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설’ 반기문 낙마의 비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10:44:46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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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장어’ 누가 끌어내렸나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낙마했다. 귀국 직후 ‘정치교체’ 화두를 던진 그는 언론의 검증 공세에 시달렸다. 동시에 한때 문재인 전 대표를 앞질렀던 지지율은 완전히 반 토막 났다. 위기의 나날을 보내던 그는 측근에게도 알리지 않고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왜 야인의 길을 택했을까. 반 전 총장의 낙마 이면의 진실을 파헤쳐봤다.

여권 대선주자의 핵으로 꼽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반 전 총장은 “내가 주도해 정치교체와 더불어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말했다.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지 3주 만에 대선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귀국 후 그는 고향인 충주와 음성을 비롯해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전국을 도는 강행군으로 대권 행보를 이어왔다. 설 직후에는 개헌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4개당은 이에 싸늘하게 반응했다.

불출마 선언
갑자기 왜?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서 “내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며 “오히려 내 개인과 가족, 그리고 10년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가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권행보 기간인 20여일 동안 각종 구설에 오르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귀국 첫날인 지난달 12일 공항철도 발권기에 2만원을 투입한 모습이 포착돼 ‘서민 코스프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밖에 ‘국립현충원 방명록 커닝’ ‘퇴주잔’ ‘봉하마을 방명록’ ‘조류독감 방역 체험’ 등의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귀국 후 본격 검증에 나서기도 전에 대권행보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지지율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언론의 맹공에 반 전 총장은 ‘가짜 뉴스’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아울러 자신의 정치행보를 평가절하한 정치인들은 ‘구태의연하고 편협하다’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이유에 대해 지난 2일,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은 “설 연휴 이후 여론조사를 했는데 13%대 지지율에 머무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던 반 전 총장이 지지율 격차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분석처럼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최근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귀국 직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20% 초반 지지율서 상승세를 보였지만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문 전 대표와 20% 넘게 벌어졌다.

정치권 염증·지지율 하락…진짜 이유?
새누리 탈당 미적미적…결정적인 원인?

김 의원은 추가적인 이유로 “오는 8일 (반 전 총장이) 정당과 비슷한 결사체를 만들려 했고, 이를 위해서는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힘이 필요했지만 이들의 탈당이 불발돼 충격을 받아 사퇴를 결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초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13명)은 설 연휴 직후 반 전 총장을 돕기 위해 집단 탈당하겠다고 예고해왔다. 반 전 총장 측은 이들과 함께 바른정당에 입당하거나 독자 창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충청권 의원 8명은 지난달 31일 회동서 탈당을 보류했다.

반 전 총장 측 한 캠프 인사는 “이게(충청권 의원들의 배신) 가장 큰 타격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20명을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하더니 나중엔 5명도 안 된다고 하더라. 겨우 이 정도를 데리고 바른정당에 입당한다면 영이 서겠느냐”고 했다.

반 전 총장이 갑작스레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우리가 보기에는 그 사람들이 (우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있었다. 선대본부를 꾸려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고, 전혀 콜(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충청권 의원들이 강력한 지원을 해주길 원했지만 자신의 행보를 관망하는 모습에 못내 서운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당도 없고
돈도 없고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 날인 지난 2일, 기존 정당에 입당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약이 있었다. 가장 큰 정당이라고 본 새누리당이 분열돼있고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었다.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수의 분열도 반 전 총장의 낙마를 부추긴 셈이다.
 

이와 동시에 반 전 총장의 대한민국 정치판에 대한 나이브한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이 지난 2일 “나는 태생이 아주 순수하고 단순하고 직선적이어서 복선이 깔린 이야기는 평생 해본 일이 없다”고 말한 점을 볼 때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서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로는 자금사정도 거론된다. 귀국 후 대선 행보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반 전 총장은 “당이 없으니 돈 문제가 힘들다”는 말을 했다. 의원도 아니고 정당에 소속된 입장이 아니다 보니 자금과 조직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였다.

아울러 눈딱 감고 당에 들어가면 반 전 총장이 주창한 ‘정치교체’에 대한 명분이 서지 않았다.

돈 때문? 현실적 문제 직면?
동생·조카가 발목 잡았다?

