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건강은 나라의 안녕 “내가 바로 진정한 ‘어의’로소이다”

<지령800호 기획특집>①‘현대판 허준’ 역대 대통령 주치의 대해부

[일요시사=장미란 기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들은 참모만이 아니다. 혹시 모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대통령을 지키는 경호팀과 질병 혹은 사고 등으로부터 대통령의 건강을 지키는 주치의가 있다. ‘현대판 어의’로 통하는 대통령 주치의는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로 꼽힌다. 그러나 좀 더 살펴보면 대통령의 주치의가 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 갖가지 사연이 흥미롭다. 대한민국 대통령 주치의들의 자취를 모아봤다.

대통령 한의 주치의 3년2개월여 만에 부활
청와대 주름잡는 ‘현대판 어의’에 시선집중


최근 청와대의 주인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또 한명의 ‘어의’가 생겼다. 한의 주치의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한의 주치의는 지난 2003년 2월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양·한방 균형을 위해 도입됐다. 현 정부 들어 폐지됐으나 한의학계의 끈질긴 주장 끝에 다시 부활하게 된 것. 
 
그동안 ‘유일한 대통령 주치의’는 최윤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맡아왔다. 최 교수는 황해 평산 출신으로 대전고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32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로 근무해왔다.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장, 대한순환기학회 이사장을 역임키도 했다.

최 교수는 특히 이 대통령의 사돈으로 유명하다. 서울대 의대 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장남 의근씨(38)가 이 대통령의 둘째딸 승연씨(38)와 결혼한 것. 또한 최 교수 본인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주치의를 맡아왔으며 이 대통령 취임 보름만인 지난 2008년 3월10일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됐다.

한의 주치의 부활
MB 사돈과 쌍두마차

이 대통령의 한의 주치의로는 류봉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이 내정됐다.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3대째 한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류 원장은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했으며,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방자문위원을 맡았고 2007년부터 국방부 의료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류 원장과 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대통령 주치의가 되기까지 형평성 문제와 한의학 육성 필요성을 들어 한의 주치의의 부활을 요구해온 한의학계의 노력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역할이 컸다.
올해 초 ‘한의약 육성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확정한 진 장관이 지난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한방 주치의를 둘 것을 요구해 수용된 것. 이에 청와대가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복수 후보를 추천받아 내정했다는 후문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한의사 주치의 위촉을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건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피는 주치의, 그들에게는 ‘어의’라는 영광이 함께한다.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그 가족의 건강을 돌본다는 점에서 ‘현대판 어의’라는 명예를 얻는다.

명예 외에 이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대우를 받을까. 노태우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최규완 서울대 교수는 “높은 사람 주위에 있다 보니 사람들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가졌을 것’이라는 오해를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대통령 주치의는 정기 급여가 없다. 활동비·출장비 등을 지원받기는 하지만 사실상 무급 명예직이라 할 수 있다.

‘현대판 어의’는
차관 대우 무급 명예직 

그러나 대통령 주치의로 선임되면 재임 중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대통령 주치의는 비상근으로 1~2주에 한번 정도 청와대에 들러 대통령의 건강을 확인하고, 대통령의 휴가, 해외순방, 지방방문 시 동행하기도 한다. 평상시에도 긴급 상황을 대비해 상황 발생 시 30분 이내에 청와대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 활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만약의 경우 청와대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차량 한 대와 운전기사가 상시 제공된다.

대통령 주치의의 가장 큰 권한은 대통령 진료에 관한 최종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건강상태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운동, 과로, 음식, 수면에 대해서도 조언 할 수 있고,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속속들이 아는 최측근인 만큼 의료 관련 정책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와 최고 의사’ 인연은?
서울대병원 ‘대통령 주치의’ 만들려 로비 불사

또 다른 권한은 35명 내외의 자문의 선발에 대한 부분이다. 대통령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청와대 의무실이다. 의무실장·의무대장·간호부장 등 현역 군인 의료진들이 24시간 대기체제를 갖추고 평소 대통령의 건강을 살피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 대통령 주치의는 이들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대통령 주치의가 된다는 것은 본인 뿐 아니라 출신 학교나 병원의 영광이기도 하다. 때문에 때로 대통령 주치의 자리를 두고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는 대부분 서울대 의대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전두환 대통령의 첫 주치의였던 민병석 교수는 가톨릭의대 병원에서 일했지만 서울대 의대 출신이었다. 이후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은 한용철, 김노경 교수도 서울대 의대에 속해 있었다.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도 서울대 의대 최규완, 고창순 교수가 주치의를 맡았었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 대부분이 거물급 인사의 입원 치료를 도맡아 온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이어졌던 것.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 관례가 깨졌다. 당시 72세 고령이었던 김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명의’ 
서울대 출신 많아

당시 김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허 교수를 주치로의 임명한데는 서울대 의대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말도 있었다. 야당 총재 시절 서울대 의대에서 홀대받았던 것이 앙금으로 남아 있었다는 것.

