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①힘 있는 나라

“강력한 울타리 세워주세요”

위기의 대한민국 그래도 희망은 있다!

대한민국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습니다. 경제는 두말하면 잔소리. 정치, 사회, 안보, 외교 등 모든 분야가 온통 한 치 앞을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뿌옇습니다. 

자연스레 시선은 새 대통령에게 돌아갑니다. 나라의 운명이 그에게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잘할 수 있을까요? 나라를 맡겨도 될까요? 국민들은 기대가 큽니다.

<일요시사>는 국민들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힘 있는 나라 ▲하나된 나라 ▲경기 좋은 나라 ▲일자리 많은 나라 ▲평등한 나라 ▲믿음 가는 나라 ▲아껴 쓰는 나라에서 ‘희망’을 꺼내봅니다. <편집자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시점에 국제 정세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초래될 미·중 관계의 변화는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우경화 조짐, 예측할 수 없는 북한의 태도 등도 경계해야 한다. 앞으로 새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다.

예로부터 대한민국에 외교는 ‘생존’ 그 자체였다. 근대 이전엔 땅도 작고 인구수도 주변국에 비해 적은 탓에 적당히 비위를 맞춰주며 ‘안보’를 보장받았고, 개항 이후에는 열강들의 세력다툼 속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이룸으로써 나라의 독립을 보장받으려 노력했지만 근본적으로 국력이 약하다는 한계를 넘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집권층이 외세를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안위를 위해 활용함으로써 나라가 망하는 아픔까지 겪었다.


풀어야 할 숙제

대한민국이 있는 한반도는 지리적 요충지였다. 동쪽으로는 일본, 서쪽으로는 중국, 북쪽으로는 러시아에 둘러싸여 있을 뿐 아니라 대륙으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바다로 나가는 출구기도 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과 함께 세계가 하나의 마을이 된 지금 이웃나라뿐 아니라 멀리 있는 미국과 유럽 등 나라들과도 긴밀한 관계에 놓여있다.

더욱이 지난해와 올해는 영국의 브렉시트 선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사건들로 인해 국제 정세가 예상하기 어려운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새 대통령은 어떻게 대외 경제정책을 설정하고 추진할까?
 

한 전문가는 “미국의 신정부와 호혜적 경제관계를 수립해 서로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우리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 중 하나인 중국과의 경제, 통상 협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관세 장벽과 수입규제 같은 민생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한 가운데 대외 신인도 관리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금의 유동과 증시의 흐름만 봐도 이제 경제시장은 한 나라에 국한되기보다는 전 세계로 확장됐다. 이런 경제 상황 가운데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국과 새로운 경제협력을 쌓고 FTA 영역 확대를 심화해야 한다.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의 신정부 정책기조를 활용해 새로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주요 지역별 맞춤형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경제협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 현상도 견제해야 한다. 일본의 인터넷 우경화가 심각하다. 지난달 28일 <아사히신문>에 의하면 일본의 인터넷상의 뉴스 댓글 중 한국에 대한 배척의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릿쿄대학의 기무라 다다마사 교수(네트워크 사회론)와 야후재팬이 인터넷상의 뉴스 댓글을 분석한 결과, 한국에 관련한 댓글이 가장 많아 전체의 20% 가까이를 차지했다.
 

중국 관련 댓글까지 합치면 25% 정도였다. 댓글 내용은 혐한 및 혐중 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댓글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 인식에 관한 단어도 자주 등장했으며, 모멸적인 댓글의 80%가 한국과 관련된 것이었다.

안보가 우선…대외 리스크 최소화 주력
새 경제협력 관계 경제선도의 발판으로

댓글서 출현 빈도가 높은 상위 3개 단어는 ‘일본’ ‘한국’ ‘중국’으로 조사됐으며 뒤를 이어 일본인, 그리고 한국 및 북한에 관련한 단어가 상위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기무라 교수는 인터넷상에서 배척의식이 강해진 것에 대해 “익명으로 비방과 중상모략,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숙제는 남북 문제다. 남북 문제는 민족 문제이자 국제 문제다. 하나의 민족이면서 휴전 상태인 특수 관계이자 민족을 앞세우는 ‘우리끼리’만으로는 풀 수 없는 국제적인 문제다. 민족에 치우치는 정서적 접근만으로는 남북 문제를 풀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한민족이라는 정서를 외면할 수도 없다. 이 같은 딜레마의 해법을 제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제적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새 대통령의 몫일 것이다.
 

한 전문가는 “흡수통일이 비현실적이라면 우선은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결단코 허용해선 안 된다. 북의 핵 폐기는 평화의 전제조건”이라며 “‘핵무기 개발이 자위용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식은 평화공존의 제1원칙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원칙이 무너지는 데서 남남 갈등이 증폭된다. 국제 공조도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북의 개혁개방을 촉구하고 그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록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절대적 상호주의는 불가능하더라도 남측의 지원이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북한의 세습정권 강화에 기여한다면 ‘퍼주기식 지원’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평양 정권이 개혁개방 소리를 듣기 싫어한다고 그런 말은 아예 하지 말자는 무원칙으로는 세금 내는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 없다. 개혁개방만이 북한이 살길이고 그래야만 동족인 북한 주민의 비참한 삶도 개선될 수 있다. 원칙도 없이 무조건 포용해서는 진정한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햇볕정책은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확산하고 남북 교류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의 세습정권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국 실패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실패의 원인 역시 원칙의 부재에 있다면 당연히 원칙을 가다듬고 지켜야 한다.

그렇다고 남한 사회 구성원을 ‘친북 좌파세력과 대한민국 수호세력’으로 이분화하는 냉전적 사고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원칙은 지키되 국민의 대북 자신감과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유연한 대북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국민을 설득하면 남남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것이 새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다.

얼마나 성장할까?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가운데 대한민국은 새 대통령을 앞세워 대외경제정책의 방향과 추진과제를 준비해야 한다. 대외 리스크로 둘러싸인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를 선도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들은 늘 힘 있는 나라를 꿈꾼다. 새 대통령이 국민들의 바람에 얼마만큼 부흥할지, 역경을 딛고 얼마만큼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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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