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27 10:41:35
  • 호수 1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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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이냐 메이커냐 당 대표냐 총리냐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전격 사퇴했다. 정치권과 언론계를 중심으로 ‘홍석현 대망론’이 흘러나오던 터라 그의 사직은 ‘대권출마’와 연계됐다. 현재로서는 킹메이커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의 역할론에 따라 대선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그의 행보를 놓고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대망론이 급부상 중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8일,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사내 이메일을 통해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며 회장직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회장직 사임
정치권 파장

<일요시사> 취재결과 홍 전 회장의 <중앙일보> 사퇴설은 이미 지난 몇 주 전부터 주식 시장서 흘러나온 얘기였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관에서 홍 전 회장이 대선 때문에 <중앙일보> 회장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이 때문에 이미 주식 시장 큰손들은 <중앙일보> 계열사인 상장사 제이 콘텐트리와 보광그룹(홍 전 회장의 동생 홍석규 회장 소유) 관련 주식을 매집했다”고 귀띔했다.

홍 전 회장이 대권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말부터 불거졌다. JTBC가 ‘최순실-고영태의 태블릿PC’를 보도한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자 일부 친박 지지층에서는 회장직을 맡아왔던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를 위한 기획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직후인 지난해 12월17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올 초부턴 국가개혁을 내걸며 <중앙일보>와 JTBC를 통해 리셋코리아 프로젝트를 주창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온 점도 그의 대선 출마설에 힘을 보탰다.

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중도 보수층의 유력 대권 주자로 물망에 올랐다.

지난 2월엔 홍 전 회장이 전북서 대선 출마를 한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일부 매체가 이를 기사화했다가 홍 전 회장이 부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직까지 홍 전 회장은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앙일보>·JTBC 회장직을 사임한 뒤 국가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은유의 메시지만 던졌을 뿐이다.

“대한민국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
모든 자리서 물러나 이유 두고 해석 분분 

정치권에선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늦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연유로 유력 대선 후보를 조력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홍 전 회장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홍 전 회장과 안 지사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바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다. 이 전 지사는 현재 홍 전 회장의 민간 싱크탱크로 주목 받고 있는 ‘여시재(與時齋)’의 총괄 부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18일 출범한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 연구재단에 참여한 것도 홍 전 회장의 정계구상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해석을 낳았다.


여시재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 전 지사, 홍 전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현종 전 UN 대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그룹 명예회장이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출연금을 낸 연구재단으로서 홍 전 회장의 싱크탱크로 조명받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안 지사의 최측근 ‘브레인’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2002년 ‘좌희정 우광재’라 불리며 노무현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이다. 최근 안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 전 지사는 캠프서 확고한 2인자군에 속하게 됐다.

중도·진보
흡수 뒤 연대?

이 때문에 안 지사가 대연정을 공론화하면서 이것이 여시재서 총괄 부원장으로 있는 이 전 지사와 계획된 교감 아래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 블로그에 ‘안희정의 배후는 여시재’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홍 전 회장 성향이 중도로 분류되는 만큼, 야권에 지지층이 쏠려 있는 민주당에서 중도 확장성을 가진 안 지사를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홍 전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냈기 때문에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홍 전 회장의 모친인 고 김윤남 여사의 출생지가 전남 목포라는 점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달 9일 전북 부안 대명리조트서 열린 원광학원 보직자 연수 특강서 홍 전 회장이 독일과 영국, 미국 등의 예를 들며 개헌과 대연정을 통합 대통합으로 국가 시스템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당론으로 정한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과의 협력도 가능하다.

홍 전 회장이 킹메이커로 나서서 자신이 힘을 실어준 정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차기 정부 국무총리에 발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 전 회장의 영향력은 대선판을 흔들 만큼 폭팔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서 “김대중정부서 세대교체를 위해 홍 전 회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려고 했었다”며 “직접 출마를 하든 킹메이커가 되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분”이라고 평했다.

이렇게 정치권서 홍 전 회장의 향후 행보에 적잖이 신경을 쓰는 이유는 홍 전 회장이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저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보수·진보가 함께하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서 <중앙일보>와 JTBC의 국가개혁 프로젝트인 ‘리셋코리아 :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날 홍 전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게 나라냐’ 하는 말이 어느새 유행어가 되었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며 “고민 끝에 작은 결론을 내린 것이 바로 리셋코리아로 나라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 고은 시인 등 거물급 인사들이 리셋코리아 행사에 대거 참여했다. 리셋코리아를 만들면서 13개 분과를 설정하고 분과장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 전 회장이 사실상 내각체제를 만들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시 불거졌다.


홍 전 회장은 1949년 10월20일 서울 출생이다.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4남2녀 가운데 장남이다. 누나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내다. 아래 남매들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이다.

안희정과
연대설 솔솔

신직수 전 법무부장관의 장녀인 신연균 재단법인 아름지기 이사장과 결혼해 2남1녀를 뒀다. 장남 홍정도씨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중앙일보>·JTBC 공동대표 사장을 맡고 있다. 며느리 윤선영씨는 J콘텐트리M&B 경영총괄이다.

