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상득-이재오 ‘신권력 삼국지’

‘한 지붕 세 가족’이 부르는 ‘오월동주가(吳越同舟歌)’

[일요시사=장미란 기자] 한나라당에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4·27 재보선 이후 당내 권력지형도가 요동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의원총회에서 당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징조들이 엿보이고 있다. 비주류인 황우여-이주영 원내사령탑 출범 이면에 친이·친박계로 양분됐던 당내 계파 구도의 변화와 새로운 연대의 축이 읽히고 있는 것. ‘빅뱅’을 앞둔 한나라당의 속을 들여다봤다.

당 쇄신에 힘 합친 소장파·친박계 ‘황우여 원내대표’
이상득 “자연스러운 선택” 당내 변화 기류에 동조


차기 대선주자이자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패배와 대통령특사를 계기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여권의 6선 중진인 이상득 의원, ‘정권의 2인자’로 꼽히는 이재오 특임장관. 현재 여권의 최대 주주로 꼽히는 3인을 중심으로 당내 권력지형도가 꿈틀거리고 있다.

박근혜·이상득·이재오
3대 주주 ‘태풍의 눈’으로

당초 한나라당 권력구도는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가 비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친이계인 이 의원과 이 장관의 보이지 않는 권력다툼 속에 희비를 달리해왔다.

이 의원과 이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같이 뛰었다. 그러나 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여러 차례 충돌을 거듭했다. 수도권 친이계를 중심으로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던 1차 반란은, 이 대통령이 이 의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됐다. 이 의원은 여권 핵심으로 자리를 굳혔고 이 장관은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유학에서 돌아온 이 의원이 다시 이 대통령의 곁으로 돌아오면서 여권의 분위기도 급변했다. 이 의원은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재보선에 출마, 금배지를 달고 특임장관까지 돼 여의도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는 ‘정권의 2인자’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반면 이 의원은 4·29 재보선에서 ‘막후정치’ 논란에 휩싸이면서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 의원이 빠진 자리에 자연스레 이 장관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그러나 ‘친이계’라는 한 울타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돕기 위해 중요한 순간순간 힘을 합쳐왔다.
하지만 최근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손을 잡았던 이들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가고 있다. 그리고 원내대표 경선이 그 변화의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황우여 의원이 이주영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 4기 원내대표-정책위의장에 당선된 것.

황 의원은 이날 경선에서 재적의원 172명, 출석의원 157명 중 90표를 얻어 64표를 얻은 안경률 의원을 제치고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이는 ‘비주류의 반란’으로 칭해진다. 1차 투표에서 64표를 얻었던 황 의원이 2차 결선투표에서 90표를 얻기까지 황 의원을 지지했던 수도권 소장파는 물론 이병석 의원을 지지했던 이상득계와 친박계의 표까지 흡수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박근혜 손잡은(?) 형님
묘한 분위기 포착돼

황 의원의 당선에 당 안팎이 들썩이고 있지만 이 의원의 반응은 차분했다. 그는 지난 7일 대통령특사로 남미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황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에 대해 “이변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황 의원의 당선을 친이계 몰락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동감하지 않는다”며 “친이계, 친박계와 관계없는 선택으로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예측이 빗나간 경우도 많지 않았느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당내에서 흐르고 있는 변화의 기류에 대해서만큼은 확인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손을 잡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과 이 장관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각각 이병석 의원과 안경률 의원을 지원했다. 1차 투표에서 이병석 의원이 떨어지고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이 의원측이 안경률 의원을 밀었다면 승기는 안경률 의원에게로 기울었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이 의원측은 황 의원을 선택했고 이것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당내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갈등을 중재했던 이가 바로 이 의원”이라며 “친박계가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오는 와중에도 이 의원과는 협력관계를 형성해왔다”는 점을 새삼 거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당 안팎에서는 친이계 내부에서 권력다툼이 벌어지고 차기 대권에 대한 말들이 나올 때마다 이 의원과 박 전 대표가 손을 잡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이 적지 않았다. 이른바 ‘이상득-박근혜 연대설’이 끊이지 않았던 것. 그리고 결국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이 의원과 박 전 대표 측의 ‘느슨한 연대’가 확인되지 않았냐는 주장이다.

