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반문주자’ 불안한 안보관 비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31 11:42:48
  • 호수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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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18개월 카드 ‘먹힐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드 배치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 잠룡들은 연일 맹공을 퍼부으며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문 전 대표와 반문주자들의 안보관을 비교해봤다.

지난해 7월 국방부는 경북 성주에 기습적인 사드(THAAD) 배치를 발표했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는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성주 군민들은 집단 반발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정치권의 사드 배치에 대한 갑론을박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거론한 지 2달여 흐른 지난해 9월9일 북한은 보란 듯이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지형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문-반-안
사드 OK?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지율 정체 국면을 극복하고 지지율을 30%대로 높이면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귀국과 동시에 연일 엇박자·논란 횡보를 보이면서 민심은 문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의식한 듯 여야 잠룡들은 앞다퉈 문 전 대표의 안보관 비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현 안보 상황의 중요 키워드는 사드(북핵), 군대, 한미동맹 등이 꼽힌다. 우선 정치권에 논쟁을 일으키고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된 사드에 대해 지난달 15일,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문제는 (앞으로 진행을)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미 합의가 이뤄진 걸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9일 “사드 배치 절차를 중단하고,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며 조기 배치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명확히 했던 점을 미뤄볼 때 본인의 입장을 180도 뒤바꾼 셈이다. 기존 ‘재검토’ 입장에서 ‘합의 유지’선까지 후퇴하자 정치권은 일제히 문 전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며 “국민 편에 서는 정치인이라면 누구 앞에서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문 전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사드는 2500만 인구가 사는 수도권 방위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더구나 우리가 경제적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심각한 관계 악화를 초래할 뿐”이라고 사드 배치 반대를 분명히 했다.

문, 연일 오락가락…말 바꾼 이유는?
이재명-박원순 본격적 문 헐뜯기 시작

이재명 성남시장도 문 전 대표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이 시장은 “사드 관련 문 대표님 입장이 당초 설치 반대에서 사실상 설치 수용으로 왜 바뀌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운명에 지대한 영향이 있는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건 국민 특히 야권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 역시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상태다.

국민의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도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드 불가피론’을 내세웠다. 안 전 대표는 “외교·안보의 판단 기준은 국익이 우선 돼야 한다. 일단 정부 간에 약속한 협약을 다음 정부에서 완전히 뒤집는 건 힘들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 복귀해 대선 행보를 보이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23일 사드와 관련해 “현재 남한은 북한과 계속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고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고, 무기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른정당서 몸을 풀고 있는 유승민 의원도 사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 5일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사드 한반도 배치를 논의한 데 대해 “매국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국회서 열린 창당 준비위 회의에서 “사드는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고,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군사주권, 또 국민주권에 해당하는 사안은 어떤 나라나 어떤 경우에도 타협할 수 없고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 모병제…
선심성 공약

군 복무기간 단축 문제도 안보의 중요 요소 중 하나다. 지난 17일 문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판 기자간담회서 군 복무기간과 관련해 “국방개혁방안에는 18개월까지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계획돼있다. 앞으로 18개월로 정착되면 장기간에 걸쳐 단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조금씩 (복무기간을) 줄여나가서 18개월에 맞추는 것인데 이명박정부서 22개월 선에서 단축이 멈췄다. 그러니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것은 원래대로 그렇게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병력에 대해서도 현재의 60만명 규모를 50만명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그의 저서에는 군 복무기간 18개월 단축을 넘어 1년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 잠룡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보다 파격적인 군 단축을 언급했다. 이 시장은 지난 17일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를 통해 선택적 모병제로 현재 21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10개월까지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병력을 13만명 줄여 50만명으로 하고, 10만명의 전문 전투병과 고가 고성능 장비 무기 담당 전문병사를 모병하자'는 주장이 담겨있다.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정면 비판했다.

