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안희정 ‘노짱’ 프로젝트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27 11:26:05
  • 호수 1103호
  • 댓글 0개

호남선 타고 차령산맥 넘어 중원을 장악하라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상승세가 매섭다. 한 달여 만에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2위 자리를 꿰차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대연정’ 카드를 내세우며 중도·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자연스레 문 전 대표로 흐를 것으로 보였던 당내 경선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일요시사>는 ‘제2의 노무현’을 꿈꾸는 안 지사의 대역전 카드를 살펴봤다.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곤욕을 치렀다. 지난 19일 부산대학교서 열린 강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들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고 말하면서부터다. 국정 농단의 최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안 지사와 각을 세우지 않던 민주당 문 전 대표도 “해명을 믿지만 말 속에 분노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연정 카드
중원 흔들다

자신의 친정인 민주당에서까지 비난 행렬에 동참하자 안 지사는 사과로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안 지사는 “어떤 분의 말씀이라도 그 말의 액면가대로 선의를 받아들여야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것이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른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것은 아무래도 많은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선의 발언으로 안 지사는 일격을 받았다. 설 이후 급등했던 지지율도 주춤했다. 알고 보면 보수층을 겨냥하다 악수를 둔 ‘선의’ 발언은 앞서 ‘대연정’ 발언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2일 안 지사는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가진 기자간담회서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반대 진영의 사람들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함께 국가의 목표를 합의할 때 국민들이 지금 요구하고 있는 시대적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은 야권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다만 중도와 보수층의 지지율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앞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그는 “이전 정부의 협상을 뒤집을 수 없다”고 말해 민주당 지지자들을 당혹케 했다.

지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서 열린 관훈 토론회서 안 지사는 ‘자유한국당이 개혁과제에 동의하면 손을 잡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 “새누리당이든 한국당이든 당의 강령집은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다. 서로 뛰어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심지어 여당일 때 (특정 의견을) 주장하고, 야당이 되면 이를 반대한다. 서로 싸우기 위한 행동”이라며 “협치와 대화의 능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헌법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중도와 보수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며 중원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는 대선 출마 초기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혹은 ‘차차기 주자’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이재명 성남시장에 가려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중도 보수층을 아우르는 발언과 동시에 문 전 대표와 각 세우기가 지지율 상승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타 대선주자들이 주춤한 사이 새로운 화두를 계속해서 던진 점도 그의 상승을 견인했다. 안 지사의 메시지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사퇴 이후 갈 곳을 잃은 중원 민심을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지율 급상승 단숨 2위 자리 꿰차
대연정 카드 먹혔다 ‘노풍’ 재현?

현 안 지사만큼 ‘문재인 대세론’을 강하게 위협한 존재는 아직까지 없었다. 다만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 최종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지지율이 60%를 육박하는 문재인이라는 벽을 넘어야만 한다. 현재 안 지사의 당내 지지율은 20% 중반에 머물러 있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경선을 앞둔 시점부터는 전체 지지율이 아닌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율이 중요하다”며 “당 지지자들의 60% 이상은 여전히 문 전 대표를 지지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 역전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이 문 전 대표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안 지사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지난 20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는 33%, 안 지사는 20.4%를 기록했다. 호남 지지율은 문 전 대표 32%, 안 지사 21.1%를 나타냈다. 대전·충청 지지율은 문 전 대표 30%, 안 지사 32.2%를 보였다.

결국엔 호남
노무현 DNA?

단순 지지율만 놓고 보면 안 지사는 2월 첫째 주부터 지지율이 수직상승했고, 문 전 대표는 30%의 지지율을 지킨 모양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호남 민심이다. 호남서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와 10% 이상 격차를 벌리며 우세를 보이고 있다.
 

안 지사의 호남 지지율은 본인의 전체 지지율과 동반 상승했지만 문 전 대표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그 어느 지역보다 호남이 중요한 이유는 대선의 척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야권이 승리한 대선을 보면 호남의 강자가 최종 대권을 차지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면치 못했다. 본격적으로 경선이 시작되자 예상 밖으로 호남민심은 노 후보를 향했고, 호남서 승리했다. 결국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최종 경선서 승리한 그는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각종 여론지표상 안 지사는 대전·충남·TK, 5060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전체 지지율 상승과 당내 지지율 극복도 중요한 문제지만 호남서의 지지율 상승이 급선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 경선이 호남에서 처음 치러진다는 점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자칫 경선 초반에 문 전 대표에게 승기를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 중도 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지사가 호남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복안은 무엇일까.

야권의 적통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자 최적의 묘수로 꼽힌다. 안 지사는 지난 11일 1박2일 코스로 호남행에 나섰다. 그는 ‘노풍’의 진원지인 광주를 방문했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국립 5·18민주묘역을 방문해 방명록에 “꺼지지 않는 횃불 5·18”이라고 적으며 광주민심을 향한 구애를 펼쳤다.

