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800호 기획특집>④이미지 컨설턴트 긴급제언-정치인 리모델링 프로젝트

보이는 게 전부? “유권자 마음까지 디자인하라”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살피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보이는 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젊게 보이기 위해 염색을 한다든가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의학의 힘을 빌리는 일이 그리 드물지 않게 됐다. 어떤 사람인지 알기 전에 외모로 ‘첫인상’을 가늠하게 되는 만큼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된 것.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하며,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를 철저히 분석,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이미지 컨설팅이 정치권의 ‘신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달라진 선거 풍속도…표심 휘어잡을 이미지 컨설팅 뜬다
대선주자에 어울리는 색…박근혜-파스텔, 손학규-주황색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선거 열기가 조기 가열되면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의 행보에서 조급함이 묻어나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유권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자신에게 호의적인 인식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예전보다는 좀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변하고 있다. 정치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던 정치 컨설팅이 여의도 정치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달라진 선거 풍경
표심도 전략적으로!

정치 컨설팅은 선거 및 홍보 전략을 짜고, 선거홍보물, 의정보고서, 자서전 등 정치광고 홍보물을 기획·인쇄·제작하며, 웹사이트 제작 등 온라인 홍보, 여론조사 실시 및 분석하는 일을 총괄한다.

이중 최근 차기 대선주자 각각의 외모와 성격, 이미지, 정치적 상황에 어울리는 개인화된 컬러 기반의 이미지 컨설팅이 소개된 것을 계기로 ‘이미지 컨설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듀오아카데미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어울리는 색은 ‘여성성을 강조하는 흰색과 파스텔 톤’의 컬러다.

박 전 대표는 인자한 여성의 이미지와 투사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평소 모노톤의 옷을 주로 입고 검은색과 흰색, 회색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는 ‘여성성’이라고 보고 단조롭고 딱딱해 보이는 단색의 컬러보다는 여성의 순수함, 평화, 밝음, 정화, 부드러움 강조하는 흰색과 파스텔톤의 컬러를 ‘어울리는 색’으로 꼽은 것.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진보를 대표하는 컬러인 노란색을 자주 활용한다. 하지만 이 색은 유 대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도전적이지만 관대하고 봉사와 희생을 아끼지 않는 유 대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왜소한 체형의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색은 연두색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외모에서 강인함이 풍기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평소 강렬한 마젠타 핑크의 넥타이를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강인함이 지나치게 강조될 우려가 있다고.

듀오아카데미 측은 “손 대표에게 필요한 색은 주황색”이라며 “주황색을 통해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면을 탈피해 보다 너그럽고 사교적이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다”면서 색깔을 활용,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킬 것을 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조해 사용하고 있는 컬러는 녹색이다. 녹색은 친환경 개발을 상징하는 한편, 가장 보수적인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해 오 시장이 지향하는 바와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컨설턴트들이 오 시장에게 추천하는 컬러는 하늘색이다. 합리적인 엘리트 이미지가 강한 그에게는 지적인 면을 강조하면서도 안정과 평화를 상징하는 하늘색이 좋다는 것. 

큰 키와 좋은 풍채를 지닌 정몽준 전 대표에게는 원색 계통의 컬러와 검정색 정장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 지지자가 많은 그에게는 여성들이 선호하고, 큰 체격으로 인한 강한 느낌을 중화해 줄 수 있는 핑크색 톤이 어울린다. 
 
이미지 중요한 정치인
시대는 변하고, 바꿔야 산다

이 같은 컬러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컨설팅을 제안한 것은 이진하 듀오이미지연구소장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송영길 인천시장 등 다양한 정치인의 이미지 컨설팅을 진행했던 그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당선의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라며 이미지 컨설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커뮤니케이션 요소의 93%인 비언어적인 요소이고, 이중 55%를 시각적인 요소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가는 중요하다.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인들에게 특히 이런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중요성에 비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전략적으로 이미지를 관리하는 정치인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외국에서는 이미지 컨설팅이 세분화·전문화가 돼있고, 정치인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본인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다르다는 것.

이 소장은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밖으로 드러내는 일에 어색하다. 특히나 보수적인 정치계는 더욱더 그러하리라 생각된다”면서도 “시대는 변하고 있고, 깨어 있는 글로벌한 젊은 정치인들의 출현으로 이미지컨설팅의 필요성은 더욱더 강조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명숙·정동영·김문수 ‘띄울 수 있는’ 이미지 컨설팅 전략? 
대선주자 패션 키워드…부드러움·친근함 “2차색을 잡아라”

실제로 이 소장은 정치인들의 이미지 컨설팅을 맡았을 때 어색하고 쑥스러워하던 이들이 이미지 컨설팅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확인한 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그 중에는 송영길 인천시장도 있다. 그는 정가에서 ‘황소’라는 별명에 ‘소도둑처럼 생겼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큰 체구에 굵은 선을 가진 남성적인 모습 등으로 인해 이 같은 인상을 줬던 것.

그러나 이미지 컨설팅 후 핑크, 노랑, 보라색 등 파스텔톤 넥타이와 옅은 색상의 정장을 입었다. 송 시장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에는 여성들이 많았고 이들의 표심을 공략키 위해 여성들이 좋아하는 파스텔톤으로 이미지를 재정비했던 것. 송 시장은 시장 취임식에서 연두색 넥타이를 매기도 했다.

이 소장은 “대부분 사람들은 이미지 컨설팅이라 하면 겉모습만 치장하는 것만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이미지 컨설팅이란 개인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 즉 외적이미지, 내적 이미지, 사회적 이미지를 함께 관리를 의미한다”며 “목적과 목표가 없다면 이미지 컨설팅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컨설팅’이라는 부분만을 살피면 차기 대선주자 중 그의 눈에 차는 인물은 없었다. “모두 다 바꿔주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그러나 그중에서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는 “김 지사는 ‘공무원’, 정 최고위원은 ‘아나운서’라는 자기만의 틀에 박혀있다”며 “조그만 도와드리면 신뢰감을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은 체구의 김 지사에게는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밝은 색의 컬러보다는 진지하고 카리스마의 무게감을 줄 수 있는 블랙의 컬러를 추천했다. 올 블랙보다 밝은색 셔츠와 넥타이로 매치해 시선을 위로하면 더욱 길어 보이고 젠틀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대권 공략할 색깔
원색보다는 2차색 좋아

안경도 무테보다는 뚜렷하면서 지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주기 위한 뿔테나 금속테의 안경을 권했다.

아나운서의 모범적인 이미지가 강한 정 최고위원에게는 정치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 레드의 와인 계열을 추천했다. 레드는 안색을 밝아 보이게 함과 동시에 따뜻한 느낌과 친근함으로 다가갈 수 있는 컬러이면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컬러다. 기존의 세련된 이미지와  카리스마가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해 레드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권한 것.

또한 평소에는 국민들에게 서민적인 정서로 다가갈 수 있도록 편안한 캐주얼 차림과 카리스마를 어필 할 수 있는 컬러와 액세서리로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조언했다.

이 소장은 “정치인들이 지금까지 써오던 원색계통의 컬러를 벗어나 부드러움과 친근함을 동시에 줄 수 있는 2차색(2가지 원색으로 이루어진 색)이 다음 대선주자들의 패션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자신이 가진 고유한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컬러의 선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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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