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원칙 없는’ 국책사업 ‘후유증’ 내막

"그게 최선입니까?" ‘신(新)지역감정’에 팔도강산 ‘티격태격’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대통령선거 때마다 제시되는 국책사업 공약 후유증으로 지역 분열이 격화되고 국론이 찢기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MB정부 들어 세종시 수정안, 동남권 신공항, LH공사 본사 이전, 과학벨트 선정에 이르기까지 거론되는 국책사업마다 하나같이 국론분열과 갈등을 초래했다. 이에 전국은 사분오열됐으며 지역갈등이 확산되고 무차별적인 분쟁만이 횡행하고 있다.

김황식 총리 “추진 힘든 국책사업 과감히 재검토”
나눠주기식 결정, 지역갈등 국론분열 주범 ‘정부’

지난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입지선정 발표 후 후폭풍이 거세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치적 고려가 아닌 국익을 위한 정책적 결정”이라며 논란을 잠재우려 하지만 정부가 갈팡질팡해 지역갈등만 초래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적 고려 아닌
국익 위한 정책적 결정"

세종시 문제로 시작된 국책사업 갈등은 동남권신공항 전면무산, LH공사 이전을 둘러싼  갈등, 과학벨트를 입지선정을 둘러싼 지역 간의 갈등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신공항 백지화로 인해 돌아선 영남권 민심을 LH공사의 진주 일괄이전으로 달래고, 진주 이전으로 결정됐던 국민연금공단을 전주로 보내는 국책사업을 ‘나눠주기’식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에 “국론분열 주범은 정부”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지자체간 사생결단식 경쟁을 불러온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정부가 확고한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투명한 절차와 공정성을 기했다면 이렇게까지 난장판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지역민들은 무원칙, 무소신, 무책임한 정부의 행태에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며 신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관리 부재와 리더십 실종이 빚은 이번 참극은 향후 국책사업 수행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는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금껏 지속되어온 현상이다. 국책사업 선정 시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은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소신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논란을 확산시켰다.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고 설명하기보다는 일방통행적인 소통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급기야 감정의 골이 깊어 폭발할 때까지 방치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각 지자체와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민심을 얻고자 함이 아닌 표를 얻기 위해 사전 구체적인 타당성 조사나 사업성 검토 없이 공약을 남발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약을 남발해 표를 얻었으면 공약을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 되고나서 줄곧 무단방치 했다는 것이다.

여러 정황상 공약을 지키기 힘든 상황이라면, 그에 따르는 합당한 이유와 함께 대국민 사과와 반성이 뒤따라야 하지만 ‘요지부동’인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불신은 극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초 기자회견에서 “공약을 할 땐 사업 타당성이라든가 경제성이라든가 전문가의 의견을 모두 검토해 공약을 하는 건 아니다”고 못 박았다. 17대 대선 당시 동남권신공항을 공약해 얻은 영남권의 절대적 지지와 과학벨트 공약으로 사로잡은 충청권 표심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지자체나, 중앙정부나 인프라에 대한 투자나 공약을 할 땐 좀 더 신중해야한다”고 충고까지 했다. 자신이 환심성 공약으로 당선되고 나서 이행할 자신이 없어지자 지자체의 반발에 대해 ‘신중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이러니 하고 이율배반적인 태도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은 장관과 정치인, 눈치 보기 급급한 참모진, 지자체장의 과욕 등이 어우러져 ‘리더십 부재, 국론분열’을 초래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리더십 부재에
원칙 부재도 한 몫

한편으로는 원칙 부재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LH공사 이전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하기 전에 정리해야 할 사항이었음에도 정부는 토공과 주공 통폐합 당시 ‘통폐합 후 분산 배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동안 LH 이전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은 수차례에 걸쳐 분산배치를 약속해 왔지만 끝내 이를 지키지 못했다.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결정도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공약의 벽’을 뛰어넘은 사례로 꼽힌다. 동남권신공항은 MB정부가 집권 중반까지 유지해오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동남권신공항을 만들어 세계로 통하는 하늘 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동남권신공항 건설 프로젝트는 ‘경제성 부족’이란 이유로 전면 백지화됐다.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 또한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신년간담회에서 “추진위원회가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며 “선거과정에서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공약이 있었다”고 충청권 유치 공약을 부인해 논란이 가열됐다.


정치권 “공모하고 시간 끌면서 분란 야기했다”
청와대 “법률 절차 따라 객관적 선정 절차 밟아”

이후 각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며 과학벨트는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됐다. 광주시와 전남도, 대구와 울산, 경북 등의 지자체는 과학벨트 유치에 적극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역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가 과학벨트를 공모제로 선정할 수도 있다는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올 초 정부가 백지화를 선언, 전국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나서 심한 지역갈등 양상을 빚었다.

정부의 이러한 모습에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 화합하게끔 해야 할 정부가 없던 갈등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사업성을 빌미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했다,

표심 얻기 위한
환심성 공약 남발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신임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각각 정부의 국책사업 결정 과정을 문제 삼고 나섰다. 최근 정부가 각종 국책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대형 국책사업의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당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지역경쟁력 강화라는 대원칙 하에 선정되지 못한 지역에 대한 보완책을 정부와 함께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도 “이제부터는 총선과 대선에서 발표되는 각 정당과 후보의 공약에 대해 철저한 매니페스토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책사업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만으론 풀 수 없는 문제다. 지역여론, 예산문제, 사업성 검토 등 원천적으로 해결해야 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처럼 공약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또 다른 대형 국책 사업 등의 공약이 남발 할 것이란 지적이다.

문제 해결 위해
방법론들 제시돼

현재 정치계와 학계에서는 국책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론들이 제시되고 있다.

국책사업과 관련해 선호시설과 혐오시설을 묶어야 한다는 주장과 많은 사업비가 소요되는 국책사업 희망 지자체는 소요예산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정부 지자체 전문가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해 국책사업을 조정하거나, 독립적인 상설 기관을 만들어 국책사업을 선정하자는 견해도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과 관련된 대형 국책사업은 아예 대선 공약으로 내놓지 못하게 금지하는 입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제기됐다.

메니페스토제도를 강화해 공약 검증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제기 됐지만, 지난 2006년 여야는 지방선거부터 선거공약의 적절성과 공약의 충실한 이행 여부를 따지는 매니페스토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으나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국책사업 결정은 정부의 일괄된 원칙과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나. 현 정부의 밀어붙이기 식의 결정은 많은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며 "지역 갈등과 국론 분열을 봉합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국책사업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8일 5·18 민주화 항쟁 기념사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장점’이라면서도 신공항과 LH공사, 과학벨트 입지 선정 등 국책사업에 따른 지역 갈등을 염두에 둔 듯 “개인이나 집단의 견해와 이익을 일방적으로 주장해 대립과 투쟁으로 번지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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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