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의인 심사, 왜?

좋은 일 해봤자… 착한 일 하고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우리 사회 ‘의인 예우’에 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타인을 위한 의로운 행동을 기리겠다며 제도를 만든 정부가 오히려 의인을 궁지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로운 행동을 한 사람을 심사위원들이 사기꾼으로 몰아세우는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법으로 규정된 의사상자 지원책도 여러 제한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의인을 보상·지원해주는 제도로는 ‘의사상자 지정 제도’가 있다. 의사상자는 본인의 직무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자로 의사상자로 지정되면 유족 또는 가족에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각 시·군·구청서 의사상자 신청자에게 초기상담을 제공하고 서비스를 신청을 받아 사실관계를 조사·심사한다. 이후 고위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로 이뤄진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사위원회가 의사상자 대상을 심사·의결한다.

지나치게 소극적

심사 기준은 첫째, 직무 외의 행위여야 하고 둘째, 급박한 위해에 처한 상황이어야 하며 셋째, 본인이 아닌 타인을 구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해야 한다. 2016년도 기준 의사자 보상금은 2억291만3000원이다. 의상자 보상금은 1∼9급별로 2억291만3000원서 1014만6000원이다.

의사자로 선정되면 의사상자 가족 및 유족 등은 의료급여와 교육보호, 취업보호, 장제보호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의사자의 시신은 국립묘지에 안장·이장이 가능하다. 다만 의사자 지원은 의사상자 인정 결정을 통보받은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의사상자 지정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곽경배(40)씨는 지난 7일 낙성대역서 묻지마 폭행을 당하던 여성을 돕던 중 칼에 찔려 오른팔 동맥과 신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향후 2년간 재활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소식이 알려지자 앤씨소프트문화재단은 치료비 전액을 제공하기로 하고 LG복지재단은 치료비 및 상금 5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민간단체의 지원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정작 정부차원의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 주변의 이웃을 돕다 상해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의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의사상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절차도 복잡하고 기간도 최대 3개월이나 소요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곽씨처럼 민간의 지원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이웃을 위해 선한 일을 하다가 의사상자가 되더라도 현 제도에선 정부로부터 어떤 즉각적인 지원도 받기 힘든 셈이다.

얼마 전에는 음주 뺑소니 차량을 추격하다 사고를 당한 의인의 부당한 의상자 심의 결과가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타인을 위해 선행을 베풀었지만 정부는 보상은 커녕 사기꾼 취급을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직 택시기사 김지욱씨는 매일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지난 2012년 당한 교통사고로 장애 4급 판정을 받았고 매 순간 지독한 통증이 김씨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당시 김씨는 음주 뺑소니 차량을 뒤쫓다가 도로 옆 공중전화 부스와 가로등을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났다.

선행 베풀고 장애 얻어도…사기꾼 취급
지원에 각종 제한 붙어 사실 도움 안돼

선한 일을 했다는 자부심은 남았지만 일상생활은 물론 생업도 이어가지 못하다 보니 극심한 생활고가 겹쳐졌다. 이때 김씨의 지인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의사상자 제도를 소개해줬고 김씨는 신청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씨는 심사를 맡은 보건복지부 의사상자 심사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인이 받은 경찰청장 표창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심사위원회의 회의 내용은 어이가 없었다. 김씨에게서 프로 냄새가 난다며 사실상 사기꾼으로 몰아갔고 위험을 김씨 본인이 자초했다는 평가까지 담겨 있었던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무리한 추격이 있었다. 우리 입장에선 예우할만한 것이냐 이런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곳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한민국서 정의로운 일을 무리해서 하면 프로 사기꾼 취급을 받는다” “시민들이 불의를 보고 외면하게 만드는 정부다” “법원판결까지 나왔는데 대우를 제대로 안하는 보건복지부는 보건사기부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결국 김씨가 의상자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내 1, 2심 모두 이겼지만 보건복지부는 3심까지 법정 다툼을 끌고 갔다. 최종 승소 판결이 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년. 타인을 위한 의로운 행동을 기리겠다며 제도를 만든 정부가 오히려 의인을 궁지로 내몬 셈이다.

현재 김씨는 어려운 길을 돌고 돌아 다시 보건복지부의 등급 심사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정작 의사상자가 돼도 적절한 예우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세월호 참사 당시 20명이 넘는 사람을 구하고 의상자가 됐던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씨. 구조 당시 당한 부상과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했고 생활고까지 덮쳐왔다.

하지만 의사상자의 경우 연금도 없는 데다 법에 규정된 지원에는 각종 제한이 붙어 있어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바른정당 박성중 의원이 ‘낙성대 의인’ 곽경배씨에 대한 관계 정부부처의 늑장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박 의원 측에서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의사상자를 선정하는 의사상자심사위원회는 오는 5월 중에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힐 뿐 아직 정확한 심사 날짜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박 의원은 작년 6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라 불리는 의사상자예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 개정 시급

박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에는 도움이 시급히 필요한 의인들의 경우에는 의사상자 지정 이전에 우선적으로 의료지원을 실시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담고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선행을 하고도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의인들에 대한 지원은 본질적으로 민간이 아닌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것인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정안 통과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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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