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혀에 정치권 요동치는 내막

거침없는 좌회전에 구주류 음메 기죽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행보가 거침없다. 당의 쇄신과 맞물려 중도성향으로 원내대표에 선출된 그는 ‘반값등록금’을 주장했다. 이에 찬-반 논란으로 정치권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등록금발(發)로 ‘좌클릭 정책’들이 잇달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당 내부에서 논란은 물론 청와대 역시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고, 민주당은 청와대 눈치 보지 말고 빠른 시행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좌클릭 정책’으로 극심한 몸살
청와대-친이계 불편함 내비치며 제동걸어

한나라당 ‘4.27의 패배 여파’와 함께 ‘쇄신돌풍’이 몰고 온 황우여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강력하다 못해 찢어질 듯 요란하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그는 첫걸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황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권력에 취해 있었다”며 구주류에 각성을 촉구하는 선방을 날렸다.

MB정권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있어서도 확연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가 감세 철회를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을 밝힌데 이어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 문제에 대해 “몸싸움은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전하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다.

황-‘생애주기형 정책’
당·정간에 협조 요청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새 지도부와 가진 첫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고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해야 지지도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선 초부터 ‘황 임시 지도부’가 보여온 한나라당의 보수정책에 반하는 사안들에 대한 우려감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의 일관된 정책’ 주문에도 불구하고 황 원내대표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G20도 개최하고, 7대 무역수출국이 되는 등 국민들이 기대감이 크지만 개인에게는 별로 돌아오는 것이 없다”면서, “당은 등록금 문제,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육아 문제, 전·월세 문제, 퇴직 후 사회보장문제 등 생애주기형 정책접근을 해야한다”고 설파하며 당·정간에 협조를 강하게 주문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황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면서다. 논란이 거세지자 ‘반값’이라는 용어 대신 그는 체감 가능하도록 대학 등록금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6월 중 국민공청회를 열어 반값등록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해, 최종 결단을 내리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지난 25일 그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가진 정책협의회에서도 등록금 인하 정책과 관련, “필요하면 이 대통령에게 결단을 내려줄 것을 건의 드리고 정책 수용을 촉구하겠다”고 전했다.

볼륨을 높여가며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황 원내대표의 한마디, 한마디에 정치권엔 파장이 일고 있다.

청와대-친이계 급제동
친박계-소장파 “필요해”

결국 친이계가 나서 반값 등록금에 대해 급제동을 걸었다. 친이계 김성동 의원은 “대학등록금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다 공짜로 하면 나라가 문 닫는 수가 있다”고 비판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실현 가능한 재원을 마련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심재철 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비현실적 주장과 비슷하다. 결국 야당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꼴”이라며 “아무리 표가 급해도 ‘표(票)퓰리즘’을 내세우면 나라만 절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몽준 전 대표도 “표현하자면 7월 전당대회까지 한 달여 남은 임시직이다. “꼭 필요한 일 이외에는 좀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새 지도부의 거침없는 행보에 청와대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청와대 내부의 인식은 집권여당은 정통 보수당으로 안정적 정책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데 황 원내대표의 계획은 오히려 혼란과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걱정스러운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친박-소장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
민주당 “등록금 정책협의회 구성” 제안 촉구

청와대 관계자는 “반값 등록금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오지 않은 만큼 논의할 단계가 안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정책기조가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가 바뀌었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분위기가 어렵다고 정체성이나 일관성을 버리고 노선을 틀어버리면 결국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인 만큼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에 제기됐지만, 청와대와 친이계만 제외하면 여야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등록금 경감’에 공감하며 구체적인 정책을 고민 중이라고 알렸다. 다만 “반값이란 단어는 다분히 포률리즘적 구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정책을 내놓을 때 책임감 있는 정당으로서 좀 더 치밀하게 연구를 해서 내놓아야 한다”며 “세부적으로 실천 가능하도록 정책은 만드는 게 중요하지 무책임한 정책을 발표하면 민주당과 다를 바 없다”고 조언했다.

소장파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은 반값 등록금 등을 비난하고 나선 구주류에 대해 “지금 문제 삼는 의원들은 과거에 언론에 나와서 중도개혁을 얘기했던 사람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안상수 전 대표가 ‘새로운 한나라’ 정례모임에서 연설하며 중도개혁을 표방했는데 그때는 어느 의원도 안상수에 대해서 제동을 걸거나 보수가치를 얘기하면서 잘못됐다고 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황우여가 중도개혁 얘기하니까 보수가치 운운하면서 잘못됐다고 제동을 걸고 문제 삼는다”며 “이거야말로 견제와 권력투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구주류에 대한 정면대응을 주장했다.

‘조삼모사’ 되지 않게
진정성 있는 정책 추구

야권 역시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표면적으론 내년 대선과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히 ‘무상 급식’을 주장했을 당시 여당이 비판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반값등록금이 청와대의 눈치를 봐가면서 할 일은 아니기에 즉각 성의 있는 실행을 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세균 최고위원은 “과거 한나라당에서 개혁적인 논의를 하다가 결국은 당정협의를 거쳐 ‘아니오’하는 것을 여러번 봤다”며 “그때마다 국민은 속았다”고 과거를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표는 거둬들이고 국민에게는 ‘꽝’을 선물한 사례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루빨리 여야 정책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적극적인 행동을 제안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진실이라면 변화의 바람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며 “예전처럼 소리만 요란하고 청와대 눈치보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여?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황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오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만나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장관 역시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온 터. 두 사람은 회동에서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방식, 소요 재정 검토, 재원 마련 방안, 부실 대학 구조조정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립서비스’인가?
대담한 ‘변화’ 받아들였나?

일각에서서는 황 원내대표의 보수정당에 반하는 과감한 행보에 대해 ‘빠른 시간 내 한나라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황 원내대표의 쇄신안들에 대해 “내년 선거를 염두한 ‘쇼’나 ‘립서비스’인 말로만 끝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나 “진정 서민을 위해 마련한 정책이라면 대단히 ‘큰 변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 그는 “사회가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념적인 문제를 떠나 등록금 대출로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황 원내대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값등록금의 해법으로 “사학법 개정으로 재단 경영의 투명성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등록금 반값이란 결국에는 정부가 보조하는 형태”라며 “이는 학교운영의 투명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등록금이 효율적으로 쓰이는지 알 수 없어 결국엔 ‘국민혈세낭비’로 사학재단의 배만 채워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판공비와 경상경비만 줄여도 재원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대학재단들은 건물 지으며 재산을 증축하는데 바쁘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그는 “재단측에서도 학교운영의 전반적인 쇄신으로 등록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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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