번 회동은 형식적으로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네덜란드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지만 지난해 8월 만남 이후 거의 1년 만의 회동이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수습하고 최근 당내 정책갈등과 오는 7월 당 지도부 개편 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상돼 향후 국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공개적인 활동 자제하며 회동 준비
입장차 둔 정책 문제, 해결 방법은

박근혜 전 대표는 유럽 특사 후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유럽 방문 후 약 한달여간 언론과의 접촉은 물론 공개적인 활동을 삼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당내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불필요한 해석이 나올만한 행동이나 언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이 대통령과의 회동 의미를 중시하고 배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는 해석을 내놨다.

알현 앞둔
공주의 낮은 자세?

특사 후 박 전 대표는 대구시 당정협의회와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면담, 김학원 전 의원 빈소 조문, 당 의원총회,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크고 작은 일정들이 많았지만 공개적인 활동은 자제했다.

그간 박 전 대표는 지역구 챙기기의 일환으로 대구시 당정협의회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있었던 당정협의회에 불참해 대구 지역 의원들조차 그의 불참을 이례적으로 받아 들였다.

황 원내대표와의 면담도 박 전 대표 측의 요청으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기자들의 눈을 피해 언론노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고 황 원내대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친박계로 알려진 김학원 전 의원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장례식장 조문 시각도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고 홀로 조용히 다녀갔다.

의원총회 역시 참석하지 않았지만 의총 안건인 ‘7.4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서는 측근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내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청문회 또한 참석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 특성상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박 내정자에게 흠집을 내거나 공격을 할 경우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로 와전되어 해석이 크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박근혜 역할론’이 대두되고 관심의 중심에 있는 그가 이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이 대통령과의 회동을 목전에 두고 불필요한 추측과 논란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방안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입장차 큰 두 정책
회동의 ‘포커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동에 대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약 2~3 시간 정도 회동 할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대표의 지난 유럽특사 활동 결과 보고와 함께 국정 전반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은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위기감에 휩싸여 당 분위기 쇄신에 열을 올리고 있고 각 계파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다. 이런 가운데 황 원내대표는 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반값 등록금 정책’을 다시 꺼내 들고 나와 청와대 정책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한편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탈당설까지 나돌고 있어 한나라당은 여러모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1년 만에 만나는 이번 회동에서는 자연스럽게 당의 쇄신과 향후 정국운영 방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값 등록금과 감세 철회 등의 정책을 둘러싸고 최근 벌어지는 여권의 분열 양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책의 성과를 도출해야 할 시점에서 노선 변경이 거론되는 자체가 불편한 청와대는, 감세 철회와 반값 등록금은 ‘MB노믹스’(이명박 경제학)의 골간과 국정철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도 많은 관심이 있고, 앞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수 있고 그것을 열정을 갖고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혀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과는 차이를 나타냈다.

따라서 이 두 정책의 노선이 이번 회동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6차례 회동 중 5차례 회동이 갈등이 증폭 되었던 만큼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은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 해왔다.

이에 이 두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를 어떻게 좁혀 나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계파 갈등에 초조한 MB
힘 얻어 느긋한 박근혜

또 이번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내 계파인 친이계와 친박계 간 화합 문제를 화두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재보선 이후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계파 간 갈등과 대립은 한나라당내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가진 황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신임지도부와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친이·친박 이런 것들을 다 없애야 한다”며 “당이 계보를 없애고 일치단결하면 좋겠다”고 계파정치 척결을 강조했다.

또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떻게든 국민 다수가 신뢰하고 잘못하면 지지를 잠시 거두더라도 근본적으로 새로운 모습,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내에 일고 있는 일련의 ‘쇄신론’에도 브레이크를 걸며 ‘야당 따라 하기’를 그만두고 중심을 잡으라고 공개 주문했다. 이러한 주문은 쇄신을 내세운 여당 신임 지도부가 추가 감세 철회 및 전·월세 부분 상한제 도입, 복지확대 등을 적극 검토하는 것에 반대한 성격이 짙다. 어설프게 ‘중도’를 노리지 말고 현재의 국정기조를 충실히 따르라는 요구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당내 화합과 관련해 이런 취지의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친박계와 소장파의 입지가 강해져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와 소장·중립파의 지원으로 친이 주류를 꺾고 중립의 황 원내대표가 당선됨으르써 박 전 대표의 정치 참여 공간을 넓힐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황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 등 당의 중요한 지도자들이 일할 토양이 마련됐다”고 밝히기도 해 더욱더 힘을 싣게 됐다.

또 ‘당권·대권 분리규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그는 의원총회에서 실시한 ‘7.4 전당대회 룰’ 여론조사서 근소한 차이지만 반대의 입장이 앞서 자신의 입지를 더욱더 튼튼히 다진 것으로 풀이 된다.

‘원칙여왕’에서
‘변칙여왕’으로?

하지만 이 둘의 정치적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동이 더욱더 주목 받는 이유는 정권 교체 시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와의 연대가 밑질 것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기를 1년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레임덕’을 최소화해 MB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꾀하고,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박 전 대표와의 연대가 꼭 필요 하다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의 ‘박근혜 역할론’을 거론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표 측도 최근 불거진 ‘여성 대통령 불가론’과 친이계의 반대를 의식한 듯 이번 회동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친이계의 지원과 협조가 절실함을 인식하고 있어서다.

박-친이계 끌어 앉고 본격적 대선행보 가속화
이-레임덕 최소화로 국정 안정적 마무리 전략

하지만 박 전 대표로서는 이 대통령과의 연대가 다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시점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고 원칙 없는 국책사업 확정과 측근들의 낙하산 인사 등으로 비난을 사고 있는 이 대통령과의 연대가 자칫 ‘MB 계승론’으로 불거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원칙여왕’으로 불리던 박 전 대표가 ‘변칙여왕’의 나락으로 떨어질 개연성이 커, 지지율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로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둘에게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이번 회동이 당의 발전과 정권 재집권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손을 잡고 정책연대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대북특사를 전격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선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양자 회동이 가진 정치적 파괴력과 관계설정에 따라 향후 정국은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킬 전망이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MB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어떠한 합의점을 찾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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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