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혼돈의 대선판 관전포인트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10 17:09:07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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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 대결집? 문 지고 황 뜬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됐다. 정국은 빠르게 조기 대선 체제로 본격 전환될 전망이다. 대선이 6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당의 대선주자들은 정권 쟁취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권교체에 대한 민심이 주를 이루는 상황서 보수진영에선 대반전 카드를 기획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탄핵 직후 각 당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자 여야 대선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9대 대선은 3월10일 기준으로 60일 뒤인 오는 5월9일 경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야권은 현 정국을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룰 최적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과반을 넘으면서 이번 대선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
끝까지 간다?

앞서 민주당은 정당들 중 가장 우선적으로 선거인단 모집에 들어가면서 대선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난 9일에는 선거인단 모집을 마감해 본격 경선 체제로 돌입했다. 민주당은 대주주 문재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가운데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도전장을 내민 모습이다.

일각에선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은 강력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대선판을 지배하고 있다. 경선 과정서 문 전 대표가 낙승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돌발 변수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선 안 지사의 재반등이 문 전 대표의 대권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대연정’ 발언을 통해 논란을 일으켰지만, 중도와 보수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한때 문 전 대표와 10% 안쪽으로 격차를 좁히면서 안풍(安風)이 불 조짐을 보였지만 ‘선의’ 발언이 발목을 잡았다.

20%을 넘었던 지지율은 5% 이상 빠져 15%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여권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까지 덜미를 잡혔다.
 

일각에선 탄핵이 인용되면서 줄곧 통합을 강조해왔던 안 지사가 반등을 이끌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탄핵 결과로 인해 양 극단으로 국론이 분열된 가운데 ‘통합’을 강조해온 안 지사가 호재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탄핵 인용 결정, 대선구도 지각변동 예상
문 대세론 휘청…안희정·이재명 반전기회

안 지사 측도 통합 이미지를 통해 문 전 대표를 잡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안 지사 캠프의 총괄본부장인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 9일 “미래 대한민국을 통합해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는 문제의식서 출발한 게 대연정”이라며 “지금까지는 탄핵이 이슈였지만 앞으로는 탄핵 찬반으로 맞서 있던 국론을 어떻게 통합할 것이냐가 국민적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장은 선명성을 강조하며 경선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 8일 이 시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 전 대표의 사드 및 안보 현안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지난 6일에도 문 전 대표를 공격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 (복지재원 확보의) 가장 마지막 방법이라고 얘기한다”며 “경제 기득권자나 재벌, 사회의 온갖 기득권자가 문 전 대표에게 몰리는 것 같다”고 말해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시장이 문 전 대표에 공세를 퍼 붓는 것은 안 지사를 따돌리고 문 전 대표와 양강구도로 가기 위한 방법론으로 풀이된다.

이 시장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2등이 아니라 1등이 목표다. 문 전 대표와 대비되는 이 시장의 정치적 리더십을 국민이 알게 되면 경선서도 결국 이 시장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손이냐 안이냐
국민의당 딜레마

탄핵이 인용돼 정권교체에 대한 전 국민적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국민의당은 적신호가 켜졌다. 민주당이 경선 룰을 확정짓고 대선 채비를 갖추는 동안 국민의당은 이조차 확정짓지 못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희의 의장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손 의장의 합류로 확장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국민의당은 정체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는 국민의당의 창당 기반인 호남도 민주당에 빼앗긴 모양새다. 좀처럼 반등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줄곧 결국 ‘문재인 vs 안철수’구도로 갈 것이라고 했다. 여권 대선주자들이 무너진 상황이기 때문에 본인과 문 전 대표가 결국 최후의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문 전 대표는 “만일 (안 전 대표가) 보수 후보가 된다면 결국 정권교체 후보와 정권연장의 맞대결이라고 본다”며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훨씬 많기에 누가 상대 후보가 되더라도 정권교체를 이뤄낼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양자대결 성사여부는 대선 직전에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략 5월9일 경에 대선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다수의 민심은 민주당 경선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경선서 최종 낙점된 사람은 탈락한 나머지 2명의 지지율을 끌어들여 강력한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국민의당은 경선 흥행을 장담할 수 없고 문 전 대표와 양자구도로 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보수 후보들이 전멸한 상황에서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주장하는 안 전 대표쪽으로 보수층이 결집한다면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보수진영도 적신호가 들어오긴 마찬가지다. 일단 바른정당은 박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박차고 나왔다. 헌재의 탄핵 심판에 앞서서는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쓰는 강수를 뒀다.

