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뭐하나’ 담철곤 행방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24 10:35:44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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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좌불안석이다. 심상찮은 ‘사정 바람’이 또다시 담 회장을 덮칠 위기에 놓여서다. 회삿돈 횡령으로 여전히 ‘집행유예’ 기간인 담 회장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담 회장의 해외 출국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담 회장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담철곤 회장을 옥죄고 있는 곳은 검찰이다. 지난해부터 고소·고발을 당하며, 최근에는 오리온의 임직원이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담 회장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는 얘기다.

살얼음판 걷다
지금 어디에?

검찰은 그동안 담 회장을 둘러싼 탄원서와 고소·고발 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담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 의혹이다. 6년 만에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담 회장의 횡령 의혹 사건을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했다고 12일 밝혔다. 고소인은 담 회장의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고발인은 동양그룹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등이다.

고소·고발의 핵심은 담 회장이 식품포장용기 제조업체인 아이팩 지분을 빼돌려 약 22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다.


이 전 부회장 등이 제출한 고소·고발장에 따르면 아이팩의 전신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이 1988년 인수한 신영화성공업이다. 1997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1989년 이 전 회장이 사망한 뒤 아이팩 지분은 부인 이관희씨와 두 딸인 이 전 부회장,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다만 해당 지분은 아이팩 임직원들이 명의신탁 형식으로 차명보유하고 있었다.

담 회장은 1991년부터 아이팩 관련 이익배당금을 상속자들에게 전달하며 차명주식을 관리하다가 2006∼2011년 주식을 자신 명의로 전환했다. 이후 지분 유상감자를 통해 80억원을 횡령하고 나머지 지분 중 일부를 오리온에 매각해 145억원을 챙겼다는 게 고소·고발인 측 주장이다.

이와 함께 담 회장은 오리온 소유의 미술품 2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두 작품의 가격은 각각 2억5000만원과 1억74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오리온 전현직 직원들이 검찰에 담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투서를 넣었다.

이들 임직원들은 지난 13일 “담 회장이 치부와 사치를 위해 횡령, 탈세, 비자금 조성, 해외재산 도피 등 각종 범죄 행위를 대범하게 계속 저질러왔다”고 주장하면서 고소·고발된 담 회장을 엄중히 수사하고 처벌해줄 것을 사법당국에 촉구했다.

이들 임직원들은 이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담 회장의 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12개 항목에 걸쳐 담 회장의 횡령, 탈세, 비자금, 해외재산 도피와 관련된 비리 의혹들이 열거돼있다.
 


여기에는 고소·고발된 아이팩 지분 횡령 의혹 외에 ▲담 회장 외아들 담서원씨가 군 복무 중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아이팩 주식을 매매에 시세차익을 남긴 의혹 ▲고가 그림, 호화 가구와 자동차, 밀수가 의심되는 시가 16억원 상당의 파텍필립 시계 등을 포함해 치부나 사치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한 의혹 ▲임직원들의 급여증액을 이용한 차액 횡령 및 사기 의혹 ▲해외 재산도피의 사례 ▲스포츠토토의 비자금과 횡령 사건 그리고 위증교사로 범죄은닉 등이 주요 의혹들이다.

부부가 같이?
“어디간지 몰라”

검찰은 최근 고소인과 고발인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조만간 담 회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담 회장이 해외 출국을 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김대성 동양그룹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최근 담 회장 부부가 출국했다”고 귀띔했다.

내부서도 담 회장 부부의 동반 출국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오리온 내부 관계자는 “담 회장이 이 부회장과 함께 출국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내부서도 담 회장이 언제 어디로 출국했는지 모르는 분위기”라는 전언도 있다.

‘스캔들메이커’ 담 회장 좌불안석
검찰 조사 시작…바람 앞 등불?

전직 임원들의 탄원서가 검찰에 제출된 직후 출국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담 회장 부부가 출국한 시기는 지난 15∼16일 주말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담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오리온 측은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고소·고발과 탄원서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탄원서를 제출한 전직 임원들은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고 비리로 퇴직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임직원은 현재 회사와 소송 중이다. 소송 사건을 무마하려고 회사를 흠집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리온은 담 회장 출국과 관련해서는 “해외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으며 현재 한국에 잘 있다”고 언급했다.

검찰의 칼날이 담 회장에게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 회장이 또 걸린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집행유예 기간인 담 회장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담 회장은 1955년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화교 집안서 태어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유학을 마치고 1980년 동양그룹 창업주 이양구 회장의 차녀 이 부회장과 결혼했다. 결혼 후 장인회사인 동양그룹 동양시멘트에 입사했다.

1981년 동양제과로 자리를 옮긴 담 회장은 입사 4년 만에 상무에 올랐으며, 1989년 사장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사위 경영시대’를 열었다. 2001년 동양제과를 동양그룹과 분리하면서 오리온그룹으로 사명을 바꿨다. 같은 해 8월 오리온그룹 회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담 회장은 경쟁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중국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93년 오리온 베이징사무소를 개설하고 1997년 베이징에 공장을 지었다. 중국시장의 성장으로 오리온의 해외 매출은 꾸준히 상승했고 2009년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섰다.

되살아나는
6년전 악몽

승승장구하던 담 회장에게 2010년부터 잡음이 터져 나왔다. 당시 오리온은 CJ그룹에 온미디어를 팔았는데 담 회장이 온미디어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 조사서 무혐의 결론이 났다.

담 회장은 2011년 5월 미술품 구입 등을 통한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2심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고 풀려났다. 당시 이 부회장과 함께 오리온그룹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담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에도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편법상속 논란에 휘말리는 등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담철곤 수사 시나리오
까닥 잘못됐다간 또 ‘콩밥’


검찰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향후 담 회장을 향한 투서와 고소·고발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방에 적이 있는 담 회장의 수사 전망이 주목되는 이유다.

담철곤 회장의 소송전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 담 회장 이름이 오르자 최측근이었던 전직 임원들이 특사에 절대 반대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담 회장이 자신의 범죄를 감추려고 임직원에게 위증교사 등을 하게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담 회장의 오른팔이었던 조경민 전 사장도 비슷한 시기 담 회장을 고소했다. 오너 일가가 20여년 전 주식가격 상승분의 10%를 지급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억원대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선친인 고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으로부터 자신 등이 상속받았어야 할 재산인 아이팩(구 신영화성공업)을 부당하게 가로챘다며 담 회장을 고소했다. 이어 약탈경제반대행동, 동양그룹채권자비상대책위원회 등 4개 시민단체가 미술품 위작과 분식회계 혐의로 또 고발하며, 소송전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집행유예 기간인데…
심상찮은 ‘사정바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리온 전직 임원들이 검찰에 담 회장의 비리를 폭로한 탄원서도 제출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전직 직원들과 오리온 노동조합에서도 담 회장에 대한 탄원서와 기자 회견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담 회장의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먼저 검찰은 지난 5일 김대성 동양그룹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조사한 데 이어 11일에는 이 전 부회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동양그룹채권단은 검찰에 오리온 전직 임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 대표는 “사실 오리온 비리에 대해서는 전직 임원들이 가장 잘 안다”며 “이들 역시도 탄원서에 검찰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검찰에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고 말했다.검찰의 증인 출석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채택된 증인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면담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실제 법조계 주변에서 얘기는 심상찮다. 검찰도 이번 사건을 쉽게 덮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담 회장의 전직 임원들의 증언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최근 재벌·검찰 개혁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담 회장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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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