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궁금해하는 범털들의 옥중생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09:39:26
  • 호수 1100호
  • 댓글 0개

버릇 못 고치고 감옥서도 ‘떵떵’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지난해부터 이른바 ‘범털’들이 쏟아져 나왔다. 돈 혹은 권력을 가진 수감자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 하지만 이들 범털은 감옥에서도 잘 나간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을 뒤흔들다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선고 받은 범털들의 구치소 생활기를 따라가 봤다.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범털’은 죄수들의 은어로 돈 많고 지적 수준이 높으며 권력을 가진 범죄자를 의미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 실질 검사를 받기 위해 밤을 새우고 15시간 만에 나온 서울구치소는 범털 집합소로 유명하다. 경기도 의왕시에 자리한 서울구치소는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 등 거물급 인사가 주로 거쳐 가는 곳이다.

실세집합소
서울구치소

지난 정권 실세였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기업 범죄에 연루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서울구치소에 갇힌 채 수사와 재판을 받았으며 최근엔 진경준 전 검사장도 수용된 바 있다.

사회적 지위만큼 범털들은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수많은 특혜가 따른다. 다른 수감자들과 달리 1인실서 혼자 지내는가 하면,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변호사 접견 등을 할 수 있다. 교도소 측에서 제공한 특별 온수로 목욕까지 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동안 교도소가 범털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의혹은 수도 없이 많이 나왔다.

범털 외에도 죄수들을 뜻하는 은어들은 많다. 범털의 반대말로 돈이나 뒷줄이 없는 일반 재소자를 ‘개털’이라고 한다. 개털은 때론 ‘법자’(법무부의 자식)라는 말로도 통용된다. 범털이 있는 방을 ‘범털방’이라 하고, 개털방 대신 살인범이나 강도범 등 흉악범을 가둔 방을 ‘쥐털방’이라고 한다.
 


‘깃털’도 자주 쓰인다. 깃털은 어떤 사건이나 주범이 아닌 종범(從犯)이라는 의미로 큰 사건이 발생할 때 핵심인물인 몸통의 존재를 아는 관련자들을 뜻한다.

그들만 특별대우? 구치소 내 특혜 의혹
매일 변호사 접견…별도 온수로 목욕까지

지난해 ‘정운호 게이트’의 주인공인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범털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는 지난달 13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정 전 대표는 2014∼2015년 ‘재판 결과가 잘 나오게 해달라’며 김수천 전 부장판사에게 차량 등 금품 1억5000여만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정 전 대표는 100억원대 해외 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수감됐다. 당시 정 전 대표는 교도관들에게 막말을 하며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2월 정 전 대표는 서울구치소에서 소란을 피우다 교도관들의 지적을 받았다. 이때 정 전 대표는 교도관들에게 “밖에선 눈도 못 마주칠...”이라는 등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하며 몸을 밀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당시 직무 방해 혐의로 독방 2주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현재 교도소 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대표의 한 지인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정 전 대표 성격이 털털한데 수감자들에게 ‘자기’ ‘자기’라고 하며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1인실서 혼자
독방사용 누려

정 전 대표는 돈 없는 수감자들에게 생활용품 등을 사주는 선행(?)까지 베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범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 이사장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과 추징금 14억4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이사장이 2007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롯데백화점·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총 14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를 유죄로 인정했다. 롯데백화점 내 초밥 매장이 들어가게 해주는 대가로 업체 A사로부터 4개 매장의 수익금 일부를 정기적으로 받아 총 5억9000여만원을 챙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또 아들 명의를 내세워 자신이 실제로 운영하던 유통업체 B사를 통해 롯데면세점 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위치를 목 좋은 곳으로 옮기거나 유지해주는 대가로 총 8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B사를 내세워 그룹 일감을 몰아받아 거액의 수익을 올리거나 일하지 않는 자녀에게도 급여를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도 실제 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일부 액수를 제외하고 유죄로 인정됐다.

신 이사장은 여전히 교도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법원의 영장심사에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통곡’에 가까울 정도로 격하게 눈물을 호소했다. 당시 신 이사장은 심사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다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법정을 떠났다.