‘안희정을 지지하는 사람들’ 행사에 참석한 그는 “야당의 역사는 당내 주류 선거판에 소수자로서 도전한 김대중의 40대 기수론과 2002년 이인제 대세론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던 노무현의 도전·역전의 역사였다”며 “그런 민주당의 DNA와 역사로 2017년 새로운 기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안 지사의 품성이 선거 공학적 계산이나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며 “보름 전 호남 방문 때 나타난 ‘안희정 지지세’를 재확인하고 그 기세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자구도 우세
양자구도 만들기

아울러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일대일 구도를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정치권은 민주당 경선서 강력한 양자대결 구도를 형성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안 지사 측은 “문 전 대표와 양강구도를 강화하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지세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주당 경선은 당원과 국민이 1인 1표씩 행사하는 1차 투표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러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안 지사 측은 내친김에 지지율을 끌어오려 1차에서 승부를 보자는 생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결코 불가능한 주장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는 모든 3자 대결서 지지율이 50%가 넘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의 3자 대결서 안 지사는 51.4%를 얻었다. 안 전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의 3자 대결서도 55.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3자 대결서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확장성 측면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 비해 우세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내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지사 지지 선언을 준비하는 의원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비문(비 문재인)계 한 초선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대권 경쟁서 앞서 나가면서 경선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의원들이 많았는데 현재는 안 지사를 지지하고자 하는 의원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도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문의가 많이 온다”며 “합류를 타진하는 인사가 꽤 있다”고 귀띔했다.

비문계 리더급 인사들 중 일부도 안 지사 지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4일 비문계 의원 20여명이 모인 자리서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안희정은 초기 노무현, 문재인은 말기 노무현이라는 얘기가 젊은이들 사이서 돈다고 하더라”며 안 지사에 대해 긍정 평가했다.

TK·충남 이겼는데…당내 경선 힘들다?
김종인·박영선 돕나? 지사직 내놓고 배수진

이어 “현재 민주당은 다양한 목소리와 비판에 대해 입을 막고 있다”며 “이래서는 수권정당이 되기 어렵고, 정권을 잡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문재인 대세론’에 의해 당내 경선의 역동성 약화와 내부 분위기 경직을 꼬집은 셈이다.

안희정 캠프 총괄본부장인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 22일, 안 지사와 김 전 대표의 관계에 대해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김 전 대표의 의견을 많이 듣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깊이 지원해 줄 지 여부에 대해서는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에게 우호적이고 호의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해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4선 중진 비문계 박영선 의원도 안 지사 공개 지지를 긍정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의원의 한 측근은 “박 의원이 애초 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안 지사가 선대위 없는 당 중심의 선거를 강조하면서 어떤 식으로 지원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지사 측이 박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첫 순회 경선지인 호남 지역 내 박 의원의 높은 인지도와 지지 기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안 지사가 도지사직 사퇴 카드를 꺼내 반전 계기를 도모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지사직을 사퇴할 경우 배수진 효과로 인해 문 전 대표를 추월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충남도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공세도 안 지사의 지사직 유지를 힘들게 하고 있다.

충남 홍성의 한 도의원은 임시회 본회의서 “많은 도민이 도정공백으로 인한 도의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있다”며 “210만 도민은 지사의 권력 욕심을 채우기 위한 소모품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면 안 지사가 도정을 챙기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지사 측은 지사직 사퇴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안 지사 캠프의 한 인사는 “다음 대선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서 도지사직 사퇴 여부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경선 일정을 보고 만약 사퇴해야 한다면 도민과 상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사직 내놓고
판 뒤엎는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 지사의 향후 대권 가도에 대해 “만약 중도 보수층에 더 어필이 돼 지지도가 25%를 돌파한다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며 “다만 민주당 경선 참여 의향 자체를 조사해보면 안 지사의 경선 지지층이 낮기 때문에 하락 국면도 배제키 어렵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희정 캠프에 누가 있나?

한때 '좌희정 우광재'라 불렸을 만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함께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꼽힌다. 최근 대선주자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안 지사의 캠프 사람들도 자연스레 노무현 사람들로 꾸려졌다. 크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출신 인사와 충남지사 선거 캠프 때 함께했던 민주당 소속 인사 등 두 부류로 나뉜다.

참여정부 출신으로는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초대감사를 맡은 수도권 3선의 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안 지사 대선 캠프의 총괄본부장 겸 좌장을 맡고 있다. 서갑원 전 의원과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도 여기에 합류했다.

안 지사와 30년 정치적 동지로 알려진 이 전 강원도지사도 외곽에서 안 지사를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 염동연 전 사무총장은 실무를 맡고 있다. 원조 친노로 불리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캠프 실무총괄실장을 맡고 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메시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 윤 전 대변인에게 총괄본부장을 맡겼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밖 인사로는 주로 안 지사의 학생운동이나 충남지사 선거를 도왔던 인물들이 참여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홍보를 맡고 있고,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조직, 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대변인은 안 지사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박수현 전 의원이 맡았다. 공보특보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대표실 부실장을 역임한 김진욱 전 부대변인이 맡고 있다. 안 지사의 정책은 조승래 의원을 중심으로 10여명의 의원과 전문가그룹이 담당하고 있다.

경제 멘토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경제사령탑을 맡은 바 있는 이헌재 전 부총리와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이 맡고 있다. 이 밖에 외교·안보는 김흥규 아주대 교수 겸 중국정책연구소장이 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안 지사의 사드 배치 합의 존중 발언은 김 소장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외곽에서는 안 지사의 싱크탱크(정책입안자) 역할을 하는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소속 인사들이 지원사격 중이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