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집창촌 폐쇄 반발 시위 속 영등포를 가다

"레드존 안에서 제도적 성매매 하겠다"

이른바 ‘성전(性戰)’이 또 발발했다. 서울 영등포 집창촌 업소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이 집창촌 철거에 따른 대안 마련을 촉구하며 본격적인 시위를 시작한 것. 지난달 영등포경찰서가 업주들에게 단속방침을 통보한 뒤, 이달 1일부터 성매매를 집중 단속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전면 도전이다. 이들은 지난 12일을 시작으로 4월에만 벌써 3차례나 반발 시위를 진행했고, 앞으로 시위의 규모와 방식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 각지의 집창촌에서 비슷한 시위가 진행됐지만 이번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터전국연합회(전국집창촌운영자모임)와 전국성노동자연대가 똘똘 뭉칠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집창촌 폐쇄 이전에 성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인권에도 관심을 갖고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8년 장안대첩에 이은 2차 성전의 승전보는 과연 어느 쪽에서 울리게 될까. 지난 20일 전운이 감도는 영등포 집창촌을 직접 찾았다.


영등포 집창촌 폐쇄 위한 집중 단속 개시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 생존권 달라 반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의 성매매 단속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이뤘다. 하지만 반짝에 불과했다. 어느날 갑자기 어느 지역을 특정지어 집중 단속을 벌였고, 당분간 잠잠하다가 다시 또 어느 지역에 불을 붙였다.

일괄성 없는 단속에 단속칼을 맞은 일부 업주와 성노동자들은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고, 일부는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국내에는 온갖 퇴폐적인 유사성행위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결국 성매매 업소는 더욱 늘어났다는 얘기다.
한터전국연합회(전국집창촌운영자모임)와 성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매매특별법의 역효과로 수많은 퇴폐업소가 생겨났고, 결국 집창촌만 단속의 집중포화로 무너지게 됐으며, 같은 법을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지 않는 이상한 정부와 공권력으로 인해 성매매근절은 커녕 더욱 음성적으로 번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안 없는 폐쇄 말도 안돼
"생존권 보장하라"

취재기자가 영등포 집창촌을 찾은 지난 20일. 이날 영등포지역 성매매 여성들은 집창촌 철거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라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한터전국연합회 영등포지부 소속 성매매여성 수십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1가에 위치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대안없이 폐쇄하겠다는 전여옥 의원 사퇴하라 생존권을 보장하라 ‘내년 4월 총선 두고 보자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함께 구호를 외쳤다.

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집창촌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각종 매체의 보도와 지난 선거 당시 지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면서 성노동자들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58) 사무국장에 따르면 전 의원은 성노동자들의 만남요청도 번번이 묵살했다. 지역구 사무실의 문이 잠겨 있어 국회 의원회관으로도 찾아가봤지만 여직원 한명이 나와 "저는 잘 모르는 일"이라는 말만 남기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는 것.

이와 관련 강 사무국장은 "전 의원은 누가 지역주민인지 잘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영등포에 수십년간 거주하며 집창촌이라도 꾸려 터전을 구성한 것은 집창촌 업소 업주와 아가씨들이지 타임스퀘어 사장과 직원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 사무국장이 이 같이 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타임스퀘어가 들어서기 전부터 그 자리에는 집창촌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타임스퀘어 측은 영업 시작 이후 유동인구가 더욱 많아지자 그 제서야 집창촌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지역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강 사무국장은 "이것이야 말로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커튼에 가려진 홍등
오늘의 ‘영등포 집창촌’

