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 수장’ 박희태 국회의장 <지령800호 특별인터뷰>

“18대 국회, ‘의정활동의 천국이었다 기억되게…”

18대 국회에서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가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그 주인공이다. 원외 신분으로 18대 국회 초반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그는 재보선에 당선, 6선 의원이 돼 다시 국회에 입성했다. 이어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취임해 1년 가까이 입법부 수장을 맡아오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열릴 ‘2011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박 의장을 지령800호를 맞은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2011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 준비 “바쁘다 바빠”
원만하게 보낸 지난 1년, 하지만 때로 힘들고 어려워 


요즘 박희태 국회의장의 일정표에는 ‘G20 국회의장회의’가 빠지지 않는다. 해외 출장을 나서고 내·외신 기자들을 만나고, 정재계에 협조를 당부하는 것도 모두 ‘G20 국회의장회의’에 대한 것이다.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도 내내 ‘G20 국회의장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박 의장의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서 여는 큰 행사
발로 뛰며 준비에 열중

- 최근 G20 국회의장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힘쓰고 있다. G20 국회의장회의는 어떤 회의인가.
▲ ‘2011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는 G20 의회정상 및 주요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하는 주요 선진 의회간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서울 회의는 지구촌 안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인류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동반성장의 길을 의회 차원에서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 이번 회의에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 의제는 무엇인가.
▲ ‘공동번영을 위한 개발과 성장’이라는 대주제 하에 세 가지 세부의제를 다룰 생각이다.

세부의제로는 첫째 ‘선진국 개발경험 공유를 통한 개발도상국 발전 전략’, 둘째 ‘금융위기 이후 동반성장을 위한 국제공조와 의회의 역할’, 셋째 ‘세계평화?반테러를 위한 의회간 공조전략’이다.

특히 최근 국제적 현안이 되고 있는 북아프리카·중동 정정불안과 동일본 대지진 및 원전의 안전성 문제 등과 같은 글로벌 안전위기에 대한 의회차원의 대응 방안을 중점적으로 모색하고자 한다.

- 우리나라 국회에서 G20 국회의장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 우리나라 국회에서 G20 국회의장 회의를 개최하게 된다는 것은 우리의 국격이 이미 세계질서를 주도하는데 일역을 담당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G20 국회의장회의는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대한민국의 세계로의 대진출을 향한 레일을 놓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G20 외교활동 중
높은 위상·국격 실감

- G20 국회의장회의는 ‘국회 역사상 가장 큰 국제행사’라고 들었는데, 준비하는 것도 만만찮을 것 같다.
▲ 지난해 9월 국회사무총장을 준비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총괄기획·전략·의제개발·의전·영접·홍보·경호 등 7개 팀으로 구성된 실무기획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동 준비위원회에는 국회 내 주요 실·국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담당 국장이 참여해 행정부와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주요국 의장의 참석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예로 주요국 외교사절과 면담을 실시했으며, 양 부의장이 유럽과 남미를 각각 특사자격으로 방문하는 외교활동을 펼쳤다. 각국별 연락관 체제를 운영해 회의와 관련한 각종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G20 국회의장회의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경제5단체장을 국회로 초청해 협조를 구하는 등 홍보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 G20 국회의장회의의 성공을 위해 각 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밖에 나가서 본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나.
▲ 최근에 간 나라들은 대체로 후발국가와 개발도상국가들이 많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있고 우리를 이미 선진국으로 대우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계선진국들이 많이 있지만 한국은 자기들과 똑같은 개발도상국가였다가 빠른 속도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기 때문에 우리의 노하우와 기술을 배웠으면 좋겠다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아져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이번 G20 국회의장회의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지 듣고 싶다. 
▲ G20 국회의장회의가 정례화될 수 있으리라 본다. 앞으로 G20 국회의장회의로부터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회의가 정규적으로 열리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회의가 주기적으로 열리게 되면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는 등 G20 국회의장회의가 국제현안을 논의하는 주요 거버넌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회의 중에 최근 국제적 현안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을 해 공동선언문 안에 참가국들의 컨센서스와 실천정신을 담아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회의장으로 보낸 1년
“때로 힘들고 어려웠다”
 
-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직에 오른 지 1년이 되어간다. 그간의 소회를 말해 달라.
▲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면 ‘2011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를 유치한 것과 같은 보람된 순간도 있었지만 작년 예산안을 여야합의로 처리하지 못한 일처럼 가슴 아픈 기억도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여야 원내대표께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잘 이끌어 주셔서 원만하게 운영되어 온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정국을 풀지 못해 중재에 나서야할 때 힘들고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국회의장으로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은 국정이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히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회다운 국회’는 누구보다 법을 잘 지키는 ‘준법국회’
남은 목표는…G20 국회의장회의 성공, 하나 된 여야

