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별들의 전쟁’ 그 후…

MB 레임덕 가속…박근혜-손학규 ‘대권전쟁’ 막 오른다

4·27 재보선 성적표가 나왔다. 민주당은 환호성을 질렀고,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담한 재보선 결과에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번 결과를 정부·여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총사퇴했고 청와대는 개각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차기 대선주자들도 재보선 후폭풍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조기레임덕이 가속화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팽배하다.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 ‘웃고’ 한나라당 ‘울고’
대권 승부수 띄운 손학규 축하선물 한보따리 


이번 4·27 재보선 최고의 승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직접 출마한 분당을 재보선에서의 승리로 민주당 뿐 아니라 본인의 정치 인생도 ‘화려한 봄’을 맞았다.

손 대표는 분당을 재보선 출마로 대권 승부수를 띄웠다. ‘경기도의 강남’이라고 불릴 만큼 한나라당의 세가 강한 분당을 재보선에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당 안팎의 출마 압박에 측근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직접 나선 것은 정치 생명을 건 도전이었다. ‘선당후사’를 강조했지만 사실상 대권과 관련, 배수의 진을 친 것.

손 대표는 출마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는 제 신념에 분당구민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며 이 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위험 감수한 손학규
꿩 먹고 알까지 ‘꿀꺽’

낙마하면 당대표의 지원을 받아야 할 재보선 전체에 악영향을 줬다는 비판까지 감수해야 할 처지였다. 이에 대해 그는 “장수가 직접 최전선에서 싸우는 것이 강원지사와 김해을 선거 승리의 길”이라고 답하며 분당을 재보선 유세 중간 중간 강원도지사 재보선까지 챙겼다.

고난 끝에 낙이 찾아왔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 분당을 재보선에서 51.0%의 득표로 48.3%를 얻은 강재섭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쁨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며 “저 개인의 승리가 아닌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내일을 향한 희망의 승리”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강원도지사 재보선에서도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51.0%의 득표로 46.6%를 얻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눌러 이겼다. 민주당이 순천 재보선에서 무공천, 야권연대를 위해 양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승리는 더 커진다.

손 대표가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순천 재보선에서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가 승리한 것에 대해 “우리가 공천을 하지 못하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었지만, 야권연대의 승리로 보답을 받았다”며 “이번 재보궐 선거의 승리는 온전히 당의 승리이고, 당의 승리는 야권과 연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손 대표는 ‘원외 당대표’의 한계를 넘어 원내에서도 목소리를 키우는 등 당내 기반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자리를 꿰차며 차기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 동반 추락 현상이 재보선 결과로 인해 가속화 될 수 있으며, 이와 반대로 야권과 야권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손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의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친노 분열 책임
고개 숙인 유시민

승승장구하고 있는 손 대표와 달리 유 대표의 표정은 어둡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김해을 재보선에서의 패배로 ‘노무현의 후계자’라는 위상에 타격을 입으면서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야권연대 과정에서 ‘벼랑 끝 협상’으로 친노 진영을 분열시켰다는 책임론이 그를 옥죌 것으로 보인다. 친노 진영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이봉수 후보를 지원, 김해을 야권 단일후보로 세웠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대선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 대표는 당초 노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야권을 압도하고 한나라당 후보를 이겨 노 전 대통령의 ‘정통 후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원내에 진입, 내년 총선·대선의 발판을 놓겠다는 구상이었다.

참여당이 김해을에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이겼다면 이러한 ‘장밋빛 미래’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유 대표도 대선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유 대표의 지지율은 “아직 확장성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지지율이) 20~30%는 나와야 과반이 될지 하는 확장성을 따지지 한 자리 숫자를 겨우 넘는 이런 지지율 가지고 확장성을 얘기하긴 그렇다”며 “2위라도 의미가 있는 2위여야지…”라고 자평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김 전 지사가 51.0%의 득표로 48.9%를 획득한 이 후보를 누르면서 무거운 책임론만이 그의 앞에 놓였다.
유 대표는 재보선 결과가 나온 지난 28일 새벽,자신의 트위터에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글로 무거운 심경을 대신했다.