장녀는 홍정현씨로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인 허서홍 GS에너지 상무와 결혼했다. 차남 홍정인씨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신사업추진단 부단장 겸 휘닉스호텔앤드리조트 경영기획실장이다. 며느리는 박기범 전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의 차녀인 박연환씨다.

홍 전 회장은 1972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3월 세계은행으로 파견나가 이코노미스트로 일했으며, 1978년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전두환정부서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을 맡았다. 1985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1986년 9월부터 1994년 4월까지 삼성코닝서 일하며 상무-전무-부사장으로 근무했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중앙일보>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3년에 <중앙일보> 회장으로 승진해 2005년까지 역임했다. 이때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졌다. 홍 전 회장은 2005년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되면서 정계진출을 시도했지만 이 사건으로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홍 전 회장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과 사적으로 만났다. 이 자리서 홍 전 회장과 이 본부장은 이회창 대선후보 측에 정치자금 100억원을 전달하는 문제와 검사 7명에게 ‘명절 떡값’을 돌리는 문제를 논의했다.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는 이 대화 내용을 도청해 녹음했는데 이 녹음파일이 삼성 X파일로 불렸다.

힘받는 대망론…대권 대열 합류?
아니면 다른 잠룡 도우미 역할?

2005년 7월 이상호 당시 MBC 기자(현 고발뉴스 기자)가 안기부의 녹음파일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삼성의 비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이 사실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홍 전 회장은 그해 2월에 주미 한국대사로 임명됐지만 9월에 물러났다. 주미대사 이후 유엔사무총장 진출을 추진했는데 그 자리는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장관에게 돌아갔다.

검찰은 삼성 X파일을 수사한 끝에 2005년 12월14일 홍 전 회장과 이 부회장을 불기소처분했다. 횡령혐의로 처벌하기 힘들고 뇌물공여 혐의도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것이다. 이때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홍 전 회장은 2006년 12월 <중앙일보> 회장으로 복귀했다.

홍 전 회장은 합리적 실용주의자로 평가받으며, 보수성향을 보이지만 외교와 통일문제 등을 놓고 다소 진보적 태도를 취해 예비 정치인으로서 강점으로 꼽힌다. 김대중정부 시절엔 스스로 햇볕정책 지지자라고 밝힌 적이 있다.

끈기 있고 인재를 귀하게 여기는 성격으로 손석희 JTBC 보도국 사장 영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출간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서 손 사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일화를 소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손 사장의 영입을 시도했다가 거절당하자 직접 찾아가 술자리를 연 끝에 전권위임을 조건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당시 심경을 “천하의 인재를 찾기 위해 제갈량의 초가를 찾았던 유비의 심정과 비유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끈기있는 성격
대선 변수되나

지난해 11월 22일 청와대서 홍 전 회장을 불러 손 사장의 퇴임을 요구했다고 <시사플러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JTBC의 뉴스 프로그램인 <JTBC뉴스룸>은 보수 편향 일색의 방송계서 성역 없는 보도로 주목받았다. <JTBC뉴스룸>은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와 비교해 시국 사건에 대해 더 공신력 있는 보도를 한다고 평가받았다. 2013년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올해의 언론계 10대 뉴스의 하나로 ‘JTBC 뉴스의 돌풍’이 꼽히기도 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석희, 홍석현 보도는?

손석희 JTBC 보도국 사장이 “JTBC는 특정인을 위해 존재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사임 후 정계 진출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손 사장은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 코너서 “지난 주말부터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는데, 무엇보다 우리가 그동안 견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진심이 오해되거나 폄훼되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라고 운을 뗐다. 홍 전 회장의 사임과 대선출마설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어 손 사장은 “우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우리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제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언론사로서, 그동안 특정 기업의 문제를 보도하거나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때 고민이 없지 않았다. 예외 없이 반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것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18일 직원들에게 보낸 고별사를 통해 “회장직을 내놓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밝혔다. KBS, SBS등 공중파 방송사도 홍 전 회장의 사임을 보도하면서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나 같은 날 JTBC는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창>
 

<기사 속 기사> 홍석현 테마주는?

제이콘텐트리(036420)이 급등세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사임 표명과 대선출마설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오전 9시15분 현재 코스닥시장서 제이콘텐트리는 전일대비 9.09% 오른 4440원에 거래됐다.

지난 18일 홍 전 회장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임 배경과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대선출마설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 전 회장이 대선에 나설지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홍 회장의 행보가 공식화되면 제이콘텐트리는 정치 테마주로 부각될 수 있다.

테마주는 대상과 큰 연관성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이콘텐트리는 안랩과 마찬가지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만큼 대장 테마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제이콘텐트리가 정치 테마주로 떠오르는 것이 호재가 될지는 미지수다. 테마주로 주목받지 않아도 주가 반등을 기대할 만한 상황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휘닉스소재도 홍 전 회장의 테마주로 분류되며 급등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휘닉스소재는 전일대비 21.1%(250원) 오른 1435원에 거래됐다. 거래량이 598만주를 상회하며 전일 거래량의 10배에 육박했다. 휘닉스소재는 홍 전 회장의 동생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어 '홍석현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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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