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모텔 어플의 이면

애들하고 갔는데 신음소리가…

[일요시사 취재1] 김태일 기자 = 최근 급성장을 하며 주목받고 있는 숙박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이 잇달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수가 증가함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선보이며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각종 정보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가 하면 성매매 묵인 의혹에 시달리는 업체도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가장 은밀한 개인 사생활 정보까지 유출이 되는 점에서 O2O 서비스 플랫폼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일각에선 숙박 앱 업체의 관리 소홀 관련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자칫 O2O 서비스 업체 전반에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사건사고 연속

O2O란 온라인(Online) to 오프라인(Offline)의 약자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상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PC서도 이용할 수 있으며 최근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모바일 O2O 서비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숙박을 비롯해 배달, 콜택시, 부동산임대업 등이다.

여기어때로 잘 알려진 국내 종합숙박 O2O 기업 위드이노베이션이 해킹으로 일부 고객의 정보가 유출됐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지난 24일, 공지를 통해 해킹사실을 공지하며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 등 관계당국에 신고하고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IP를 통한 해커는 여기어때 데이터베이스에 침입해 4000여건의 고객정보를 빼낸 것으로 전해진다. 유출된 정보는 이메일, 연락처, 예약자 이름, 숙소 이용 내역 등이다. 해당 해커는 고객 정보를 활용해 해당 고객들에게 ‘O월O일 OO(숙박업소명)서 황홀하게 보내셨나요?’ 등의 스팸문자를 발송했다. 일부 고객에게는 모텔 예약 내역을 언급하며 금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위드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처음 인지한 것은 CS에 고객들의 항의전화가 이어지면서부터다. 여기어때 고객들에게 성적 희롱 문자가 발송된 것. 위드이노베이션은 수상함을 감지하고 바로 방통위와 KISA, 경찰 등에 신고했고 조사결과 해킹으로 인한 고객정보 유출임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스팸문자 피해는 약 4000여건이지만 여기어때의 전체 회원수가 300400만명 이상이라는 점에서 추가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앱에 회원으로 가입만 해두고 실제 예약을 진행하지 않은 고객들의 정보가 유출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드이노베이션 측은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개인 정보 유출 사실 확인 즉시 경찰·한국인터넷진흥원·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해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개인 정보 보호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기어때 이용자들은 현재 가장 민감한 사생활 정보가 노출된 데다 개인 정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문자까지 발송됐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여기어때 측이 업계 최초로 E프라이버시 인증마크를 획득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의심스럽다며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해킹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한 포털사이트 카페도 개설됐다. 개인 정보 유출 관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해킹이 초보적 수준이라 대비만 제대로 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보안전문가들은 ‘3·7 China Attack’ 이후로 중국 해커조직의 공격이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번 여기어때 해킹도 같은 맥락서 진행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IP가 발견된 것 외에도 중국 해커들이 한국 웹사이트 공격을 독려하며 제시한 SQL 인젝션 공격이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증마크 획득? 초보적 해킹에 속수무책
알면서 모른척? 성매매 묵인 의혹도 제기


물론 이와 별개로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수익을 얻으려는 또 다른 중국 해커들이나 북한 해커조직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인 보안 패치 등만 했어도 해킹 가능성을 낮출 수 있었던 만큼 고객 정보 등의 관리 소홀로 비판을 면키 어려울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드이노베이션 측은 여러 가지 공격 방식 중 SQL 인젝션 침입 흔적이 발견됐을 뿐 SQL 인젝션 공격으로 DB가 뚫렸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어떤 방식으로 해킹됐는지도 수사 중이라며 해킹이 회사의 고객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했다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뿐만 아니라 여기어때와 함께 숙박앱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야놀자는 최근 성매매 묵인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야놀자의 오프라인 가맹 브랜드 호텔야자일부 지점이 유흥업소들과 연계, 성매매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유흥업소를 찾은 고객이 술값을 지불하면서 성매매 대금을 내면 해당 업소 종업원은 같은 건물이나 인근에 있는 호텔야자로 손님을 안내했고 야놀자가 이를 묵인했다는 것.

지난달 22일 야놀자 측은 일부 가맹점의 불법 행위 의혹에 유감을 표시하며 보도가 사실로 확인되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날 야놀자는 입장자료를 통해 불법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한 가맹점 교육과 계약상 엄중한 처벌조항을 통해 사전에 방지하고자 노력했다하지만 이번 이슈를 통해 미흡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정비해 불법 행위와 관련된 더욱 강력한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빅데이터 기술을 통한 감지 시스템 도입, 상권 분석을 통한 유흥업소 입점 우려 상권 배제, 성매매 고발 시스템 도입 등이다. 야놀자 측은 성매매 장소 제공에 알고 있거나 알았음에도 막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야놀자의 철학과 정면 배치된다고 전했다.