탄핵이 인용으로 결론남에 따라 바른정당은 국정 농단의 책임서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됐다.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탄핵 반대 진영은 점점 목소리를 높여왔다. 샤이 보수층이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헌재를 압박하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들도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중간에 낀 모양새였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지지율이 정체되며 반전 기회를 갖지 못했다.

바른정당에선 새로운 대체마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정운찬 전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대해 “얘기는 오가고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으로 가면 묻혀버린다”며 여타 정치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황 vs 홍
보수 카드는?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게이트’의 책임을 떠맡게 됐다. 탄핵정국서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기각을 주장했기 때문에 보수층의 결집을 얻긴 했지만 ‘부역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그럼에도 보수층은 잠재적으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주목하고 있다.
 

황 대행은 대선출마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지만 현재 전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실정의 공동 책임자라는 부담이 있지만 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선 출마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고수했던 황 권한대행이 조만간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는 20일경 대통령 선거일이 공고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일 공고 권한은 황 대행에게 있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난 상황에서 황 대행이 대통령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대선 출마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황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난 2일 황 대행은 국가조찬기도회서 성경 구절을 인용해 “사람이 마음으로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다”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당초 원고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황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황대만’(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의 출범이다. 황대만은 자체 구성원을 모집해 본격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문vs안’ 양자구도 가능성은?
황 저격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높은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는 황 대행 영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황 대행이 출마하면) 흥행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황 대행이 다양한 리스크에도 불구, 여론 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하지 않는 등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며 “대선 출마의 명분과 방법을 찾는 데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2심 무죄 선고로 단숨에 대권주자로 떠오른 홍 지사와 황 대행이 당 내 경선서 맞붙을 경우 충분한 흥행몰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홍 지사는 대선 출마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9일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만나 “당비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당원권 회복을 요청했다.

홍 지사는 지난 8일 한국당 초선의원들을 만난 자리서 “대선에 대한 생각이 조금 있다”고 말해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이어 “1997년, 2002년, 2007년 세 번의 대선을 치러봤기 때문에 대선 경험은 당내서 제일 많다”며 “어차피 대선은 진영싸움으로 5대 5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문재인 때리기에도 열을 올렸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가 얘기하는 정권교체는 정권탈취”라며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콘텐츠도 없던 박근혜 후보 하나 제압 못했다”고 말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보수층은 이러다가 정권이 넘어가고 적폐청산 대상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 속에 표를 결집시키면서 단일후보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며 “황 대행이나 홍준표 경남지사 쪽으로 보수표가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도는 어디로
빈자리는 누가?

탄핵 이후의 대선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탄핵 인용은 사법부의 판단으로 현 정권이 정말 잘못된 정권이라는 인식을 재확인 시킬 것”이라며 “보수 결집현상을 예상할 수 있으나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이 확고하게 야당을 찍을 공간이 더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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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탄핵’ 박근혜가 잃은 것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따라 경호·경비를 제외하고 연금 혜택 등 모든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대통령경호법은 현직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할 경우 경호 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필요하면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파면이 결정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칩거 생활을 정리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서울 삼성동 사저로 되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바로 가지 않고 임시거처로 옮길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언론은 “탄핵 인용시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를 팔고 경기도에 새 집을 구할 것”이라고 보도키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인용으로 인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고, 현직 대통령에게 보장됐던 형사상 불소추 특권도 사라지게 됐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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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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