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본격 대권주자’ 프로젝트 대해부

“한번 좌회전 후 쭉 직진하라… ‘역동적 복지국가’로”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대권 재수생’ 정동영이 차기 대권을 겨냥해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내년 대선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에게는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한때 대선후보였다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정치적 입지가 좁아져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2007년 대선에 이어 이듬해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차출돼 출마했다가 패했다. 그 후 탈당을 감행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거센 비난과 함께 돌아와 2009년 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며 부활을 알렸지만 민주당에 복당하지 못하고 낭인 아닌 낭인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정동영은 달라졌다. 쏟아지는 비난에 정면으로 맞서 ‘반성문’을 쓰며 사죄했고, ‘담대한 진보’와 ‘부유세’를 주장하며 시원하게 ‘좌회전’도 선언했다. 과연 그는 떠나버린 ‘민심’을 다시 한 번 사로잡을 수 있을까?

담대한 진보 외치며 확실한 ‘좌회전’ 선언
노동문제 해결 위해 24시간 현장 발로 뛰어

이른바 ‘분당대첩’을 승리로 이끈 ‘명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휘청거리고 있다.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명장치고는 권력누수가 너무도 빠르다. ‘한-EU FTA’라는 후폭풍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승리의 함성’이 사라지기도 전이라 충격의 여파도 생각보다 크다.

손 대표의 리더십과 노선이 흔들리는 사이 ‘손학규 대세론’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또 “조기 대세론은 대선 필패 구도”라는 견제론까지 제기되며 탄력 받은 야권 잠룡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고개를 든 이는 다름 아닌 손 대표의 ‘최고 난적’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손학규 대세론 ‘휘청’
빼앗긴 진보의 힘 되찾자

그는 “서민경제와 중소기업의 파탄, 이어 양극화의 극심한 확대, 이러한 경제적 난국 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공든탑이 무너지고, 남북관계는 과거로 퇴보했다”면서 MB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담대한 진보’와 ‘역동적 복지’를 외치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출사표를 던졌다.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혁과 진보의 힘을 빼앗긴 ‘장본인’인 만큼 스스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7대 대선후보로 나섰지만, 결국 쓰디쓴 패배를 경험했다. 역대 최대 표차로 패한 점을 들어 정치권에서는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암담한 관측이 쏟아졌다. 2009년 4월에는 공천에 불만을 품고 당을 탈당했다가 작년 2월 복당하며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비난과 야유에 그는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담긴 ‘반성문’을 통해 정면으로 사죄하며 엎드렸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한편, 차근차근 ‘더 큰’ 미래를 준비해 왔음은 물론이다. 마침내 그는 작년 10월에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2위로 선전하며 화려한 복귀의 신호탄을 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의 대권가도 앞에 놓인 장애물은 산 넘어 산, 한마디로 ‘첩첩산중’ 그 자체다.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당 내의 잠룡들과 피 터지는 경쟁을 치러야 한다.

이미 주도권을 잡으며 대세론을 형성한 손 대표는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다. 손 대표의 지지율이 4·27 분당 재보선 직후와 비교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당 아래 천당’이라 불리던 한나라당의 안방을 탈환한 일등공신이 손 대표인 만큼 가장 먼저 만나게 될 경쟁자임에 틀림없다. 사실상 1차 관문의 최대 난적인 셈이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중도’적인 손 대표와의 차별화를  위해 ‘진보’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FTA 문제를 놓고 정 최고위원은 좀 더 강경한 노선을 주장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FTA 재협상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데 이어 최근에는 국회의원들의 서명까지 받고 있다. 이미 25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그는 복귀 후 ‘좌클릭’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당내 강경론자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점에서 입지를 잘 다져 활용한다면 좋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관문 최대 난적 손학규
뛰어넘을 수 있을까?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정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 맞서려면 ‘야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2차 관문인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친다면 두 번째로 만날 경쟁자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 대표 역시 ‘손학규 대세론’ 이전까지 강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점쳐지는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유 대표는 ‘묻지마 지지자’들이 주축인 ‘골수팬’을 확보하고 있다. 유 대표의 이 고정지지층이 세력을 확장시켜 나간다면 언제든지 부활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다.

어렵게 야권 내 경쟁자를 따돌리더라도 역시 끝이 아니다. 그 다음은 바로 여·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라는 험준한 산맥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난제를 극복하는 해답은 정해져있다. 바로 ‘민심’을 사로잡는 것. 정치인에게 있어 민심을 거역한다는 것은  ‘대역죄’이기 때문이다.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탄탄한 정책과 동시에 실천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 평화와 통일,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 노동문제 해결 등을 실현할 단일정당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실제로 이러한 현안들을 이미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담대한 진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진보로 향해가고 있다. 중도개혁을 당헌에서 삭제했고, ‘보편적 복지’를 추가했다. 국민들이 진보를 요구하는 것에 부응해 확실하게 ‘좌회전’ 선언을 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아동수당이나 노인연금 등 보편적 복지, 역동적 복지를 위해 소득 최상위 0.1%에게만 부과하는 ‘부유세’를 주장하고 있다.

화끈하게 좌향좌로 틀어
‘복지’ ‘노동’ 카드 꺼내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서 그는 의원들 사이에서 ‘기피 상임위’로 꼽히는 ‘환경노동위’를 자청했다. 이어 노동문제라는 고리로 진보정당과 노동계와의 공감대를 넓혀왔다. 또 지난달 29일 다른 야당 및 양대 노총과 함께 노조법 재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정 최고위원은 전주 버스 파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12m 망루에 올랐다. 그는 민주노총 간부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망루에서 내려올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사가 모두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로 해결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그의 적극적인 노력은 이질감이 심한 양대 노총으로부터도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정 최고위원은 빠른 시대변화에 대처하는 ‘역동적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 ‘트위터’도 일찌감치 시작했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특강 등 젊은층과 꾸준히 접촉하고 소통해오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정 최고위원은 연령대별 지지에서 20~30대 지지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대선에서 최대 이슈가 될 사항으로는 ‘남북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의 경직된 남북관계를 다음 정권에서 주도적으로 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SNS’기반으로 20~30대와 소통 폭 넓혀
‘발로 뛰는 통일행정가’찬사 받으며 발판 구축

따라서 정 최고위원이 민주와 진보를 아우르는 세력기반을 구축하고 그들과 함께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가치비전으로 연합한다면 대권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것이 바로 차기 대선을 논하는 과정에서 정동영을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지난 정권에서 정 최고위원은 개성공단 건설 경험으로 ‘발로 뛰는 통일행정’을 일궜다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접견한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의 상황에서 ‘통일’을 대비해 역량 있는 정책을 내세운다면 정 최고위원이 선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역량있는 통일정책 마련해야
야권 대통합 위해 동분서주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선 ‘연합정치’와 ‘담대한 진보’로 가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전부터 그는 줄기차게 ‘민주-진보 대통합론’을 주창하며, 진보정당에 끈질긴 구애작전을 펼쳤다. 이어 ‘야권통합 단일정당 논의기구’를 띄우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에게 강한 불신을 가졌던 진보진영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철저하게 쇄신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그가 제시하는 대안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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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