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고공 지지율의 비밀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20 11:50:04
  • 호수 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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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갔나…30%대가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가 매섭다. 국정농단 초기 박스권에 머물던 지지율은 어느덧 30%를 넘어 단독 질주를 하고 있다. 일각에선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식 밖의 결과라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문 전 대표 지지율의 비밀을 들여다봤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주차 대선주자 지지율은 무소속 반기문 23.5%,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17.9%,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10.4%, 오세훈 전 서울시장 5.4% 등을 기록했다. 당시 여론은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두 달여 남기고 복귀를 암시한 반 전 총장을 향했다. 야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선두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뚜렷한 반전 기회를 찾지 못했다.

갑자기 급등
그 배경은?

그로부터 약 3주가 흐른 지난해 10월 마지막주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0.3%를 기록해 20.8%를 기록한 반 전 총장과 격차를 0.6% 차이로 좁혔다. 지지율 변화는 정치권에 루머로 치부된 최순실 국정 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시기와 일치했다.

지난해 10월 말 최씨의 테블릿 PC가 공개되면서 국정 전반에 최씨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점쳐진 반 전 총장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야권에선 맹주로 통했지만 반 전 총장에게는 줄곧 약세를 보인 문 전 대표에게 호재가 됐다. 당시 문 전 대표가 20%를 돌파하면서 당내에 머물던 ‘문재인 대세론’이 정치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지지율 1위를 꿰찼지만 시간이 지나도 20%대에 머문 지지율은 문 전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당시 일각에선 국정 농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정체를 겪은 문 전 대표의 확장성에 의구심을 품었다. 스스로의 능력이 아닌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의 귀국이 임박했던 지난해 12월 말에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문 전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리얼미터 따른 12월 4주 차 대선주자 지지율은 반 전 총장 23.5%, 문 전 대표 23%를 기록했다.

20%서 갑자기 30%로…진짜 이유는?
국정농단·반기문 불출마 덕 봤다

이후 문 전 대표에게 호재가 발생했다. 반 전 총장의 ‘박연차 23만달러 수수 의혹’이 매스컴을 달군 것. 반 전 총장은 법적 대응을 시사했지만 뚜렷한 해명은 내놓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각종 검증 공세에 시달리며 지지율 추락을 면치 못했다.

반 전 총장의 악재 속에 지난 1월 1주차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는 26.8%, 반 전 총장은 21.5%를 기록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진 사이 문 전 대표는 20% 초반에 머물던 지지율을 20% 중반대로 끌어올리면서 박스권을 탈출했다.

이후 ‘1일1기행’을 선보인 반 전 총장은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1주일 전인 1월 4주차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8.4%, 반 전 대표는 16.5%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사이 10% 넘게 격차가 벌어졌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에는 지지율 30% 고지를 밟았다. 지난 2월 1주 차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1.2%를 기록했고 그 뒤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로 뒤쫓았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에는 반 전 총장의 낙마가 영향을 미친 모양새다.


이러한 지지율 상승을 대변하듯 지난달 31일 국회 출입기자 간담회서 문 전 대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문재인이 대세다, 이런 말들 많이 하는데 실제 확인해보니 제가 대세가 맞다”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대세이고 정권교체를 해낼 사람으로 저 문재인을 지목하는 것이 민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의 40%’
이미 갇혔다?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민주당의 상승세에 무임승차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정 농단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난해 10월 말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30.5%를 기록했다. 2등은 26.5%로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촛불민심이 번진 지난해 11월1주 차에 민주당은 지지율 33.5%를 기록했고 자유한국당은 20.7%를 나타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에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책임론이 번지던 시기였다. 박 대통령 탄핵이 가결(12월9일)된 직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37.7%를 기록하면서 40%에 육박했다. 자유한국당은 17.2%를 기록해 줄곧 지켜왔던 20% 박스권을 지키지 못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당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은 반 전 총장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고,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은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 1위인 문 전 대표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당 관계자는 “어느 한 명이 당 대선후보로 정해졌는데 당 지지율보다 낮다면 문제지만 지금은 경선도 시작하지 않았다”며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가 야당 대선후보들에게 와있는 배경에 민주당 지지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가 탄핵 정국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각종 변수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단 안 지사의 상승세가 매섭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좌희정 우광재)이라는 문 전 대표와 공통점을 가진 안 지사는 설 연휴 이후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다. 공약 및 정치적 발언이 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불통·영입 논란…한동안 정체
제2의 이회창 되나? 확장성 부족

지난 1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2.7%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0.2% 떨어진 수치다. 안 지사는 지난주보다 2.6% 오른 19.3%로 2등을 차지했다. 안 지사는 지난해 문 전 대표가 장기간 동안 머문 20%의 지지율에 도달한 모습이다.

단순 수치만 놓고 봤을 때 10% 이상의 격차를 보이지만 문 전 대표는 ‘정체’, 안 지사는 ‘상승’ 국면이라는 점이라는 차이를 보인다. 국정 농단, 반기문 불출마로 이이진 여권의 악재 속에 지지율 상승을 보인 문 전 대표가 더 이상 반사이익만으로 대선 레이스를 이끌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입장에서 그의 뒤를 쫓는 대선주자들의 공세도 감당해내야 하는 처지다.

