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위기 ④

불황늪에 빠진 연예계 들춰보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 출연한 배우 김주혁은 최근 인터뷰에서 “2007년에 출연하려 했던 4편의 영화가 제작이 취소되는 바람에 2년 동안 공백기를 가진 것처럼 돼버렸다”며 “처음 엑스트라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조급증은 별로 없지만, 4번째 영화도 제작이 무산되고 나니 조급증이 나더라”고 밝혀 지난 2006년 개봉된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이후 2년 동안 관객을 만날 수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았다.

출연작품도 없고돈가뭄에 시달리고 “도대체 끝은 어디야”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예계도 가는 곳마다 “불황도 이런 불황이 없다”며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들이 조금만 모이면 ‘극심한 불황’ 이야기뿐이다. 제작자는 돈을 구하러 동분서주하고 연예인들은 출연작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잘나가는 톱 배우들에게 고민거리가 있을까. 남부럽지 않을 부를 축적했고, 여기저기서 오라는 데도 많고, 그저 자기 관리만 잘하면 사고 없이 무사히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요즘 톱 배우들에게도 고민거리가 생겼다. 출연할 작품이 점점 적어지고, 그렇다고 아무 작품이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작품 고를 때마다 더욱 고민이 쌓인다. 작품의 선택이 향후 행보를 좌우하는 경우가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들이 해외 활동에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톱 탤런트 A양이 출연하려던 영화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 이유는 투자가 안돼서다. 영화계, 드라마계가 블루칩으로 떠오른 A양을 잡기 위해 혈투를 벌였지만 그가 2년 만에 선택한 영화가 투자를 못 받아 제작을 못하게 됐다는 것은 연예계 불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양 측은 “영화가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제부터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데 고민이다”라고 밝혔다.
과거에도 스타들은 “출연할 작품이 없다”는 말을 종종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요즘 스타들은 말 그대로 작품이 없어 출연을 못하고 있다. 제작이 들어가는 작품 자체가 현저히 줄어든 탓이다.
영화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요사이 배우들로부터 제발 영화 좀 제작해달라는 전화가 자주 온다. 다들 출연작이 없어 고민인 모양이다”다며 “불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A양 매니저는 “요즘 같아서는 작품 안 하는 것이 하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다. 무턱대고 했다가 어느 순간 엎어지기 일쑤고, 개봉하거나 방송해도 망하면 주인공 탓으로 돌아가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그래서 뭔가 확실하지 않으면 배우들이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A양처럼 특히 여배우들은 더욱 갈 데가 없다. 요즘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남성 주연 전성시대를 맞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 주연 작품은 영화 <미쓰 홍당무>와 <미인도> 정도다.
톱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의 수도 현저히 줄었다. 그래서 많게는 1년에 세 편, 적게는 한 편씩 출연하던 배우들이 요즘엔 1년에 한 편도 안 하는 경우가 늘었고, 몇몇 톱 배우들은 벌써 몇 년째 작품 출연을 안 하고 있다.

연예계 가는 곳마다 “불황도 이런 불황이 없다”
배우들 출연작 없어 발 동동… 제작사는 돈 가뭄


드라마 <대장금>과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는 차기작 선정이 늦어져 이제 ‘왕년의 스타’가 될 지경이고, 고소영 역시 오랜만의 복귀작들이 하나 둘 참패하면서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없다. 한때 영화판을 종횡무진하던 하지원, 강동원 등도 최근에야 차기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리고, 최민식, 장동건, 배용준, 이미연, 이나영, 김태희 등은 아직 새 작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연예관계자는 “지금 기획 개발 중인 영화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확실한 작품이 별로 없다. 작품성 있는 시나리오가 있거나 제작비 투자와 배급이 완료된 작품으로 확인돼야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출연을 하기로 했느니, 출연 번복으로 작품을 못 만들게 됐다느니 엉뚱한 소리를 듣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 드라마로 상을 받은 인기 작가 B씨. 그가 제작사에 제출한 기획안이 별도 검토도 되지 못하고 무기한 ‘보류’ 상태가 됐다. 이유는 스케일이 큰 드라마이기 때문. B씨는 스타 캐스팅 능력이 있는 작가지만 그가 이번에 낸 기획안은 해외 로케이션이 대부분인 이야기. 제작사는 “아무리 기획안이 좋고 대본이 잘 나온다고 해도 그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해오냐”면서 난색을 표한 뒤 “제발 다른 소재로 기획안을 내달라”고 작가에게 부탁했다.
최근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해외 로케이션이다. 이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최근에 선보이는 대작들은 스케일을 위한 스케일을 내세우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내실은 없고 오로지 보여지기 위한 스케일만 추구하다보면 돈만 잔뜩 쓰고 결과는 안 좋을 위험성이 크다”며 “한류를 겨냥한다면서 비싼 배우를 기용해 그들을 폼 나게 해주려 규모를 키우다보면 그 규모에 치우쳐 정작 인간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야기보다는 배우에 의존해 대작을 끌고 가려다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로비스트>다. 또 <태왕사신기>도 배용준이 없었다면 일본에서 그만큼의 성적이라도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시청자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일본 시청자들이 따라가기는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또 드라마를 영화처럼 만들려고 하는 시도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 시스템은 분명히 다른데 요즘에는 자꾸 영화 같은 스케일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드라마의 질이 특별히 좋아지지도 않는다”며 “대작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대작을 외치며 제작비만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영화계와 드라마계의 불황보다 더 심각한 곳이 가요계이다. 가요계 불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음반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조성모 3집이 가장 최근의 밀리언셀러다. 8년째 1백만 장 이상 판매한 앨범이 없을 정도로 한국음반업계가 깊은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황 탓인지 가수들이 연기나 뮤지컬 쪽으로 진출한데 이어 요즘에는 버라이어티 오락 프로그램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수들의 연기 데뷔는 가수들의 돌파구로 많이 활용되었다. 비, 에릭, 탁재훈 등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대중적인 입지를 굳힌 이후 뮤지컬로 진출하는 가수들도 많아졌다. 옥주현은 뮤지컬 <시카고>로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손호영, 빅뱅의 승리, 대성, 앤디, 왁스, 리사 등도 뮤지컬에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줬다. 버라이어티 출연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소위 짝짓기 프로그램을 통해 주로 홍보를 해왔다면 최근에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로 새롭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가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버라이어티 출연이 실제 앨범 판매량에 영향은 줄까.
한 가요 관계자는 “가요 프로그램에 여러 번 출연하는 것보다 버라이어티 한 번 출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일단 시청률 면에서 더 뛰어나기 때문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과 가요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알렉스가 신애에게 김동률의 ‘아이처럼’을 불러준 뒤 김동률의 음반 판매량이 늘어났다. 또 지난 2006년 발표됐던 러브홀릭의 ‘화분’은 알렉스가 같은 프로그램에서 부른 뒤 온라인 판매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가요계 불황으로 가수들의 침체된 분위기는 변화하는 주위 환경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밴을 타고 다니는 톱 가수도 일반 승합차로 차를 바꾸는 경우도 심심찮다.
톱 가수 C양 매니저는 “음반을 발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싱글이나 연기 활동 등 다른 돌파구를 찾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다”며 “아울러 부업을 찾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매니저들도 많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음반 관계자는 “사람들이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음악산업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음악산업 자체는 더욱 커졌다. 다만 MP3의 발달로 CD시장이 죽으면서 음반제작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불법복제와 P2P로 인한 불법유통으로 인해 창작의 대가가 제대로 지불되지 않고 무상으로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통구조가 바뀌고 또한 저작권 보호를 위한 가요계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해외에서는 한국 음악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만큼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다각적인 접근을 한다면 느린 속도나마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연예계 불황 탈출 해법은-“내 몫만 챙겨선 설 자리 없다”