지난 18일 전주를 방문한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군 복무기간 1년 단축은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같은 생각은 국방력에 대한 전박적인 생각 아래서 계획이 필요하다”며 “저출산·고령화로 군에 입대 가능한 젊은이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하게 군 복무기간 단축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군 문제에 가장 강경한 대선주자다. 유 의원은 지난 20일 대선을 앞두고 사병의 군 복무기간 단축이 잇따라 공약으로 나오는 데 대해 “병역법에 복무기간을 단축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유 의원은 창당준비위 회의에서 “제가 국방위원회에 8년 있으면서 복무기간 단축을 못하도록 병역법 개정안을 냈는데 국방부가 대통령 시행령으로 하겠다고 해서 통과시키지 않았다”며 “대선 때마다 3개월씩, 6개월씩 복무기간이 줄면 도저히 군대가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선 후보들, 특히 민주당 후보들은 자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국 대신
북한 선택?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잠룡들의 근본적인 남북문제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문 전 대표는 지난 17일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어딘들 못 가겠느냐. 지옥이라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북한부터 가겠다”는 자신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미국이냐 북한이냐 선택하라는 질문 자체는 참 슬픈 질문이자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의 오랜 우방이자 친구이며, 북한은 우리의 협상대상”이라며 “핵문제를 해결하고 역대 남북회의를 이행·실천할 수 있는 관계로 회복할 수 있다면 당연히 북한부터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성남시장은 지난 27일 집권 후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적대적인 국가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통일해야 할 상대”라며 “만나지 않고 무슨 이야기를 진척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모든 대화 채널이 끊기고, 적대 일변도의 정책으로 평화통일이 점점 멀어지는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새로운 지도자들이 만나서 서로 윈윈 하면서 상호공존할 수 있는 정책들을 진행시켜야 한다”며 “실무적 협의 수준이 아니라 정치 최고책임자들 결단을 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히 만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즉, 선 대화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귀국한 반 전 총장은 북한의 ‘비핵화 없인 대화도 없다’는 현 정부의 대북기조를 옹호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의 북핵 해법이 이전보다 더 강경보수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관훈클럽 간담회서 반 전 총장은 “남북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내가 유일하다. 대북압박을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복무 단축 대선 때마다 등장
집권후 미국 버리고 북한 먼저?

정가는 당시 발언을 두고 현 정부와 대북정책에 있어서 각을 세웠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박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따른 일련의 대응과 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해 기존 입장에서 선회했다.

현재 반 전 총장은 북한 대응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반 전 총장은 “북핵문제를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여기에 따르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즉, 자신만의 담론과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반해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대북 강경론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15년 3월 ‘5·24대북조치’ 해제를 두고 “북한이 도발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과 사과, 재발방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에서 5·24조치의 전면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24대북조치는 지난 2010년 3월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이명박정부가 같은 해 5월24일 내놓은 대북제재수단으로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 모든 지원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강경 기조를 보여온 유 의원은 최근에는 민주당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힐난했다. 지난 24일 유 의원은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야당의 안보관과 대북관이 불안한 대선 후보에게 국가를 맡기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사람,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문제를 김정일에게 물어보는 사람, 사드 도입에 반대했다가 5차 핵실험 뒤에는 말을 바꾸고 말 바꾸기가 일상인 그런 사람에게 국가 안보를 맡기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갈지자 행보
지지율 때문?

신율 명지대 교수는 최근 오락가락하는 문 전 대표의 안보관에 대해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중도 보수층을 잡아야 하다 보니 주요 현안에 대해 상대편 논리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문(문재인) 대 비문(비문재인) 구도의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은 핵심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문 전 대표를 비토하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2년 문-안 안보관 충돌 왜?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북한에 대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특히 금강산 관광재개 문제를 둘러싸고 두 사람은 설전을 벌였다. 야권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남북관계 개선 발전을 말하는데, 보면 이명박정부처럼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5·24조치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안 후보는 “잘못 아는 것 같다. 우리도 어떤 조건을 걸지 않는다. 먼저 대화를 하고, 그 대화를 통해서 예를 들어 금강산 관광은 재발방지 대책이 꼭 있어야 한다”며 “내 입장은 먼저 대화하고, 이를 통해 사과, 재발방지, 경제교류, 인도적 지원까지 다 협의를 하자는 거다”라고 말했다.

“안철수가 박근혜보다 더 보수적”
금강산 재개 놓고 ‘평행선’

이어 “일단 재개하면서 재발방지나 관광객 신변안전을 보장받자는 데 동의하느냐”는 문 후보의 질문에 안 후보는 “그렇지 않다. 먼저 대화를 통해 최소한의 방지책을 약속받은 다음 재개할 수 있다”며 “현정은 회장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두 약속한 것으로 관광객 신변 보장이 되었나”라고 비꼬았다.

두 사람의 충돌에 대해 김연철 교수는 '18대 대선의 통일·외교 분야 정책 비교와 평가'에서 안 후보 측이 안보를 중시하고, 보수적인 국방정책을 발표하면서 중요한 차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박근혜 후보조차 선거 막바지에 받아들인 복무기간 18개월 단축안에 대해 안 후보 측만 반대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국방안보 정책만 보면, 안철수 후보 측의 공약들은 박근혜 후보와 유사하거나 혹은 더 보수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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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