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위기 ④

불황늪에 빠진 연예계 들춰보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 출연한 배우 김주혁은 최근 인터뷰에서 “2007년에 출연하려 했던 4편의 영화가 제작이 취소되는 바람에 2년 동안 공백기를 가진 것처럼 돼버렸다”며 “처음 엑스트라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조급증은 별로 없지만, 4번째 영화도 제작이 무산되고 나니 조급증이 나더라”고 밝혀 지난 2006년 개봉된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이후 2년 동안 관객을 만날 수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았다.

출연작품도 없고돈가뭄에 시달리고 “도대체 끝은 어디야”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예계도 가는 곳마다 “불황도 이런 불황이 없다”며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들이 조금만 모이면 ‘극심한 불황’ 이야기뿐이다. 제작자는 돈을 구하러 동분서주하고 연예인들은 출연작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잘나가는 톱 배우들에게 고민거리가 있을까. 남부럽지 않을 부를 축적했고, 여기저기서 오라는 데도 많고, 그저 자기 관리만 잘하면 사고 없이 무사히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요즘 톱 배우들에게도 고민거리가 생겼다. 출연할 작품이 점점 적어지고, 그렇다고 아무 작품이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작품 고를 때마다 더욱 고민이 쌓인다. 작품의 선택이 향후 행보를 좌우하는 경우가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들이 해외 활동에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톱 탤런트 A양이 출연하려던 영화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 이유는 투자가 안돼서다. 영화계, 드라마계가 블루칩으로 떠오른 A양을 잡기 위해 혈투를 벌였지만 그가 2년 만에 선택한 영화가 투자를 못 받아 제작을 못하게 됐다는 것은 연예계 불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양 측은 “영화가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제부터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데 고민이다”라고 밝혔다.
과거에도 스타들은 “출연할 작품이 없다”는 말을 종종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요즘 스타들은 말 그대로 작품이 없어 출연을 못하고 있다. 제작이 들어가는 작품 자체가 현저히 줄어든 탓이다.
영화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요사이 배우들로부터 제발 영화 좀 제작해달라는 전화가 자주 온다. 다들 출연작이 없어 고민인 모양이다”다며 “불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A양 매니저는 “요즘 같아서는 작품 안 하는 것이 하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다. 무턱대고 했다가 어느 순간 엎어지기 일쑤고, 개봉하거나 방송해도 망하면 주인공 탓으로 돌아가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그래서 뭔가 확실하지 않으면 배우들이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A양처럼 특히 여배우들은 더욱 갈 데가 없다. 요즘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남성 주연 전성시대를 맞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 주연 작품은 영화 <미쓰 홍당무>와 <미인도> 정도다.
톱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의 수도 현저히 줄었다. 그래서 많게는 1년에 세 편, 적게는 한 편씩 출연하던 배우들이 요즘엔 1년에 한 편도 안 하는 경우가 늘었고, 몇몇 톱 배우들은 벌써 몇 년째 작품 출연을 안 하고 있다.

연예계 가는 곳마다 “불황도 이런 불황이 없다”
배우들 출연작 없어 발 동동… 제작사는 돈 가뭄


드라마 <대장금>과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는 차기작 선정이 늦어져 이제 ‘왕년의 스타’가 될 지경이고, 고소영 역시 오랜만의 복귀작들이 하나 둘 참패하면서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없다. 한때 영화판을 종횡무진하던 하지원, 강동원 등도 최근에야 차기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리고, 최민식, 장동건, 배용준, 이미연, 이나영, 김태희 등은 아직 새 작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연예관계자는 “지금 기획 개발 중인 영화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확실한 작품이 별로 없다. 작품성 있는 시나리오가 있거나 제작비 투자와 배급이 완료된 작품으로 확인돼야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출연을 하기로 했느니, 출연 번복으로 작품을 못 만들게 됐다느니 엉뚱한 소리를 듣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 드라마로 상을 받은 인기 작가 B씨. 그가 제작사에 제출한 기획안이 별도 검토도 되지 못하고 무기한 ‘보류’ 상태가 됐다. 이유는 스케일이 큰 드라마이기 때문. B씨는 스타 캐스팅 능력이 있는 작가지만 그가 이번에 낸 기획안은 해외 로케이션이 대부분인 이야기. 제작사는 “아무리 기획안이 좋고 대본이 잘 나온다고 해도 그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해오냐”면서 난색을 표한 뒤 “제발 다른 소재로 기획안을 내달라”고 작가에게 부탁했다.
최근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해외 로케이션이다. 이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최근에 선보이는 대작들은 스케일을 위한 스케일을 내세우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내실은 없고 오로지 보여지기 위한 스케일만 추구하다보면 돈만 잔뜩 쓰고 결과는 안 좋을 위험성이 크다”며 “한류를 겨냥한다면서 비싼 배우를 기용해 그들을 폼 나게 해주려 규모를 키우다보면 그 규모에 치우쳐 정작 인간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야기보다는 배우에 의존해 대작을 끌고 가려다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로비스트>다. 또 <태왕사신기>도 배용준이 없었다면 일본에서 그만큼의 성적이라도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시청자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일본 시청자들이 따라가기는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또 드라마를 영화처럼 만들려고 하는 시도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 시스템은 분명히 다른데 요즘에는 자꾸 영화 같은 스케일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드라마의 질이 특별히 좋아지지도 않는다”며 “대작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대작을 외치며 제작비만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영화계와 드라마계의 불황보다 더 심각한 곳이 가요계이다. 가요계 불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음반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조성모 3집이 가장 최근의 밀리언셀러다. 8년째 1백만 장 이상 판매한 앨범이 없을 정도로 한국음반업계가 깊은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황 탓인지 가수들이 연기나 뮤지컬 쪽으로 진출한데 이어 요즘에는 버라이어티 오락 프로그램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수들의 연기 데뷔는 가수들의 돌파구로 많이 활용되었다. 비, 에릭, 탁재훈 등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대중적인 입지를 굳힌 이후 뮤지컬로 진출하는 가수들도 많아졌다. 옥주현은 뮤지컬 <시카고>로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손호영, 빅뱅의 승리, 대성, 앤디, 왁스, 리사 등도 뮤지컬에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줬다. 버라이어티 출연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소위 짝짓기 프로그램을 통해 주로 홍보를 해왔다면 최근에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로 새롭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가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버라이어티 출연이 실제 앨범 판매량에 영향은 줄까.
한 가요 관계자는 “가요 프로그램에 여러 번 출연하는 것보다 버라이어티 한 번 출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일단 시청률 면에서 더 뛰어나기 때문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과 가요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알렉스가 신애에게 김동률의 ‘아이처럼’을 불러준 뒤 김동률의 음반 판매량이 늘어났다. 또 지난 2006년 발표됐던 러브홀릭의 ‘화분’은 알렉스가 같은 프로그램에서 부른 뒤 온라인 판매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가요계 불황으로 가수들의 침체된 분위기는 변화하는 주위 환경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밴을 타고 다니는 톱 가수도 일반 승합차로 차를 바꾸는 경우도 심심찮다.
톱 가수 C양 매니저는 “음반을 발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싱글이나 연기 활동 등 다른 돌파구를 찾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다”며 “아울러 부업을 찾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매니저들도 많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음반 관계자는 “사람들이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음악산업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음악산업 자체는 더욱 커졌다. 다만 MP3의 발달로 CD시장이 죽으면서 음반제작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불법복제와 P2P로 인한 불법유통으로 인해 창작의 대가가 제대로 지불되지 않고 무상으로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통구조가 바뀌고 또한 저작권 보호를 위한 가요계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해외에서는 한국 음악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만큼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다각적인 접근을 한다면 느린 속도나마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연예계 불황 탈출 해법은-“내 몫만 챙겨선 설 자리 없다”

