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5월 회동’ 가상시나리오

밀어주고 당겨주고 ‘적과의 동침’ 가능할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청와대가 특정 인사를 대통령 특사로 보내는 자체가 ‘정치성 특혜’다? 더욱이 특사로 차기 대권주자 중 가장 유력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박근혜 전 대표의 잦은 특사 권한을 둘러싸고 나도는 말이다. 박 전 대표의 이번 유럽 3개국 특사 방문은 이명박 정권 들어 벌써 세 번째였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이후 사사건건 대립해왔던 두 사람의 ‘관계’치고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전 대표가 유럽 3개국 특사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이번에는 이 대통령이 유럽 방문길에 올랐다. 길이 엇갈리지만 않았다면 이미 특사 결과보고 차 만났을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이 돌아오는 대로 회동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무슨 얘기가 오갈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사 선물 준 MB, ‘박근혜 역할론’ 언급 할까?
“중요한 선거도 있고” 본격적 대권 행보 시사


박근혜 전 대표는 재보선 직후인 지난달 28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출국해 8박9일의 유럽 3개국 특사활동을 마쳤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외국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이번 특사는 두 사람 간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색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유럽 특사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박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번의 대통령 특사
정치적 위상 높아져

이번 박 전 대표의 특사는 지난해 ‘8·21 단독 회동’ 이후 만들어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화해무드’가 계속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박 전 대표는 올해 들어 이 대통령의 과학비즈니스벨트 원점 재검토 발언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두고 ‘뼈있는’ 발언을 하면서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청와대가 직접 박 전 대표에게 특사 파견의 뜻을 전했고 박 전 대표도 수락해 ‘갈등·대립설’은 수면 아래로 일시 가라앉았다. 당시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도 “두 분간 원만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었다.

이와 함께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특사로서 유럽 주요국가의 정상들을 만나면서 국제사회에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그동안 취약하다고 여겨졌던 ‘외교능력’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특히 당내의 애절한 구애에도 초지일관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던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이번 특사활동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탄력 받고 있다. 유럽 순방 중 그리스 아테네의 한 호텔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인 날짜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년은 중요한 선거들이 있으니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내년 총선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할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박 전 대표는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라며 각종 선거지원 요구에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은 12월에 있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박 전 대표로서도 그의 대선 가도에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총 6차례의 회동
5차례 갈등 증폭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유럽으로 출국하기 직전 대통령특사로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박 전 대표에게 이미 회동을 제안했다.
그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총 6차례 회동을 가졌다. 이중 가장 최근 만남을 제외한 5차례 회동에서는 양측의 갈등만 증폭시켰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 승리 후 가진 첫 만남에선 협력관계 정립에 실패했고, 2008년 총선을 전후한 회동에선 공천갈등이 폭발하면서 만날수록 둘의 사이는 악화되기만 됐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지난해 8월 회동에선 세종시 수정안 등을 놓고 벌인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두 사람이 ‘이명박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자’고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동이 이뤄지면 특사 결과 보고 이외에도 다양한 현안들이 자연스럽게 화제로 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은 특사활동 결과 보고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1순위’인 두 사람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특히 한나라당의 4·27 재보선 참패 이후 여권이 총체적 난국에 휩싸인 가운데 자리를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중립성향 원내대표, 친박 득세, 대선행 ‘탄탄대로’
회동 후 위상 업그레이드 전망, 공개여부도 관심

때문에 이번 회동에선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포함해 여권 지도부 개편 등 정치현안 전반에 대한 내용까지 의제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 문제에 대한 의견교환도 있을 수 있다. 또 최근 당내 최대화두인 ‘박근혜 역할론’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여전히 당내 상황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신뢰를 바탕으로 유럽의 여러 국가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며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등 유럽 방문 단상을 올렸지만 쇄신 파동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설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강력히 요청한다면 박 전 대표가 마음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불러도 대답 없는 ‘박’
‘이’ 강력히 요청하면?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이번 회동이 재보선 뒤 한 달 가량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정치현안이 다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박 전 대표의 특사 파견 문제를 두고도 한쪽에선 “이 대통령이 적극 추진했다”라고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수차례 고심했다”는 얘기가 들리는 등 뒷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이달 21~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4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점에서 회의 준비 등을 이유로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이 월말쯤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동의 공개 여부도 관심이다. 지난 회동에 비추어 보면 처음에는 결과 보고 형식으로 공개 회동을 시작하고 차후 주변인들이 자리를 비켜주거나 둘 만 자리를 옮겨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한편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와 소장·중립파의 지원으로 친이계 주류를 꺾고 중립의 황우여 의원이 당선된 것도 박 전 대표의 정치 참여 공간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 등 당의 중요한 지도자들이 일할 토양이 마련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립계 원내대표 당선
정치 참여 공간 넓혀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당장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거나 이 대통령과의 전면적 협조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올 연말쯤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기 등판해 장기 레이스를 펼칠 경우 야권의 집중 공세에 상처를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이 대통령과 협조 관계 구축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박근혜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부딪힐 만큼 민감한 정치적 현안은 거의 없다. 박 전 대표는 대선 행보를 위해 기반을 다지고 움직일 공간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양자 회동이 가진 정치적 파괴력과 이날 둘의 관계 설정은 향후 정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말기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 대통령과 차기 대권에서 필승을 다짐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이번 회동에서 어떤 윈윈(win-win)관계를 설정하고 전략을 구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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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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