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28> 5·1 부동산대책 총정리

MB 회심의 카드…‘약발’먹힐까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또 나왔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5·1 부동산대책은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다. 이들 정책은 모두 ‘전월세 가격 안정’ ‘주택거래 활성화’ 등을 내세웠지만 본질적으론 부동산 경기부양과 건설사 살리기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택공급·거래 개선…결국 건설사 살리기
올 들어 벌써 네 번째 정책 “아니면 말고식?”


전세대란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정부가 내놓은 1·13 대책의 명칭은 ‘전월세 시장 안정화 방안’이었다. 그러나 내용의 핵심은 전세자금 대출 조건에서 ‘6개월 이상 무주택’ 조항을 폐지하고 대출 자금도 최대 6조8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등 빚을 더 내서 오른 전세값을 내라는 것이었다. 건설업계에 대해서도 소형주택 건축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주택기금을 연 2%의 금리로 지원키로 했으며 대출금액도 늘렸다.

‘1·13…2·11…
3·22…5·1…’

1·13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세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한달 만에 내놓은 2·11 대책은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이었지만 핵심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책이었다. 2·11 대책에서 정부는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을 완화해 양도세 중과배제 대상을 확대했다. 기존 5가구 이상 10년을 임대해야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던 임대사업자 규정을 3가구, 5년 이상 임대로 바꿔 IMF 직후의 임대사업자 규정으로 회귀했다. 또 임대사업자가 건설사가 2년 이상 임대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취득하거나 준공 후 미분양을 취득해 5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 취등록세와 양도세를 50%씩 감면해 주기로 했다.

의무임대기간은 기존 10년/7년에서 5년으로 낮췄다. 전세자금 지원한도는 8000만원까지 확대했으며 저소득 전세자금 지원 대상 주택을 1억원까지 확대했다. 건설사를 위해서는 5년 분양전환아파트 건설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라며 금리 3∼4%를 절반인 2%로 낮춰 건설비 지원을 늘렸다.

2·11 대책에 이어 한달여 만에 내놓은 3·22 대책에서는 폐지됐던 DTI 규제를 원상회복시킨다면서 고정금리/비거치식/분활상환대출의 DTI 비율을 최대 15%포인트까지 확대 적용키로 했다. 1억원까지 소액대출에 대한 DTI 심사 면제는 계속 유지하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시한은 올해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특히 취득세율을 절반으로 줄여 9억원 이하 1주택자는 2%에서 1%로, 9억원 초과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4%에서 2%로 내리기로 했다. 관련 법안은 4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일 최근의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 PF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부실 PF 처리 등을 통해 건설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고, 주택공급여건을 개선해 주택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건설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원활하게 하고, 주택거래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며, 각종 건설규제 완화를 통해 종합적인 건설경기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PF 정상화 뱅크’등을 통한 금융지원 ▲토지이용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리츠·펀드 세제지원 등을 통한 주택거래 활성화 ▲SOC 민자사업 활성화 등이 추진방향으로 확정됐다. 세부 사항은 다음과 같다.

PF 금융지원
▲6월 중견건설사에 대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실시= 건설사에 대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회생가능성이 있는 건설사는 워크아웃으로 정상화를 지원한다. 지난 4월29일 국회를 통과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활용해 신속한 워크아웃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진행 가능한 PF사업장에 대한 정상화 도모= 자체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은 금융권의 적극적인 만기연장 등 자금 공급을 통해 정상화를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추진이 가능한 사업장은 ‘PF 정상화 Bank’(민간 배드뱅크)를 활용해 보증채무 재조정 등 구조조정을 우선 추진한다. 아울러 자산관리공사의 구조조정기금(4조5000억원)을 활용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사업성이 없는 부실 사업장은 채권단 자율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P-CBO 통한 건설사 유동성 지원= 일시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에 대해서는 기 마련된 건설사 유동성 지원 P-CBO(프라이머리-부채담보부증권)를 통해 지원한다. P-CBO는 올해 말까지 1조1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며 건설업 외 비건설업을 50% 편입해서 업종 편중에 따른 위험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주택보증의 PF 대출 보증 확대= 사업추진이 가능한 사업장에 대한 PF 대출 지원을 위해 대한주택보증의 PF 대출 보증을 확대하기로 했다. 2010년 5000억원 수준에서 2011년에는 1조5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택건설사업자가 주주로 참여한 PFV도 공공택지 전매 허용= 건설사와 금융회사 등이 주택건설 등을 목적으로 공동출자해 설립하는 법인인 PFV의 활성화를 위해 주택건설사업자가 주주로 참여하는 PFV에 대해서도 공공택지 전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PF 사업장 인수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토지매입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뤄진 부실 PF 사업장을 공공에서 인수해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주택공급 확대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에 대한 층수제한 완화=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에 대한 층수제한을 신규지구는 블록형 2층→3층, 점포겸용 3층→4층으로 완화하고, 가구수 규제도 폐지했다. 아울러 이미 준공된 신도시 등의 지구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역실정에 맞게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서 증축(3층→4층)을 허용하도록 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취락에 대한 층수규제 완화= 중규모(100호 이상 300호 미만) 취락의 경우, 지역 여건을 감안해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용도지역과 층수제한을 완화해서 공동주택(아파트) 건설을 허용하도록 도시관리계획 수립지침을 개정키로 했다. 1종 전용주거 또는 1종 일반주거만 허용됐던 것을 2종 전용주거도 허용하고, 현행 최고 4층이던 층수규제도 최고 5층으로 완화한다.

▲2종 일반주거지역 층수제한 폐지= 평균 18층인 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제한을 전면 폐지한다. 다만, 경관관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층수제한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두도록 했다.

