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난파선 선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허창수호 4번째 출항 이대로 침몰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배가 침몰 직전에 놓였다. 몇몇 선원들은 이미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했다. 전임 선장이 놓은 키를 잡을 선원이 없다. 결국 전임 선장이 다시 키를 쥐었다. 배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기름도 없어 얼마나 더 항해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키를 쥔 선장은 덮쳐오는 파도와 선원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다 망가진 전경련 회장직을 또다시 연임하게 된 허창수 GS 회장 이야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1961년 경제재건촉진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래 재계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러왔다. ‘정권의 수금 창구’ ‘재계의 대변인’ 등 부정적인 시선에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숱하게 불거졌지만 전경련의 생명력은 질겼다. 쇄신과 혁신을 부르짖으며 따가운 눈길을 이겨냈던 전경련이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역사의 뒤안길로 불명예 퇴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한 지경에 이르렀다.

해체? 재건?
기로 선 전경련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의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불씨였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을 압박해 두 재단의 출연금을 모금했다. 검찰 수사 결과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은 53개, 이들이 낸 출연금은 774억에 달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두 재단의 설립 과정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정치 생명이 끝났고, 국내 최고 기업의 부회장은 감방 신세가 됐다.

지난달 수사 기간이 종료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두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두 재단에 돈을 냈다고 본 것이다. 검찰서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출연금을 낸 다른 기업도 같은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한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본거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12월 재계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는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 당시 청문회는 ‘전경련 성토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 총수들을 압박했다.


바른정당(당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이 전경련 해체에 앞장서겠느냐. 앞으로 전경련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재촉했고 이 부회장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면 손들어달라”고 요구하자 그 자리에 모인 9명의 총수 중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허창수 GS 회장이 손을 들었다.

허 회장은 당시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삼성 이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3명은 거수하지 않았다. 삼성 이 부회장은 ‘전경련 탈퇴’를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쇄신 방안으로 내세웠다. 조부인 고 이병철 회장이 주축이 돼서 세운 단체가 손자 대에 이르러 쇄신 대상이 된 셈이다.

해를 넘기기도 전에 LG가 스타트를 끊었다. LG 측은 지난해 12월27일 “올해 말로 전경련서 탈퇴키로 하고 최근 전경련에 공식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회비도 내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잠잠해지나 싶더니 지난달 6일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 15개 전 계열사가 전경련을 탈퇴했고, 같은 달 16일에는 SK, 21일에는 현대차가 탈퇴원을 제출하면서 우리나라 4대 그룹이 전경련과 관계를 끊었다.

사람 없어 도로 회장님
2011년부터 네 번째 연임

숫자상으로는 4개 기업이지만 이들이 부담하고 있던 회비는 전경련 연간 회비의 77%가량이나 된다. 2015년 기준으로 4대 그룹은 492억원의 전경련 연간 회비 가운데 378억원을 부담했다. 주요 그룹이 줄줄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모금 사건,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 연루되면서도 회원사 탈퇴는 없었던 전경련이었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전경련은 여전히 혁신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또다시 중책을 맡게 된 허창수 GS 회장이 있다.
 

청문회 당시 전경련 해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던 허 회장은 난파선서 내리지 못하고 또다시 키를 움켜쥐게 됐다. 2011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던 허 회장은 이번에는 그만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벌써 4번째 연임이다.

허 회장은 2011년 처음 전경련 회장을 맡을 때도 삼성, LG, SK 등 상위재벌 회원사 측에서 회장을 맡을 차례였지만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떠밀리듯 직을 맡은 바 있다. 올해로 3번째 임기가 완료됐지만 4대 그룹 탈퇴 이후 아무도 회장직을 맡으려 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허 회장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론 재계서 후임 회장을 인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재계 원로들은 차기 전경련 회장 추대를 위해 수차례 머리를 맞댔다. 그중에서도 허 회장은 직접 재계 인사들을 만나 의사를 묻는 등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내부에선 현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인물로 허 회장을 지목했다. 허 회장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내부서도 허 회장의 연임을 긍정적으로 본 사람은 몇 없었다.

그가 지난해 12월28일 연임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히는 등 이번에야말로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4대 그룹 탈퇴
예산 대폭 감소

일각에선 대내외 상황상 허 회장이 계속 회장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허 회장은 세 번째 연임 때도 재계서 새 인물을 찾지 못해 직에서 내려오지 못했었다. 당시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 지금, 회장직을 맡을 회원사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

차기 후보로 거론됐던 손경식 CJ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끝내 고사했다. 여기에 차기 회장이 인선되기 전 자리서 물러나면 ‘책임감 없는 기업인’으로 비칠 수 있다는 여론도 허 회장의 결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서 정기총회를 열고 허 회장을 36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부회장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선임했다. 이로써 허 회장은 회원사 이탈로 추락한 전경련의 위상을 제고하고 줄어든 회비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게 됐다.

