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설’ 반기문 낙마의 비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10:44:46
  • 호수 1100호
  • 댓글 0개

‘기름장어’ 누가 끌어내렸나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낙마했다. 귀국 직후 ‘정치교체’ 화두를 던진 그는 언론의 검증 공세에 시달렸다. 동시에 한때 문재인 전 대표를 앞질렀던 지지율은 완전히 반 토막 났다. 위기의 나날을 보내던 그는 측근에게도 알리지 않고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왜 야인의 길을 택했을까. 반 전 총장의 낙마 이면의 진실을 파헤쳐봤다.

여권 대선주자의 핵으로 꼽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반 전 총장은 “내가 주도해 정치교체와 더불어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말했다.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지 3주 만에 대선 포기를 전격 선언했다.

귀국 후 그는 고향인 충주와 음성을 비롯해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전국을 도는 강행군으로 대권 행보를 이어왔다. 설 직후에는 개헌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4개당은 이에 싸늘하게 반응했다.

불출마 선언
갑자기 왜?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서 “내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며 “오히려 내 개인과 가족, 그리고 10년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가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권행보 기간인 20여일 동안 각종 구설에 오르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귀국 첫날인 지난달 12일 공항철도 발권기에 2만원을 투입한 모습이 포착돼 ‘서민 코스프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밖에 ‘국립현충원 방명록 커닝’ ‘퇴주잔’ ‘봉하마을 방명록’ ‘조류독감 방역 체험’ 등의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귀국 후 본격 검증에 나서기도 전에 대권행보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지지율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언론의 맹공에 반 전 총장은 ‘가짜 뉴스’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아울러 자신의 정치행보를 평가절하한 정치인들은 ‘구태의연하고 편협하다’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이유에 대해 지난 2일,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은 “설 연휴 이후 여론조사를 했는데 13%대 지지율에 머무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던 반 전 총장이 지지율 격차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분석처럼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최근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귀국 직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20% 초반 지지율서 상승세를 보였지만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문 전 대표와 20% 넘게 벌어졌다.

정치권 염증·지지율 하락…진짜 이유?
새누리 탈당 미적미적…결정적인 원인?

김 의원은 추가적인 이유로 “오는 8일 (반 전 총장이) 정당과 비슷한 결사체를 만들려 했고, 이를 위해서는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힘이 필요했지만 이들의 탈당이 불발돼 충격을 받아 사퇴를 결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초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13명)은 설 연휴 직후 반 전 총장을 돕기 위해 집단 탈당하겠다고 예고해왔다. 반 전 총장 측은 이들과 함께 바른정당에 입당하거나 독자 창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충청권 의원 8명은 지난달 31일 회동서 탈당을 보류했다.

반 전 총장 측 한 캠프 인사는 “이게(충청권 의원들의 배신) 가장 큰 타격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20명을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하더니 나중엔 5명도 안 된다고 하더라. 겨우 이 정도를 데리고 바른정당에 입당한다면 영이 서겠느냐”고 했다.

반 전 총장이 갑작스레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우리가 보기에는 그 사람들이 (우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있었다. 선대본부를 꾸려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고, 전혀 콜(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충청권 의원들이 강력한 지원을 해주길 원했지만 자신의 행보를 관망하는 모습에 못내 서운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당도 없고
돈도 없고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 날인 지난 2일, 기존 정당에 입당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약이 있었다. 가장 큰 정당이라고 본 새누리당이 분열돼있고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었다.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수의 분열도 반 전 총장의 낙마를 부추긴 셈이다.
 

이와 동시에 반 전 총장의 대한민국 정치판에 대한 나이브한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이 지난 2일 “나는 태생이 아주 순수하고 단순하고 직선적이어서 복선이 깔린 이야기는 평생 해본 일이 없다”고 말한 점을 볼 때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서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로는 자금사정도 거론된다. 귀국 후 대선 행보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반 전 총장은 “당이 없으니 돈 문제가 힘들다”는 말을 했다. 의원도 아니고 정당에 소속된 입장이 아니다 보니 자금과 조직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였다.

아울러 눈딱 감고 당에 들어가면 반 전 총장이 주창한 ‘정치교체’에 대한 명분이 서지 않았다.

돈 때문? 현실적 문제 직면?
동생·조카가 발목 잡았다?

