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vs 전북 ‘LH공사 유치전’ 정치권 힘겨루기 <내막>

한쪽서 ‘환호성’ 터지면 한쪽선 ‘곡소리’ 터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본사의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정부 당시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의 일환으로 결정됐다. 당시 한국토지공사는 전주로, 대한주택공사는 진주로 이전하기로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두 회사가 LH로 통합되면서 본사 이전을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따라서 LH 본사 이전을 둘러싼 전북(전주)과 경남(진주)간 신경전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진주 유력’ 언론보도에 전주 강력 반발
양측 협의 지지부진하자 대안론 ‘급부상’

2012년 LH 이전 대상은 총 1500여명. 지방세입은 연간 322억원대로 추산된다. 동남권 신공항사업이나 과학비즈니스벨트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거나 엄청난 효과를 얻는 것도 아니다. 한편 인구유입과 세수 증가 또한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남과 전북은 한치도 양보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LH 공사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이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논란이 더욱더 가열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은 국회의원과 도지사, 도의원들이 삭발을 감행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18일엔 2000여명의 도민이 국회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었다. 경남 역시 ‘동남권 신공항 무산 전철을 되밟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역갈등을 부추긴 정부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시점, 장세환(민주당·전주 완산을)의원과 최구식(한나라당·진주갑)의원을 만나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중대한 사안이니 만큼 양측은 한치의 양보 없이 LH 이전에 대한 자신들의 당위성을 밝혔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진주갑)
“분산배치는 절대 불가한 일”

- LH공사 배치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 국책사업은 장바닥의 흥정이 아니다. 나는 처음부터 일괄되게 ‘합의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왔다. LH공사는 주공과 토공이 통합 논의 시작 이래 5대 정권에 걸친 장장 16년간의 진통 끝에 탄생했다. 분산배치냐 일괄이전이냐 하는 문제는 수많은 정책 결정권자들이 오랜 시간 심사숙고한 끝에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다. 분산배치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가고 있는 판국에 또 다시 분산을 하게 되면 통합하기 전보다 훨씬 더 상황이 악화 될 것이다. 이는 대수술을 끝낸 환자를 다시 수술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견해는.
▲ 당연히 진주로 와야 되고 이미 통합하기로 결론이 나 있는 문제를 경남과 전북의 합의로 풀어가라는 점에 서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지난 20일 정부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옳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항공모함이 오랜 항해 끝에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순간이다. 지금에 와서 그 항공모함의 방향을 틀어서 다른 곳으로 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통합의 논리는 국가적으로 해야 된다.

- 전북은 분산배치를 약속 받았던 것인데 왜 안 된다 생각하는지.
▲ 일괄, 분산이 문제의 본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산은 불가능한 일이다. 분산을 하면 끝없는 분열의 시작이 되고 답이 없어진다. 통합하는 데에도 오랜 세월이 걸렸고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숙명의 라이벌이 한솥밥을 먹는다고 바로 화학적으로 화합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와서 다시 분산하면 상황이 더욱더 안 좋아 진다. 또 두 도시로 어떻게 나누면 진주, 전주가 만족할 것인가. 역시 끝없는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일괄이전을 주장했다. 전주는 통합법이 통과되기 이전부터 통합을 반대했고 법 통과되자마자 분산을 주장했다. 이것은 통합하면 진주로 가야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 전주시 의원은 집단시위에 삭발투쟁까지 벌이고 있다.
▲ 떡 하나 놓고 분쟁을 부추기는 셈이다. 정치적 재미를 보려고 10명이 머리 깎으면 뭐하나?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는 옳은 리더십이 아니라 생각한다.


- 양측이 만족할 만한 선택이 없어 정치권 일각서 대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 언론에서 거론되는 LH 일괄 이전 시 국민연금공단 전북 이전 안은 절대 반대다. 국민연금공단이 진주 혁신도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전협의회’를 만들자는 말들이 나올 때도 나는 반대 했었다. 협의는 불가능 하다 생각해서다. 정부가 다른 보상책을 마련해 보충해 줘야 한다.

“항공모함이 오랜 항해 끝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순간
이제 와 방향을 바꿔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는 상황”



- 신공항 백지화로 인한 영남권 ‘민심 달래기’라는 주장이 있는데.
▲ 신공항 문제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 전주시에서는 전주와 전북이 더 낙후된 지역이라 주장하는데.
▲ 전주는 도청 소재지다. 그에 비해 진주는 지금 전국 6대 낙후지역이다. 이것만 봐도 두 도시를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전북은 새만금사업과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 등 각종 국책사업의 개발 수혜를 받고 있다. 특히 새만금사업은 엄청난 특혜다.

- 분산배치 시 업무 효율성에 대한 문제를 들었는데.
▲ LH 직원들이 1년에 한 번만 왕복출장해도 18억의 비용이 든다. 이는 금전적은 문론 출장 시 소요되는 시간 등을 감안한다면 업무 효율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 LH 이전에 따른 인구 유입과 세수효과는 미미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 점차 나아지고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효과를 떠나서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 참여정부시절 핵심인물이었던 김두관 지사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 무엇이 옳은 일인지 판단을 잘했다 생각한다. LH 일괄이전은 당과 지역이기주의 문제가 아니다. 국자적인 아젠다(의제)이다. 광역단체장으로서 옳은 판단을 했다.

