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집창촌 폐쇄 반발 시위 속 영등포를 가다

"레드존 안에서 제도적 성매매 하겠다"

이른바 ‘성전(性戰)’이 또 발발했다. 서울 영등포 집창촌 업소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이 집창촌 철거에 따른 대안 마련을 촉구하며 본격적인 시위를 시작한 것. 지난달 영등포경찰서가 업주들에게 단속방침을 통보한 뒤, 이달 1일부터 성매매를 집중 단속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전면 도전이다. 이들은 지난 12일을 시작으로 4월에만 벌써 3차례나 반발 시위를 진행했고, 앞으로 시위의 규모와 방식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 각지의 집창촌에서 비슷한 시위가 진행됐지만 이번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터전국연합회(전국집창촌운영자모임)와 전국성노동자연대가 똘똘 뭉칠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집창촌 폐쇄 이전에 성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인권에도 관심을 갖고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8년 장안대첩에 이은 2차 성전의 승전보는 과연 어느 쪽에서 울리게 될까. 지난 20일 전운이 감도는 영등포 집창촌을 직접 찾았다.


영등포 집창촌 폐쇄 위한 집중 단속 개시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 생존권 달라 반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의 성매매 단속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이뤘다. 하지만 반짝에 불과했다. 어느날 갑자기 어느 지역을 특정지어 집중 단속을 벌였고, 당분간 잠잠하다가 다시 또 어느 지역에 불을 붙였다.

일괄성 없는 단속에 단속칼을 맞은 일부 업주와 성노동자들은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고, 일부는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국내에는 온갖 퇴폐적인 유사성행위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결국 성매매 업소는 더욱 늘어났다는 얘기다.
한터전국연합회(전국집창촌운영자모임)와 성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매매특별법의 역효과로 수많은 퇴폐업소가 생겨났고, 결국 집창촌만 단속의 집중포화로 무너지게 됐으며, 같은 법을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지 않는 이상한 정부와 공권력으로 인해 성매매근절은 커녕 더욱 음성적으로 번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안 없는 폐쇄 말도 안돼
"생존권 보장하라"

취재기자가 영등포 집창촌을 찾은 지난 20일. 이날 영등포지역 성매매 여성들은 집창촌 철거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라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한터전국연합회 영등포지부 소속 성매매여성 수십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1가에 위치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대안없이 폐쇄하겠다는 전여옥 의원 사퇴하라 생존권을 보장하라 ‘내년 4월 총선 두고 보자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함께 구호를 외쳤다.

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집창촌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각종 매체의 보도와 지난 선거 당시 지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면서 성노동자들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58) 사무국장에 따르면 전 의원은 성노동자들의 만남요청도 번번이 묵살했다. 지역구 사무실의 문이 잠겨 있어 국회 의원회관으로도 찾아가봤지만 여직원 한명이 나와 "저는 잘 모르는 일"이라는 말만 남기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는 것.

이와 관련 강 사무국장은 "전 의원은 누가 지역주민인지 잘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영등포에 수십년간 거주하며 집창촌이라도 꾸려 터전을 구성한 것은 집창촌 업소 업주와 아가씨들이지 타임스퀘어 사장과 직원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 사무국장이 이 같이 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타임스퀘어가 들어서기 전부터 그 자리에는 집창촌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타임스퀘어 측은 영업 시작 이후 유동인구가 더욱 많아지자 그 제서야 집창촌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지역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강 사무국장은 "이것이야 말로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커튼에 가려진 홍등
오늘의 ‘영등포 집창촌’

