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반문주자’ 불안한 안보관 비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31 11:42:48
  • 호수 1099호
  • 댓글 0개

군대 18개월 카드 ‘먹힐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드 배치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 잠룡들은 연일 맹공을 퍼부으며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문 전 대표와 반문주자들의 안보관을 비교해봤다.

지난해 7월 국방부는 경북 성주에 기습적인 사드(THAAD) 배치를 발표했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는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성주 군민들은 집단 반발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정치권의 사드 배치에 대한 갑론을박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거론한 지 2달여 흐른 지난해 9월9일 북한은 보란 듯이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지형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문-반-안
사드 OK?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지율 정체 국면을 극복하고 지지율을 30%대로 높이면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귀국과 동시에 연일 엇박자·논란 횡보를 보이면서 민심은 문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의식한 듯 여야 잠룡들은 앞다퉈 문 전 대표의 안보관 비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현 안보 상황의 중요 키워드는 사드(북핵), 군대, 한미동맹 등이 꼽힌다. 우선 정치권에 논쟁을 일으키고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된 사드에 대해 지난달 15일,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문제는 (앞으로 진행을)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미 합의가 이뤄진 걸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9일 “사드 배치 절차를 중단하고,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며 조기 배치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명확히 했던 점을 미뤄볼 때 본인의 입장을 180도 뒤바꾼 셈이다. 기존 ‘재검토’ 입장에서 ‘합의 유지’선까지 후퇴하자 정치권은 일제히 문 전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며 “국민 편에 서는 정치인이라면 누구 앞에서라도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문 전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사드는 2500만 인구가 사는 수도권 방위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더구나 우리가 경제적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심각한 관계 악화를 초래할 뿐”이라고 사드 배치 반대를 분명히 했다.

문, 연일 오락가락…말 바꾼 이유는?
이재명-박원순 본격적 문 헐뜯기 시작

이재명 성남시장도 문 전 대표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이 시장은 “사드 관련 문 대표님 입장이 당초 설치 반대에서 사실상 설치 수용으로 왜 바뀌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운명에 지대한 영향이 있는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건 국민 특히 야권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 역시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상태다.

국민의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도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드 불가피론’을 내세웠다. 안 전 대표는 “외교·안보의 판단 기준은 국익이 우선 돼야 한다. 일단 정부 간에 약속한 협약을 다음 정부에서 완전히 뒤집는 건 힘들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 복귀해 대선 행보를 보이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23일 사드와 관련해 “현재 남한은 북한과 계속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고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고, 무기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른정당서 몸을 풀고 있는 유승민 의원도 사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 5일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사드 한반도 배치를 논의한 데 대해 “매국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국회서 열린 창당 준비위 회의에서 “사드는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고,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며 “군사주권, 또 국민주권에 해당하는 사안은 어떤 나라나 어떤 경우에도 타협할 수 없고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 모병제…
선심성 공약

군 복무기간 단축 문제도 안보의 중요 요소 중 하나다. 지난 17일 문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판 기자간담회서 군 복무기간과 관련해 “국방개혁방안에는 18개월까지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계획돼있다. 앞으로 18개월로 정착되면 장기간에 걸쳐 단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조금씩 (복무기간을) 줄여나가서 18개월에 맞추는 것인데 이명박정부서 22개월 선에서 단축이 멈췄다. 그러니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것은 원래대로 그렇게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병력에 대해서도 현재의 60만명 규모를 50만명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그의 저서에는 군 복무기간 18개월 단축을 넘어 1년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본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 잠룡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보다 파격적인 군 단축을 언급했다. 이 시장은 지난 17일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를 통해 선택적 모병제로 현재 21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10개월까지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병력을 13만명 줄여 50만명으로 하고, 10만명의 전문 전투병과 고가 고성능 장비 무기 담당 전문병사를 모병하자'는 주장이 담겨있다.

국민의당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정면 비판했다.