- TV토론 참가자를 두고 의견차가 있다.
▲ 전북지사가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큰 상관인가. 국회의원, 시장, 도지사 등 참여자는 각 도에서 정하고 양측 인원수만 맞춰 나오면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입장을 밝힌다면.
▲ LH 이전문제는 두 지역이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유치전을 벌이는 자체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지역감정을 조성하는 등 잘못됐다고 본다. LH를 ‘두 지역 중 어디서 할래?’ 그러면 어느 지역은 강력하게 원하고, 어느 지역은 약하게 원하고 하는 일이 있겠는가. 정부의 전문가가 있고 여러 가지 판단근거가 있다. 판단기준을 가지고 정부가 판단하고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의 옳은 판단을 기다린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전주 완산을)
“일괄이전 땐공정사회 사망”

- LH공사 배치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분산배치 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혁신도시는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사안이었다. 그러나 토공과 주공의 통합으로 전북과 경남의 혁신도시 조성에 큰 어려움으로 봉착해 있다.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더 큰 문제를 야기 시켰다. 하지만 당초 안대로 분산배치를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한 견해는.
▲ 세종시 수정안,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재검토,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들은 ‘신뢰’가 너무나도 쉽게 무너지고 파기되는 신뢰 상실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영남민심 달래기용으로 전북발전의 명운이 달린 LH공사 분산배치 약속이 희생될 수는 없다. 만약 LH가 경남으로 일관이전 된다면, 국가균형발전의 파괴, 대국민 약속의 파괴를 넘어 신지역주의의 분출과 영호남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될 것이다.


- 삭발까지 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LH 분산배치를 위함과 일괄이전 반대에 대한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 정치전문가들은 삭발 같은 과격한 행동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 그 사람들은 안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뭘 했나? 하지도 않고 남이 진정성을 가지고 의지를 표현한 것을 왜 뭐라고 하는 것인가?

- LH가 통합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분산 배치 해놓으면 상황이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 지금 분산배치를 하겠다는 것은 토공 업무와 주공 업무를 나누자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당시 경남도와 전북도에 분산배치 희망 비율을 제시하라고 요구를 했고, 그래서 전북도는 본사기능과 사업기능을 나누어서 인력 기준으로 25대 75정도로 나누자는 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 분산배치 시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있다.
▲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전국이 일일생활권이고 화상회의가 다 가능한데, 효율성을 따지는 건 말도 안된다’라고 밝혔다. 효율성은 전혀 문제가 없다. 

- 1년에 한 번만 왕복출장해도 18억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 경남의 주장이다.
▲ 전혀 현실성 없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LH 모든 직원들이 왜 전주와 진주를 오가며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그럴 이유가 전혀 없지 않느냐? 각각의 지역에서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고 얼마든지 업무 협조가 가능하다. 억지 논리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영남민심 달래기용으로
전북발전의 명운이 달린
분산배치 약속 희생될 수 없다”

- 진주시 의원들은 전주가 정부의 개발수혜가 많은 성장지역이고 진주가 더 낙후된 지역이라 주장하는데.
▲ 전혀 잘못된 생각이다.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이 시작한지 19년째다. 19년동안 3조원이 투입 되었지만 아직 내부개발 단계이다. 앞으로 1~20년이 더 걸릴 예정이고 이 또한 계획에 불과하다. 그리고 전북의 재정자립도는 24.5%로 경남 42.6%에 절반수준이며, 지방세수입 또한 전북은 경남의 3분의 1수준이다.

- LH 이전에 따른 인구 유입과 세수효과는 미미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 지금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LH 분산이전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하고 분산이전이 되지 않는다면 혁신도시 계획 자체에 문제가 생긴다. 인구문제는 진주는 거리상 너무 멀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전주는 다르다고 본다. LH 직원들은 서울과 가까운 전주를 희망 할 것 이라 생각한다.

- 참여정부시절 핵심인물이었던 김두관 지사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 단체장으로서 경남여론이 그러니 어느 정도 수긍은 간다. 하지만 ‘리틀 노무현’이라 불린 사람이…. 그것은 노무현 정책에 대한 반기다. 혁신도시는 전주와 진주를 떠나 국가적인 큰 문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 언론에서 진주로 내정되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 이것은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방향을 정해 놓았다는 의구심은 든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면담을 거절하지 말고 양측 모두를 만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TV토론 참가자를 두고 의견차가 있다.
▲ 이것은 전주와 진주만의 문제가 아닌 광역단체, 나아가 국가 전반에 걸친 중대한 문제다. 광역단체장의 참석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경남에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그동안 김두관 지사의 정책성과 너무 다르니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라 생각한다.

- 앞으로의 각오는.
▲ LH가 분산배치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면 국회와 청와대 앞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농성을 벌일 것이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 할 것이다. LH 분산 배치는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한다.


- 마지막으로 입장을 밝힌다면.
▲ 혁신도시라는 본 취지는 사라지고 양 도민의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경남도는 정부 방침에 역행하고 있고 그동안 정부는 강경하지 못했다. 이런 중요한 일을 양도가 협의해 해결하길 바란다니 무책임한 정부에 분개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효과적이고 현명한 중재가 필요하다. 원만히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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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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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