최근에는 문 전 대표의 영입인사 및 측근들이 구설에 오르면서 문 전 대표를 괴롭혔다. 지난 8일 문 전 대표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임명된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 발언을 두고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공약 논란’이 불거진 것은 물론 문 전 대표에게도 적잖은 내상을 입혔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캠프나 선대위의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함께할 수 있다. 후보는 저”라며 겨우 논란을 잠재웠다. 다만 문 전 대표가 자신의 대선행보를 최전선에서 기획하고 보좌하는 송 의원과 정책적 이견을 보였다는 점에서 ‘불통’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문 전 대표가 ‘특별영입’이라고 소개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영입도 악재로 작용했다. 전 전 사령관의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전 전 사령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 총장의 결백을 주장하며 “비리가 있었다면 권총으로 쏴 죽였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증폭됐다.

또 문 전 대표가 호남 민심잡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서 전 전 사령관은 5·18민주화운동을 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위 체계가 문란했던 점이 잘못”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결국 전 전 사령관은 문 전 대표의 안보자문역을 포기하고 연수를 받던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전 전 사령관은 떠났지만 피해는 문 전 대표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 결과 지지율은 마의 40%를 밟아보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문 전 대표가 지난해 탄핵 정국 이전처럼 박스권에 갇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남 상승세
믿기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율이 전체 지지율의 척도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대선서 문 전 대표는 호남지역에서 90%의 지지를 받았다. 

즉, 진보 진영 후보 중 가장 유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경향은 수도권에 영향을 미쳐 전국 민심의 향배를 가르기도 했다. 지난 대선서 호남의 선택을 받은 문 전 대표지만 이후 문 전 대표발 ‘호남홀대론’이 파다하게 퍼졌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호남민들이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위기감을 느낀 문 전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광주를 방문한 자리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일선에서 물러 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표의 기대와 달리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을 택했다. 호남서 민주당은 단 1석도 챙기지 못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호남의 맹주는 국민의당으로 재편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장기화 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호남서 고전을 면치 못한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가 하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다. 지난해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호남에서 18% 지지를 얻었다. 12월 둘째 주에는 지지율이 22%로 상승했지만, 21%를 얻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격차를 벌리지는 못했다.

문 전 대표가 호남에 지지율 깃발을 꽂은 시점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한 직후인 1월 둘째 주부터로 그 당시 문 전 대표는 3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는 반 전 총장의 귀국으로 위기감을 느낀 호남민들이 문 전 대표 지지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에는 호남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발표한 2월 2주차 호남지역 내 정당별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문 전 대표는 37%,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18.4%, 안 지사는 16.4%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의 최근 3주간 호남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37.4%→36.7%→37.0%를 기록했다. 대선 주자들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답보상태임에는 분명하다. 같은 기간 안 지사는 3배(5.8%→9.5%→16.4%) 가까이 지지율이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한 여론분석센터장은 “호남은 대선 주자들이 조금씩 지분을 나눠갖고 있어 한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문 전 대표가)호남 수성에 실패하면 그 파장이 전국 지지율에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일 안철수 전 대표를 띄우고 문 전 대표 비판에 여념이 없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호남 어디를 가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데 여론조사가 높이 나오느냐는 의아스러운 얘기를 저에게 많이 한다”며 “작년 총선 민의가 호남에서는 그대로 국민의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문 전 대표가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대세론’을 구축하는 가운데 과거 각각 대선 과정서 대세론을 형성한 바 있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중 누구의 길을 걸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는 40%대 지지율을 이어가며 대세론의 정점을 찍었다. 이 수치는 현재의 문 전 대표도 도달하지 못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이 후보는 아들 병역 면제 비리 의혹에 발목을 잡혔다.

동시에 보수 측에서 이인제 후보가 출마를 강행하면서 보수 표가 분산됐다. 또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DJP연합을 구축하며 충청 표심까지 접수했다. 결국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는 대권을 놓치고 말았다.

2002년 대선에도 이회창 대세론은 무너졌다. 당시 이 후보는 아들 병역 문제와 민주당 경선 과정의 ‘노풍(노무현 바람)’, 이후 야권 후보 단일화 등으로 낙선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세론을 바탕으로 승기를 잡은 경우에 속한다.

2007년은 노무현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한 시기였다. 또한 한나라당은 본선을 방불케 할 정도의 강한 경선을 치렀다. 그 결과 이 대통령은 정동영 후보를 560만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헌재 판결 후
대세론 끝까지?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향후 대선 행보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우선 보수정권 10년과 국정 농단으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문재인 대세론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이에 반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30% 초반에 머물러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호남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호남민심을 주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부감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여권의 한 의원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부산에 가면 (문재인) 따라다니며 셀카 찍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개 싹 돌리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며 “리더십이 상쾌하거나 사이다나 활명수 같지 않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 모르는’ 여론조사의 함정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는 가운데 여론조사를 과연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 각 여론조사 기관은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났다.

세계적으로도 트럼프 당선, 브렉시트 결정 등도 여론조사의 한계를 보여줬다. 여론조사의 주요 문제는 표본의 대표성과 낮은 응답률로 꼽힌다. 최근 보도되는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0% 정도로 특히 20∼30대 응답자 수가 50∼60대 응답자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에 인구 비례에 따른 연령대별 가중치를 적용하지만 전체적인 통계 왜곡을 피하기 어렵다. 질문자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선택을 강요하는 질문이나 단순 선호도에 따라 선택이 엇갈리는 것이다. 그 결과 최근 여론 조사 기관에 따라 문 전 대표 및 안 지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다르게 조사됐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응답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여론의 흐름을 꿰뚫거나 숨어 있는 표를 발견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정 후보를 왜 지지하는지 등 이유를 묻는 질문을 포함시키고, 빅데이터 분석을 하는 등 설문의 정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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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