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29> 빗장 풀린 상품들

정부가 연 문틈 사이로 호재 보인다


관련법 개정·종합대책 등 통해 각종 규제 완화
실수요자 혜택 풍성…베팅처 물색 투자자들 관심

최근 부동산 시장에 규제가 풀린 부동산 상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동안 규제로 인해 투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지만 규제가 풀림으로써 투자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규제가 풀린 대표적인 부동산을 꼽아보면 노인복지주택(실버주택), 거주요건이 없어진 1주택, 층수제한이 풀린 점포 겸용 주택 등이 있다.

[노인복지주택]
거래제한 완화
일반인도 거래

노년층을 위해 만든 노인복지주택(실버주택)이 최근 재테크나 투자 대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실버주택은 노인 주거 안정화를 위해 1989년 임대 중심 운영을 전제로 도입한 주택이다. 이후 1997년부터 분양이 허용되면서 현재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5000가구가 공급됐다. 분당 헤리티지 외에도 40∼50층 고층 건물 2개로 이뤄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더 클래식 500’, 경기도 용인시 명지대 캠퍼스 옆 ‘엘펜하임 실버타운’등이 대표적이다.

국회는 지난 3월 노인복지주택(실버주택)의 거래제한을 완화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도 실버주택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그동안 60세 이상의 노인에게만 입소자격이 주어지고 매매가 가능했지만, 2008년 8월4일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실버주택이라면 거래나 임대는 물론 거주까지 가능해졌다.

노인복지주택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3월 통과된 개정안의 주요 요지는 2008년 노인복지법 개정 이전 대상에 대해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정 이후 신규 분양이 없었던 만큼 사실상 모든 노인복지주택에 대해 거래를 풀어주겠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노인복지주택은 노인의 주거안정 지원과 생활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노인복지시설이다. 그래서 건축부지 취득에 세금을 감면받는 한편 일반 아파트에 비해 시설의 설치기준도 낮다.

주택구입자 입장에서는 취·등록세 50%를 감면받고 전기세 20%를 할인받는다. 주택을 짓는 건설주체는 주차장이나 유치원, 놀이터 등 부대시설의 의무규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린벨트 등 녹지시설이나 공공택지를 싼 값으로 매입해 건축을 할 수 있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소위 알짜 부지에 시공을 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노인복지주택의 한계도 있다. 우선 전용율이 낮다. 일반 아파트에 비해 공동시설물이 많아 전용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통상 50%대다. 의료시설이나 조리시설, 커뮤니티시설 등 공용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탓이다.

다양한 편의시설은 관리비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월 관리비만 수백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평면 역시 일반 아파트와 차이가 있다. 주방이 비교적 좁다. 가정주부가 사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태반이다. 음식 조리시설이나 공간에 힘을 뺀 이유는 수요자 대부분 부유한 노년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곳이 혜택을 받을까. 보건복지부의 2011 노인복지시설현황에 따르면 2010년 12월31일까지 신고된 노인복지주택은 4647가구다. 분양 성공의 대표 사례인 송도병원의 시니어스타워를 비롯해 지난해 시설을 완료한 벽산블루밍 더클래식까지 22곳이다.

하지만 우림건설이 지은 카이저팰리스나 삼성생명 노블카운티, 신성건설의 아너스밸리, 건국대의 더 클래식 500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신고 되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5000가구를 넘어선다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시장은 개정법 통과로 일단 호재다. 일반 공동주택에 비해 거래가 없고 미분양이 적체돼 있는 노인복지주택이지만 3월 중순 이후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올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일부가 거래되고 3000만∼5000만원까지 시세가 올랐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인복지주택 거래에 신중을 기하라고 조언한다. 노인 밀집지역이라는 특수성과 높은 가격이 주택 수요에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전히 많은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는 것이 신중론의 배경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신고 된 노인복지시설 22곳 중 벽산블루밍 더클래식은 220가구 모집에 48가구만 입주해 있는 등 입주자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곳이 7곳이나 됐다. 기존 아파트에 비해 전용율이 낮고 가격이 높아 주거시설로서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노인복지주택은 주택연금 가입도 가능하다. 지난해 7월부터 노인복지주택도 주택연금 대상에 포함되었다. 주택연금이란 주택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받거나 혹은 목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한다. 금리는 노인복지주택 가격 상승률과 기대수명에 근거해 3.55%(변동금리)로 적용되고 있다.

