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상득-이재오 ‘신권력 삼국지’

‘한 지붕 세 가족’이 부르는 ‘오월동주가(吳越同舟歌)’

[일요시사=장미란 기자] 한나라당에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4·27 재보선 이후 당내 권력지형도가 요동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의원총회에서 당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징조들이 엿보이고 있다. 비주류인 황우여-이주영 원내사령탑 출범 이면에 친이·친박계로 양분됐던 당내 계파 구도의 변화와 새로운 연대의 축이 읽히고 있는 것. ‘빅뱅’을 앞둔 한나라당의 속을 들여다봤다.

당 쇄신에 힘 합친 소장파·친박계 ‘황우여 원내대표’
이상득 “자연스러운 선택” 당내 변화 기류에 동조


차기 대선주자이자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패배와 대통령특사를 계기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여권의 6선 중진인 이상득 의원, ‘정권의 2인자’로 꼽히는 이재오 특임장관. 현재 여권의 최대 주주로 꼽히는 3인을 중심으로 당내 권력지형도가 꿈틀거리고 있다.

박근혜·이상득·이재오
3대 주주 ‘태풍의 눈’으로

당초 한나라당 권력구도는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가 비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친이계인 이 의원과 이 장관의 보이지 않는 권력다툼 속에 희비를 달리해왔다.

이 의원과 이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같이 뛰었다. 그러나 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여러 차례 충돌을 거듭했다. 수도권 친이계를 중심으로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던 1차 반란은, 이 대통령이 이 의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됐다. 이 의원은 여권 핵심으로 자리를 굳혔고 이 장관은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유학에서 돌아온 이 의원이 다시 이 대통령의 곁으로 돌아오면서 여권의 분위기도 급변했다. 이 의원은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재보선에 출마, 금배지를 달고 특임장관까지 돼 여의도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는 ‘정권의 2인자’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반면 이 의원은 4·29 재보선에서 ‘막후정치’ 논란에 휩싸이면서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 의원이 빠진 자리에 자연스레 이 장관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그러나 ‘친이계’라는 한 울타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돕기 위해 중요한 순간순간 힘을 합쳐왔다.
하지만 최근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손을 잡았던 이들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가고 있다. 그리고 원내대표 경선이 그 변화의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황우여 의원이 이주영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 4기 원내대표-정책위의장에 당선된 것.

황 의원은 이날 경선에서 재적의원 172명, 출석의원 157명 중 90표를 얻어 64표를 얻은 안경률 의원을 제치고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이는 ‘비주류의 반란’으로 칭해진다. 1차 투표에서 64표를 얻었던 황 의원이 2차 결선투표에서 90표를 얻기까지 황 의원을 지지했던 수도권 소장파는 물론 이병석 의원을 지지했던 이상득계와 친박계의 표까지 흡수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박근혜 손잡은(?) 형님
묘한 분위기 포착돼

황 의원의 당선에 당 안팎이 들썩이고 있지만 이 의원의 반응은 차분했다. 그는 지난 7일 대통령특사로 남미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황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에 대해 “이변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황 의원의 당선을 친이계 몰락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동감하지 않는다”며 “친이계, 친박계와 관계없는 선택으로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예측이 빗나간 경우도 많지 않았느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당내에서 흐르고 있는 변화의 기류에 대해서만큼은 확인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손을 잡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과 이 장관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각각 이병석 의원과 안경률 의원을 지원했다. 1차 투표에서 이병석 의원이 떨어지고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이 의원측이 안경률 의원을 밀었다면 승기는 안경률 의원에게로 기울었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이 의원측은 황 의원을 선택했고 이것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당내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갈등을 중재했던 이가 바로 이 의원”이라며 “친박계가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오는 와중에도 이 의원과는 협력관계를 형성해왔다”는 점을 새삼 거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당 안팎에서는 친이계 내부에서 권력다툼이 벌어지고 차기 대권에 대한 말들이 나올 때마다 이 의원과 박 전 대표가 손을 잡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이 적지 않았다. 이른바 ‘이상득-박근혜 연대설’이 끊이지 않았던 것. 그리고 결국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이 의원과 박 전 대표 측의 ‘느슨한 연대’가 확인되지 않았냐는 주장이다.