실제 이 장관이 경선 후 사석에서 “배신당하는 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희생양도 한번이지, 희생양이 직업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이상득 배후설’을 키웠다. 이러한 발언들이 이상득계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 것.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자신의 의중이 포함됐다는 ‘개입설’을 일축했다. 그는 9일 “설령 내가 지시했다고 해도 의원들이 내 말을 듣겠냐. 가만히 있는 사람을 놓고 왜 그런 억측들을 쏟아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장관 측도 이 장관의 ‘배신’ 발언에 대해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장관의 측근인 권택기 의원은 “현 정부 탄생과 함께 배지를 달고서 안정적 국정운영에 협조하고 당의 중심을 잡자는 사람들이 미래권력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 한 말”이라고 했다.

다음 시대의 정치
‘기회’ 잡는 건 누구?
 
하지만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당내 권력을 둔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정가 인사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친이계도 이상득계와 이재오계에서 소장파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류를 보이고 있고 중립지대로 향하는 친이·친박계의 숫자도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출범한 ‘새로운 한나라’가 대표적이다.

쇄신을 추진하기 위한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는 이날 공식 발족했다. 출범하자마자 친박계 인사 10여 명을 포함, 44명이 참여하면서 당내 최대 계파모임인 ‘함께 내일로’에 이어 두 번째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회원을 더 늘릴 예정이니 ‘첫번째 세력’이 되는 것도 꿈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6선 그 이상 노리는 이상득 차기 대권 킹메이커?
숨죽인 이재오 당내 측근 약세에 반격 기회 노려

즉, 친이·친박계로 권력지형이 양분됐던 이전에 비해 친이재오계와 친이상득계, 중도·소장파, 친박계 등으로 권력구도가 다변화되고, 또한 ‘연대’의 형식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 가운데서 이 의원도 이 장관도 박 전 대표도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큰 충격을 받은 이 장관은 당분간 침묵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 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도 나오지 않은 채 지역구에서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에 ‘특임장관 사퇴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분간 장관 업무에 충실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치권은 이 의원이 5월 이내에 전후해 ‘새로운 역할’에 대한 구상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으로 받은 타격이 적지 않지만 60여 명에 이르는 친이재오계의 결속력을 확인한 이상 그의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김무성 전 원내대표도 “권력이동이 있었지만 이 장관은 여전히 실체”라며 “이 장관이 설 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설 자리를 안 만들어 주고 흔들면 당이 분열된다”는 말로 그의 새로운 역할을 예고했다.


역할 찾는 대주주들
여권 대지진 일어날까

차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 의원도 ‘멀리 보고’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집권이 시작된 후 ‘동생(이 대통령)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형님(이 의원)이 정치를 (이 대통령보다) 먼저 해서 6선까지 됐다. 동생이 대통령이니 자기 인생은 좀 양보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여기고 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총선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 친이계 대선주자나 박 전 대표 모두 ‘손’을 내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킹메이커’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도 이번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서서히 날개를 펴고 있다. 싱크탱크를 출범하는가 하면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직을 맡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로 그의 주가는 날로 치솟고 있다.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구원투수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대통령특사로 떠났던 유럽 방문길 말미에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들이 있고 하니 아무래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정치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가 조만감 다시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의 귀국 후 이어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이 대통령과 이 장관의 ‘회동’과 7월4일 개최키로 잠정 결정된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것.
한 정치컨설턴트는 “급변하는 정치 상황에 따라 한나라당 내 계파들간 전략적 연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중립·소장파와 친박계, 이재오계의 연합구도가 형성됐지만 차기 당권을 둔 셈법은 또 다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민심이 한나라당에 바라는 바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읽고 있냐는 점과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해법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나라당의 앞날을 좌우할 연대의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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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