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릴 듯 말 듯 ‘금호 비자금’ 수수께끼

형제의 난 전후반 마치고 막장 폭로전 연장전 돌입?

[일요시사=박민우 기자]‘금호가의 진짜 전쟁이 시작됐다?’ 박삼구-찬구 회장 사이에 또 다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수사의 불똥이 금호아시아나로 튀면서 형제간 다툼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 진영에서 서로를 겨낭한 ‘음해설’이 흘러나와 긴장 속 대치전선이 재연되고 있는 형국이다.

‘박찬구 비자금’ 검찰 수사 박삼구 회장에 불똥
협력업체서 10여개 차명계좌 발견…100억 추정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석유화학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이날 2∼3곳의 금호석유화학 협력업체도 압수수색했다.

‘누가 왜 찔렀나’
제보자 의도 주목

박찬구 회장은 출국금지 된 상태.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회사 임원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박찬구 회장 소환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검찰이 뒤지는 것은 비자금이다. 비자금 규모는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로 추정됐다. 검찰은 박찬구 회장이 지인과 친인척 등이 운영하는 협력업체와 거래를 맺으면서 납품단가 등을 부풀려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협력업체에 집중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금호석유화학에 물건을 납품하고 있는데도 다른 업체가 공급한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허위 작성해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을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업체에서 싸게 구입한 물건을 금호석유화학에 비싸게 파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린 의혹도 있다. 실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금호석유화학 협력사인 A사는 매출 증가율이 2008년 65%에서 2009년 842%로 급증했다. B사 역시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이 9.38%에서 42.94%로 뛰었다.

검찰은 박찬구 회장 일가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세간의 관심은 검찰 수사 배경에 모아졌다. 검찰에 ‘누가 찔렀을까’하는 의문이다. 검찰은 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 기초적인 자료 검토 등 내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결정적인 제보가 있지 않았겠냐는 반응이 나왔다. 공익적 제보보다는 개인적 감정 등 제보자가 금호석유화학에 앙심을 품고 검찰에 비자금 첩보를 제공했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비자금 수사는 대부분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관련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면서 시작된다”며 “금호석유화학 수사도 비자금 조성 내용을 깊숙이 아는 내부자가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도 잠시.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수사가 금호아시아나로 틀면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금호석유화학을 뒤지는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10여개의 차명계좌를 발견해 자금흐름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박삼구 회장 측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차명계좌는 2009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기 전 금호석유화학 협력업체가 개설했다. 이 계좌에 적게는 6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정도의 ‘검은돈’이 입출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 비자금 문제가 처음 터질 당시 금호아시아나 쪽에서 ‘작업’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었다. 검찰에 비자금 의혹을 제보한 협력업체 대표가 ‘박삼구 사람’이란 점에서다. 이 협력업체 대표와 박삼구 회장은 평소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협력업체 대표가 박삼구 회장 쪽의 사주를 받았거나 충성심에서 일부러 관련 정보를 흘린 것 같다”는 관측이 나왔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2009년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자사주를 매입했을 때 금융감독원에 “투명하지 않은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제보하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조사한 뒤 “혐의 없다”고 결론지었다.

금호석유화학 측도 음해를 의심했다. 박 회장은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죄지은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비자금 조성에 금호아시아나가 관련된 것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6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결과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6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28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급증한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2분기 실적 전망치도 좋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가 가시화되자 이에 불만을 품은 다른 사람들의 의도적인 공격인 것 같다”며 음해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삼구측 “음해” 주장에 
찬구측 “역제보” 맞불

공교롭게도 검찰의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이번엔 금호석유화학 쪽에서 ‘역제보’를 흘렸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측 인사들의 소환 조사 과정에서 의도적인 진술이 나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에 ‘박찬구 비자금’ 의혹을 제보한 협력업체 대표의 ‘변심’도 추측이 가능하다. 이 제보자는 박삼구 회장 측의 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박삼구 회장 측이 박찬구 회장 비자금 의혹을 문제 삼았다면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꼴”이라며 “반격을 받은 박찬구 회장 측이 재반격 카드로 ‘박삼구 비자금’을 건드렸다면 양측의 감정싸움은 극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박삼구-찬구 형제 사이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의 ‘비자금 떠넘기기’공방전 양상을 띠자 형제간 다툼이 또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호가 ‘형제의 난’이 1·2라운드를 끝내고 연장전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경영권 싸움은 지금부터란 얘기도 있다.

금호일가는 2009년 ‘형제의 난’ 이후 냉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룹에서 계열분리 수순을 밟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가 터지지 않았냐는 관측이다. 형제간 분쟁에서 이번 비자금 의혹이 불거졌다는 의견도 있다.

양 진영서 ‘음해설’ 흘러나와
금호 형제간 또다시 이상 기류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해묵은 갈등이 이번 수사의 원인이 되지 않았겠냐”며 “만약 그렇다면 금호가 ‘형제의 난’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삼구-찬구 형제가 처음 충돌한 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구 회장은 향후 자금난을 걱정해 인수를 반대했지만 박삼구 회장이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회장의 예상대로 그룹은 대우건설을 삼킨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박삼구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형제간 불신의 싹이 자랐다. 형에게 불만을 품은 박찬구 회장은 돌연 그룹 경영권을 노린 ‘쿠데타’를 일으켰다. 2009년 6월부터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부장과 함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당초 10.01%에서 18.47%로 늘렸다. 이게 화근이 됐다. ‘10.01%’는 금호가 형제들이 동일하게 보유해온 이른바 ‘황금 지분율’이다. 뒤늦게 박삼구 회장 부자도 금호석유화학 지분(11.77%)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동생에게 뒤통수를 맞은 박삼구 회장은 결국 ‘동반 퇴진’이란 초강수를 뒀다. 박삼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다른 친인척들의 지분을 동원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박탈했다.

박삼구-찬구 형제는 각각 지난해 11월과 3월 금호아시아나 회장,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한 상태. 이후 계열분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외부적으로 양측의 갈등이 봉합된 듯 보였지만, 내부적으론 소송이 끊이지 않는 등 신경전은 여전했다.

긴장 속 대치전선
“둘 다 다칠 수도”

검찰 주변에선 양측이 상대방의 치부를 드러낼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X파일’을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두 형제가 경영에 복귀하고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는 등 금호석유화학의 계열분리가 속도를 내자 검찰에 X파일이 접수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편으론 검찰이 발견한 차명계좌가 ‘형제의 난’전에 개설된 박삼구-찬구 공동자금이란 추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형제간 사이가 좋을 때 함께 쓰기 위해 만든 비자금이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공동자금 사실이 확인될 경우 두 사람 모두 위험할 수 있다.

검찰은 “차명계좌가 누구 것인지 단정 짓고 수사하지 않고 있다. 누군가를 목표로 정해놓은 수사도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은 “비자금은 없다”고 부인하면서 “지금은 뭐라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 최종 종착역은 박삼구 회장일까, 아니면 박찬구 회장일까. 수십억원의 ‘금호 비자금’주인이 누구일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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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