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27>기업 개발지 둘러보기

‘투자 나침반’재벌건설사 믿고 따라가 볼까


부동산 속담에 ‘대기업을 따라가면 돈이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송도국제도시, 화성, 평택 등의 부동산시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사례는 과거에도 곳곳에서 나타났었다. 대기업에서 개발 중인 부동산을 둘러봤다.

‘삼성타운 입주’로 주변 술렁…평당 3000만원 상승
“신도시 들어선 효과”롯데도 개발추진 기대감 고조


3년 전 강남역에 삼성타운이 들어섰을 때 주변 부동산 시장은 술렁거렸다. 강남역에 삼성타운 입주효과를 돈의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삼성타운 입주효과로 주변 상가 가격을 3.3㎡당 3000만원가량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유자금 없거나
단기 투자 위험

이처럼 삼성타운 인근 부동산가격이 급등한 것은 삼성타운 입주에 따른 유입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타운 3개동을 합쳐 상주인구가 1만2000명, 관계사 직원들까지 치면 유입인구만 2만∼2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즉 웬만한 규모의 신도시 하나가 들어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타운 바로 옆 서초동 롯데칠성 물류부지(6만9395㎡)에 대한 개발 기대감도 상당하다. 롯데는 이 부지에 주거시설과 업무시설, 판매시설, 호텔 등이 결합된 복합단지(롯데타운)를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NHN과 네오위즈 등 인터넷기업들이 분당으로 본사를 이전해 주변 상권이 술렁이고, 분당이나 판교 등 아파트 전세값도 덩달아 올랐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대기업의 이전으로 구매력 있는 소비자 창출로 인한 상권 활성화, 상가 매매가·권리금 상승 등 상권 인근 부동산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물론 주의점도 있다. 여유자금 없이 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신도시 등의 지역에 투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오히려 장기간 자금이 묶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 예정대로 대기업이 입주를 원활히 진행하는지, 상권이 제대로 활성화될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송도신도시 부동산시장이 뜨겁다. 삼성그룹의 송도 바이오시밀러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삼성 송도 진출이 터널 속에 갇혀있던 송도 부동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고, 내놨던 매물도 다시 회수하는 분위기다. 미분양 아파트도 속속 소진되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 바이오센터가 입주하는 5공구 일대에 아파트를 분양 중인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는 삼성 바이오시밀러 투자 발표 이후 30건이 넘는 계약이 이뤄졌다.


다른 프로젝트도 속속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송도의 랜드마크로 조성되고 있는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 건설 사업이 이르면 5월부터 재개된다. 지난해 공사비 미지급으로 중단됐던 이 건물 공사는 최근 시행사인 엔에스씨링키지제이차(주)의 대주주들이 공사 재개에 필요한 자금 1750억원 조달 방안에 합의해 곧 재개될 전망이다. 공사비 부족의 주원인이었던 사업성을 위해 NEATT 빌딩의 콘도와 호텔공간을 오피스텔로 분양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추진 중이다.

글로벌 캠퍼스 조성 사업도 정상화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 5/7공구 29만5000㎡ 부지에 조성 중인 송도글로벌캠퍼스를 예정대로 올 8월까지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하고, 9월 개교할 예정이다. 글로벌캠퍼스는 10개 안팎의 외국대학을 집중 유치해 송도국제도시를 동북아 교육허브로 만드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사업비 가운데 5700억원을 수익용 부지에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지어 발생하는 개발 이익에서 충당하고, 나머지 4900억을 국/시비로 지원하는 방식인데, 송도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의 분양률이 저조하면서 공사비 지급이 제때 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됐었다. 하지만 미분양이 해소되면서 일정대로 공사를 마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송도국제도시에 1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복합쇼핑타운이 조성돼 이 또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이 송도국제업무단지 내에 1조원 규모의 ‘송도 롯데쇼핑타운’을 개발·운영하기로 했다.

롯데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부지는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 인근 중심상업지역인 연수구 송도동 일대로,  A1/A2 블럭 8만4500㎡를 NSIC(송도국제도시 개발유한회사)로부터 매입해 롯데쇼핑타운을 개발한다. 송도 롯데쇼핑타운은 연면적 약 22만㎡의 대규모 복합상업시설로서 68층 오피스빌딩인 NEATT (동북아무역센터), 송도컨벤시아, 쉐라톤 호텔과도 연결된다. 쇼핑타운이 완공되면 서울 코엑스 단지와 유사한 복합상업단지가 송도 내에 형성되는 것이다.

이 타운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 영화관, 아이스링크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매장과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4800대 규모의 주차시설도 설치된다. 롯데쇼핑타운은 2012년 상반기 착공해 2014년 개장에 들어갈 예정이다.

