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특집>⑪팬들 가슴속 영원한 명배우 문성근

"고달픈 백성들이여, 나를 따르라"

문성근. 그는 수많은 영화제에서 대상을 거머쥔 ‘명배우’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TV 속의 그는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라는 이미지가 각인됐다. 이런 그가 최근에는 길거리에서 ‘민주-진보 단일정당’을 외치고 있다. 배우인 그가 이제 아예 정계로 방향을 틀어버린 걸까? 그는 딱 잘라 말한다. “나는 배우다”라고. 그러나 1996년 ‘제17회 청룡영화제’에서 대상을 탄 이후 그의 행보는 여전히 심상치 않다.

유쾌한 민란 도모중인 문성근 100만 서명운덩 주도
아버지 고 문익환 목사 뜻 이어 민주진보진영 단일화

배우 문성근은 1953년 통일운동가였던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8년 동안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1985년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그의 첫 영화인 <그들도 우리처럼>으로 제 27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상과 제 1회 춘사영화예술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어 그는 각종 상을 휩쓸며 국민배우로 성장해 나갔고,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도 진행했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어도 그를 ‘지적인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은 차분하고 냉철하게 진행했던 그때의 이미지가 각인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1996년 그 해, <꽃잎>으로 그는 제 17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과 제 41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영화 <꽃잎>의 배경은 ‘광주민중항쟁’이야기. 이때부터 그의 심장은 두근거렸던 것일까? 후일 ‘민란’은 그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되었다. 지금 그는 ‘유쾌한 백만 민란’의 ‘주동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꽃잎>과 운명적 만남

‘민란’을 주도하는 까닭을 묻자, ‘MB정부’의 역주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촛불’을 들었지만, 먹히지 않았단다. ‘MB정권’이 나라를 망쳐도 속수무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유는 “MB정권과 여당을 제대로 견제할 굳건한 야당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현 정권과 한나라당, 그리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언론은 거대한 산성으로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데, 야권은 5개로 갈라져 초라하게 분열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당이 힘을 합해야한다. 그래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희망이 생긴다. 그런데 ‘상층부’ 협상으로는 야당을 하나로 묶어내는 게 곤란하다”며 직접 국민 백만명이 모여, 그 힘으로 흩어진 야5당을 불러 모아 아래로부터의 ‘국민적 압박’으로 정치권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4.27 재보선에 대해 “MB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해 국민이 ‘당신들은 out’이라는 뜻을 분명히 표출한 것으로 본다”면서 “현 정권 들어 국민들의 자존감이 땅에 떨어졌고, 국민 스스로 시민적 자긍심을 되찾기 위한 투표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가 줄기차가 외쳐오는 ‘민주진보정부’가 들어서면 “MB정권의 역주행을 바로잡아 민주주의, 남북관계, 민생문제에 있어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이어,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에 희망을 발견하고, 동분서주 전국을 발로 뛰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전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노풍의 주역’으로 꼽힌다. 당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니, 그를 정계에서 볼 수 있을 것이란 추측이 쏟아졌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배우로 돌아갔다. 국민께 드린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후보를 도와 민주정부 2기를 창출하는데 힘을 보탠 것은 아버지(문익환 목사) 생애에 단 하나 논란이 되는 일에 대해 자식의 도리를 다하기 위함이었다”고 고백했다.

‘색안경’ 벗겨내기 위해 노력

그는  87년 대선 때 양김(YS-어)씨를 단일화시키지 못한 책임이 문 목사에게 없지 않다는 것이라고 판단, “문 목사를 대신해 국민께 한 번 더 사죄하고자 활동했는데 반대급부를 가질 순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덧붙여 “문화예술인으로서 참여하고 덕 보지 않는걸 보여야 색안경이 벗어지고 앞으로 참여가 늘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며 이번에도 정치입문에 관한 갖가지 의문들을 일축시켰다.

“이미 8개월 동안 유쾌한 민란을 벌여 개미시민들과 함께 12만명을 모았다. 앞으로 더 유쾌하고 재미있게 민란축제를 벌여나갈 생각이다”이라며 앞으로의 행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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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