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21 08:58:01
  • 호수 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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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저 나라 떠돌다 ‘객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주목받았던 김정남이 타국서 피살됐다. 이 소식에 세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현재까지 배후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목되고 있다. 김정남은 후계구도서 밀려난 이후 끊임없이 신변에 위협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비운의 황태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서 피살됐다. 한국 정부와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김정남은 이날 쿠알라룸푸르공항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에 사망했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밖으로 출국하려 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김일성 장손
김정일 눈밖에

<로이터통신>은 말레이시아 경찰을 인용해 “김정남은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으나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뒤에서 누가 얼굴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어지럼증을 느꼈다”며 “공항 진료소로 옮겨졌다가 병원으로 후송되는 앰뷸런스 안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에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 작전 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는 지난 15일 오전 브리핑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된 인물에 대해 “김정남이 확실시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며 암살 도구, 피살 원인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김정남이 피살되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정남은 이날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 로비서 탑승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 6일 말레이시아에 들어왔고 일주일 만에 출국하려던 참이었다. 이때 여성 2명이 김정남에게 다가갔고 이들은 독극물로 추정되는 액체로 공격했다.

이후 김정남은 공항 안내데스크로 걸어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무스타파 알리 말레이시아 출입국관리소장은 “(김정남이)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기 전에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첩보영화 같은 일이…말레이 공항서 피살
용의자 두 여성 검거 “북 지령 받았나”

김정남을 공격한 도구가 무엇인지는 언론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일각에선 ‘누군가 김정남의 얼굴에 무엇인가를 문지르고 갔다’고 보도했으며, 또 다른 언론에서는 ‘누군가 김정남을 붙잡고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반관영 통신사 <베르나마>는 “남성(김정남) 뒤로 접근한 한 여성이 남성의 얼굴에 액체가 묻은 천을 감쌌다”고 전했다. 다수의 한국 언론과 익명의 정부 관계자들은 김정남이 ‘독침’을 맞고 숨졌다고 밝혔으나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런 보도들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김정남의 사망 원인과 살해 방법 등을 밝혀줄 시신 부검은 지난 15일 진행됐다. 이날 북한은 김정남 시신 인도를 요청했지만 말레이시아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쿠알라룸푸르병원 안팎엔 긴장감이 돌았다. 강철주 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오후 2시경 병원에 도착해 부검이 끝날 때까지 머물렀지만 부검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독살이 5년 전부터 북한 당국 차원에서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2009년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은 집권 전이자 아버지 김정일이 생존해 있던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평양과 중국 베이징서 김정남 암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본격적인 (암살) 시도가 한 번 있었다”며 “그해 4월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살려 달라’고 읍소하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권력서 밀린 후
해외생활 전전

이 때문에 김정남 피살은 북한 소행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북한은 국제사회서 수많은 테러·납치·파괴·공작 등을 자행했다. 특히 김정남은 김정은의 권력을 위협하는 유력한 경쟁자였다는 점에서 북한의 배후설이 유력한 상황이다.

김정은은 2011년 말 집권 이후 공포통치를 통해 자신의 ‘유일 지배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을 숙청해왔다. 자신의 후견인이자 북한 권력 서열 2위였던 장성택이 첫 희생자다. 장성택의 죄명은 ‘불경죄’였다.

지도자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것인데 당시 장성택이 중국과 김정남의 옹립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해외 언론에 흘러나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자신들에게 껄끄러운 인사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1995년 발생한 이한영씨 피살 사건이다. 이씨는 스위스 제네바에 유학 중이던 1982년 귀순했다. 그의 이모는 김정일의 첫 번째 부인인 성혜림이며, 성혜림은 김정남의 친모다.

1995년 북한이 보낸 특수공작단에 의해 경기도 성남의 아파트 현관서 총에 맞아 피살됐다. 당시 북한서 내려보낸 암살단은 2인 1조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가는 김정은이 자신의 절대권력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아울러 김정은이 친중파인 고모부 장성택을 지난 2013년 처형한 데 이어 중국의 보호를 받아 외국 생활을 한 김정남까지 제거하면서 북중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사실상 ‘백두혈통’의 적자다. 북한 내에서 쿠데타 등 권력에 대한 도전이 발생할 경우 그 주도 세력은 해외에 있는 김정남을 새 권력자로 옹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없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김정남은 김일성 전 북한 국가주석의 장손이자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백두혈통의 권력 승계를 명문화하고 있어 김정남은 최고 권력을 쥘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인물이다.
 

이 때문에 북한 사회서 이번 김정남 피살은 보통 일이 아니다. 장성택 처형보다 의미가 크다. 북한 사회서 백두 혈통에 대한 살해라는 것은 쉽게 꿈꿀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이번 김정남 피살은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는 게 정설이다.