야놀자 관계자는 “2005년 설립돼 러브호텔에 한정된 국내 숙박시장의 뿌리깊은 관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다이번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검증이 필요

최근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며 O2O 플랫폼을 이용한 업체들이 증가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서 오프라인의 일을 처리할 수 있어 개인 정보의 활용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O2O 서비스의 특성상 개인 정보의 활용 범위도 그만큼 넓어지고 있어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O2O 서비스의 특성상 개인정보가 중요하고, 불법 관련 문제가 기업 신뢰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저마다 보안 등 문제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숙박 앱 업체 문제로 인해 자칫 O2O 서비스 업체 전반에 비슷한 문제가 만연한 것처럼 여겨져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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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 쟁탈전

‘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 쟁탈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한민국 의전 서열 1위는 대통령이다. 그다음은 통상 국회의장으로 분류된다. 의전 서열 2위를 차지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거물급 잠룡들의 몸풀기가 시작됐다. ‘친명(친 이재명계 일색’ 민주당에 국회의장까지 ‘찐명’ 몫으로 돌아갈 상황이다. 차기 국회의장(이하 의장)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4파전으로 예고됐던 선거가 지난 주말 사이 우원식·추미애 당선인의 양자구도로 정리되는 등 물밑 경쟁도 치열한 양상이다. 그동안 의장직은 다수당의 5선 이상인 중진급 의원이 맡는 게 관례였다. 원내 정당의 의견을 교섭하고 조율하는 역할인 만큼 계파색이 옅은 인사가 적임자로 여겨졌다. 이는 국회의장에게 주어지는 ‘직권상정’이라는 특권 때문이다. 의장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시킬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 가운데서… 외로운 싸움 현재 국회를 이끄는 수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다. 김 의장의 임기는 오는 29일 종료되며 차기 의장은 오는 16일 선출된다. 김 의장은 국민의정부서 중용돼 부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등을 역임했다. 2002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에는 수원서 내리 5선에 성공하면서 당내 우직한 인사로 평가받아왔다. 선수가 높았던 탓에 21대 전반기 국회의 의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당시 6선이었던 박병석 의원과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불출마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 의장은 이로부터 2년 뒤인 2022년 21대 후반기에 의사봉을 쥔 후로 지금까지 국회를 이끌고 있다. 당선 당시 김 의장은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며 “당적을 졸업할 때까지 선당후사의 자세로 민주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의장이 당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김 의장이 무조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일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오히려 임기 막바지엔 친정인 민주당으로부터 쓴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법안 상정 시 여야 합의를 지나치게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본회의에 (법안을)올릴 때 무조건 우리 편을 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민심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봐야 할 것 아닌가”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21대 후반기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온갖 특검법이 쏟아지면서 강대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평소 온화하기로 소문난 김 의장조차 본회의 진행 중 의원들의 고성이 이어지자 처음으로 “국민이 보고 있습니다!”라며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4·10 총선 이후 본격적인 수난 시대가 열렸다.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정부 심판론’이 힘을 받자 정부·여당을 향한 민주당의 압박 수위가 단숨에 높아진 탓이다. 지난 2일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과정서 김 의장의 고초가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김 의장은 멕시코·인도네시아·대한민국·튀르키예·호주 의회로 구성된 협의체인 ‘믹타(MIKTA)’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야당 내에서 “해당 법안을 상정하지 않을 경우 출장길을 막겠다”며 의장을 압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는 여야 21대 국회 끝도 진흙탕 싸움 본회의 직전까지도 야당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의장실서 나온 김 의장 옆으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끈질기게 쫓아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강 의원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붙자 김 의장은 “알아들었다” “본회의장서 한다니까”라며 결국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채 상병 특검은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통과하면서 김 의장을 향한 공세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전세 사기 특별법 등 예민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21대 국회 폐원 전까지 김 의장의 책임은 여전히 막중하다. 국회의원 300명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김 의장은 언제나 여야 협치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21대 국회가 이견 조율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불만이 나오자 차기 의장을 노리는 후보들은 저마다 ‘탈중립’을 강조하면서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쏴 올린 인사는 경기 하남갑에 당선돼 6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추 당선인은 지난달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과 관련해 “국민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혁신 의장에 대한 기대라면 얼마든지 자신감 있게 그 과제를 떠안을 수 있다”고 말해 출마를 암시했다. 추 당선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의장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립도 아니다”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강성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그를 차기 의장으로 밀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다른 후보 역시 앞다퉈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5선인 민주당 우원식 당선인은 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 의장이 되겠다”며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우 당선인은 자신을 이 대표의 ‘사회개혁 가치의 동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윤정부에 맞서기를 주저한 적이 없다. 국회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말로만이 아닌 온몸을 던져 싸워왔다. 윤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서 제대로 싸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6선 민주당 조정식 당선인도 같은 날 출마를 선언했다. 