연예계 불황 탈출구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스타들이 스스로 몸값을 낮추며 어려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초유의 불황을 겪고있는 스크린에서 스타들의 개런티 삭감 트렌드가 특히 두드러진다. 영화 <고死-피의 중간고사>에 출연한 이범수는 개런티를 1억2천만원에 맞췄다. 톱스타들의 영화 한 편 출연료가 4억∼5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이범수는 영화 <그들이 온다> 때도 김민선과 함께 출연료를 낮춰 부르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개런티 삭감에 앞장 서온 배우로 손꼽힌다. ‘스크린 여왕’ 전도연은 저예산 영화 <멋진 하루>에서 트렌드를 주도했고, 한지혜는 저예산 영화 <허밍>에서 미덕을 보여줬다. 영화 <아들>의 차승원, <열한번째 엄마>와 <모던보이>의 김혜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김정은 문소리 등도 몸값 낮추기에 적극 동참했던 주역들이다. <밤과 낮>의 박은혜는 아예 노 개런티 출연으로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개봉된 1백12편의 한국 영화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겨우 13편에 불과하다. ‘나부터 한발씩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 점점 더 많은 스타들이 출연료 삭감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준호는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평소의 4분의 1 정도를 떼냈고, 송윤아, 이범수, 박용하, 김하늘 등은 <온에어>에서 절반이나 잘라냈다. <에덴의 동쪽>은 한류스타 송승헌, 연정훈, 이다해, 한지혜 등 대다수 출연진들이 30, 40%의 개런티 삭감을 해줬다. <밤이면 밤마다>의 이동건은 평소 출연료보다 회당 6백만원 정도 낮은 금액에 계약서를 썼다.
스타들의 고액 개런티가 막대한 드라마 제작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 온데다 최근 열악한 스태프나 일반 연기자들의 처우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면서 내 몫만 챙겨선 설 자리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상황이다.
방송사와 드라마 외주제작사들의 달라진 제작 방침 또한 이같은 트렌드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외주제작사들은 “앞으로 적자 드라마는 만들지 않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불황 타계를 위한 스타들의 몸값을 낮추기도 중요하지만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내느냐도 관건이다.
현재 제작되는 대작 드라마는 모두 한류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해외를 공략한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해외 시장이라는 것은 결국 일본을 겨냥한다는 의미로, 일본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나 수출이 제작의 성패를 사실상 결정짓는다.
<태왕사신기>는 4백50억원, <로비스트>는 1백20억원, <에덴의 동쪽>은 2뱍50억원, <아이리스>는 2백억원, <카인과 아벨>은 80억원의 제작비를 각각 내세운다. 회당 제작비가 적게는 4억원에서 많게는 18억원까지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국내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회당 평균 제작비는 1억5천만원에서 2억원 사이다.

연예계 몸값 ‘세일중’… 업계 불황에 스타들 개런티 자진 삭감
송승헌·이병헌 등 한류스타 내세운 드라마 제작… 일본에 승부

이 돈은 다 어디서 조달할 수 있을까.
송승헌 주연의 <에덴의 동쪽>은 방송 및 OST 판권을 일본에 60억원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또 송승헌의 초상권 등과 관련된 수익도 제작사에 일정 부분 돌아가게 장치를 해놓았다는 설명.
이병헌을 캐스팅해 내년 1월 초 촬영을 시작하는 <아이리스>의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방송사에서 받는 제작비를 제외하고, 80억원가량은 일본에서 조달할 것으로 보이고 또 80억원 가량도 국내 지자체 등의 협찬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욘사마를 내세운 <태왕사신기>가 일본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고, <로비스트>는 국내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던 점을 볼 때 과연 앞으로도 일본 투자를 낙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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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