허 회장은 취임사에서 전경련의 현 상황에 대한 사과와 혁신을 약속했다. 그는 “전경련이 여러 가지로 회원 여러분과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훌륭한 분이 새 회장으로 추대돼 전경련을 거듭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이 여의치 않아 제가 이 상황을 수습하게 됐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임된 이유는?
궁여지책 선택?

허 회장이 내세운 전경련 혁신 방안에 관심이 쏠렸다. ‘환골탈태’ ‘재탄생’ 수준의 혁신을 예고한 그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전경련은 ‘정경유착 근절’ ‘투명한 운영’ ‘싱크탱크 역할’ 등의 혁신안을 통해 국민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신뢰와 회원사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치권서 전경련 해체 요구가 높은 상황을 정공법으로 맞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어디서든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전경련은 일단 혁신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지난 2일 외부 인사 3명을 영입해 혁신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혁신위원회는 허 회장을 위원장으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장관, 김기영 전 광운대 총장 등 외부인사 3인과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권 신임 상근부회장(간사)으로 구성됐다.

혁신위원회는 전경련 현황과 혁신추진 경과, 혁신방향 및 추진계획 등을 논의하고 각계각층서 외부 의견을 수렴해 최종 혁신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전경련 임원진은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난 5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임상혁 전무, 송원근 경제본부장, 이용우 사회본부장 등 임원 6명이 사의를 밝혔다. 혁신위원회는 임원진 사표 수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 뒤 혁신안과 함께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쇄신의 일환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고 나섰다. 지난 7일 전경련은 ‘전경련의 새 모습을 국민에게 듣겠다’며 온라인 창구를 개설했다. 온라인 창구를 통해 받은 의견을 혁신안과 향후 진행될 전경련 사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에는 전경련 회관서 ‘전경련 역할 재정립과 혁신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했다. 온라인 창구,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소통을 통해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외부인사 영입해 혁신위 구성
정치권·시민단체 반응 싸늘

하지만 여전히 반응은 싸늘하다. 경제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전경련 해체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어떤 대안을 내놓더라도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전경련은 자발적 해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16곳으로 구성된 전경련해체시민연대도 “국정 농단과 정경유착의 공범으로 지목된 전경련이 해산을 거부하고 임원진을 선임한 것은 국민을 우롱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허 회장이 내놓은 쇄신안은 재탕에 불과하다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쇄신안을 내놓고 변화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정경유착 근절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경련이 매번 들고 나오는 쇄신안이라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시선도 있다. 전경련 회원사들이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낼 당시 회장직을 맡고 있던 허 회장이 다시 수장으로 추대된 것에서 이미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도 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서 “전경련의 역할은 로비하는 것 말고는 없다”며 “반성을 한다면 해체를 통해서 개혁이 진행돼야 한다”며 해체론을 주장했다. 이어 “전경련 해체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해결의 시작이라고 본다. 사회에서 강자들이 모여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겠다고 이익단체를 만드는 것은 탐욕스럽고 뻔뻔스러운 짓”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한목소리로 전경련 해체를 외쳤다. 경실련은 지난달 22일 대선주자 8명과 각 정당을 상대로 전경련 해체에 관한 공개질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6명은 즉각 해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해체 찬반 여부에는 즉답을 하지 않고 전경련에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재탕 혁신안으로
쇄신? 의구심만

허 회장은 취임사 말미에서 “지금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할 때”라며 “전경련이 진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기업에 활력을 주는,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지금의 혼란과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안정된 가운데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빈사상태에 빠진 전경련 ‘허창수호’가 다시 한 번 재계 중심 단체로 살아날 수 있을지 아니면 ‘좀비’ 상태로 유지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여부는 허 회장의 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허창수는 누구?

또다시 ‘재계의 맏형’ 역할을 맡게 된 허창수 GS 회장은 GS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너 일가 2세다.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5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67년 경남고, 1972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7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 과장으로 입사해 1979년 LG상사 해외기획실 부장을 맡는 등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1995년 LG전선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특히 2004년 GS그룹이 LG그룹에서 분할되면서 GS홀딩스 회장으로 그룹을 이끌었다. 200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단에 합류한 허 회장은 2011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활동 중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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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