반 전 총장은 경남 김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정치 경험도 없는데 상당히 빡빡하게 시작하고 있다. 조직과 돈은 (운용을) 아예 해보지 않아 잘 못한다”고 토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을 치르는 해에 후보를 추천한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한다.


보조금은 교섭단체에 총액의 반액이 나눠진다. 이후 국회의원 의석수, 총선 득표수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이 돈을 정당은 대선 후보 선거운동에 쓴다. 반 전 총장 입장에선 교섭단체 규모의 새 정당을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 과제였던 셈이다.

섣불리 기존 정당에 합류할 수 없는 상황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도 반 전 총장을 괴롭게 했다. 귀국 초기 반 전 총장 측근 인사는 “선거비용에 대한 고민은 있다”면서도 “반 전 총장이 20% 이상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자금 문제가 향후 행보의 결정적 고려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름 동안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급락해 선거비용보전 지지율인 15%를 장담키 어렵게 됐다. 외교관 출신으로 정치인 생활이 전무한 반 전 총장이 거대 조직을 꾸리고 자금을 융통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부담스런 검증
오락가락 행보

검증 과정도 반 전 총장의 낙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 전 총장의 동생인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에 대한 의혹은 대권행보 초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난달 20일 미국 검찰은 한국 정부에 기상씨를 체포·송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경남기업 고문을 지낸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는 미국 연방법원에 250만달러(29억원 상당)의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 2014년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는 과정서 중동의 한 관리에게 50만달러(6억원)의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반 전 총장 측은 지난달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친인척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보도된 대로 한미 법무 당국 간에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면, 엄정하고 투명하게 절차가 진행돼 국민의 궁금증을 한 점 의혹 없이 해소되길 희망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2일 반 전 총장을 향해 “치국 이전에 수신제가부터 하시라”고 꼬집었다. 기 대변인은 “반기상씨와 아들 주현씨가 사기행각 과정서 반 전 총장을 지속적으로 언급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지위도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더 이상의 회피와 꼬리 자르기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유엔 재직시 발언과 업적에 대한 논란도 반 전 총장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지난달 24일 반 전 총장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서 “내가 (성소수자) 지지를 한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과거 유엔사무총장 당시 발언과 정면충돌됐다.

지난 2015년 9월 그는 “나는 괴롭힘 당하는 10대 게이, 구직을 거절당한 트랜스젠더 여성, 흉악한 성범죄에 노출된 레즈비언의 편에 선다”고 말한 바 있다. 퇴임 한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30일에는 “내가 성소수자 운동가임이 자랑스럽다”는 말도 했다. 불과 두 달 사이 성 소수자에 대한 입장이 바뀐 셈이다. 진보와 보수를 오락가락하는 행보가 결국 반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발목 잡은
정체성 딜레마

반 전 총장의 중도 낙마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지지율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에 제기됐던 정체성의 모호성 등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어떤 쪽의 스탠스를 잡을 수 있을지가 대단히 애매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기문 대체마는?

반기문 전 총장이 낙마하면서 보수층을 결집할 대체자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언론은 '반기문 대망론 vs 홍석현 대망론'이란 칼럼을 게재하며 홍 회장이 대권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홍 회장은 2004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대사직과 함께 차기 유엔사무총장 후보 내정 약속을 받고 2005년 워싱턴 주미대사로 부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2005년 MBC가 ‘삼성 X파일’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홍 회장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직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홍 회장의 행보도 심상찮다. 지난해 2월 포스텍 명예공학박사 수락연설서 그는 “공자도 오십이 돼서야 지천명, 그 뜻을 알게 됐다”며 “공자가 그 뜻을 실천한 것은 그로부터도 18년이 지난 68세 때”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올해로 68세가 된 홍 회장이 대권을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전면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 지사는 오는 1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홍 지사 측근은 “1심 결과를 뒤집어 이번엔 무죄를 받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증인의 진술이 1심과 2심서 엇갈리고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심서 무죄를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항소심서 무죄를 받으면 새누리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대망론’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홍 지사는 “대통령 선거 출마는 모든 정치인의 로망”이라고 말해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홍 지사가) 항소심서 무죄를 받는다면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새누리당 대권주자 대부분이 탈당한 상태라 만약 홍 지사가 새누리당 경선에 출마한다면 그를 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 지사 측 정장수 비서실장은 “재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 (홍 지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오로지 도정에 전념하며, 재판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만 밝힐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