NSIC 관계자는 “쇼핑업계의 선두주자인 롯데가 직접 개발·운영하게 될 송도 롯데쇼핑타운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을 송도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도 “송도 롯데쇼핑타운으로 인한 유동인구 유입이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을 촉진시키고 송도 내 주변 상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송도 롯데쇼핑타운 개발에 총 5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입키로 합의, 송도 IBD 사업 외자 유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전했다. IFEZ 측 역시 “롯데그룹이 송도에 대규모 쇼핑타운을 건설하는 것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물론 인천 경제발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이번 롯데그룹 측의 개발 참여는 송도국제도시 활성화에 크나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동인구 대거 유입
주변 상권 활성화

이번 롯데그룹의 인천 진출은 국내 대기업으로서 포스코건설에 이은 두 번째로, 인천 투자유치는 물론 인천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롯데쇼핑타운’이 들어서는 부지는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의 가장 중심부로 꼽힌다. 기업과 상업·문화·주거가 공존하는 그야말로 송도의 노른자위다. 롯데그룹의 송도지구 입성은 글로벌 금융 위기와 부동산 경기 위축 등으로 침체에 빠진 경제자유구역 프로젝트를 회생시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놨던 매물 회수” 송도신도시 주목
삼성·롯데그룹 ‘통 큰 투자’로 들썩


특히 자금난으로 시행사 부도 위기, 건축물 공사 중단과 같은 엉킨 실타래를 풀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부동산투자위탁회사 터브먼(Taubman)이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와 계약을 체결하고 ‘리버스톤’이란 대형 쇼핑공간을 구상했다. 당시 터브먼은 롯데백화점과 멀티시네마, 홈플러스 등 입점 계약을 추진했었지만 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착공이 계속 늦어졌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 계열사 롯데자산개발을 전면에 내세워 NSIC와 직접 접촉으로 개발권을 따냈다. 롯데에 개발권이 넘어가기 전 국내 굴지의 경쟁사 삼성그룹이 해당 사업에 적극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큰 변동은 없었다.

이처럼 큰 윤곽이 잡힌 ‘롯데쇼핑타운’은 엔터테인먼트와 생활이 공존하는 장소다. 8만9100㎡에 들어서는 8층 높이 쇼핑몰은 A1·A2부지를 서로 연결한다. 여가를 즐기는 20∼30대 소비자를 주 소비층으로 겨냥해 일반 브랜드를 입점 시킨다는 계획이다. ▲백화점(8층·7만5900㎡)은 원스톱 서비스 ▲대형마트(2층·3만9600㎡)는 생활필수품 대량 진열 ▲영화관(7층·9000㎡)은 대형 스크린 3관 도입 ▲롯데월드(아이스링크·2838㎡)는 교육형 빙상 프로그램 등이 콘셉트다.

롯데자산개발 측은 “송도 롯데타운은 총사업비 10%를 일본 롯데에서 들여오는 외자 유치 방식이 될 것”이라며 “세계적 수준의 상업시설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게일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쇼핑업계의 선두 주자인 롯데가 직접 개발·운영하는 송도롯데쇼핑타운은 외국의 쇼핑객들까지 끌어당기는 송도의 명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혁춘 상가114 팀장은 “주변 도시 인프라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송도 롯데쇼핑타운 조성으로 인해 인구의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도국제도시는 당초 2014년 말 기준으로 10만여명, 2020년 25만여명을 예상했지만 이번 쇼핑타운 조성으로 인한 유동인구 유입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유동인구 유입이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을 촉진시키고 송도 내 주변 상권 활성화에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다. 더욱이 인천국제공항과 인접이라는 지리적 장점으로 중국·일본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관광객들을 송도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흡입효과가 기대된다. 향후 송도의 대표적인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 명소로 거듭나면 동북아무역센터(NEATT), 송도컨벤시아, 센트럴파크 등 국제 비즈니스와 연계한 문화 교류의 장으로 크게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IFEZ)은 최근 롯데백화점의 입점시기 등을 고려해 인근의 상업용지 입찰에 들어갔다. 삼성이 2조원을 투입하는 바이오사업 진출이 확정됨에 따라 롯데백화점 부지와 인천대학교 전철역의 근거리인 데다 2009년에 개교한 인천대학교 주변에 현재까지 상업시설이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이라 이 일대 쇼핑과 문화의 거리 및 먹자골목 상권 형성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변지역까지 영향권
시장 분위기 급반전

평택 부동산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평택 고덕신도시 내 산업단지 투자계획을 발표하자 수렁에 빠져있던 경기남부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평택의 한 중개인은 “삼성 투자 확정 발표 이전에는 매물을 내놓아도 1년 넘게 팔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매물이 나오면 고덕신도시뿐 아니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문의가 빗발친다”며 “심지어 삼성투자 소식을 모르고 매물을 내놨다가 급하게 회수에 나서는 등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급반전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삼성전자 공장 조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수원과 화성에 이어 평택까지 삼성벨트에 가세할 경우 서로 인접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경기 남부권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상가114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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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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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