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검증> ④별별 가족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10 10:47:02
  • 호수 1109호
  • 댓글 0개

국가가 먼저냐? 핏줄이 먼저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정국의 막이 올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궐위 후 60일 이내 대선 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오는 5월9일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된다. 대선일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서 <일요시사>는 후보 검증 시간을 준비했다. 그 네 번째 항목은 유력 대선주자들의 가족이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가족’은 언제나 대선 때마다 주요 검증 대상이었다. ‘가족’은 주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대선주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지난 대통령들이 가족 등 측근 비리로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는 점에서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의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남3녀 중 장남이다. 누나 재월씨와 여동생 재성씨는 주부고, 남동생 재익씨는 원양어선 선장이다. 막내 여동생인 재실씨는 모친인 강한옥씨와 함께 부산 영도서 살고 있다.

문 후보는 1981년 대학교 2년 후배인 김정숙씨와 결혼했다. 김씨와의 인연은 학생운동서 시작됐다. 시위 도중 문 후보가 최루가스를 맡고 실신하자 2년 후배인 김씨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 것이 계기가 됐다. 슬하에 준용씨와 다혜씨를 두고 있다. 현재 문 후보는 아들 준용씨 특혜채용 문제로 곤욕을 겪고 있다.

지난 2006년 말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 5급 직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서 준용씨가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의혹은 ‘원서 마감 5일 뒤인 12월11일 졸업예정증명서를 제출하게 된 이유’ ‘문 후보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권재철 당시 고용정보원장과의 연관성’ ‘채용 시 2명 채용에 2명 지원해 사실상 단독 지원’ 등이다.


또 당시 공고된 지원 분야에 동영상 제작 전문가 모집이 없었음에도 준용씨가 동영상 제작 전문가로 입사했던 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문 후보의 오락가락 해명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부산 사상구 TV토론회서 문 후보는 “특혜 취업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에 채용된 것도 저희 아들 혼자가 아니라 스물 몇 명 중에 한 사람으로 취업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경쟁률은 20대1이 아닌 사실상 1대1이었다는 점에서 문 후보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해당 의혹이 또 다시 불거지자 문 후보는 “2010년 감사 결과 제 아들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졌다. 만약 아들에 대해 특별한 감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후보, 거짓말 좀 그만해라! 2010년 노동부 감사에선 문 후보 아들이 퇴직한 상태라 감사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또 거짓말을 한다”며 맹비난했다. 문 후보는 해당 의혹에 대해 이명박·박근혜정부서 감사를 받았기 때문에 특혜 채용 의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문 후보가 뚜렷한 해명을 하기 전까지 맹공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국회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 통과’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남1녀 중 장남이다. 남동생 상욱씨와 여동생 선영씨가 있다. 안 후보의 할아버지인 고 안호인씨는 일제강점기 시절 부산상고를 나와 금융조합서 일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조합은 식민지 수탈기구였기 때문에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고 안호인씨의 친일 행적을 의심키도 했다.


이에 친일인명사전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사 명단서 ‘안호인’이란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일제시대 금융조합서 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친일파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2009년 펴낸 책에서 “할아버지께선 어린 내 눈에 비친 모습에도 무척 내성적이고 차분하신 편이셨다”며 “자손들 중에서는 내가 할아버지 성품을 가장 많이 이어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아버지인 안응모씨는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로 안 후보와 배우자인 김미경씨와 동문이다.

문재인 거짓 해명 의혹…과연 사실은?
안, 대학 선후배 인연 “논란은 없다”

안 후보의 부친은 1963년 부산 판자촌인 범천4동에 범천의원을 열었고, 50여년간 환자를 돌봤다. 안 후보의 모친인 박귀남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박씨가 안 후보에게 유년시절부터 “잘 다녀오세요” “식사하세요” 등 존댓말을 사용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에 안 후보는 “부모님께선 무슨 일을 하건 간에 남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라고 하셨고 늘 그것을 몸소 실천하셨다”며 “그런 영향으로 군 대위로 복무하던 시절 하급자들에게 반말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 후보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자 김미경씨는 성균관대 의대 교수 재직 중 늦은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카이스트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는 채용 과정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선 안 후보 딸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딸인 설희씨가 이중국적 취득자이며 호화 유학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안 후보 측은 “설희씨는 1989년 서울서 출생해 대한민국 국적만 가지고 있다. 미국 영주권과 시민권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서 초등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에 안 후보 측은 “서울 가원초등학교를 지난 2002년 2월에 졸업했다”고 밝혔다.

고교시절 귀족학교를 다녔다는 주장에는 “설희씨는 김 교수(김미경)가 스탠퍼드 대학에 다니면서 팔로알토에 거주하게 됐고, 거주지에 따른 학교 배정원칙에 따라 스탠퍼드 인근의 일반 공립학교를 배정받았던 것”이라며 “공립학교는 등록금을 내지 않거나 실비만 받는다”고 반박한 바 있다.

현재 안 후보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불거지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서 가족사항에 대한 검증은 일정부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골칫덩이 처남’ 홍준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1982년 이순삼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 2명을 두고 있다. 홍 지사와 이순삼씨는 1976년 처음 만났다. 당시 사법고시생이었던 홍 지사는 국민은행 안암동 지점서 일하던 이씨에게 “나는 아가씨가 마음에 든다. 나와 앞으로 같이 살 생각이 있으면 다음 주 수요일까지 도서관 4층으로 찾아와라”고 말했다.


