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고 임박> 탄핵 기각 후폭풍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06 10:55:15
  • 호수 1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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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박두’ 대통령의 복수혈전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통령은 사인(私人)에게 청와대 기밀을 넘겨주고 뒤를 봐줬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촛불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제는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헌법재판관 8명의 손에 의해 대한민국 현대사가 결정된다. 어떤 판결이 내려질까. <일요시사>는 만약 ‘대통령 탄핵이 기각된다면’을 가정해 우리나라 정치권의 앞날을 예측해봤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지난달 27일, 17차 변론을 끝으로 모든 심리를 마쳤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81일 만이다. 헌재는 탄핵 선고를 위해 3·1절인 지난 1일에도 출근해 기록 검토 작업에 돌입했다. 법조계에선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13일을 감안해 오는 10일 또는 13일 선고가 유력시된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가 돌아오면
복수 시작된다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탄핵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헌재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결론을 도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탄핵심판은 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하면 ‘인용’ 그렇지 않으면 ‘기각’된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 대통령으로서 ‘파면’을 당해 대통령직에서 강제퇴직된다. 물론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받을 수 없다.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법률에 따라 정국은 빠르게 대선 국면으로 전환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선 인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선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탄핵이 기각될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선 헌재가 ‘8인 체제’로 진행 중인 점이 변수로 꼽힌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지난 1월31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기존 9명에서 8명으로 숫자가 줄면서 산술적으로 인용 판결 가능성이 낮아진 탓이다.


박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이 2명이라는 점도 돌발 변수로 꼽힌다. 그동안 주요 헌재 결정을 보면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재판관들의 보수 성향이 반영됐다는 점도 기각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다만 헌재가 원칙대로 재판을 지휘해왔다는 점을 감안해 재판관들의 양심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헌재의 탄핵 선고만 앞둔 가운데 지난 1일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 진영은 광장에 총결집했다. 이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문수 비대위원은 “엉터리 졸속 재판을 하는 헌법 재판관들을 탄핵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81일 만의 심리종결…10일 또는 13일 결정
만약에 기각되면…검찰 죄고 언론 죽인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3·1 만세 시위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자는 것이고 지금 촛불집회는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키자는 것”이라며 탄핵 찬성 측을 독려했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만약 헌재가 박 대통령을 탄핵할 만한 중대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을 내리거나 탄핵심판 요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각하’ 선고를 할 경우 박 대통령은 90여일 만에 직무에 복귀한다. 식물대통령이 불가피하지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복수혈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박 대통령은 탄핵 기각 가능성에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1월25일 박 대통령과 인터뷰한 <정규재TV> 진행자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박 대통령이 탄핵 기각 후 국민의 힘으로 언론과 검찰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미 박 대통령은 해당 인터뷰서 검찰과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당시 현 상황을 두고 “우발적으로 (이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기획설을 제기했다. ‘국회와 언론, 검찰 개혁이 필요한데 이 세력이 동맹을 맺은 것처럼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는 질문에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을 테고,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합류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을 압박해온 집단에 대한 ‘복수’는 비단 박 대통령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11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탄핵이 기각되면 검찰을 손 보겠다”고 발언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선 “탄핵이 기각이나 각하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된다”며 “정권 다 넘어간 것으로 그렇게 착각하지 마시라고 해 달라.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말해 탄핵 기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칼 휘두르고
정권 재창출?

