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03 11:17:20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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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아니면 안…심상찮은 비문 결집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상승세가 매섭다. 그는 호남 경선 흥행을 발판 삼아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다만 문제인 대세론을 꺾기 위해선 ‘연대만이 살길’이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그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정치권이 주목하는 두 사람의 양자대결 구도를 미리 그려봤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하나둘씩 정해지고 있다. 정권교체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야권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당 당내 경선에 국민들의 관심은 뜨거운 상황이다. 특히 각각 호남 경선 결과가 발표가 나면서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세론에 힘을 실었고 안 전 대표는 ‘제2의 안풍’을 일으켰다.

제2의 안풍
다시 분다

호남은 그동안 야권서 가장 유력한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주는 경향성을 보여왔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두 사람에게 60%대의 높은 지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또다시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 연말부터 줄곧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전북 경선서 승리한 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라, 문재인을 이기라는 호남의 명령을 기필코 완수하겠다”고 말해 양자대결 구도를 암시했다. 안 전 대표가 ‘안풍’을 몰고 올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적잖이 긴장한 모양새다.

문 전 대표 측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서 “호남은 압도적으로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며 “(호남의 안 후보 지지의 뜻은) 보조 타이어 격으로 일종의 격려를 해준 게 아닌가”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자 국민의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박지원 대표는 지난달 28일 영남 합동연설 인사말서 “문 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타이어가)펑크 난다. 펑크 난 타이어는 중도 포기한다”며 “우리 당후보가 지금 지지도는 낮지만 결국 이긴다는 것을 민주당서 잘 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양자대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두 사람만 출마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중 44%가 문 전 대표를 꼽았다. 안 전 대표는 40.5%를 기록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비교했을 때 두 사람의 격차는 3.5%에 불과했다. 안 전 대표 측은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면서 ‘비문(비 문재인)’ 결집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본선서 후보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문 후보에 비해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며 “중도·보수 유권자들은 문 후보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결국 안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경선 흥행·문재인 ‘대세론’ 굳히기
떠오르는 유승민 역할론·범보수 헤쳐 모여?

반면에 문 전 대표 측은 “1대1 구도가 성립하기 위해선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이 합의하에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자기 당 후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안 전 대표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범보수 진영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현재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의원이 대선후보로 확정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선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선출을 확정지었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자강론’과 ‘연대불가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당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정치권은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에 주목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탄생했다.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그 과정서 바른정당은 국정 농단에 책임이 있다고 불리는 자유한국당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기존 당을 박차고 나온 정치적 명분도 얻었다.

다만, 대선주자로 낙점된 유 의원의 지지율 정체는 바른정당의 고민이다. 유 의원은 한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무죄 선고를 받고 단숨에 자유한국당의 대선주자로 거듭난 홍 지사가 지지율 10%를 육박할 동안 유 의원은 반등 기미가 보차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 의원 입장서도 ‘문재인 대세론’을 저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연대인 셈이다.

현재 안 전 대표가 한국당과 직접적인 연대를 도모할 가능성은 아주 적어 보인다. 줄곧 적폐세력과의 연대에는 선을 그어왔고, 여전히 친박(친 박근혜) 진영이 공고한 한국당과 연대할 경우 호남서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쫓기는 문재인
유승민 역할론

안 전 대표가 연대를 주도하기보다는 범보수(바른정당, 한국당)가 단일화를 이룬 뒤에 안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연대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 의원 측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한국당과의 단일화 전제 조건으로 ‘친박 총선 불출마’와 ‘당원권 정지’를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친박청산’ 기준에 대해 “제 생각은 (친박 의원들의) 탈당인데, 그게 어렵다면 다음 총선에 못 나올 만한 실질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당원권 정치 조치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선 국민의당과 먼저 (단일화 협상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왕설래한다”며 “우리는 오히려 지금 ‘국민의당에 먼저 손을 내밀자’가 아니라 ‘절대 먼저 손 내밀 이유가 없다, (국민의당에서) 응해오면 (한국당보다)먼저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대선주자인 홍 지사가 단일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연대 가능성은 존재한다. 지난달 29일 홍 지사는 “일부 친박의 패악 때문에 바른정당 사람들이 나간 것”이라며 “이제 일부 친박들도 탄핵돼 바른정당과 분당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 바른정당과의 연대설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당내 친박 핵심인 김진태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단일화 자체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유 의원도 섣부르게 단일화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9일 유 의원은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은 분명히 반대한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원칙과 명분이 있는 단일화가 아니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당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후보단일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독자 후보를 내 대선을 치를 경우 범보수 표밭이 분산돼 정권교체는 쉽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양당이 단일화를 이룬 뒤 안 전 대표가 합류하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맞붙게 된다면 대선은 제2의 2012년 대선을 재연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 양자대결 구도로 50대50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일단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역풍 딜레마
최종 승자는?

