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아이 잡은 ‘진사모’ 실체

진돗개 숭배하는 종교를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3세 어린아이를 때려죽인 사이비 종교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종교는 특이하게도 ‘진돗개’를 숭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기행은 여러 사람들에게 목격됐다. 유모차에 진돗개를 태우고 다니며 ‘시중’을 드는가 하면 진돗개가 보고 짖는 사람을 악마에 씌인 것으로 단정 짓고 괴롭히기도 했다. <일요시사>에서 이 종교의 실체를 파헤쳐 본다.

“큰 진돗개를 포대기도 없이 등에 업고 산책을 시키고 있었어요.” “진돗개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여러 번 봤어요.” 지난해까지 서울 강서구 화곡동서 거주한 안모(55)씨와 이모(49)씨 부부에 대한 동네 주민들 목격담이다. 지난 14일 이 부부가 거주했던 화곡동의 빌라서 세 살배기 아이가 “악귀에 씌었다”며 폭행을 당해 숨진 사실이 3년 만에 알려졌다.

“악귀 씌였다”

지난 17일 경찰과 주민들에 따르면 이 부부는 오래 전부터 동네서 애견인으로 소문이 났다. 안씨 부부는 2008년 화곡동의 빌라 4채를 매입했는데 그 중 한 채를 통째로 진돗개 10여 마리를 키우는 데 사용했다. 유별난 진돗개 집착에 급기야 ‘진돗개를 사랑하는 모임(진사모)’이라는 사이비 종교집단까지 만들고 사람들을 하나둘씩 모아 10여명이 함께 생활했다.

이들은 진돗개를 단순히 보살피는 수준을 뛰어넘어 ‘영적인 존재’라며 숭배하고 모시는 기행을 벌였다. 각자 생업을 하면서 매월 10만∼20만원씩 성금 개념으로 안씨 부부에게 헌납했다.

같은 빌라서 거주했던 주민들은 이들에 대해 항상 모여다니면서 진돗개를 업고 다니거나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하고 빌라 옥상에 나무로 정자를 만들어 기도 집회를 자주 했던 특이한 신도들로 기억했다.


사이비 종교집단 만들고 10여명 생활
개 보살피는 수준 넘어 영적인 존재로

주민들은 이들이 전도 행각을 벌이거나 특별히 난동을 부리지는 않았어도 진돗개들이 시끄럽게 짖는 소리 때문에 안씨 부부에게 민원을 넣은 적이 종종 있었다고 했다.

안씨 부부 소유의 빌라를 매입했던 부동산 공인중개사 A씨는 “상당히 친절한 사람들이었는데 끔찍한 사건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A씨는 “하얗고 털이 북슬북슬한 진돗개들 4∼5마리를 키웠던 걸로 기억한다. 새끼 진돗개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는 모습은 종종 봤지만 요즘 애견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은 많아서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8∼9명이 개들과 함께 지내며 서로 돕고 사는 것으로 보였다. 저한테 굉장히 잘해서 친하게 지냈는데 기사를 보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빌라 인근 마트 주인도 “개를 안고 다니는 모습을 봤다. 여럿이 몰려 다니긴 했으나 종교집단인지는 몰랐다.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평범한 가정 주부였던 최모(41)씨가 김씨를 알게 된 후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졌다. 종교 문제로 남편과의 갈등이 깊어지자 최씨는 2014년 2월 이혼을 결심한 뒤 아들 김모(당시 3세)군과 딸 김모(9)양을 데리고 화곡동 빌라에 들어갔다.


성인들만 지내는 곳이었지만 최씨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안씨 부부와 김모(53·여)씨가 자녀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허가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김씨는 행동대장 역할을 자처하면서 어린 김군이 오줌을 못 가리거나 고집을 피울 경우 ‘악귀가 씌었다’며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진돗개는 매일같이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시키는 등 유별나게 예뻐하는 반면 어린 아이에게는 적개심을 품고 폭력을 가한 것이다.
 

최씨는 갈 곳 없는 자신을 받아줬다는 감사함으로 김씨의 반복적인 손찌검에 큰 심각성을 갖지 않았다. 반년가량 학대가 이어지다 2014년 7월7일 김군은 결국 코피를 흘리면서 숨을 거뒀다. 김씨가 평소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며 나무 주걱으로 김군의 온몸을 수차례 때리다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엄마 최씨는 김군의 상태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으나 극심한 두려움에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기로 결심했다. 김군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고 암매장했다.

사건 당일 오후 7시 최씨는 김씨 및 안씨 부부와 함께 김군의 시신을 큰 상자에 넣은 다음 전북서 또 다른 회원 김모(71·여)씨가 거주하는 전북 완주군의 한 야산에 묻었다. 사흘 뒤 야산에 멧돼지가 출몰해 땅을 파헤친다는 소문에 이들은 시신을 다시 파내 화장하고 임실의 강변에 유골을 뿌렸다.

사건 직후 최씨는 딸과 함께 빌라서 나왔지만 잘못된 믿음은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최씨는 한 달 뒤 김씨의 지시로 “아들이 부천서 실종됐다”는 거짓신고를 했다. 최씨의 허위 신고 탓에 경찰은 김군의 행방을 찾기 위해 3년을 허비해야 했다.

경찰은 최씨가 실종 한달 후에 신고를 한 점, 조사에 비협조적인 점 등이 의심스러워 수사를 확대한 결과 전북에 거주하고 있던 김씨로부터 “김군을 때렸는데 죽어서 시체를 유기했다”는 진술을 최근 확보했다.

김씨의 자백으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김씨나 안씨 부부 등 일당은 진돗개를 대체 왜 숭배했고 어떤 교리를 가졌는지에 대한 추궁에는 “진돗개를 사랑했을 뿐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함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이 “진돗개가 잡귀를 물리친다는 뜻에서 모신 거냐”고도 물었으나 역시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등에 업고 유모차 태우고 다녀
정자 만들고 기도 집회 갖기도

경찰은 신도들이 집단 생활을 하는 경기 용인에도 여러 번 찾아갔다. 경찰은 “신도들이 개를 등에 업고 마당에서 산책시키는 모습을 봤다”면서도 “집 안에 개를 모신 제단이 있다거나 특별히 숭배하는 종교의식을 벌인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돗개는 단체 가입 미끼로 내세운 장치일 뿐 실제 종교적 대상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지난 11일 김씨는 현장검증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죽일 의도는 없었고 때린 걸 후회한다”며 흐느껴 울었다.

김군의 엄마인 최씨도 “아들에게 너무 무심했다. 공동체 생활한 것을 후회하고 아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 김씨가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뒤늦은 후회

경찰은 지난 14일 이들을 폭행치사 및 사체 유기·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인정하며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으나 왜 하필 진돗개를 극진히 모셨는지 등은 아직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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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