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27 10:41:35
  • 호수 1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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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이냐 메이커냐 당 대표냐 총리냐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전격 사퇴했다. 정치권과 언론계를 중심으로 ‘홍석현 대망론’이 흘러나오던 터라 그의 사직은 ‘대권출마’와 연계됐다. 현재로서는 킹메이커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의 역할론에 따라 대선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그의 행보를 놓고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대망론이 급부상 중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8일,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사내 이메일을 통해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며 회장직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회장직 사임
정치권 파장

<일요시사> 취재결과 홍 전 회장의 <중앙일보> 사퇴설은 이미 지난 몇 주 전부터 주식 시장서 흘러나온 얘기였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관에서 홍 전 회장이 대선 때문에 <중앙일보> 회장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이 때문에 이미 주식 시장 큰손들은 <중앙일보> 계열사인 상장사 제이 콘텐트리와 보광그룹(홍 전 회장의 동생 홍석규 회장 소유) 관련 주식을 매집했다”고 귀띔했다.

홍 전 회장이 대권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다. JTBC가 ‘최순실-고영태의 태블릿PC’를 보도한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자 일부 친박 지지층에서는 회장직을 맡아왔던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를 위한 기획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인 지난해 12월17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올 초부턴 국가개혁을 내걸며 <중앙일보>와 JTBC를 통해 리셋코리아 프로젝트를 주창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온 점도 그의 대선 출마설에 힘을 보탰다.

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중도 보수층의 유력 대권 주자로 물망에 올랐다.

지난 2월엔 홍 전 회장이 전북서 대선 출마를 한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일부 매체가 이를 기사화했다가 홍 전 회장이 부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직까지 홍 전 회장은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앙일보>·JTBC 회장직을 사임한 뒤 국가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은유의 메시지만 던졌을 뿐이다.

“대한민국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
모든 자리서 물러나 이유 두고 해석 분분 

정치권에선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늦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연유로 유력 대선 후보를 조력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홍 전 회장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홍 전 회장과 안 지사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바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다. 이 전 지사는 현재 홍 전 회장의 민간 싱크탱크로 주목 받고 있는 ‘여시재(與時齋)’의 총괄 부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18일 출범한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 연구재단에 참여한 것도 홍 전 회장의 정계구상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해석을 낳았다.


여시재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 전 지사, 홍 전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현종 전 UN 대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그룹 명예회장이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출연금을 낸 연구재단으로서 홍 전 회장의 싱크탱크로 조명받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안 지사의 최측근 ‘브레인’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2002년 ‘좌희정 우광재’라 불리며 노무현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이다. 최근 안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 전 지사는 캠프서 확고한 2인자군에 속하게 됐다.

중도·진보
흡수 뒤 연대?

이 때문에 안 지사가 대연정을 공론화하면서 이것이 여시재서 총괄 부원장으로 있는 이 전 지사와 계획된 교감 아래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 블로그에 ‘안희정의 배후는 여시재’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홍 전 회장 성향이 중도로 분류되는 만큼, 야권에 지지층이 쏠려 있는 민주당에서 중도 확장성을 가진 안 지사를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홍 전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냈기 때문에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홍 전 회장의 모친인 고 김윤남 여사의 출생지가 전남 목포라는 점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달 9일 전북 부안 대명리조트서 열린 원광학원 보직자 연수 특강서 홍 전 회장이 독일과 영국, 미국 등의 예를 들며 개헌과 대연정을 통합 대통합으로 국가 시스템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당론으로 정한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과의 협력도 가능하다.

홍 전 회장이 킹메이커로 나서서 자신이 힘을 실어준 정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차기 정부 국무총리에 발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의 영향력은 대선판을 흔들 만큼 폭팔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서 “김대중정부서 세대교체를 위해 홍 전 회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려고 했었다”며 “직접 출마를 하든 킹메이커가 되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분”이라고 평했다.

이렇게 정치권서 홍 전 회장의 향후 행보에 적잖이 신경을 쓰는 이유는 홍 전 회장이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저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보수·진보가 함께하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서 <중앙일보>와 JTBC의 국가개혁 프로젝트인 ‘리셋코리아 :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날 홍 전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게 나라냐’ 하는 말이 어느새 유행어가 되었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며 “고민 끝에 작은 결론을 내린 것이 바로 리셋코리아로 나라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 고은 시인 등 거물급 인사들이 리셋코리아 행사에 대거 참여했다. 리셋코리아를 만들면서 13개 분과를 설정하고 분과장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 전 회장이 사실상 내각체제를 만들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불거졌다.


홍 전 회장은 1949년 10월20일 서울 출생이다.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4남2녀 가운데 장남이다. 누나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내다. 아래 남매들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이다.

안희정과
연대설 솔솔

신직수 전 법무부장관의 장녀인 신연균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사장과 결혼해 2남1녀를 뒀다. 장남 홍정도씨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중앙일보>·JTBC 공동대표 사장을 맡고 있다. 며느리 윤선영씨는 J콘텐트리M&B 경영총괄이다.