위기 건설사 살리면
서민 부담 줄어드나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에 침실구획 설치 허용= 도시 2∼3인 가구 수요에 부응해 30㎡ 이상의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에 침실을 구획해서 설치할 수 있도록 주택법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

▲부분임대형 아파트의 주차장 설치기준 완화= 소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부분임대형 아파트에 대해서는 임대면적이 일정규모 이하일 경우 주차장 등의 설치기준을 완화하도록 주택건설기준을 개정키로 했다.

▲기 승인 대형주택사업의 중소형 변경 시 세대수 증가 허용= 이미 승인을 받은 주택건설사업의 대형 평형 주택을 중소형으로 변경할 경우 세대수 증가를 허용하도록 했다. 현재는 세대수 증가 시 계획인구가 늘어나 도시기본계획상 목표인구를 초과하게 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변경이 불가했다.

부실 PF 처리로 건설경기 연착륙 유도
건설사 금융지원…주택거래 세금 완화


▲신규 택지개발지구 내 공동주택건설용지 배분비율 상향조정= 중소형 주택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해 신규 택지개발지구 내 공동주택용지 중 85㎡ 이하의 주택건설용지 배분비율을 60%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 수도권과 광역시의 경우 60∼85㎡ 배분비율을 3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확대하는 대신 85㎡ 초과 배분비율은 30% 미만으로 줄이고, 기타지역의 경우에도 40% 이상이던 60∼85㎡ 배분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85㎡ 초과 배분비율을 30% 미만으로 줄였다.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대상 완화= 도시 소규모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대상을 20세대 이상에서 30세대 이상(아파트 제외)으로 완화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 원활화= 사업추진이 어려운 재정비사업은 주민의견을 수렴해서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진행 중인 뉴타운지구는 기반시설설치비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또 단독주택 밀집 정비예정구역 중 장기간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는 다가구 등 개별적 재건축을 허용했다.


주택거래 활성화
▲수도권 미분양주택 투자, 지방과 동일한 세제혜택= 미분양주택에 투자하는 리츠·펀드·신탁회사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법인세 추가과세 배제요건을 완화하고 적용기한도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는 지방 미분양주택을 50% 이상 포함한 투자에만 세제혜택을 주지만 수도권 미분양주택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구분 없이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 4월 말로 종료된 이 혜택을 내년 연말까지 연장했다.

▲리츠·펀드 등 법인 임대사업 허용= 현재 법인은 3순위까지 미달된 미분양주택만 매입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리츠·펀드 등의 법인도 5년 이상 임대하는 조건을 전제로 신규 민영주택을 분양받아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부동산투자회사의 대형주택 임대소득 소득공제= 자기관리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내년 말까지 149㎡(45평형) 이하의 주택을 신축 또는 매입해서 임대할 경우 임대사업소득에 대해 5년간 50% 소득공제한다. 현재는 2009년 말 이전에 신축 또는 매입한 국민주택규모(85㎡) 이하의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에 대해서만 5년간 50% 소득공제하고 있다.

▲서울·과천·5대 신도시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폐지= 서울과 과천,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의 5대 신도시에 대해서는 1세대 1주택(9억원 이하)이면서 3년 보유의 요건을 갖추더라도 2년간 실제 거주해야만 한다는 ‘거주요건’까지 충족해야만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거주요건’이 사라진다.


민자사업 활성화
▲신용보증기금 보증여력 확대= 최소수입보장(MRG) 없는 민자사업을 확대하고, 민자사업에 보증을 제공하는 산업기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여력을 확대해 금융약정 체결에 어려움을 겪는 민자사업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BTL 선택 가능= 2008년 이후 투자가 없는 국립대기숙사 등의 공공시설을 조기에 확충하기 위해 민간사업자가 선(先) 투자 후 매년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BTL)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5·1 대책에서 주목할 내용은 서울과 과천, 5대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 적용되던 1가구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거주요건이 다음 달부터 폐지되지만 기존 매도자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이들 지역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들은 6월 중 관련 시행령 개정 후에 잔금을 청산해야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1 대책의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폐지에 따른 세제 혜택은 양도일이 소득세법시행령 개정안 공포 이후여야 적용된다.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취득세 50% 인하 법안은 정책 발표일인 3월22일 이후 취득분에도 소급 적용된다.

서울·과천·분당·일산
평촌·산본·중동 혜택

하지만 거주요건 폐지에 따른 양도세 비과세는 개정안 공포 이전에 잔금을 납부한 주택거래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서울과 과천, 5대 신도시의 9억원 이하 아파트는 132만가구로 이 중 보유 3년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입주 3년차 새 아파트만도 7만여가구에 이른다. 이들 지역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3년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는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돼 절세액이 상당할 전망이다. 9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9억원에 상당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표준이 조정되기 때문에 적잖은 세감감면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6월 초 이후로 양도일을 잡아야 매도자는 양도세 절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도일은 주택 잔금 청산일이 기준이다. 단 당사자 간 약정에 따라 등기가 먼저 이뤄진 경우는 예외적으로 등기일을 기준으로 한다. 계약을 이미 체결한 경우에도 잔금 납부일과 등기일이 개정 시행령 공포 이후라면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잔금납부 시기만 시행일 이후로 조정하면 된다는 의미다.

양도세와 관련이 없는 매수자 입장에서도 6월 이후에 잔금을 납부하고 등기를 마치는 편이 낫다. 재산세의 과세 기준일이 6월1일이기 때문이다. 재산세는 과세 기준일 현재 소유자에게 1년치 세금을 전액 부과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상가114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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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