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희망원 사건, 그 이후…

천국이 지옥으로… 악마가 된 신부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노숙인의 천국’으로 불리며 6년 연속 우수시설로까지 선정됐던 대구시립희망원의 추악한 이면이 공개됐다. 상습적인 폭행은 물론 정신적 가혹행위도 이뤄졌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망사건도 수백 건이었다. 결국 이곳의 원장신부는 법의 철퇴를 맞았다. 현직 천주교 성직자 비리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핵심인물은 따로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꼬리 자르기 식 대처라는 것이다.

대구시립희망원은 대구시가 1958년 설립해 전액 지원하는 시설로 가톨릭단체서 1980년부터 36년 동안 운영해 왔으며 전국에서 3번째로 큰 대형 복지시설이다. 현재 1214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구시립희망원은 2009년부터 2014까지 6년 연속 우수시설로 선정됐고 2006년에는 최우수 복지시설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신부가 주도?

하지만 최근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약 2년8개월 동안 전체 수용인원 1000여명 중 약 10%인 129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게다가 짧은 기간 많은 수용자들이 사망한 데 대해 희망원 직원들의 입소자에 대한 인권 유린과 상습 폭행은 물론 폭행치사를 자연사로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2012년 2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10개월간 3억1500여만원의 급식비를 횡령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대구지역 인권단체들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 유린과 시설 비리에 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운영하는 곳은 대구시립희망원 등 장애인·노숙인 요양시설 4곳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의 생활교사들은 지적장애·정신장애인들에게 훈육, 행동교정 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을 이유로 주먹, 손바닥은 물론 몽둥이 등으로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또 음식물을 방바닥에 던져 주워 먹게 하고 젖꼭지를 꼬집거나 엎드려뻗쳐 기합을 주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가혹행위를 했다.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대구시립희망원의 병사자 201명의 사망 경위와 원인, 응급조치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음식물에 의한 기도 폐쇄, 낙상 등 안전사고, 알 수 없는 이유 등으로 20여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경위나 원인 파악 없이 단순병사로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2월부터 약 11개월간 식자재의 수량, 단가·품목 조작, 과다·허위 청구를 통해 약 3억원가량의 급식비를 부당하게 지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노숙인들을 외부공장서 일하게 하면서 임금을 시설 계좌로 일괄입금 받아 지급하는 등 부적절하게 관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전 원장신부 배모(63)씨를 지난달 19일 구속했다. 대구지법 오영두 영장전담판사는 검찰이 대구희망원 전 원장신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판사는 영장발부 사유에서 “주요 혐의에 관해 범죄소명이 있고 범죄의 중대성에 비추어 도망의 염려가 있는 등 구속의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8일 대구지검은 배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배씨는 2011년부터 5년간 급식비 부풀리기를 통해 대구시 보조금을 전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과도한 징벌방 감금과 생활인 간병업무 투입에 따른 정신지체장애인 사망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감금 및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상습폭행·떨어진 음식 주워 먹게도
6년 연속 우수시설…대통령상까지


한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대구시립희망원 전 사무국장 임모(48)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와 피의자의 지위 등에 비추어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 등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립희망원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4회 연속 시설평가 ‘A등급’을 판정한 것으로 드러나 평가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복지부에서 받은 ‘대구시립희망원 평가자료’에 따르면 이 시설은 3년 단위로 실시하는 복지부 시설평가에서 2005년, 2008년, 2011년, 2014년 4회 연속 A등급을 받았다. 2014년은 6개 항목 모두 A등급을 받았다.

대구희망원은 이런 평가 속에 2002년∼2014년 6회 연속 우수시설로 선정됐고 2005년엔 전국 노숙인시설 1위, 2006년 전국 사회복지시설 중 최우수시설에 뽑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복지부장관 표창도 3차례나 받았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은 이 같은 복지부의 평가제도가 ‘수박 겉핥기식’이라고 비판했다. 평가지표를 보면 ▲시설 및 환경 8문항 ▲재정 및 조직운영 7문항 ▲인적자원관리 15문항 ▲프로그램 및 서비스 10문항 ▲생활인의 권리 9문항 ▲지역사회관계 7문항 등 총 6개 항목 56문항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총 56문항 중 생활인들의 인권과 관련한 것은 ‘생활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가’ 단 1개 문항뿐이다. 특히 노숙인 시설 생활인들에 대한 사망 인원, 사망률, 인권 침해, 폭행 등과 관련한 문항은 찾아볼 수 없다.

김 의원은 “아주 형식적인 평가문항으로 현행 복지부의 평가제도는 허점투성이”라며 “노숙인시설 인권대책 실태조사에 앞서 평가제도부터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사실을 방송과 언론을 통해 접한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누리꾼들은 대구시립희망원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글을 남기며 사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을 촉구했다. 또한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장애인 단체 등은 대구시 중구 계산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가난한 이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짓밟은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유린과 비리를 규탄했다.

대구시립희망원의 폭행과 횡령 등에 대한 의혹은 2013년 일명 ‘쪽지사건’이라 불리는 익명의 내부고발자에 의해 드러났다. 대구시립희망원의 한 직원이 희망원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을 인터넷 메신저로 직원들에게, 우편을 통해 언론기관과 각종 기관, 시민단체 등에 일제히 전달했다.

직원이 보낸 쪽지에는 희망원 안에서 벌어지는 언어 폭력, 인격 모욕, 폭행, 갈취, 물품 허위 청구에 따른 횡령사실 등이 적혀 있었다. 2013년부터 돌기 시작한 ‘쪽지’는 올해 1월까지 계속 전파됐다. 이곳의 온갖 비리가 적힌 투서는 대구시와 시민단체 등에 뿌려졌다.

대구시립희망원은 ‘꼬리자르기식’의 책임자 처벌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일 교구쇄신위원회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통감하고 대구시립희망원 내 원장 1명과 사무국장 2명, 팀장 1명 등 4명을 직위해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장 신부들과 A국장 등 핵심관계자는 모두 제외됐다는 것이 대책위 측의 주장이다.

꼬리 자르기?


대구희망원대책위원회(대책위)는 “몸통은 그대로 둔 채 깃털 몇 명만 직위해제한 것”이라며 “신부와 핵심 간부들에 대한 1차적 조치인 직위해제마저 하지 않는 것은 조환길 대주교의 사과마저 빛 바라게 하는 ‘국면전환용’일 뿐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책위는 “이제 천주교대구대교구 쇄신위원회의 역할은 더 이상 기대할 수가 없다”며 “조환길 대주교가 직접 나서 교구를 쇄신하고 희망원 사태를 즉각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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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