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고공 지지율의 비밀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20 11:50:04
  • 호수 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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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갔나…30%대가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가 매섭다. 국정농단 초기 박스권에 머물던 지지율은 어느덧 30%를 넘어 단독 질주를 하고 있다. 일각에선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식 밖의 결과라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문 전 대표 지지율의 비밀을 들여다봤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주차 대선주자 지지율은 무소속 반기문 23.5%,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17.9%,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10.4%, 오세훈 전 서울시장 5.4% 등을 기록했다. 당시 여론은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두 달여 남기고 복귀를 암시한 반 전 총장을 향했다. 야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선두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뚜렷한 반전 기회를 찾지 못했다.

갑자기 급등
그 배경은?

그로부터 약 3주가 흐른 지난해 10월 마지막주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0.3%를 기록해 20.8%를 기록한 반 전 총장과 격차를 0.6% 차이로 좁혔다. 지지율 변화는 정치권에 루머로 치부된 최순실 국정 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시기와 일치했다.

지난해 10월 말 최씨의 테블릿 PC가 공개되면서 국정 전반에 최씨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점쳐진 반 전 총장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야권에선 맹주로 통했지만 반 전 총장에게는 줄곧 약세를 보인 문 전 대표에게 호재가 됐다. 당시 문 전 대표가 20%를 돌파하면서 당내에 머물던 ‘문재인 대세론’이 정치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지지율 1위를 꿰찼지만 시간이 지나도 20%대에 머문 지지율은 문 전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당시 일각에선 국정 농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정체를 겪은 문 전 대표의 확장성에 의구심을 품었다. 스스로의 능력이 아닌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의 귀국이 임박했던 지난해 12월 말에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문 전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리얼미터 따른 12월 4주 차 대선주자 지지율은 반 전 총장 23.5%, 문 전 대표 23%를 기록했다.

20%서 갑자기 30%로…진짜 이유는?
국정농단·반기문 불출마 덕 봤다

이후 문 전 대표에게 호재가 발생했다. 반 전 총장의 ‘박연차 23만달러 수수 의혹’이 매스컴을 달군 것. 반 전 총장은 법적 대응을 시사했지만 뚜렷한 해명은 내놓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각종 검증 공세에 시달리며 지지율 추락을 면치 못했다.

반 전 총장의 악재 속에 지난 1월 1주차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는 26.8%, 반 전 총장은 21.5%를 기록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진 사이 문 전 대표는 20% 초반에 머물던 지지율을 20% 중반대로 끌어올리면서 박스권을 탈출했다.

이후 ‘1일1기행’을 선보인 반 전 총장은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1주일 전인 1월 4주차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8.4%, 반 전 대표는 16.5%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사이 10% 넘게 격차가 벌어졌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에는 지지율 30% 고지를 밟았다. 지난 2월 1주 차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1.2%를 기록했고 그 뒤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로 뒤쫓았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에는 반 전 총장의 낙마가 영향을 미친 모양새다.


이러한 지지율 상승을 대변하듯 지난달 31일 국회 출입기자 간담회서 문 전 대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문재인이 대세다, 이런 말들 많이 하는데 실제 확인해보니 제가 대세가 맞다”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대세이고 정권교체를 해낼 사람으로 저 문재인을 지목하는 것이 민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의 40%’
이미 갇혔다?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민주당의 상승세에 무임승차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정 농단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난해 10월 말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30.5%를 기록했다. 2등은 26.5%로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촛불민심이 번진 지난해 11월1주 차에 민주당은 지지율 33.5%를 기록했고 자유한국당은 20.7%를 나타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에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책임론이 번지던 시기였다. 박 대통령 탄핵이 가결(12월9일)된 직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37.7%를 기록하면서 40%에 육박했다. 자유한국당은 17.2%를 기록해 줄곧 지켜왔던 20% 박스권을 지키지 못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당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은 반 전 총장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고,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은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 1위인 문 전 대표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당 관계자는 “어느 한 명이 당 대선후보로 정해졌는데 당 지지율보다 낮다면 문제지만 지금은 경선도 시작하지 않았다”며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가 야당 대선후보들에게 와있는 배경에 민주당 지지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가 탄핵 정국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각종 변수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단 안 지사의 상승세가 매섭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좌희정 우광재)이라는 문 전 대표와 공통점을 가진 안 지사는 설 연휴 이후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다. 공약 및 정치적 발언이 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불통·영입 논란…한동안 정체
제2의 이회창 되나? 확장성 부족

지난 1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2.7%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0.2% 떨어진 수치다. 안 지사는 지난주보다 2.6% 오른 19.3%로 2등을 차지했다. 안 지사는 지난해 문 전 대표가 장기간 동안 머문 20%의 지지율에 도달한 모습이다.

단순 수치만 놓고 봤을 때 10% 이상의 격차를 보이지만 문 전 대표는 ‘정체’, 안 지사는 ‘상승’ 국면이라는 점이라는 차이를 보인다. 국정 농단, 반기문 불출마로 이이진 여권의 악재 속에 지지율 상승을 보인 문 전 대표가 더 이상 반사이익만으로 대선 레이스를 이끌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입장에서 그의 뒤를 쫓는 대선주자들의 공세도 감당해내야 하는 처지다.