영치금 4만원
생수 사 마셔

구속 당시 신 이사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방을 썼는데 이런 생활에 적응하는 데 한동안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령인 데다 처음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된 것에 망연자실하며 부적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수감된 범털로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꼽을 수 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을 농단한 주범으로 현재 구속된 상태다. 그런 최씨에게 구치소에 수감되자마자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최씨가 구치소에서 각종 특혜를 받고 있다는 다수의 증언도 나왔다.

최씨는 지난해 10월31일 밤 긴급체포돼 두 평도 채 안 되는 독방에 수감됐지만 갖가지 특혜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 수용자들은 식료품 구입 등에 쓸 수 있는 영치금 한도가 하루 4만원이지만 최씨는 제한을 받지 않았다.

1병 밖에 살 수 없는 생수도 2∼3개 또는 필요할 때마다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용 인원이 3000여명에 이르는 서울구치소는 운반 사정을 감안해 생수 공급 물량을 1인당 1병으로 제한하고 있다.


최씨가 독방을 쓰는 것도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구치소 내부 규정에 따르면, 공황장애가 있는 수용자는 독방생활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주로 8명이 공동 사용하는 방에 수감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지시한 의혹이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 등 현 정권 최고 실세들도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지난달 20일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최순실 수사받느라 정신없어
정운호 적응 못하다 잘 지내
신영자 줄곧 건강문제 호소

이들은 6.56m²의 작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접이식 침대와 TV, 작은 책상이 놓여있고, 한편엔 변기가 마련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독거실 바닥엔 열선이 깔려있지만, 추운 날씨 탓에 창문엔 고드름이 맺힐 정도다.

밖에선 최고 권력을 누렸지만 현재는 1400원짜리 밥을 먹으며 설거지도 스스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수 목욕은 주 2회로 제한되고, 커피나 차를 타 마실 수 있는 따뜻한 물도 일정량만 주어진다고 한다.이런 환경 탓에 김기춘 전 실장은 구속 다음 날부터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조 전 장관은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적 없다. 문체부장관은 꼭 해보고 싶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조심해가며 반듯하게 살았다”며 “문체부 장관으로서 본연의 업무가 너무 바빠서 블랙리스트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외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국정조사 특위의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차은택, 안종범 등이 구매 및 반입한 물품들의 내역을 공개했다.

차은택은 지난해 12월19일, 24일 도서 20권 (영어, 추리소설 등)을 반입했다. <영어단어 무작정 따라하기> <영단기 영문법> <능률 롱맨 영어사전> <가면산장 살인사건> <데드 맨>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이다. 서적 목록을 통해 영어 공부에 관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추가적으로 영치금 총 51만8480원으로의류 31만9190원, 생활용품 6만원을 지출했다.

너도나도
공황장애

안종범 전 수석은 두 사람과 달리 서울 남부 구치소에 갇혀있다. 영치금 총 31만4510원으로 <문명의 충돌> 등 정치, 경제도서 4권을 반입했다. 지난달 8일 본인의 신장암 진단서, 당뇨병 소견서, 9일에는 당뇨병약 180일 분과 공황장애 처방약 60일 분, 22일에는 사마귀 치료제 배루말액을 반입해 현재 건강상태를 구치소 주치의에게 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검 수사 중간점검

국정 농단 사건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을 한달 정도 남겨두게 됐다. 70일로 보장된 1차 수사의 기한은 이번달 28일까지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달려온 특검팀의 중간수사 결과를 보면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지난해 12월21일 본격 수사 이후 박 대통령 뇌물죄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청와대 비선진료, 이화여대 입시, 학사 비리 등 다양한 수사를 동시에 진행해왔다. 구속된 피의자가 총 10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박영수 특검이 넘어야 할 험난한 산은 아직 많다. 우선 박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 일은 특검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난제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이 예고대로 내달 초 이뤄질지 관심을 끈다. 앞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이 얼마나 진전된 내용을 내놓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