실제 이 장관이 경선 후 사석에서 “배신당하는 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희생양도 한번이지, 희생양이 직업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 ‘이상득 배후설’을 키웠다. 이러한 발언들이 이상득계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 것.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자신의 의중이 포함됐다는 ‘개입설’을 일축했다. 그는 9일 “설령 내가 지시했다고 해도 의원들이 내 말을 듣겠냐. 가만히 있는 사람을 놓고 왜 그런 억측들을 쏟아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장관 측도 이 장관의 ‘배신’ 발언에 대해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장관의 측근인 권택기 의원은 “현 정부 탄생과 함께 배지를 달고서 안정적 국정운영에 협조하고 당의 중심을 잡자는 사람들이 미래권력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 한 말”이라고 했다.

다음 시대의 정치
‘기회’ 잡는 건 누구?
 
하지만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당내 권력을 둔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정가 인사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친이계도 이상득계와 이재오계에서 소장파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류를 보이고 있고 중립지대로 향하는 친이·친박계의 숫자도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출범한 ‘새로운 한나라’가 대표적이다.

쇄신을 추진하기 위한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는 이날 공식 발족했다. 출범하자마자 친박계 인사 10여 명을 포함, 44명이 참여하면서 당내 최대 계파모임인 ‘함께 내일로’에 이어 두 번째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회원을 더 늘릴 예정이니 ‘첫번째 세력’이 되는 것도 꿈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6선 그 이상 노리는 이상득 차기 대권 킹메이커?
숨죽인 이재오 당내 측근 약세에 반격 기회 노려

즉, 친이·친박계로 권력지형이 양분됐던 이전에 비해 친이재오계와 친이상득계, 중도·소장파, 친박계 등으로 권력구도가 다변화되고, 또한 ‘연대’의 형식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 가운데서 이 의원도 이 장관도 박 전 대표도 ‘새로운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큰 충격을 받은 이 장관은 당분간 침묵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 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도 나오지 않은 채 지역구에서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에 ‘특임장관 사퇴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분간 장관 업무에 충실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치권은 이 의원이 5월 이내에 전후해 ‘새로운 역할’에 대한 구상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으로 받은 타격이 적지 않지만 60여 명에 이르는 친이재오계의 결속력을 확인한 이상 그의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김무성 전 원내대표도 “권력이동이 있었지만 이 장관은 여전히 실체”라며 “이 장관이 설 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설 자리를 안 만들어 주고 흔들면 당이 분열된다”는 말로 그의 새로운 역할을 예고했다.


역할 찾는 대주주들
여권 대지진 일어날까

차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 의원도 ‘멀리 보고’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집권이 시작된 후 ‘동생(이 대통령)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형님(이 의원)이 정치를 (이 대통령보다) 먼저 해서 6선까지 됐다. 동생이 대통령이니 자기 인생은 좀 양보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여기고 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총선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에서 친이계 대선주자나 박 전 대표 모두 ‘손’을 내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킹메이커’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도 이번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서서히 날개를 펴고 있다. 싱크탱크를 출범하는가 하면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직을 맡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로 그의 주가는 날로 치솟고 있다.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구원투수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대통령특사로 떠났던 유럽 방문길 말미에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들이 있고 하니 아무래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정치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가 조만감 다시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의 귀국 후 이어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이 대통령과 이 장관의 ‘회동’과 7월4일 개최키로 잠정 결정된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것.
한 정치컨설턴트는 “급변하는 정치 상황에 따라 한나라당 내 계파들간 전략적 연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중립·소장파와 친박계, 이재오계의 연합구도가 형성됐지만 차기 당권을 둔 셈법은 또 다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민심이 한나라당에 바라는 바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읽고 있냐는 점과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해법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나라당의 앞날을 좌우할 연대의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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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