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소년원의 현실

교화? 적당히 시간 때우다 출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소년원이 과포화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리인원도 턱없이 부족해 교화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정원을 훌쩍 초과하는 인원에 인권침해 주장도 잇따른다. 일각에선 제2의 부산소년원 난동사건이 터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 소년원은 지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전국 소년원 수용 인원이 20% 정도 포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소년원 내 교화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년원은 소년 교도소와 달리 수용경력이 전과로 남지 않아 교화의 목적이 강하다.

20% 포화 상태

최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소년원별 수용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개 소년원 중 대전소년원과 제주소년원 두 곳을 제외한 9곳의 소년원이 과밀수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초과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안양소년원(191%)이고, 이어 서울소년원(154%), 부산소년원(132%), 춘천소년원(128%) 순이다. 소년과 관계자는 “소년원의 과포화상태로 인해 소년범 교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물려 소년원 내 폭력행위, 난동, 반항, 고참행위 등의 사건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소년원에 수용돼도 관리인원 부족으로 소년원 내에서의 교화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해마다 수용인원이 초과하지만 관리인원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정원에 비해 수용 인원수가 약 2배 가까이 많다보니 학생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비행 청소년들을 소년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 과밀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비행 청소년에 대해 보호처분 9호, 10호 즉 소년원에 보내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6개월이든 2년이든 일단 소년원에 넣고 보호하자는 생각이 판사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게 큰 원인”이라고 했다.

과밀화로 인해 소년원에는 어떤 잠재적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을까.

우선 학생들 간 잦은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년원 관계자는 “충동·폭력성향이 강한 청소년기인 데다 소년원 학생들 중엔 분노 조절이 어려운 아이들이 상당수”라며 “한 곳에 다수가 밀접해 있으면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통 부족’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꼽힌다. 소년원은 교정기관이라기보다 교육기관의 성격이 강하다. 한 소년원 원장은 “우리 학생들 대부분이 마음 아픈 아이들이기 때문에 담임선생님과 대화시간을 정기적으로 마련하는 등 ‘교사와의 소통’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밀화 때문에 사제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양소년원의 한 학생은 “고민이 생기거나 진로 상담을 하고 싶을 때 선생님을 찾아가지만 학생이 많아 아무 얘기도 못할 때가 많아 아쉽다”고 털어놨다.

전국 11개 소년원 중 9곳 과밀수용
제2의 부산소년원 난동사건 터질라

한 청소년 심리 전문가는 “학생들이 선생님과 속내를 자주 나눠야 각 학생에 맞는 적절한 교육과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며 “대화시간이 부족하면 소년원의 목적은 단순한 ‘가둠’밖에 안 된다.충분한 상담이 이뤄지지 못하면 학생들 안에 갈등·불만이 쌓여 재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집단 난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는 “2013년 5월에 발생한 부산소년원 집단난동 사건은 과밀화서 비롯됐다”며 “다른 소년원서도 학생들의 탈출 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과밀화가 해소되지 않으면 ‘집단 이탈’이라는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얘기다. 인원초과로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 격화될 뿐 아니라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도 속속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소년원 과밀화 해소가 ‘발등의 불’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한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해소 방안으로 ‘사회 내 처우를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비행 청소년들을 소년원에 보내는 시설 내 처우보다 사회 속에서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으며 생활토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소년원 확충엔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과밀화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년원 시설 확충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구원은 “소년원 시설 확충은 정말 시급하다”며 “어느 정도 편리함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학생들이 소년원서 보낸 시간을 ‘고통’으로 기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년원 과밀화 해소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예산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서 소년원 복지 향상을 위한 ‘투자’에 관심이 적다는 지적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 부처 관계자들을 보면 주목 받을 수 있는 성인 강력범죄 대책에 중점을 두지, 소년원 청소년 처우개선 대책에는 관심이 매우 부족하다”며 “정부는 관심이 적은 소년사법 분야에 예산 편성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실제로 법무부 소년과에 따르면 아직 예산확보가 되지 않아 소년원 시설 개선을 추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뿌리 깊은 사회적 인식이 과밀화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범죄 청소년에 대해 굉장히 폐쇄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며 “소년원 아이들이 죄 지은 대가로 인권침해 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식이 깊다”고 꼬집었다.

인권침해 논란도

청소년 협회 관계자는 “수용자 신분이라 해도 헌법에서 명시하는 기본권은 침해당할 수 없다”며 “과밀수용을 해선 안 된다는 원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헌법적 정신서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소년원 과밀화 해소의 열쇠는 크게 두 가지. 정부의 정책 개선과 더불어 우리 안에 뿌리내린 시선의 변화다. 현장 전문가들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소년원 학생들도 ‘우리의 미래’라는 인식이 시급히 싹 터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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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