정치권은 유 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힌 내년 총선까지 상당한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치명상 입은 여권
박근혜 역할론 주목

이번 재보선에 ‘그림자’만 비친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후폭풍은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재보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거리를 뒀지만 직·간접적인 영향력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

박 전 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을 맡아 강원도를 찾았다. 특위 활동에만 전념했을 뿐 재보선 일정은 소화하지 않았지만 강원도 방문만으로도 선거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하지만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재보선 후보로 나섰던 엄 후보의 패배로 박 전 대표의 ‘후광효과’도 빛이 바랬다.

하지만 재보선 후 전체적인 정국 변화를 봤을 때는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무참히 패하면서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권은 재보선 후폭풍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키로 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특임장관실에서 시행한 국정 지지도 여론 조사 결과를 인용,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5%~50%대”라며 “대형 측근 비리나 친인척이 개입된 돌발사건이 없는 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던 이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위기의 여권’ 구원투수로 주목
눈물 삼킨 유시민, 책임론 휩싸인 이재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 파견과 5월 회동 소식 이후 추락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한 것처럼 ‘박근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여권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 진성호 의원은 지난 28일 “박 전 대표가 어떻게 전면에 나설 것인가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박근혜 역할론’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도 “다음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이겨서 재집권 하는 게 가장 절실한 문제”라며 “이렇게 하면 박 전 대표의 역할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허태열 의원 역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재보선 참패에 의해 앞으로 봇물을 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관련, 총선 출마자 중 ‘친박’을 표방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박근혜 대세론’까지 나올 정도로 박 전 대표의 독주체제가 굳어졌던 대선가도에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손 대표가 야권 대표주자로 자리를 굳히고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기반을 갖추게 된 것. 야권 지지층이 손 대표를 야권 대표주자로 인정할 경우 야권에서 지지할 특정 대선주자를 찾지 못해 박 전 대표에게로 향해있던 야권 지지층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또한 김 전 지사의 생환도 차기 대권구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무총리’감으로 거론됐던 김 전 지사가 원내에 입성하면서 다시 한 번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게 된 것. 김 전 지사는 특히 당 지도부의 지원 없이 ‘나홀로 선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정계복귀에 성공, 몸값을 높였다.

재보선 부채질 하다
불똥 맞고 ‘아야야~’

이재오 특임장관은 4·27 재보선 책임론에 휩싸였다. 분당을 재보선과 관련, 공천 파문의 중심에 섰던 이 장관은 한나라당이 강세 지역이었던 분당을에서 지면서 책임론에 휩싸이게 됐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었던 분당을을 둔 권력암투로 판을 키우면서 손 대표의 출마를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선거 개입 논란도 남아있다. 이 장관은 재보선 전 친이재오계 인사들과의 잦은 회동으로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일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을 포함해 36명의 현역 의원들이 참석했던 친이재오계의 회동에서는 4·27 재보선 전략이 논의됐다. 당시 이 장관은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어느 한 지역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을 회동 배경을 거론하며 “오늘은 계파모임 성격을 벗어난 승리를 위한 작전회의”라고 말했다.

선거 막판 김해을 재보선에서는 ‘특임장관실 수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이 입수한 ‘특임장관실’ 수첩에 김해을 선거 상황과 전략, 조언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던 것. 수첩에는 이모씨, 정모씨 등 특임장관실 시민사회팀 소속 직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 특임장관실의 선거 불법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특임장관실은 “특임장관실 직원이 김해을 지역에 내려간 일이 없다”면서 “특임장관실 수첩은 9000부를 찍었고, 외부에 6500부가 배포돼 수첩만으로 특임장관실이 개입됐다고 보기어렵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후보로 김해을 재보선에 나선 김 전 지사의 승리로 상당부분 희석되긴 했지만, 김 전 지사가 패했다면 책임론이 제기됐을 부분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장관은 4·27 재보선 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도 “민심을 정말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향후 한나라당의 대응에 대해 “당에서 비대위 만들어서 잘한다고 하니까 수습 방안은 절차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반응만을 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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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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