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남긴 엽기 사건사고 백태

의견 다르다고…친구 잡은 선거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번 19대 대선도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대선기간 동안 일어난 갖가지 사건사고들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사건들. 이제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대선기간 동안 후보들의 유세차량 관련 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유세차량이 오토바이와 부딪쳤다. 오토바이 운전자 조모(35)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숨졌다. 지난달 26일에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유세차량이 80대 노인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세차량 말썽

이 사고로 권모(83)씨가 다리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해당 차량 운전자이자 국민의당 당원인 박모(60)씨가 우회전을 하며 권씨를 미처 보지 못해 부딪힌 것으로 확인됐다.

안 후보의 유세차량은 부산서도 말썽을 일으켰다. 지난달 19일 부산 북구 구포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안 후보의 유세차량이 전봇대와 연결돼 있던 케이블선을 건드리고 지나갔다. 이 사고로 일부 케이블선이 홍보입간판에 의해 잘려 나갔다.

케이블선이 훼손되는 바람에 이날 오후 인근 아파트 일부 세대에 TV와 전화가 먹통이 되는 등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차량에는 운전자만 탑승하고 유세원들은 타지 않은 상태였다.


앞선 17일 전남 순천에선 안 후보의 유세차량이 지하차도 보다 높은 홍보입간판을 싣고 무리하게 지하차도를 통과하려다 차도 상부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유세차량 뒤를 따르던 영업용 개인택시가 크게 파손됐다.

지난달 27일에는 광명시 철산동 한 아파트 인근 도로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 선거유세 차량이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가로수인 벚나무 한 그루가 부러졌다.

신고자는 경찰에 “대선 유세차량 운전자가 사고를 낸 뒤 부러진 나무를 인도 쪽으로 옮기는 모습은 봤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동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광명시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해 사고경위를 밝혀내면 원인 제공자에게 가로수 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명경찰서 관계자는 “신고자로부터 사고 당시 영상을 받아 분석한 뒤 운전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며 “원래 공용시설물을 훼손한 사고를 내면 보험사나 경찰에 자진 신고해 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각지에 부착된 후보자 벽보도 갖가지 수난을 당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벽보 훼손사례를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엄중한 단속방침을 밝혔지만 훼손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강원도 춘천경찰서는 지난달 2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50대 남성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남성은 22일 강원 춘천시 후평동의 한 중학교 담장에 붙은 대통령 선거 벽보 중 한 후보의 벽보를 열쇠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훼손하고 10분 뒤 또 다른 곳에서 같은 후보의 벽보를 훼손했다. 그는 경찰에서 “특정 후보 벽보가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것 같아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대통령 선거 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김모(54)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부산 강서구 낙동중학교 앞에 붙은 벽보 오른쪽 끈을 풀고 기호 14∼15번 후보 얼굴 부분을 찢었다. 지적장애 3급인 김씨는 “버스를 타려고 손을 흔들었지만 버스가 그냥 지나쳐 화가 가 옆에 있는 벽보를 찢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대통령 선거가 뭐기에…곳곳 참변 잇달아
논쟁이 폭행으로…30년지기 목숨 빼앗아

지난달 23일에는 경남 진주시 칠암동 제일병원 근처 유료 주차장 펜스에 부착된 대통령 선거 벽보가 찢어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전날 저녁 무렵에는 진주시 평거동 10호 광장 일대에 부착한 대통령 선거 후보자 벽보 중 후보 2명의 벽보가 찢어진 채 발견됐다.

동물이 선거 벽보를 훼손한 경우도 있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지난달 23일 해운대구 반송동 반송초등학교 앞 대통령 선거 벽보 일부가 찢긴 것을 발견했다. 주변에 달린 CCTV를 분석한 경찰은 벽보 근처를 지나간 사람이 없고 벽보 근처에 있던 길고양이 두 마리가 사라진 후 벽보가 훼손된 점을 근거로 주범이 고양이라고 결론 내렸다.

다른 지역서도 찢기거나 뜯겨 있는 벽보가 발견됐다. 경기도 의정부시 시민공원에선 지난달 23일 펜스에 붙어 있어야 할 대통령 선거 벽보가 둘둘 말린 채 인근 계단에 방치된 것이 발견됐고 이보다 조금 앞서 의정부시 신곡동 아파트 단지 앞에 부착된 선거 벽보 중 특정 후보 1명의 눈 부분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

지난달 23일에는 경남 진주시 칠암동 제일병원 근처 유료 주차장 펜스에 부착된 대통령 선거 벽보가 찢어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전날 저녁 무렵에는 진주시 평거동 10호 광장 일대에 부착한 대통령 선거 후보자 벽보 중 후보 2명의 벽보가 찢어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23일 충북 청주시서도 오송읍사무소 인근에 설치된 선거 벽보 중간 부분이 뜯긴 채 바닥에 버려져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북에선 지난달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 한 아파트 앞에 부착된 벽보 중 후보 3명의 얼굴 주변이 훼손됐다는 신고와 경북 봉화군 더불어민주당 선거연락소 외부에 부착된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벽보 훼손 사건이 잇따랐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벽보를 훼손하는 행위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는 중대범죄”라며 “법이 지켜지는 가운데 깨끗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공직선거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나 현수막 등을 훼손·철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대선후보를 둘러싼 논쟁이 폭행으로 비화돼 30년 지기의 생명을 빼앗는 사건도 있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친구를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A(44)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달 14일 부산 사하구 길거리서 초등학교 동창 B(44)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들은 함께 술을 마시고 집으로 걸어가던 중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후보 관련 이야기를 하다 의견 충돌로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는 뇌출혈 등으로 현장서 쓰러져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달 17일 끝내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의견 다툼을 벌이다 B씨가 장난으로 목을 조르자 화가 나 싸움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행사건과 사기

대선주자를 사칭한 사기사건도 있었다. 지난달 24일 SNS를 통해 퍼졌던 이 피싱은 지난 1차 문재인 펀드 모금 당시의 디자인과 거의 흡사하게 만들었다. 또 ‘문재인에 투자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십시오!’라는 문구를 넣었다.

문 후보의 얼굴 사진도 카피하고 이틀간 1500만원을 모집한다고 글을 올렸다. 특히 지급 이자율로 정식 1차 문재인 펀드(연 3.6%)에 비해 턱없이 높은 11.6%라고 적어 투자자를 현혹시켰다. 다행히 한 건의 피해사례도 접수되지 않아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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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