기각 이후 박 대통령이 ‘강공’ 전략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인사' '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 '개각' 등을 단행해 반전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탄핵 기각 이후 약 1년 남은 시간동안 식물대통령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론으로 꼽힌다. 특히 개각은 국정운영이 마비된 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박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해 개헌 희망세력을 규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는 국회를 중심으로 개헌이 논의되고 있지만 제1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미온적 반응을 보여 대선 전 개헌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지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선주자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개헌’ 논의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기각 이후 박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서 개헌을 주장하면 반문지대, 여권, 개헌론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온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서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에 정치인들이 동참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기각 후 ‘하야’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의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무엇보다 명예 회복에 뚜렷한 의지가 있다”며 “하야 후 명예를 되찾는 활동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점에 대해 정치권 의견은 분분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9일 3차 대국민담화서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을 받아들였다. 이 당시 발언을 볼 때 탄핵 기각이 나오면 일정 시간을 가진 후 자진사퇴를 선언해 마지막 남은 명예를 찾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자진사퇴는 정권재창출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차원에서 진행될 수도 있다. 대통령직서 내려와 범보수를 결집한 뒤 이후 치러질 대선서 보수정권을 재창출한다는 시나리오다. 만약 차기 대선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이후 이어질 개헌, 지방선거, 총선 등에 대비해 2선으로 물러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선 권한만 있고 영향력은 없는 ‘관리형’ 대통령에 머물러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핵이 기각되면 촛불민심이 다시 한 번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섣불리 광폭 행보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배수진 쳤는데
망하게 생겼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가장 큰 후폭풍은 민심의 동요다. 박 대통령이 탄핵에 오기까지는 언론의 집중포화 이후 광장의 촛불민심이 있었다. 결국 촛불민심을 거스르기 어려웠던 국회는 절대 다수의 표 차이로 박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만약 절대 다수의 지지 속에 이뤄진 탄핵이 헌재서 기각 결정이 날 경우 ‘헌재 폐지론’에 휩싸일 수 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서 탄핵 기각 이후에 대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헌재가 87년 6월 항쟁 과정서 태어났는데 이 거대한 국민적 요구를 배신한다면 헌재 자체가 날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가 존속할 이유가 없다. 제1적폐가 헌재인 것이다. 헌재 폐지론이 가장 먼저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핵이 기각되면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야권은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정권교체, 적폐청산 등을 내세우며 박 대통령과 여권을 공격할 전망이다. 여권에선 보수발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탄핵 기각으로 생긴 과도기를 틈타 보수가 뭉친다는 시나리오다. 바른정당이 ‘한국당과의 연대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막상 대선 정국이 가동되면 정권재창출을 위해 결집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야권의 전유물이었던 ‘후보단일화’ 방안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핵 직후 바른정당은 후폭풍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보수를 지향하지만 박 대통령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들고 나왔다. 배수진을 쳤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큰 상황이다. 또한 박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며 한국당을 박차고 나왔기 때문에 당의 존립 명분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명예로운 퇴진하고 정권 재창출
여권발 정계개편 보수층 지각변동


현재 유력 대선후보들의 지지율만 놓고 보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야권 후보의 낙승이 예상된다. 탄핵이 기각되면 기존의 대선 일정에 맞춰 12월에 대선이 치러진다. 여권 입장에선 ‘보수 대 진보’ 대결 국면으로 이끌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 완주를 천명한 터라 '민주당-국민의당' 연대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기 때문에 야권연대는 공염불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과정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권의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황 대행은 90여일간 정국을 차질 없이 운영했다는 점과 대통령을 지켜냈다는 명분으로 보수층에 어필할 수 있다. 대선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여권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점도 보수층 결집 시 확장성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보수층의 지각변동 가능성도 주목을 끈다. 보수층은 박 대통령의 존립에 집중하는 부류와 보수 정권재창출에 방점을 찍은 부류로 나뉜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박사모가 보수층 내부서 입김이 더욱 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후유증 극심
무엇이 최선?

한 정치평론가는 “탄핵을 둘러싼 복잡한 해법이 나오고 있으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유증은 극심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과 탄핵 찬반 세력 모두 국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최선이고 어떻게 하면 최악을 피할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헌법재판관 8인 성향은?

대한민국 역사의 변곡점에 헌법재판관 8명이 있다. 이들은 오는 10일 혹은 1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들 8명은 총 800건에 가까운 사건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통진당 해산 위헌심판 당시는 야당 몫으로 2012년 선출된 김이수 재판관 만이 유일하게 통진당 해산 반대와 전교조 법외노조 근거법의 위헌을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의원들이 낸 ‘국회 선진화법’ 관련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해서는 각하(5), 기각(2), 인용(2) 의견으로 나뉘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만이 인용 의견을 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합헌이 된 '김영란법'은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고, 간통죄에 대해선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과 안창호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남자의 병역 의무에 대해서는 남성에 한해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이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전원 일치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현재 8명의 재판관이 주요 결정 가운데 모두 똑같은 의견을 낸 것은 이 사건이 유일하다. 주요 결정에 있어서는 개별 재판관의 소신에 따른 결정이 주를 이뤘지만 일부 결정에서는 정치적 성향이 드러났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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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