- 국회의장 선출 후 “국회에 변화의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며 그 방향으로 ‘국회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원형을 회복하는 것’을 제시했다. 이후 꾸준히 ‘국회다운 국회’를 강조했는데, ‘국회다운 국회’는 어떤 국회인가.
▲ 준법국회가 되는 것이 국회다운 국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므로 누구보다 국회는 법을 지키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취임 이후 ‘법을 잘 지키는 국회다운 국회’의 모습을 강조해왔다. 앞으로는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를 운영함으로써 법이 필요 없는 국회가 되었으면 한다.

-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이 인식이 좋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할 국회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개선 혹은 해결방안으로 염두에 둔 바가 있나.  
▲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방법을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것, 원론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조금씩 지켜나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 지켜지는 국회의 모습을 국민들께 자주 보여드리는 것이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리라 본다.

정자정야(政者政也)라는 말이 있듯이, 정치는 바르게 행함을 그 기본으로 한다. 그 동안 국회가 타성과 관행에 매여 신뢰를 잃었다면 이제 그 기본인 법정신을 통해 국회를 바로 세워 국민의 믿음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 여야간 ‘대화의 정치’를 하려면 국회의장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나.  
▲ 국회의원이나 당대표의 경우 소속 정당의 입장에서 일하면 되지만 국회의장은 중립적 위치에서 여야의 입장을 조절하고 중재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대립하는 여야를 합리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국회 운영의 험로가 있을 때마다 그간의 의정활동의 경험에서 얻은 ‘노마지지(老馬之智)’를 발휘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 패배 후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한나라당 출신 선배 정치인으로서 조언을 한다면?
▲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뜻을 잘 받들어 정치를 해야 한다. 이번 재보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잘 헤아린다면 비록 현재는 쓰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대변인 시절 ‘촌철살인’의 명대변인으로 손꼽혔다. 오랜만에 대변인으로 돌아가 현재 정치권을 논평한다면.
▲ 18대 전반기에 이미 17대 전체의 2배가 넘는 의원발의 법안이 접수됐다. 이처럼 18대 여야의원 모두 대체로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예산안 및 몇몇 쟁점법안의 처리를 놓고 여야간 발생한 갈등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지 못한 점은 무척 아쉽다. 그러한 모습들로 인해 그간의 노력과 공들이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여야 모두 타협은 정치의 본질로서, 타협을 얻기 위한 기술이 정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부이거나 전무인 ‘올 오아 나싱(All or Nothing)’은 정치가 아니다. 여야 모두 ‘타협하면 굴종이다, 항복이다’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소수파 입장에선 원래 하나도 못 얻었을 것을 그나마 타협해서 조금이라도 얻었다고 생각하고, 다수파도 소수파를 포용해서 얻어낸 정치적 결과에 만족해야 한다.

- 발언 곳곳에서 사자성어가 활용되고 있는데, 앞으로의 구상이나 다짐을 사자성어로 말해 달라.
▲ 정치를 하면서 늘 생각하는 사자성어가 ‘유능제강(柔能制剛)’과 ‘상선약수(上善若水)’이다.

유능제강은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제가 성격이 부드러운 편이라 친구들이 법질서를 세울 수 있겠느냐고 놀리듯 말하곤 한다. 하지만 강한 카리스마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소통을 가로막을 수 있다.

상선약수는 정치인이라면 누가나 지켜야 할 원칙이다.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정치인은 끊임없이 국민을 향해 자세를 낮춰야 한다. 사리사욕을 취하려는 지저분한 마음을 물처럼 정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촌철살인’ 정치 논평
“전부·전무는 정치가 아니다”

-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났을 때 어떤 국회의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G20 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제적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 대한민국을 세계에 다시 한 번 알려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싶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여야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드려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고, 의원들에게는 의정활동을 적극 뒷받침해 18대 국회가 의정활동의 천국이었다고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지령 800호를 맞은 <일요시사>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일요시사>의 지령 800호 발행을 축하드린다.

화제와 특종에 강한 ‘사람향기 나는 신문’이라는 모토처럼 앞으로도 사회정의의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또한 <일요시사>가 경제발전 속에서 소외되어온 우리 사회의 어렵고 힘든 분들을 부축하고 동행하는 ‘서민 속으로의 대진출’을 실현할 수 있도록 앞장 서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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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