실제 그곳에 가보니 첨단 쇼핑몰인 타임스퀘어와 집창촌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는 국내 최대규모의 복합쇼핑몰로 유명하다. 바로 그 남쪽 출구에 다닥다닥 붙어 커다란 창문 사이로 분홍빛을 쉴 새 없이 발산하는 집창촌이 자리잡고 있는 것.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타임스퀘어 측은 남쪽 출입구 한편에 ‘고객 및 직원들의 통행을 금지합니다. 생태공원 쪽으로 우회해 주십시오’라는 팻말을 세웠다. 인도에는 작은 초소까지 마련돼 직원 1명이 상시 대기하며 사람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혹시 실수로 집창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어린 학생들과 여성들의 발걸음을 애초에 차단시키려는 것. 바로 옆의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직원들을 배치해 집창촌 쪽으로의 유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이는 타임스퀘어와 신세계백화점이 내놓은 자구책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이곳을 지나는 어린 학생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그나마 지난 20일은 성노동자들의 시위집회로 오후 8시 정도까지 영업을 시작한 업소가 없었다. 아마 이날은 대부분의 업소가 영업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등포 집창촌은 과거에 비해 규모가 작아진 것도 사실이다. 80여개 업소가 줄줄이 붙어 성업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20곳 정도만 실제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것.

돌고 도는 보여주는 단속 “지겹다 지겨워”
합법화 원하지도 않아…“레드존만 지키자”


1950년대 헌병대와 육군 보급부대가 영등포역 앞에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영등포 집창촌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급격히 쇠락했지만 일부 업소들은 끝까지 버티며 홍등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주들은 "사실상 성매매 영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문을 열고는 있지만 수시로 단속에 나서는 경찰차량과 통행을 막는 타임스퀘어 직원들 때문에 마음을 먹고 왔던 남성들도 민망함에 돌아서곤 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개발 시행에 따른 보상비를 기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만은 아니었다.

업주들은 어차피 업소의 세입자다. 땅도 건물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업주들이 챙길 수 있는 보상비는 이주보상비 뿐이라는 설명이다. 자신들은 이주보상비라도 받아 나간다 치지만 성노동자들은 갑자기 여기서 나가게 되면 돈 한 푼 없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

"재개발도 좋고 보상도 좋지만 어차피 그건 돈 있는 땅주인, 건물주인의 이야기일 뿐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데 보상금과 결부지어 알박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언론에 호도되는 것이 기가 막히다." 강 사무국장의 말이다.

‘두더지 잡기’식 단속
문제 지적해서 뭐하나 

이어 강 사무국장은 "용산의 경우가 지금 영등포의 앞날로 보면 딱 맞겠다"면서 "용산은 과거 150개가 넘었던 업소 중 현재 10개 업소가 남아 근근이 영업을 하고 있다. 재개발을 앞두고 10개 업소가 영업을 하는 것을 두고 외부에서는 돈을 더 받으려고 저러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업소 업주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집창촌을 둘러싸고 있는 상권 상인들 중 일부가 동의하지 않아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일 뿐 집창촌 업주들이 보상금 극대화를 노리고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영등포 집창촌 업주들과 강 사무국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40여분의 시간에도 경찰차는 몇 번이나 기자가 앉아있는 업소 앞을 지나갔다. 단속을 하는 것인지 보호를 하려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찰차의 움직임에 취재기자가 고개를 꺄우뚱 거리자 한 업주가 낌새를 알아채고 말을 보탰다.

"경찰이 영업은 하게 한다. 그리고 남자손님이 가게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5~10분 뒤 급습해 현장을 덮친다. 그게 바로 단속이다. 백날 백차타고 돌아다녀봐야 동시에 10개 업소에 손님이 들어갔다 치자, 그 중 경찰 눈에 현장을 들킨 업소만 단속이 되는 것이다."
‘두더지 잡기’식 단속이 따로 없다. ‘두더지는 시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들 역시 보여도 안 보이는 척 알아도 모르는 척 경찰의 단속에 적당히 ‘잡혀줘야’ 벌금이라도 물고 그나마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영등포 집창촌을 뒤로 하고 나올 무렵 강 사무국장은 향후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전국 성매매 여성 3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는 물론, 국회와 청와대 청원 등 대규모 시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영등포 집창촌을 빠져나오는 그길 분홍빛 조명이 유독 시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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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