호남 경선의 ‘흥행’으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15%를 넘으면서 대선주자 2위를 기록했다. 또 민주당이 문 전 대표로 결정될 경우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시장의 표가 안 전 대표에게 흐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정치권은 안 지사 측의 표심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안 지사는 ‘대연정론’을 펴며 중도·보수층 결집에 힘썼다. 그 결과 안 지사는 단숨에 대선주자 중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외연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선에 돌입했지만 현재는 ‘문재인 대세론’에 막혀 주춤한 모양새다.

정치권은 15%를 육박하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안 전 대표에게 흐를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더 이상 맥을 추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보다 안 전 대표와 성향이 유사하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린다.

두 사람 모두 중도 표심에 예민하다는 점, 사드로 위시되는 안보관도 큰 맥락서 유사하다는 점에서 안 지사의 표심이 안 전 대표에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례서 보듯 유력 대선주자의 불출마는 다른 대선주자에게 지지층이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황 대행이 불출마하자 홍준표 경남지사는 황 대행의 표심을 흡수해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 했다. 당시 최대 수혜자가 홍 지사였다면 그 다음은 안 지사와 안 전 대표였다.

또 10%를 육박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표심 향방도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의 양자대결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선 과정서의 불협화음, 상호간 네거티브 공세로 인해 세 사람의 지지층간 골은 깊은 상황이다.

안희정·이재명 흩어진 표심 어디로
대역전 가능성은…일단 안 찍고 본다?

이 상황서 같은 민주당이라는 이유로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지지층이 곧장 문 전 대표에게 흐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만약 안 전 대표가 범보수 진영과 연대를 해 중도·보수 진영의 단일후보가 돼 문 전 대표를 상대한다면 두 사람의 대권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문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정체성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보수 진영과의 연대는 아무래도 진보 진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호남민들의 부정적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호남지역은 보수 진영과의 연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이 점을 문 전 대표가 파고들어 호남민들을 자극한다면 문재인, 안철수로 양분된 호남의 지지가 문 전 대표 쪽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을 확장해 문 전 대표가 본인이 정권교체의 적임자라고 강조하면서 야권서 정통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아울러 안 전 대표의 범보수와 연대를 정치공학적 ‘야합’이라 평가절하해 야권 지지층 결집을 노릴 수 있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문 전 대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비문 정서’를 결집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아직 연대가 이뤄지기 전인 현재도 집중하고 있는 전략이다.

지난달 29일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호남서만 반문 정서가 있는 게 아니라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도 반문 정서가 만만치 않다”며 “문재인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안 전 대표 캠프서 국민참여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기석 의원도 “호남 쪽은 기존의 (문 후보의) 말 바꾸기라든가 인사 차별, 약속 불이행 등 때문에 결국 문 후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영남지역, 특히 대구·경북은 문 후보에 대한 근본적인 안보 불안감 때문에 (반문 정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 구도면
안철수 승리?

특히 대선이 한 달여 남은 시점서 양자대결 구도 자체는 안 전 대표에게 호재다. 양자대결로 부족한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대세론’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있다. 세력이 비등한 사람의 대결서 ‘대세론’은 더 이상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비문연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후보들이 선출되고 나서 전체적인 3자구도, 4자구도, 양자구도 여론이 어떻게 가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만약 3자구도 속에서 민주당에 뒤지는데 연대하면 해볼 만하다고 할 경우 보수층에서도 일단 이번 대선에서 자기들이 안 되더라도 공동정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종인-안철수 연대 가능성은?

‘친문패권주의’를 비판하고 당을 떠난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킹’으로 나설 채비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김 전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내 비문진영 의원 10여명과 회동해 정국 상황 및 자신의 행보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최명길 의원이 민주당을 전격 탈당하고 김 전 대표에게 합류했다. 최의원은 “권력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 또 다른 절대 권력자를 세우고, 과실을 따먹으로 한다”며 문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는 안 전 대표와 김 전 대표간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결국 마지막 단계에 가면 그런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게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제3지대’의 핵심축으로 불린 그의 행보에 따라 대선판은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 속 기사> ‘확’ 달라진 안철수 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달라졌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18대 대선 때 ‘철수정치’라는 소리를 들었던 그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강철수’로 변신했다. 특히 목소리 톤과 화법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과거 청춘콘서트서 조근조근하고 위로하는 화법을 구사했던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 이후 공격형 화법으로 바뀜과 동시에 목소리 톤을 낮춰 신뢰감을 높였다.

지난달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서 열린 경선 연설 과정에서 안 전 대표는 저음의 힘찬 목소리로 연설문을 읽어나갔다.

달라진 안 전 대표의 모습에 지지자들은 “강철수”를 연호 했다. 안 전 대표의 연설에 당내 인사들도 고무된 모습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단전호흡을 배워온 것 아니냐. 목소리가 우렁차더라.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특별히 전문가의 도움은 받지 않았다. 이동하면서 주로 연설을 고치고, 연습한다.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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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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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