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4당 원내대표에 길을 묻다 ④바른정당 주호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13 09:47:17
  • 호수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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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절필동, 결국 보수는 모이게 돼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올 한 해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4명의 정당 원내대표가 서 있다. 공정한 경선관리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대선을 치르게 될지, 아니면 경선 후유증으로 당이 흔들릴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조기 대선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4당 원내대표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났다.

단 한 번의 낙선도 없었다. 지난 4·13총선 때 새누리당은 주호영 당시 의원을 공천서 배제했지만, 그는 보란 듯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개인기는 이미 검증을 끝마친 상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뛰어난 정책 역량에 소통 능력까지 더해져 발군의 개인기를 자랑한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으로 있던 시절 주 원내대표를 “합리적이고, 소통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정책·소통이 그의 능력이라면 ‘법적 정의’는 그의 소신이다. 법관 출신인 그는 마지막 순간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에 모든 걸 맡긴다. 새누리당 탈당도 이러한 소신의 발로였다. 주 원내대표는 최순실 사태로 무너져 내린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 합리적 보수 세력을 결집,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다.

과연 신생 정당인 바른정당이 조기 대선 구도서 보수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온전히 주 원내대표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음은 주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경선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지금 바른정당 내 후보 두 분(남경필·유승민)에 추가적으로 의지가 있으신 또 다른 분들을 모셔와 대선 경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는 22일부터 당내 경선 주자들이 예비 후보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할 예정이며, 3월24일까지는 대선 후보를 선출하려고 합니다. 세부적으로 오는 20일까지 경선관리위원회 주도로 ‘경선룰’을 포함한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을 확정하고, 21일 경선 관련 사무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할 예정입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지지층은 어디로 옮겨갈까요?
▲바른정당과 함께하길 바랐는데, 갑작스러운 불출마 소식에 충격이 컸습니다. 반 전 총장은 주로 보수층과 충청도로부터 지지를 받았습니다. 보수층의 지지는 유승민 의원에게, 충청권 표심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보수의 적통 바른정당 후보에게로 보수층이 옮겨올 것이라 판단합니다.


-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새누리당 탈당 러시가 약화될 것이란 의견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 및 바른정당 합류가 반 전 총장의 행보와 관련돼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반 전 총장이 좀 더 빨리 바른정당으로 합류했더라면 10명 정도의 추가 탈당과 연쇄 탈당이 있었을 것이고, 반 전 총장 본인도 상처가 적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새누리당서 한두 분 정도가 우리당 대선 후보와 뜻을 함께하고 있어 추가 탈당이 예정돼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추가 탈당과 관련해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인 것도 맞는 말입니다.

- 표심을 잡기 위해 당 차원서 계획하는 것이 있나요?
▲바른정당은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보수임을 말할 수 있도록 보수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만절필동(萬折必東), 황하의 물이 만 번을 굽이쳐 흘러도 반드시 동쪽으로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른정당은 보수의 동쪽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가면서 보수를 비롯한 국민들의 지지는 자연스레 바른정당으로 흘러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육아휴직3년법, 알바보호법, 국회의원소환제 등 추진 중인 개혁입법을 통해 중도층은 물론 진보층의 표심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주자 중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스피칭, 경제 전문성, 정책 선명성 등에서 유 의원이 앞선다는 분석 때문인데요.
▲유 의원은 민감한 정치 이슈들에 대해서도 뚜렷한 신념과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정책 이해도가 높아 여느 대선주자들보다 더욱 선명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람들이 ‘유능하다’고 많이들 표현합니다. 대선주자들 중 유 의원만이 유일한 ‘경제통’입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에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입니다. 현실정치를 통해 17년이란 기간 동안 경제 정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내며 철저한 안보관도 보여줬습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진보 진영서 상대하기 제일 껄끄러운 대선 후보”라며 유 의원을 인정한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뛰어난 후보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선거마다 연전연승…정책·소통 강점
‘법적 정의’ 지키고자 새누리당 탈당


- 그럼에도 바른정당 지지율이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 대선주자들이 힘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10%대 진입 전략이 있다면?
▲지난 10년의 보수 집권,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난맥 등이 겹쳐서 국민들이 보수에 대한 지지를 많이 철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수의 위기죠. 새누리당에는 300만명에 가까운 당원이 있고, 그간 보수 정당의 맥을 이어왔기 때문에 보수 지지자들이 정을 떼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아직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 나지 않았으니까 새누리당을 지지해줘야 한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이유로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른정당이 보수의 적통을 이어갈 게 틀림없습니다.
 

유승민, 남경필 등 대권후보들도 지지율이 낮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준비가 잘 돼있고 콘텐츠도 다른 후보에 비해 우수합니다. 아직 대선이 몇 달 남아 있는 데다 여론은 며칠 만에 급격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만 봐도 50%대에 육박했던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10%대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는 반전이 일어났지 않았습니까.

- 외부 영입 대상으로 고려하는 인사가 있나요?
▲본인만 응한다면 함께 할 수 있는, 보수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괜찮은 후보가 두 분 정도 있어서 접촉 중입니다.