장녀는 홍정현씨로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GS에너지 상무와 결혼했다. 차남 홍정인씨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신사업추진단 부단장 겸 휘닉스호텔앤드리조트 경영기획실장이다. 며느리는 박기범 전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의 차녀인 박연환씨다.

홍 전 회장은 1972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3월 세계은행으로 파견나가 이코노미스트로 일했으며, 1978년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전두환정부서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을 맡았다. 1985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1986년 9월부터 1994년 4월까지 삼성코닝서 일하며 상무-전무-부사장으로 근무했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중앙일보>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3년에 <중앙일보> 회장으로 승진해 2005년까지 역임했다. 이때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졌다. 홍 전 회장은 2005년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되면서 정계진출을 시도했지만 이 사건으로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홍 전 회장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과 사적으로 만났다. 이 자리서 홍 전 회장과 이 본부장은 이회창 대선후보 측에 정치자금 100억원을 전달하는 문제와 검사 7명에게 ‘명절 떡값’을 돌리는 문제를 논의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이 대화 내용을 도청해 녹음했는데 이 녹음파일이 삼성 X파일로 불렸다.

힘받는 대망론…대권 대열 합류?
아니면 다른 잠룡 도우미 역할?

2005년 7월 이상호 당시 MBC 기자(현 고발뉴스 기자)가 안기부의 녹음파일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삼성의 비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이 사실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홍 전 회장은 그해 2월에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됐지만 9월에 물러났다. 주미대사 이후 유엔사무총장 진출을 추진했는데 그 자리는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장관에게 돌아갔다.

검찰은 삼성 X파일을 수사한 끝에 2005년 12월14일 홍 전 회장과 이 부회장을 불기소처분했다. 횡령혐의로 처벌하기 힘들고 뇌물공여 혐의도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것이다. 이때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홍 전 회장은 2006년 12월 <중앙일보> 회장으로 복귀했다.

홍 전 회장은 합리적 실용주의자로 평가받으며, 보수성향을 보이지만 외교와 통일문제 등을 놓고 다소 진보적 태도를 취해 예비 정치인으로서 강점으로 꼽힌다. 김대중정부 시절엔 스스로 햇볕정책 지지자라고 밝힌 적이 있다.

끈기 있고 인재를 귀하게 여기는 성격으로 손석희 JTBC 보도국 사장 영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출간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서 손 사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일화를 소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손 사장의 영입을 시도했다가 거절당하자 직접 찾아가 술자리를 연 끝에 전권위임을 조건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당시 심경을 “천하의 인재를 찾기 위해 제갈량의 초가를 찾았던 유비의 심정과 비유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끈기있는 성격
대선 변수되나

지난해 11월 22일 청와대서 홍 전 회장을 불러 손 사장의 퇴임을 요구했다고 <시사플러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JTBC의 뉴스 프로그램인 <JTBC뉴스룸>은 보수 편향 일색의 방송계서 성역 없는 보도로 주목받았다. <JTBC뉴스룸>은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와 비교해 시국 사건에 대해 더 공신력 있는 보도를 한다고 평가받았다. 2013년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올해의 언론계 10대 뉴스의 하나로 ‘JTBC 뉴스의 돌풍’이 꼽히기도 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석희, 홍석현 보도는?

손석희 JTBC 보도국 사장이 “JTBC는 특정인을 위해 존재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사임 후 정계 진출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손 사장은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 코너서 “지난 주말부터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는데, 무엇보다 우리가 그동안 견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진심이 오해되거나 폄훼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라고 운을 뗐다. 홍 전 회장의 사임과 대선출마설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어 손 사장은 “우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우리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제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언론사로서, 그동안 특정 기업의 문제를 보도하거나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때 고민이 없지 않았다. 예외 없이 반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것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18일 직원들에게 보낸 고별사를 통해 “회장직을 내놓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밝혔다. KBS, SBS등 공중파 방송사도 홍 전 회장의 사임을 보도하면서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나 같은 날 JTBC는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창>
 

<기사 속 기사> 홍석현 테마주는?

제이콘텐트리(036420)이 급등세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사임 표명과 대선출마설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오전 9시15분 현재 코스닥시장서 제이콘텐트리는 전일대비 9.09% 오른 4440원에 거래됐다.

지난 18일 홍 전 회장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임 배경과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대선출마설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 전 회장이 대선에 나설지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홍 회장의 행보가 공식화되면 제이콘텐트리는 정치 테마주로 부각될 수 있다.

테마주는 대상과 큰 연관성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이콘텐트리는 안랩과 마찬가지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만큼 대장 테마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제이콘텐트리가 정치 테마주로 떠오르는 것이 호재가 될지는 미지수다. 테마주로 주목받지 않아도 주가 반등을 기대할 만한 상황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휘닉스소재도 홍 전 회장의 테마주로 분류되며 급등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휘닉스소재는 전일대비 21.1%(250원) 오른 1435원에 거래됐다. 거래량이 598만주를 상회하며 전일 거래량의 10배에 육박했다. 휘닉스소재는 홍 전 회장의 동생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어 '홍석현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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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