이씨는 월요일 저녁 도서관을 찾아왔고 두 사람은 사랑을 키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는 지난달 25일 한 인터뷰서 홍 지사에 대해 “남편이 막말을 잘하는 것으로 공격받는 게 억울하다. 남편은 팩트에 대해 바른 것을 말할 뿐이고 정치인은 늘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가 집에서 어떤 사람이냐는 물음에 “사람들이 ‘독하게 보인다’고 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해병대 간 아들에게 매일 아침 편지를 써줬던 자상한 아빠다. 지금은 부부가 둘이 알콩달콩 산다. 일할 때 정확하게 하려다 보니 ‘독하다’고 비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지사의 큰아들은 현재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둘째는 해병대서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 졸업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홍 지사는 “둘째아들이 해병2사단 8연대서 군 복무를 했다. 제 아들이 해병대 들어가기 전에는 대학 학점이 1.7 이었는데 해병대를 갔다 오고난 뒤에는 졸업할 때 학점이 4.3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이순삼씨는 홍 지사가 대선주자로 확정된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씨는 지난 5일 자유한국당 강원도당을 찾아 “우리당이 계속 좋았던 건 아니다. 순간순간마다 고비가 있었는데 올해는 최고의 고비를 맞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지사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아시다시피 일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다. 국회의원 하며 상임위를 두루두루 해서 나라 살림살이도 잘 안다”며 “경남도지사를 할 때도 처음에는 도에 빚이 참 많았지만, 땅 하나 안 팔고, 예산도 안 줄이고 모두 갚았다”고 치켜세웠다.


이처럼 배우자의 외조에 힘입어 남부러울 것이 없는 가정이지만 홍 지사에게 처남은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홍 지사의 처남 이모씨는 “영등포교도소 철거공사 계약을 따게 해주겠다”고 속여 1억을 가로챈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고소인에게 “매형의 입김으로 영등포개발사업의 토목과 철거는 무조건 하기로 돼있다”며 자신이 대표로 있는 건설회사가 토목을 맡고, 고소인이 철거공사를 맡는 조건으로 1억원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는 해당 공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씨의 법정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같은 공사를 미끼로 다른 건설업체서 1억11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2월, 1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받은 바 있다. 이미 홍 지사는 이씨 기소 당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금수저 집안’ 유승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오선혜씨와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유 의원이 서울대학교 시절 교수님 집을 찾아갔는데 옆방서 과외수업을 하던 오선혜씨를 만나게 됐다.

당시 이화여대 학생이던 오씨와 훗날 인연이 돼 결혼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다. 오씨는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비칠뿐 외부 활동에 적극 나서지 않고 유 의원에게 주변 여론을 전달하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의 아버지는 판사 출신으로 대구 중구서 13대·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이다. 유 의원의 정치인생에 있어서 유 전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유 전 의원은 박정희정부 시절 부산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당시 개표조작사건의 당사자에게 유죄판결을 내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가족사랑 홍…처남 사기 의혹은 오점
유, 부친 따라 입문…주목받는 자녀들

이후 판사 재임용에 탈락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고 총선에 출마에 정계에 입문했다. 훗날 자유민주연합 창당에 참여하면서 자민련 소속이 됐지만 15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정치권에선 유 의원이 정계에 입문하는 과정과 불의에 항거하는 모습 등이 아버지를 닮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선 유 의원의 딸인 유담씨가 언론에 이름을 알렸다. 동국대학교 법학과에 재학중인 것으로 알려진 유담씨는 빼어난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대학생인 유담씨가 재산이 2억원에 달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식지 않았다. 이후 유 의원이 증여세를 냈다고 밝히면서 해당 논란은 일단락 됐다.

최근 유담씨는 바른정당 대선 경선에 어머니와 함께 참석해 또다시 화제가 됐다. 이에 공화당 신동욱 총재는 “단일화는 대선후보 유승민 안 보이고 딸 유담만 보인 꼴”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외조형 남편 둔’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1992년 이승배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남편 이승배씨는 1956년생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 75학번이다. 재학 당시 시위로 인해 무기정학을 당해 1983년에 졸업하게 된다. 두 사람은 같이 노동운동에 헌신하면서 운명공동체의 길을 걸었다.

결혼 후 이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출판 기획일을 하다가 2004년 심 대표가 민주노동당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집안 살림을 도맡고 있다. 이씨는 “당시 심 대표는 뭐든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상항이어서 할 일이 정말 많았다”며 “그 일들을 잘할 수 있게 심 대표를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심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이냐는 한 언론사의 질문에 이씨는 “재벌문제, 가습기 살균제 폐해 등 생활 속에서 당하는 국민의 고통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현대적인 민주 정당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고 답했다.

심 대표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누구나 땀 흘려 일하면 보상이 이뤄지는 나라, 그런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어한다”며 “또 전쟁의 위험 없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고 호혜적인 국제 관계 속에 있는 대한민국도 꿈꾼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아들로 인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SNS에 아들 사진이 공개된 뒤 심 대표 측은 “(의원실) 저희 심상정 캠프는 일부 자극적인 가족 마케팅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물론 사진에서 진동하는 훈내는 어찌할 수 없다”라는 글을 남겼다.

심 대표의 아들은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은 경희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씨는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낸 이유에 대해 “어려서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못 받아서인지 초등학교 때 그다지 밝지 않았다”며 “그래서 일반 중학교 대신 대안학교에 보냈다”고 했다.

이어 “고등학교 과정도 이우학교서 마쳤는데 그 학교를 다니면서 아이가 많이 밝아졌다”며 “그때 인문학적 관심이 커져 대학교 철학과에 진학했는데 요즘은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