연예계 불황 탈출구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스타들이 스스로 몸값을 낮추며 어려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초유의 불황을 겪고있는 스크린에서 스타들의 개런티 삭감 트렌드가 특히 두드러진다. 영화 <고死-피의 중간고사>에 출연한 이범수는 개런티를 1억2천만원에 맞췄다. 톱스타들의 영화 한 편 출연료가 4억∼5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이범수는 영화 <그들이 온다> 때도 김민선과 함께 출연료를 낮춰 부르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개런티 삭감에 앞장 서온 배우로 손꼽힌다. ‘스크린 여왕’ 전도연은 저예산 영화 <멋진 하루>에서 트렌드를 주도했고, 한지혜는 저예산 영화 <허밍>에서 미덕을 보여줬다. 영화 <아들>의 차승원, <열한번째 엄마>와 <모던보이>의 김혜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김정은 문소리 등도 몸값 낮추기에 적극 동참했던 주역들이다. <밤과 낮>의 박은혜는 아예 노 개런티 출연으로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개봉된 1백12편의 한국 영화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겨우 13편에 불과하다. ‘나부터 한발씩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 점점 더 많은 스타들이 출연료 삭감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준호는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평소의 4분의 1 정도를 떼냈고, 송윤아, 이범수, 박용하, 김하늘 등은 <온에어>에서 절반이나 잘라냈다. <에덴의 동쪽>은 한류스타 송승헌, 연정훈, 이다해, 한지혜 등 대다수 출연진들이 30, 40%의 개런티 삭감을 해줬다. <밤이면 밤마다>의 이동건은 평소 출연료보다 회당 6백만원 정도 낮은 금액에 계약서를 썼다.
스타들의 고액 개런티가 막대한 드라마 제작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 온데다 최근 열악한 스태프나 일반 연기자들의 처우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면서 내 몫만 챙겨선 설 자리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상황이다.
방송사와 드라마 외주제작사들의 달라진 제작 방침 또한 이같은 트렌드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외주제작사들은 “앞으로 적자 드라마는 만들지 않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불황 타계를 위한 스타들의 몸값을 낮추기도 중요하지만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내느냐도 관건이다.
현재 제작되는 대작 드라마는 모두 한류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해외를 공략한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해외 시장이라는 것은 결국 일본을 겨냥한다는 의미로, 일본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나 수출이 제작의 성패를 사실상 결정짓는다.
<태왕사신기>는 4백50억원, <로비스트>는 1백20억원, <에덴의 동쪽>은 2뱍50억원, <아이리스>는 2백억원, <카인과 아벨>은 80억원의 제작비를 각각 내세운다. 회당 제작비가 적게는 4억원에서 많게는 18억원까지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국내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1억5천만원에서 2억원 사이다.

연예계 몸값 ‘세일중’… 업계 불황에 스타들 개런티 자진 삭감
송승헌·이병헌 등 한류스타 내세운 드라마 제작… 일본에 승부

이 돈은 다 어디서 조달할 수 있을까.
송승헌 주연의 <에덴의 동쪽>은 방송 및 OST 판권을 일본에 60억원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또 송승헌의 초상권 등과 관련된 수익도 제작사에 일정 부분 돌아가게 장치를 해놓았다는 설명.
이병헌을 캐스팅해 내년 1월 초 촬영을 시작하는 <아이리스>의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방송사에서 받는 제작비를 제외하고, 80억원가량은 일본에서 조달할 것으로 보이고 또 80억원 가량도 국내 지자체 등의 협찬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욘사마를 내세운 <태왕사신기>가 일본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고, <로비스트>는 국내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던 점을 볼 때 과연 앞으로도 일본 투자를 낙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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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