실제 그곳에 가보니 첨단 쇼핑몰인 타임스퀘어와 집창촌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는 국내 최대규모의 복합쇼핑몰로 유명하다. 바로 그 남쪽 출구에 다닥다닥 붙어 커다란 창문 사이로 분홍빛을 쉴 새 없이 발산하는 집창촌이 자리잡고 있는 것.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타임스퀘어 측은 남쪽 출입구 한편에 ‘고객 및 직원들의 통행을 금지합니다. 생태공원 쪽으로 우회해 주십시오’라는 팻말을 세웠다. 인도에는 작은 초소까지 마련돼 직원 1명이 상시 대기하며 사람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혹시 실수로 집창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어린 학생들과 여성들의 발걸음을 애초에 차단시키려는 것. 바로 옆의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직원들을 배치해 집창촌 쪽으로의 유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이는 타임스퀘어와 신세계백화점이 내놓은 자구책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이곳을 지나는 어린 학생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그나마 지난 20일은 성노동자들의 시위집회로 오후 8시 정도까지 영업을 시작한 업소가 없었다. 아마 이날은 대부분의 업소가 영업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등포 집창촌은 과거에 비해 규모가 작아진 것도 사실이다. 80여개 업소가 줄줄이 붙어 성업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20곳 정도만 실제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것.

돌고 도는 보여주는 단속 “지겹다 지겨워”
합법화 원하지도 않아…“레드존만 지키자”


1950년대 헌병대와 육군 보급부대가 영등포역 앞에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영등포 집창촌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급격히 쇠락했지만 일부 업소들은 끝까지 버티며 홍등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주들은 "사실상 성매매 영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문을 열고는 있지만 수시로 단속에 나서는 경찰차량과 통행을 막는 타임스퀘어 직원들 때문에 마음을 먹고 왔던 남성들도 민망함에 돌아서곤 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개발 시행에 따른 보상비를 기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만은 아니었다.

업주들은 어차피 업소의 세입자다. 땅도 건물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업주들이 챙길 수 있는 보상비는 이주보상비 뿐이라는 설명이다. 자신들은 이주보상비라도 받아 나간다 치지만 성노동자들은 갑자기 여기서 나가게 되면 돈 한 푼 없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

"재개발도 좋고 보상도 좋지만 어차피 그건 돈 있는 땅주인, 건물주인의 이야기일 뿐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데 보상금과 결부지어 알박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언론에 호도되는 것이 기가 막히다." 강 사무국장의 말이다.

‘두더지 잡기’식 단속
문제 지적해서 뭐하나 

이어 강 사무국장은 "용산의 경우가 지금 영등포의 앞날로 보면 딱 맞겠다"면서 "용산은 과거 150개가 넘었던 업소 중 현재 10개 업소가 남아 근근이 영업을 하고 있다. 재개발을 앞두고 10개 업소가 영업을 하는 것을 두고 외부에서는 돈을 더 받으려고 저러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업소 업주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집창촌을 둘러싸고 있는 상권 상인들 중 일부가 동의하지 않아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일 뿐 집창촌 업주들이 보상금 극대화를 노리고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영등포 집창촌 업주들과 강 사무국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40여분의 시간에도 경찰차는 몇 번이나 기자가 앉아있는 업소 앞을 지나갔다. 단속을 하는 것인지 보호를 하려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찰차의 움직임에 취재기자가 고개를 꺄우뚱 거리자 한 업주가 낌새를 알아채고 말을 보탰다.

"경찰이 영업은 하게 한다. 그리고 남자손님이 가게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5~10분 뒤 급습해 현장을 덮친다. 그게 바로 단속이다. 백날 백차타고 돌아다녀봐야 동시에 10개 업소에 손님이 들어갔다 치자, 그 중 경찰 눈에 현장을 들킨 업소만 단속이 되는 것이다."
‘두더지 잡기’식 단속이 따로 없다. ‘두더지는 시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들 역시 보여도 안 보이는 척 알아도 모르는 척 경찰의 단속에 적당히 ‘잡혀줘야’ 벌금이라도 물고 그나마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영등포 집창촌을 뒤로 하고 나올 무렵 강 사무국장은 향후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전국 성매매 여성 3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는 물론, 국회와 청와대 청원 등 대규모 시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영등포 집창촌을 빠져나오는 그길 분홍빛 조명이 유독 시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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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