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위기②불황 탈출 몸부림

정부·기업·국민 삼위일체 ‘돌격 앞으로’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디플레이션 공포가 국내에 엄습하면서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정부는 “섣부른 진단”이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물밑에선 장기 불황의 불씨를 끄기 위한 진화 작업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싹을 완전히 자르겠다는 복안. 정부의 자구책에 기업도 장단을 맞추고 있다. 디플레이션 가정시 직격탄이 예상되는 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들도 자발적으로 나라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는 형국이다.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에 물가하락을 동반한다. 즉 소비가 급감한다는 얘기다. 기업으로선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고용, 투자 등의 경제 전반이 위축되고 다시 소비가 급감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야기되는 대목이다.
재계의 불황 탈출 자구책은 ‘공격 경영’으로 압축된다. 대내외 환경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지만 투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 이들 기업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와 달리 자신감도 넘친다.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경제 위축 악순환 위기
“경기부양 조치 절실”

한화그룹은 ‘위기는 곧 기회’라며 공격 경영으로 과감한 베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1백% 늘어난 2조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올해 핵심 경영과제로 공격 경영을 화두로 던진 한화그룹은 투자와 채용 확대, 대우조선 인수 등 공격 경영의 강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 창립 56주년을 맞아 공격 경영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창립 기념사에서 “어둠이 걷히기만 기다리지 말고 어둠 속에 길을 떠나 새벽녘 기회의 강을 건너자”며 “바람이 불면 바람을 업고 더 빨리 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돌격 앞으로’를 선언했다. 그동안 고집해온 ‘구두쇠경영’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해외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하반기에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외자유치를 통해 국내 최고층의 잠실 제2롯데월드와 국내외 호텔과 리조트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엔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천5백여 중소 협력업체와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이 자리에서 1천억원대의 자금지원과 납품대금 1백% 현금성 결재를 약속했다.
김상후 롯데제과 대표는 “협력회사와의 지속적인 상생협력 없이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할 수 없다”며 “이번 공정거래협약 체결로 롯데그룹과 협력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재계는 지난 9월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약속한 1백조원의 투자와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린 8만여명의 신규 고용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어려울 때 투자를 늘리는 공격적 경영에 나서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22조4천억원)보다 25% 정도 늘어난 27조8천억원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하반기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해 대졸사원 7천5백여명을 포함해 총 2만5백여명을 채용할 고용 부문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그룹 전체 투자규모를 11조원으로 확정한 현대·기아차그룹도 기존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 지난 8월까지 이미 5조3천억원을 투자했다. 4천3백여명의 채용 목표를 세운 현대·기아차그룹은 상반기에 2천여명을 뽑았고, 하반기에 나머지 2천3백여명의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LG그룹의 올해 투자 계획은 사상 최대 규모인 11조3천억원. 역시 국내외 투자 목표를 수정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5천5백명의 고용을 내세운 LG그룹은 상반기 2천6백명에 이어 하반기에 2천9백명을 채울 생각이다. SK그룹과 포스코, CJ그룹 등 30대 그룹도 당초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처럼 기업의 투자와 고용 의지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 상반기 기업의 시설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17%나 늘었다.
전경련이 지난 8월 6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상반기 시설투자 실적 및 하반기 계획’을 조사한 결과 시설투자는 45조8백74억원으로 지난해 38조5천9백7억원에 비해 16.8% 증가했다. 30대 그룹의 경우 20.4% 증가한 29조1천2백48억원에 이르렀다.

전경련 측은 “기업환경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들의 시설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하반기에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6백대 기업의 연간 총 시설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26% 증가한 1백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반기에 45조1천억원이 이미 쓰였고 하반기에 55조1천억원의 시설투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올해 신규 채용도 전년 대비 12.1% 늘어나고, 총취업자수가 4.0%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에만 지난해 동기 대비 15.4% 늘어난 2만3천5백91명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하반기엔 8.1% 늘어난 1만7천8백13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디플레이션 위기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하는 조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 시중에 돈이 풀리면 금리는 낮아진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업과 은행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금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6월 10조원대 ‘서민생활안정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지난 19일 외화 및 원화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은행 대외 차입 지급 보증 ▲3백억 달러 추가 공급 ▲장기 보유 주식과 적립식 펀드 세제 지원 ▲중소기업 지원 등으로 구분된다.

“돈·사람 고이면 썩는다”
재계, 투자·채용 확대

 
정부는 논란이 돼 왔던 은행의 대외 채무에 대해 총 1천억 달러까지 지급 보증을 해 주기로 결정했다. 또 외화시장 안정 대책으로 3백억 달러 추가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주식시장 안정 대책으론 펀드자산의 60% 이상을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를 3년 이상 불입(연간 1천2백만원 한도)할 경우 일정비율 소득공제하고, 배당소득에 대해서도 비과세하기로 했다. 정부는 펀드 세제 혜택으로 증권·채권 시장에 약 10조원 정도의 자금 유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어 실물경제를 위한 각종 대책도 내놨다. 지난 21일 발표된 ‘건설지원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최대 9조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의 미분양 주택과 보유토지를 공공기관에서 매입하는 등의 방식이다. 구체적인 지원 부문은 건설사 미분양주택 환매조건부 매입 2조원, 공동택지 계약해제 허용 2조원, 건설사 보유토지 매입 3조원 등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대출 규제 완화와 수도권 전역의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도 해제키로 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건설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초래 지적에 대해 “그동안 건설회사가 너무 많이 생겼는데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병행해 방만한 경영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전이 막는다”
잇달아 ‘안정대책’발표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대책도 나왔다. 각 은행들은 ‘중소기업 유동성 위기 종합대책반’을 구성, 금융 지원 등 종합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여력 확충을 위해 기업은행에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단행한다. 이 경우 중소기업의 대출여력이 약 12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특히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실물경제 전이를 차단하기 위해 물가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일 ‘제12차 물가 및 민생안정 차관회의’에서 환율에 민감한 ‘특별점검 대상품목’을 선정하기로 했다. 대상품목은 휘발유, 밀가루, 설탕, 소고기 등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효과가 큰 30개 내외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품목별 소관부처와 재정부, 국세청 등이 참여하는 ‘정부합동 현장점검단’을 운영해 가격동향, 환율전가, 유통구조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환율상승 효과를 반영한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앞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이를 반영해 가격인하를 하는지 여부를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감시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물가 안정”이라며 “가격인상 요인이 없는데도 환율상승을 빌미로 편승 인상하는 경우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눈에 띄는 점은 IMF 당시처럼 나라살리기에 국민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1997년 ‘금모으기 운동’과 비슷한 ‘달러모으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

부산은행은 부산시민들을 상대로 ‘외화통장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시작한 지 불과 5일 만인 지난 17일까지 4천2백만 달러가 모였다. 부산은행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 지금 추세라면 1억불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에서 달러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농협은 지난 6일부터 일주일 만에 8억달러에 이르는 외화를 확보했다. 지난 8일부터 ‘범국민 외화모으기 운동’을 시작한 기업은행도 지난 15일 현재 3천만 달러가 모였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각각 1억달러, 6백만달러를 유치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 때문에 달러를 사재기하는 기업이나 국민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달러를 갖고 있으면 환율이 올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기업과 사람이 있는데 국가가 어려울 때 개인의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공포에 ‘아직’이란 단어를 붙인다.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이 디플레이션과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경고를 빼놓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완전한 삼위일체만이 경제 환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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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