지급방식은 매달 똑같은 금액을 받는 고정형과 처음엔 적게 받다가 나중에 많이 받는 증가형, 처음에 많이 받다가 점차 적게 받는 감소형 등이 있다. 단,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은 해당사항이 없다. 분양형만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3년차 아파트]
거주요건 삭제
매물 늘어날듯

2008년 서울 강북지역에서 후분양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 시기에 전세를 놓은 박경한씨는 5억원에 분양 받은 아파트가 7억원까지 오르면서 최근 매도를 결심했다. 그동안 이 아파트에 거주를 하지 못해 양도세 부담이 컸지만, 최근 정부가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2년 거주요건’ 없이도 2억원의 시세 차익을 고스란히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 아파트를 팔아 강남지역 진입을 노려볼 생각이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5·1 대책’을 통해 서울·과천 및 5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의 양도세 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시장 침체로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매도·매수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 않지만, 양도세 비과세에 거주요건이 없어진 만큼 이를 계기로 ‘갈아타기’를 시도하거나, 전세를 끼고 내 집 마련을 해보려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게 생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3·22 대책’을 통해 올해 말까지 주택 취득세 50% 감면 혜택을 주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경우 올해 안에 움직이는 것이 유리하다. 주거 환경이 좋은 곳의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를 낀 투자가 일부 살아나고, 거주가 불편해 투자가 어려웠던 재건축·재개발 주택 등의 거래에도 이번 대책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물 대거 쏟아질 가능성 높아
질 좋고 저렴한 물건 건질 기회


전세가율 높은 지역에서 내집 마련을 시도해 볼 만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3년 안에 ‘내집’에 입주하는 것을 꿈꾸는 수요자들이라면 지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 1년여간 서울 및 수도권의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세난이 발생하면서 주요 지역 아파트들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집값이 높은 서울지역 전세가율은 2∼3년 전만 해도 40%대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50%를 넘긴 곳도 적지 않다.

올 하반기에는 강남 대치 청실아파트, 송파구 가락 시영아파트 등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들의 이주가 예정돼 있는 데다, 이번에 양도세 규제가 풀린 서울·과천 및 1기 신도시에서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세가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역세권과 중소형 신규 아파트 급매물을 중심으로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투자를 해놓는다면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입주 3년차 새 아파트 매물도 눈여겨봐야 한다. 매물이 많이 나오는 곳에 급매물도 나오고,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다. 전문가들은 내집 마련 수요자들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되는 입주 3년차 새 아파트를 노려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입주 3년차는 ‘3년 보유요건’을 충족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장에 해당단지 매물이 많이 나온다.

더구나 이번에 ‘거주요건’이 완전히 없어지면서 3년 전 서울의 새 아파트에 투자해놨던 사람들의 물건이 대거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집값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상태에서 매물이 늘어나면 질 좋고 저렴한 매물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여기에 입주 3년차 아파트는 사실상 ‘새 아파트’라는 점에서 장기 실거주 가치도 뛰어나다.

재건축·리모델링 호재들을 꼼꼼히 살펴 투자해 볼 만하다. 재건축·재개발 주택이나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를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도 이번 양도세 규제완화 대책은 호재임이 분명하다. 수십년씩 노후된 이들 주택은 거주가 불편하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거주 요건’이 없어졌다는 점이 투자를 훨씬 유연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서울지역 주요 재개발·재건축 주택의 경우 가격이 꼭짓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큰 데다, 최근에 재개발 사업 구조조정 등 정책 변수가 많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

리모델링 호재가 있는 1기 신도시 분당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이번 대책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도 관심이다. 분당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은 16개 단지, 1만7205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리모델링 역시 최근 임대주택 의무비율, 초과이익 환수, 기부채납 등의 규제가 도입될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정책 변수를 꼼꼼히 점검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점포 겸용 주택]
층수제한 폐지
수익률↑ 전망

‘5·1 대책’ 발표로 층수제한이 풀린 점포 겸용 주택도 인기다. 임대수익은 물론 시세차익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요즘 신도시 등 대형택지지구에 있는 점포 겸용·블록형 단독주택의 가격이 뛰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귀한 몸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5·1 대책’을 통해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의 층수제한을 완화하고 가구수 규제를 폐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블록형 단독주택은 한 필지당 1가구, 점포 겸용 단독주택은 필지당 3∼5가구로 가구수가 정해져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 시장전문가는 “바뀌는 규정을 적용해 점포 겸용 단독주택을 새로 지을 경우 임대수익률이 20%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삼성반도체 등 소형주택 세입자가 많은 대형 공장이나 대학가 인근의 택지지구가 우선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용인서천지구나 동탄신도시 내 단독택지도 유망하다. LH는 연말까지 10개 택지지구에서 811필지의 점포 겸용·블록형 단독주택용지를 새로 분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인천 청라지구 등에 있는 미분양 단독주택용지는 최대 20%까지 가격을 내려 분양하고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상가114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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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