김정은의 지시를 받아 암살을 실행한 조직은 북한의 정찰총국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복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그 동안 북한 정찰총국이 김정남 감시를 맡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정찰총국은 요인 암살에 관여하는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서운 김정은
수차례 암살 시도

김정남은 그야말로 ‘비운의 황태자’였다. 199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지만, 결국 이복동생인 김정은에게 밀려 북한을 들어가지도 못하는 떠돌이 신세로 전락했다.

김정남은 1971년 5월 김정일과 배우 출신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정일은 유부녀이던 성혜림을 강제 이혼시킬 정도로 사랑했다. 그와 동거하며 낳은 아들 김정남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의 신임을 받으며 자라온 장남 김정남은 1995년 인민군 대장 계급장과 군복을 직접 선물 받으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후계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김정남은 개방적인 성향 탓에 점차 후계 구도서 밀려났다. 젊은 시절 유흥을 즐기며 방탕한 생활을 했고, 외국인 전용 유흥주점서 외국인 유학생과 시비가 붙자 천장으로 총을 발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북한 전문가에 따르면 김정남은 어릴 적부터 명품에 둘러싸여 호화로운 생활을 했으며 국가 운영을 위한 자질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1980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학교로 유학을 떠나 해외에서 생활하며 국제사회의 정보를 습득한 그는 평소 중국식 개혁개방을 북한에 도입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특히 1990년대 말 북한 고위층 자녀들에게 “내가 후계자가 된다면 북한은 개혁개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후계 구도서 밀려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연관?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

이모인 성혜랑이 1996년 미국으로 망명한 것도 그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1년 도미니카공화국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적발돼 중국으로 추방된 사실이 대외에 공개되며 국제적 망신을 산 일로 완전히 김정일의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정일과 유부녀인 성혜림의 부적절한 관계서 태어난 자식이라는 점이 김정남이 후계자가 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일성에게 인정받지 못한 데다 북한 간부들에게 자신 있게 내세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김정남은 이후 중국과 마카오, 동남아 등지를 떠돌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렸다. 그러나 김정일이 사망하고 그의 뒤를 봐주던 고모부 장성택마저 처형되면서 경제적인 지원이 끊겨 궁핍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한국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김정은 후계구도가 완성된 2010년 김정남은 일본 <아사히TV>와의 인터뷰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는 등 체제 비판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으나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북한 정치나 체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살려 달라” 애원
‘백두혈통’ 제거

김정남은 김정은 집권 이후 신변 위협 속에서 동남아 각국으로 거처를 옮기며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정남은 2014년 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한식당서 포착됐고, 그 해 5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레스토랑서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김정남은 주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피살 당일 김정남이 왜 말레이시아에 있었는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보당국은 말레이시아에 내연녀를 두고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라진’ 김일성 왕족들

김정남이 피살된 가운데, 그의 가족과 다른 혈육에 대한 신변에도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남을 모종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김정은이 제거를 한 것이라면 그의 장남 김한솔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남과 둘째 부인 이혜경 사이에서 태어난 김한솔은 프랑스 파리 유학 후 마카오로 돌아와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살 직전 김정남의 출국 목적지 역시 마카오였다. 그러나 마카오에서 김한솔의 최근 행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등록하지 않았다.

김한솔은 유학 시절 숙부인 김정은을 독재라라고 언급하고 민주주의를 선호한다고 하는 등 거침없는 언행을 보였다. 이 때문에 김정은에게 부친인 김정남 못지 않게 미운털이 박혔을 가능성이 크다. 2013년 12월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된 직후에는 유학 중이던 프랑스 현지 경찰의 밀착 경호를 받는 등 신변 위협설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정남의 가족이 중국 당국이 마련한 별도의 장소에서 보호를 받고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정보원도 김한솔이 마카오에 머물고 있으며 중국 당국이 보호하고 있다고 전날 국회 보고에서 밝혔다.

김정은의 숙부인 주체코 북한대사 김평일의 신변 역시 관심이다. 그는 김일성과 둘째부인 김성애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정일의 이복동생으로, 1988년 주헝가리 대사로 부임한 뒤 핀란드, 폴란드 대사를 거치며 줄곧 외국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절대권력을 위협하는 백두혈통 중 김평일만 유일하게 남았다는 시각도 있다.

또 김정은의 친형제는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형 김정철과 여동생 김여정이 있다. 이들은 모두 김정일의 세 번째 부인인 고용희에게서 태어났다. 김정철은 경호 명목으로 항상 따라다니는 보위부 요원들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감시와 견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애초 김정철은 권력에 관심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행동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김정은을 밀착 보좌하는 실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인권유린 혐의로 올린 제재 대상에 포함돼있기도 하다. 그러나 7개월 이상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2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공식 행사에 참석해서 신분증을 들어 보이는 사진이 노동신문에 실린 게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10월 국정원은 김여정의 활동이 뜸해진 이유에 대해 “신병을 치료 중이거나 임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도 김여정이 보이지 않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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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br> 연결고리 추적

‘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