반 전 총장은 경남 김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정치 경험도 없는데 상당히 빡빡하게 시작하고 있다. 조직과 돈은 (운용을) 아예 해보지 않아 잘 못한다”고 토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을 치르는 해에 후보를 추천한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


보조금은 교섭단체에 총액의 반액이 나눠진다. 이후 국회의원 의석수, 총선 득표수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이 돈을 정당은 대선 후보 선거운동에 쓴다. 반 전 총장 입장에선 교섭단체 규모의 새 정당을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 과제였던 셈이다.

섣불리 기존 정당에 합류할 수 없는 상황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도 반 전 총장을 괴롭게 했다. 귀국 초기 반 전 총장 측근 인사는 “선거비용에 대한 고민은 있다”면서도 “반 전 총장이 20% 이상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자금 문제가 향후 행보의 결정적 고려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름 동안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급락해 선거비용보전 지지율인 15%를 장담키 어렵게 됐다. 외교관 출신으로 정치인 생활이 전무한 반 전 총장이 거대 조직을 꾸리고 자금을 융통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부담스런 검증
오락가락 행보

검증 과정도 반 전 총장의 낙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 전 총장의 동생인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에 대한 의혹은 대권행보 초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난달 20일 미국 검찰은 한국 정부에 기상씨를 체포·송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경남기업 고문을 지낸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는 미국 연방법원에 250만달러(29억원 상당)의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 2014년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는 과정서 중동의 한 관리에게 50만달러(6억원)의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반 전 총장 측은 지난달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친인척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보도된 대로 한미 법무 당국 간에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면, 엄정하고 투명하게 절차가 진행돼 국민의 궁금증을 한 점 의혹 없이 해소되길 희망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2일 반 전 총장을 향해 “치국 이전에 수신제가부터 하시라”고 꼬집었다. 기 대변인은 “반기상씨와 아들 주현씨가 사기행각 과정서 반 전 총장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지위도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더 이상의 회피와 꼬리 자르기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유엔 재직시 발언과 업적에 대한 논란도 반 전 총장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지난달 24일 반 전 총장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서 “내가 (성소수자) 지지를 한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과거 유엔사무총장 당시 발언과 정면충돌됐다.

지난 2015년 9월 그는 “나는 괴롭힘 당하는 10대 게이, 구직을 거절당한 트랜스젠더 여성, 흉악한 성범죄에 노출된 레즈비언의 편에 선다”고 말한 바 있다. 퇴임 한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30일에는 “내가 성소수자 운동가임이 자랑스럽다”는 말도 했다. 불과 두 달 사이 성 소수자에 대한 입장이 바뀐 셈이다. 진보와 보수를 오락가락하는 행보가 결국 반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발목 잡은
정체성 딜레마

반 전 총장의 중도 낙마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지지율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에 제기됐던 정체성의 모호성 등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어떤 쪽의 스탠스를 잡을 수 있을지가 대단히 애매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기문 대체마는?

반기문 전 총장이 낙마하면서 보수층을 결집할 대체자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언론은 '반기문 대망론 vs 홍석현 대망론'이란 칼럼을 게재하며 홍 회장이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홍 회장은 2004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대사직과 함께 차기 유엔사무총장 후보 내정 약속을 받고 2005년 워싱턴 주미대사로 부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2005년 MBC가 ‘삼성 X파일’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홍 회장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직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홍 회장의 행보도 심상찮다. 지난해 2월 포스텍 명예공학박사 수락연설서 그는 “공자도 오십이 돼서야 지천명, 그 뜻을 알게 됐다”며 “공자가 그 뜻을 실천한 것은 그로부터도 18년이 지난 68세 때”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올해로 68세가 된 홍 회장이 대권을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전면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 지사는 오는 1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홍 지사 측근은 “1심 결과를 뒤집어 이번엔 무죄를 받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증인의 진술이 1심과 2심서 엇갈리고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심서 무죄를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항소심서 무죄를 받으면 새누리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대망론’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홍 지사는 “대통령 선거 출마는 모든 정치인의 로망”이라고 말해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홍 지사가) 항소심서 무죄를 받는다면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새누리당 대권주자 대부분이 탈당한 상태라 만약 홍 지사가 새누리당 경선에 출마한다면 그를 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 지사 측 정장수 비서실장은 “재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 (홍 지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오로지 도정에 전념하며, 재판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만 밝힐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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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