최근에는 문 전 대표의 영입인사 및 측근들이 구설에 오르면서 문 전 대표를 괴롭혔다. 지난 8일 문 전 대표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임명된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 발언을 두고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공약 논란’이 불거진 것은 물론 문 전 대표에게도 적잖은 내상을 입혔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캠프나 선대위의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함께할 수 있다. 후보는 저”라며 겨우 논란을 잠재웠다. 다만 문 전 대표가 자신의 대선행보를 최전선에서 기획하고 보좌하는 송 의원과 정책적 이견을 보였다는 점에서 ‘불통’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문 전 대표가 ‘특별영입’이라고 소개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영입도 악재로 작용했다. 전 전 사령관의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전 전 사령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 총장의 결백을 주장하며 “비리가 있었다면 권총으로 쏴 죽였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증폭됐다.

또 문 전 대표가 호남 민심잡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서 전 전 사령관은 5·18민주화운동을 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위 체계가 문란했던 점이 잘못”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결국 전 전 사령관은 문 전 대표의 안보자문역을 포기하고 연수를 받던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전 전 사령관은 떠났지만 피해는 문 전 대표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 결과 지지율은 마의 40%를 밟아보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문 전 대표가 지난해 탄핵 정국 이전처럼 박스권에 갇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남 상승세
믿기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율이 전체 지지율의 척도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대선서 문 전 대표는 호남지역에서 90%의 지지를 받았다. 

즉, 진보 진영 후보 중 가장 유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수도권에 영향을 미쳐 전국 민심의 향배를 가르기도 했다. 지난 대선서 호남의 선택을 받은 문 전 대표지만 이후 문 전 대표발 ‘호남홀대론’이 파다하게 퍼졌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호남민들이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위기감을 느낀 문 전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광주를 방문한 자리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일선에서 물러 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표의 기대와 달리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을 택했다. 호남서 민주당은 단 1석도 챙기지 못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호남의 맹주는 국민의당으로 재편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장기화 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호남서 고전을 면치 못한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가 하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다. 지난해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호남에서 18% 지지를 얻었다. 12월 둘째 주에는 지지율이 22%로 상승했지만, 21%를 얻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격차를 벌리지는 못했다.

문 전 대표가 호남에 지지율 깃발을 꽂은 시점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한 직후인 1월 둘째 주부터로 그 당시 문 전 대표는 3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는 반 전 총장의 귀국으로 위기감을 느낀 호남민들이 문 전 대표 지지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에는 호남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발표한 2월 2주차 호남지역 내 정당별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문 전 대표는 37%,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18.4%, 안 지사는 16.4%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의 최근 3주간 호남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37.4%→36.7%→37.0%를 기록했다. 대선 주자들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답보상태임에는 분명하다. 같은 기간 안 지사는 3배(5.8%→9.5%→16.4%) 가까이 지지율이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 여론분석센터장은 “호남은 대선 주자들이 조금씩 지분을 나눠갖고 있어 한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문 전 대표가)호남 수성에 실패하면 그 파장이 전국 지지율에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일 안철수 전 대표를 띄우고 문 전 대표 비판에 여념이 없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호남 어디를 가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데 여론조사가 높이 나오느냐는 의아스러운 얘기를 저에게 많이 한다”며 “작년 총선 민의가 호남에서는 그대로 국민의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문 전 대표가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대세론’을 구축하는 가운데 과거 각각 대선 과정서 대세론을 형성한 바 있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중 누구의 길을 걸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는 40%대 지지율을 이어가며 대세론의 정점을 찍었다. 이 수치는 현재의 문 전 대표도 도달하지 못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이 후보는 아들 병역 면제 비리 의혹에 발목을 잡혔다.

동시에 보수 측에서 이인제 후보가 출마를 강행하면서 보수 표가 분산됐다. 또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DJP연합을 구축하며 충청 표심까지 접수했다. 결국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는 대권을 놓치고 말았다.

2002년 대선에도 이회창 대세론은 무너졌다. 당시 이 후보는 아들 병역 문제와 민주당 경선 과정의 ‘노풍(노무현 바람)’, 이후 야권 후보 단일화 등으로 낙선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세론을 바탕으로 승기를 잡은 경우에 속한다.

2007년은 노무현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한 시기였다. 또한 한나라당은 본선을 방불케 할 정도의 강한 경선을 치렀다. 그 결과 이 대통령은 정동영 후보를 560만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헌재 판결 후
대세론 끝까지?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향후 대선 행보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 보수정권 10년과 국정 농단으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문재인 대세론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이에 반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30% 초반에 머물러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호남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호남민심을 주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부감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여권의 한 의원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부산에 가면 (문재인) 따라다니며 셀카 찍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개 싹 돌리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며 “리더십이 상쾌하거나 사이다나 활명수 같지 않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 모르는’ 여론조사의 함정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는 가운데 여론조사를 과연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 각 여론조사 기관은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났다.

세계적으로도 트럼프 당선, 브렉시트 결정 등도 여론조사의 한계를 보여줬다. 여론조사의 주요 문제는 표본의 대표성과 낮은 응답률로 꼽힌다. 최근 보도되는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0% 정도로 특히 20∼30대 응답자 수가 50∼60대 응답자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에 인구 비례에 따른 연령대별 가중치를 적용하지만 전체적인 통계 왜곡을 피하기 어렵다. 질문자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선택을 강요하는 질문이나 단순 선호도에 따라 선택이 엇갈리는 것이다. 그 결과 최근 여론 조사 기관에 따라 문 전 대표 및 안 지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조사됐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응답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여론의 흐름을 꿰뚫거나 숨어 있는 표를 발견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정 후보를 왜 지지하는지 등 이유를 묻는 질문을 포함시키고, 빅데이터 분석을 하는 등 설문의 정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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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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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