실제 김 대통령은 허 교수의 후임도 민간병원 출신인 장석일 박사로 정해 서울대 의대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몇 대에 이어져왔던 ‘대통령 주치의 배출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잃었던 서울대 의대는 정권교체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영광을 되찾기 위해 당선인 측 및 인수위에 서울대 인맥을 총동원, 학교 차원에서 움직인 것. 

이러한 노력의 결과일까. 노 대통령은 송인성 서울대 의대 교수를 주치의로 임명했다. 또한 이례적으로 신현대 경희대 한의대 교수를 함께 주치의로 임명, 양·한방 2인 체제를 이뤘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통령 주치의 병원이 되면 병원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수 있고, 주치의단 구성에도 주도권을 쥘 수 있어 조직의 활력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라고 속사정을 전했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들은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화제를 모아왔다. “자신의 건강이 달려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견이 가장 중요(허갑범 전 대통령 주치의)”한 만큼 사돈인 이명박 대통령과 최윤식 서울대 교수처럼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이가 주치의로 선임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치의가 정식 위촉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63년이다. 종두법을 도입했던 지석영 선생의 종손인 지홍창 박사가 대통령 주치의 1호였다. 지 박사는 박 전 대통령과는 군의관 시절 인연을 맺은 ‘오래된 사이’였다.

1963년부터 1970년까지 주치의를 맡았던 지 박사의 후임에는 당뇨병 등 내분비학 명의였던 민헌기 서울대 내분비내과 교수가 임명됐다.

대통령과 주치의
그들의 특별한 인연

전두환 대통령은 주치의를 두 번이나 바꿨다. 첫 번째 주치의였던 민병석 가톨릭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1983년 아웅산 테러 때 변을 당했다. 이후 한용석 서울대 호흡기내과, 김노경 서울대 종양내과 교수가 차례로 주치의로 임명됐다. 

노태우 대통령의 주치의는 고교 후배인 최규완 서울대 소화기내과 교수가 맡았다.

김영삼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고창순 서울대 교수도 김 대통령의 고교 후배였다. 또한 그는 최측근 보좌진만 참여했던 녹지원 조깅 멤버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주치의였던 허갑범 연세대 내분비내과 교수, 장석일 박사와의 인연은 깊다. 김 대통령은 1990년대 단식투쟁 시절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1998년 대통령 취임 당시 주치의를 맡았던 허 교수와는 1990년 단식투쟁할 때, 두 번째 주치의였던 장석일 박사도 1992년 단식투쟁 시절부터 이어진 사이다.

허 교수는 “1990년대 야당 대표였던 김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제 문제로 단식투쟁을 한 후 입원했을 때 담당 의사를 맡아 인연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인연으로 최초의 사립대학병원 출신 대통령 주치의로 남게 됐다. 

허 교수와 김 대통령의 인연은 김 대통령이 서거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김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 37일 동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것. 대통령 등 거물급 인사의 입원 치료는 주로 서울대병원에서 이뤄졌으나 허 교수와의 깊은 인연 때문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장 박사는 평민당 총재이던 김 대통령이 9일간 단식투쟁을 할 때 당사 인근에 있던 성애병원 내과 과장으로 있었으며 단식기간 매일 왕진을 다녔다.

대통령 주치의가 되고는 ‘청와대 상주’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됐다. 대통령 주치의는 장 박사를 제외하고는 청와대에서 상주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김 대통령의 북한 방문길에 동행했다. 장 박사는 “김 대통령은 에어컨 바람에 늘 민감했다”며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의 에어컨이 너무 세 (대통령이) 북한 측에 온도를 올려 달라고 했다. 감기 기운이 있기도 했다”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겐 양방을 담당한 송인성 서울대 소화기내과 교수와 한방을 담당한 신현대 경희대 한방재활의학과 교수가 주치의로 있었다. 이중 신 교수는 최초의 한의 주치의였다.

신 교수의 대통령 주치의 임명에는 노 대통령이 허리병이 큰 역할(?)을 했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이는 일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신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 대통령의 건강 비결로 ‘긍정적 사고’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중시하는 성격’을 꼽았다. 지나온 일이나 미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유머가 많았는데 이런 점들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줬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노 대통령에게 ‘권고한 운동’으로 “전신 건강을 위해 스트레칭 위주의 한방 ‘도인 체조’ 요법을 기본으로 하면서 허리를 보강하는 여러 가지 동작을 아침마다 1시간 이상씩 했다”며 “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침 치료와 뜸, 부황이나 약물치료 등을 병용하면서 운동하도록 권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자 주치의인 최윤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삼호주얼리호 사건 때도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기 위해 오만에 급파된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석 선장을 한국으로 이송하려 했을 때 이 교수와 석 선장의 이송 방안을 논의했던 것.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대통령 주치의인 최 교수에게 석 선장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것을 부탁했다. 이에 응급의학회 이사장인 서길준 서울대 교수 등 2명과 함께 이 교수와 통화하면서 석 선장이 2000피트 고도에서 11시간 비행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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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