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뭐하나’ 담철곤 행방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24 10:35:44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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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좌불안석이다. 심상찮은 ‘사정 바람’이 또다시 담 회장을 덮칠 위기에 놓여서다. 회삿돈 횡령으로 여전히 ‘집행유예’ 기간인 담 회장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담 회장의 해외 출국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담 회장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담철곤 회장을 옥죄고 있는 곳은 검찰이다. 지난해부터 고소·고발을 당하며, 최근에는 오리온의 임직원이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담 회장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는 얘기다.

살얼음판 걷다
지금 어디에?

검찰은 그동안 담 회장을 둘러싼 탄원서와 고소·고발 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담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 의혹이다. 6년 만에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담 회장의 횡령 의혹 사건을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했다고 12일 밝혔다. 고소인은 담 회장의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고발인은 동양그룹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등이다.

고소·고발의 핵심은 담 회장이 식품포장용기 제조업체인 아이팩 지분을 빼돌려 약 22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다.


이 전 부회장 등이 제출한 고소·고발장에 따르면 아이팩의 전신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이 1988년 인수한 신영화성공업이다. 1997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1989년 이 전 회장이 사망한 뒤 아이팩 지분은 부인 이관희씨와 두 딸인 이 전 부회장,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다만 해당 지분은 아이팩 임직원들이 명의신탁 형식으로 차명보유하고 있었다.

담 회장은 1991년부터 아이팩 관련 이익배당금을 상속자들에게 전달하며 차명주식을 관리하다가 2006∼2011년 주식을 자신 명의로 전환했다. 이후 지분 유상감자를 통해 80억원을 횡령하고 나머지 지분 중 일부를 오리온에 매각해 145억원을 챙겼다는 게 고소·고발인 측 주장이다.

이와 함께 담 회장은 오리온 소유의 미술품 2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두 작품의 가격은 각각 2억5000만원과 1억74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오리온 전현직 직원들이 검찰에 담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투서를 넣었다.

이들 임직원들은 지난 13일 “담 회장이 치부와 사치를 위해 횡령, 탈세, 비자금 조성, 해외재산 도피 등 각종 범죄 행위를 대범하게 계속 저질러왔다”고 주장하면서 고소·고발된 담 회장을 엄중히 수사하고 처벌해줄 것을 사법당국에 촉구했다.

이들 임직원들은 이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담 회장의 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12개 항목에 걸쳐 담 회장의 횡령, 탈세, 비자금, 해외재산 도피와 관련된 비리 의혹들이 열거돼있다.
 


여기에는 고소·고발된 아이팩 지분 횡령 의혹 외에 ▲담 회장 외아들 담서원씨가 군 복무 중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아이팩 주식을 매매에 시세차익을 남긴 의혹 ▲고가 그림, 호화 가구와 자동차, 밀수가 의심되는 시가 16억원 상당의 파텍필립 시계 등을 포함해 치부나 사치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한 의혹 ▲임직원들의 급여증액을 이용한 차액 횡령 및 사기 의혹 ▲해외 재산도피의 사례 ▲스포츠토토의 비자금과 횡령 사건 그리고 위증교사로 범죄은닉 등이 주요 의혹들이다.

부부가 같이?
“어디간지 몰라”

검찰은 최근 고소인과 고발인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조만간 담 회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담 회장이 해외 출국을 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김대성 동양그룹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최근 담 회장 부부가 출국했다”고 귀띔했다.

내부서도 담 회장 부부의 동반 출국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오리온 내부 관계자는 “담 회장이 이 부회장과 함께 출국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내부서도 담 회장이 언제 어디로 출국했는지 모르는 분위기”라는 전언도 있다.

‘스캔들메이커’ 담 회장 좌불안석
검찰 조사 시작…바람 앞 등불?

전직 임원들의 탄원서가 검찰에 제출된 직후 출국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담 회장 부부가 출국한 시기는 지난 15∼16일 주말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담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오리온 측은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고소·고발과 탄원서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탄원서를 제출한 전직 임원들은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고 비리로 퇴직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임직원은 현재 회사와 소송 중이다. 소송 사건을 무마하려고 회사를 흠집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리온은 담 회장 출국과 관련해서는 “해외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으며 현재 한국에 잘 있다”고 언급했다.

검찰의 칼날이 담 회장에게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 회장이 또 걸린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집행유예 기간인 담 회장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담 회장은 1955년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화교 집안서 태어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유학을 마치고 1980년 동양그룹 창업주 이양구 회장의 차녀 이 부회장과 결혼했다. 결혼 후 장인회사인 동양그룹 동양시멘트에 입사했다.

1981년 동양제과로 자리를 옮긴 담 회장은 입사 4년 만에 상무에 올랐으며, 1989년 사장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사위 경영시대’를 열었다. 2001년 동양제과를 동양그룹과 분리하면서 오리온그룹으로 사명을 바꿨다. 같은 해 8월 오리온그룹 회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담 회장은 경쟁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중국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93년 오리온 베이징사무소를 개설하고 1997년 베이징에 공장을 지었다. 중국시장의 성장으로 오리온의 해외 매출은 꾸준히 상승했고 2009년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섰다.

되살아나는
6년전 악몽

승승장구하던 담 회장에게 2010년부터 잡음이 터져 나왔다. 당시 오리온은 CJ그룹에 온미디어를 팔았는데 담 회장이 온미디어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 조사서 무혐의 결론이 났다.

담 회장은 2011년 5월 미술품 구입 등을 통한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2심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고 풀려났다. 당시 이 부회장과 함께 오리온그룹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담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에도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편법상속 논란에 휘말리는 등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담철곤 수사 시나리오
까닥 잘못됐다간 또 ‘콩밥’


검찰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향후 담 회장을 향한 투서와 고소·고발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방에 적이 있는 담 회장의 수사 전망이 주목되는 이유다.

담철곤 회장의 소송전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 담 회장 이름이 오르자 최측근이었던 전직 임원들이 특사에 절대 반대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담 회장이 자신의 범죄를 감추려고 임직원에게 위증교사 등을 하게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담 회장의 오른팔이었던 조경민 전 사장도 비슷한 시기 담 회장을 고소했다. 오너 일가가 20여년 전 주식가격 상승분의 10%를 지급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억원대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선친인 고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으로부터 자신 등이 상속받았어야 할 재산인 아이팩(구 신영화성공업)을 부당하게 가로챘다며 담 회장을 고소했다. 이어 약탈경제반대행동, 동양그룹채권자비상대책위원회 등 4개 시민단체가 미술품 위작과 분식회계 혐의로 또 고발하며, 소송전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집행유예 기간인데…
심상찮은 ‘사정바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리온 전직 임원들이 검찰에 담 회장의 비리를 폭로한 탄원서도 제출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전직 직원들과 오리온 노동조합에서도 담 회장에 대한 탄원서와 기자 회견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담 회장의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먼저 검찰은 지난 5일 김대성 동양그룹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조사한 데 이어 11일에는 이 전 부회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동양그룹채권단은 검찰에 오리온 전직 임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 대표는 “사실 오리온 비리에 대해서는 전직 임원들이 가장 잘 안다”며 “이들 역시도 탄원서에 검찰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검찰에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고 말했다.검찰의 증인 출석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채택된 증인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면담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실제 법조계 주변에서 얘기는 심상찮다. 검찰도 이번 사건을 쉽게 덮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담 회장의 전직 임원들의 증언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최근 재벌·검찰 개혁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담 회장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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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