- ‘문재인 대세론’에 맞선 반문연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들도 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나요?
▲대선을 앞두고 ‘빅텐트’ ‘스몰텐트’ ‘미들텐트’ 등 다양한 버전의 연대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시나리오란 게 중론입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선거에 임박한 시점까지 후보 간 연대나 단일화는 국민 여론과 지지층의 여망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입니다. 바른정당은 패권주의 청산과 개헌을 포함한 국가 개혁에 뜻을 함께하는 모든 세력과 힘을 모을 것입니다.

- 최근 황교안 권한대행이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과 경쟁력을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최근 황 권한대행의 지지도가 10%를 넘어서면서 새누리당을 오래도록 지지해온 자들 사이에서 ‘새누리당이 불임 정당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지지율이 10%가 넘는 황 권한대행을 출마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직무를 보고 있는 이 위기 상황에서 권한대행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실로 무책임한 결정입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황 권한대행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동책임자로 지목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이자 전직 법무부장관이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은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이라는 뜻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 권한대행은 책임이 가장 큰 인물이기도 합니다.

반기문 불출마 선언에 “충격이 컸다”
“2명과 접촉 중” 대선주자 영입 시사

- 일련의 특검팀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나요?
▲법에서 정한 기준과 원칙에 입각한 수사를 진행해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실제로 특검팀은 많은 부분을 밝혀내는 등 성과도 큽니다. 지금 특검과 검찰에 구속된 대통령의 측근, 참모, 현 정부의 장·차관 출신이 10명에 이릅니다.

최순실씨는 문화·체육계뿐 아니라 외교관 인사까지 주무른 것으로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최근 청와대 압수수색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지난 11월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특검의 직접 조사에도 응해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 탄핵 심판 결정 시기를 언제로 예상하시나요?
▲늦어도 3월13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할 즈음에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근 “개헌 시기를 못 박는 부칙이라도 만들자”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선 전이라도 개헌을 확실히 하겠다는 헌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간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번번이 헛공약에 그쳤습니다. 특히 새로이 시작할 정부는 인수위 기간도 없어 개헌을 미룰 확률이 높습니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자칫 국정추진 동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개헌을 임기 초에 추진하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언제 개정을 하겠다는 부칙 조항이라도 대선 투표나 4월 재보선 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론’과 국민의 기본권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론’이 맞붙고 있습니다.
▲지금은 개헌을 논의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그동안 국회서 매번 개헌 이야기가 공론화됐지만, 절대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대통령에게 막혀 번번이 좌절됐지 않았습니까. 최순실 사태를 지켜보면서 나라 틀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지금이 적기입니다.

그러나 헌재의 탄핵 인용 시 바로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 헌법을 전면 개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개헌특위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2월 국회도 열린 상황이니만큼 각 당에서 이견을 좁혀 개헌의 범위와 폭, 그리고 바람직한 통치구조에 대한 담론을 나눠야 합니다.

- 새누리당은 ‘인명진표 개혁’, 즉 정치·정당·정책 ‘3정’ 혁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인적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3정 혁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일부 친박에 대한 당원권 정지 정도로 ‘인적 청산’을 마무리했습니다. 또한 “비난받아도 박 대통령은 지키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누리당은 근본적으로 혁신이 불가능한 정당이란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우리 바른정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에 있을 때 당의 쇄신과 개혁을 위해 노력했지만, 불가능했기에 분당이란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공당이라 할 수 없습니다. 보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는 정당입니다. 바른정당이 보수의 새로운 중심이 되겠습니다.


- 새누리당이 당명·로고·당색 등을 교체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보수 지지층에 어필할 수 있다고 평가하시나요?
▲현재 로고는 ‘태극기’를 연상하도록 한다는데, 이는 탄핵반대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당명 개정, 최순실 개명과 같아” “흉측한 범죄를 저지른 조폭이 팔뚝에 태극기를 문신하는 것과 똑같은 짓”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이름을 바꾼들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국민은 더 이상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정한 보수는 공동체 유지를 위한 희생과 책임감이 있어야 하며, 문제를 유능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희생과 책임은커녕 황 권한대행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와 헌법 재판에 비협조적인 부분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하고 있지 않습니까. 새누리당이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와 ‘황교안 띄우기’를 하는 모습인데, 이것이 오히려 국가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지금 나라가 많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냥 넘어진 채로 넋 놓고 있을 순 없습니다.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 힘차게 달려갑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과 비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주십시오. 바른정당은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보수임을 말할 수 있도록 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창조적 개혁을 통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겠습니다. 철저한 안보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정과 민생의 안정을 챙기는 데 헌신하겠습니다. 바른정당에 더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chm@ilyosisa.co.kr>


[주호영은?]

▲경북 울진 출생
▲영남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전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전 대한민국 특임장관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별보좌관
▲제17·18·19·20대 국회의원(대구 수성을)
▲현 바른정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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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