조 당선인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예결위 간사, 당 정책위의장 및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실력을 검증 받았다”며 “특히 지난 1년 8개월 간 당 사무총장으로서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지키고 총선 승리를 이끄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확 바뀐 패러다임 조 당선인은 이번 총선의 민의를 ‘민생회복과 윤정부에 대한 심판과 견제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22대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실현해야 한다”며 “당원과 국민의 뜻을 받들고 개혁국회의 성과를 낼 국회의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당선인은 후보 마감일인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의를 따르는 ‘개혁국회’를 만들어 민생을 되살리고 평화를 수호하며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첫 번째 민생 입법으로 이 대표가 제안한 신용사면 등 처분적 법률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5선의 민주당 정성호 당선인도 같은 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빛나게 하는 ‘뒷바라지 국회의장’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정 당선인은 “이번 총선의 민의는 소극적 국회를 넘어서는 적극적이고 강한 국회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를 받들어 국회의 권위를 회복하고 민생과 민주주의의 효능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던 5선 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은 “지금은 제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22대 국회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우리 당의 좋은 국회의장 후보가 선출되기를 기대한다”며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나라를 살리고 민주당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듯 4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의장 선거는 주말 사이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지난 12일, 조 당선인과 정 당선인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추 당선인과 우 당선인으로 후보군이 압축됐다. 조 의원은 이날 추 당선인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민주당이 대동단결해서 총선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제가 마중물이 되고자 의장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추 후보가 연장자라는 점을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정 당선인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당선인과 달리 추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진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친명계 핵심부가 의장 선거를 앞두고 추 당선인으로 교통정리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추 당선인은 후보 중 가장 선수가 높고 연장자인 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관례에 따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추 당선인의 선명성을 높이 샀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선명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데에는 김 의장의 과도한 중립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풀어지는 중립 기어 추 당선인은 “옳은 방향으로 갈 듯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넣어버리고 멈춰버려 죽도 밥도 아닌,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한 전례가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선명성 경쟁에 대해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김진표 학습 효과’라고 해석했다. 최 평론가는 “김 의장은 ‘일단 여야가 합의를 해오지 않으면 상정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 대다수의 민주당 당원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22대 국회의장 선거에서는 기계적 중립이 필요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의장 선거를 약 일주일 앞두고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기류가 점차 굳어지는 분위기다. “의장이 아닌 정부·여당과 맞서 싸우기 위한 당 대표를 뽑는 것 같다”는 여권의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3일 친명계 박찬대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임된 가운데 의장까지 친명 체제로 꾸려진다면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22대 국회처럼 여소야대 국면서 야당이 강경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한 상황이라면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9개의 법안을 21대 국회서 마무리하겠단 방침이다. 폐원 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그동안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간호법 ▲노란봉투법(노조법) ▲방송 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이다. 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발의할 수 있다”면서도 “필요 시에는 이들 법안을 묶어 ‘패키지’ 형태로 재발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등 중요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여당은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면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 대통령 재의요구권인 거부권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여당의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한쪽으로 기운 의장은 꼭두각시” 우려에도 ‘찐명’ 내세운 이유? 그동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밀어붙일 때마다 ‘입법 폭주’라며 “타협과 절충으로 이뤄낸 협치의 싹이 또다시 거대 야당의 폭주로 꺾였다”고 비판해 왔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 개인의 목소리를 억제하고 이 대표의 엄명을 따르라 강요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이자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후보들조차 이 대표의 눈에 들어보겠다며 위헌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 대표 연임 추대론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은 전체주의 집단으로 전락한 것인가”라고 견제에 나섰다. 민주당 단일 체제에 우려를 표하는 건 여권뿐만이 아니다. 김 의장도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MBN과의 인터뷰서 중립의무를 비판한 후보를 겨냥한 듯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한 사람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의장의 중립적인 태도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적 현안을 여야 간에 협의하라고 국민이 위임한 기관 아니냐”며 “끝까지 협의해야 제대로 된 선진 민주정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력이나 국민의 의식은 다 높은 수준에 가 있는데 정치인들만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의 정치를 한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싹쓸이 한다면… 정치권에서는 의장 후보들이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의장의 국회 운영 방식에 갈증을 느꼈다는 평이 대부분이지만 거대 야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실행력 있는 의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점차 무게가 쏠린다. 민주당 내에서는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과 ‘민심’은 다르다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여당과 협치보다는 총선서 승리를 이끈 이 대표와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의장직에 어울리지 않겠냐”는 설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22대 국회 고삐를 꽉 죄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민주당은 민심을 빠르게 좇지 못한 김 의장이 비판받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며 “(민주당이)국회를 쥐더라도 민심을 잘 파악한다면 지금과 같은 비판은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부의장도 친명전 차기 국회부의장(이하 부의장)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도 막을 올렸다. 야당 몫의 부의장 후보로 4선의 남인순·민홍철·이학영 의원이 물망에 오르면서 해당 선거 역시 최소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후보들은 이번 총선 승리의 의미를 강조하며 국회의장(이하 의장)과 합을 맞춰 22대 국회를 ‘개혁 국회’로 이끄는 데 방점을 찍었다. 부의장은 의장과 달리 당적 보유가 가능하다. 이들 중 대다수가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만큼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