지난 18일 전주를 방문한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군 복무기간 1년 단축은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같은 생각은 국방력에 대한 전박적인 생각 아래서 계획이 필요하다”며 “저출산·고령화로 군에 입대 가능한 젊은이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하게 군 복무기간 단축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군 문제에 가장 강경한 대선주자다. 유 의원은 지난 20일 대선을 앞두고 사병의 군 복무기간 단축이 잇따라 공약으로 나오는 데 대해 “병역법에 복무기간을 단축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유 의원은 창당준비위 회의에서 “제가 국방위원회에 8년 있으면서 복무기간 단축을 못하도록 병역법 개정안을 냈는데 국방부가 대통령 시행령으로 하겠다고 해서 통과시키지 않았다”며 “대선 때마다 3개월씩, 6개월씩 복무기간이 줄면 도저히 군대가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선 후보들, 특히 민주당 후보들은 자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국 대신
북한 선택?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잠룡들의 근본적인 남북문제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문 전 대표는 지난 17일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어딘들 못 가겠느냐. 지옥이라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북한부터 가겠다”는 자신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미국이냐 북한이냐 선택하라는 질문 자체는 참 슬픈 질문이자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의 오랜 우방이자 친구이며, 북한은 우리의 협상대상”이라며 “핵문제를 해결하고 역대 남북회의를 이행·실천할 수 있는 관계로 회복할 수 있다면 당연히 북한부터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성남시장은 지난 27일 집권 후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적대적인 국가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공존하고 평화적으로 통일해야 할 상대”라며 “만나지 않고 무슨 이야기를 진척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모든 대화 채널이 끊기고, 적대 일변도의 정책으로 평화통일이 점점 멀어지는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새로운 지도자들이 만나서 서로 윈윈 하면서 상호공존할 수 있는 정책들을 진행시켜야 한다”며 “실무적 협의 수준이 아니라 정치 최고책임자들 결단을 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히 만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즉, 선 대화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귀국한 반 전 총장은 북한의 ‘비핵화 없인 대화도 없다’는 현 정부의 대북기조를 옹호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의 북핵 해법이 이전보다 더 강경보수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관훈클럽 간담회서 반 전 총장은 “남북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내가 유일하다. 대북압박을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복무 단축 대선 때마다 등장
집권후 미국 버리고 북한 먼저?

정가는 당시 발언을 두고 현 정부와 대북정책에 있어서 각을 세웠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박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따른 일련의 대응과 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해 기존 입장에서 선회했다.

현재 반 전 총장은 북한 대응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반 전 총장은 “북핵문제를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여기에 따르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즉, 자신만의 담론과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반해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대북 강경론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15년 3월 ‘5·24대북조치’ 해제를 두고 “북한이 도발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과 사과, 재발방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에서 5·24조치의 전면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24대북조치는 지난 2010년 3월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이명박정부가 같은 해 5월24일 내놓은 대북제재수단으로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 모든 지원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강경 기조를 보여온 유 의원은 최근에는 민주당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힐난했다. 지난 24일 유 의원은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야당의 안보관과 대북관이 불안한 대선 후보에게 국가를 맡기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사람,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문제를 김정일에게 물어보는 사람, 사드 도입에 반대했다가 5차 핵실험 뒤에는 말을 바꾸고 말 바꾸기가 일상인 그런 사람에게 국가 안보를 맡기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갈지자 행보
지지율 때문?

신율 명지대 교수는 최근 오락가락하는 문 전 대표의 안보관에 대해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중도 보수층을 잡아야 하다 보니 주요 현안에 대해 상대편 논리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문(문재인) 대 비문(비문재인) 구도의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은 핵심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문 전 대표를 비토하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2년 문-안 안보관 충돌 왜?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북한에 대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특히 금강산 관광재개 문제를 둘러싸고 두 사람은 설전을 벌였다. 야권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남북관계 개선 발전을 말하는데, 보면 이명박정부처럼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5·24조치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안 후보는 “잘못 아는 것 같다. 우리도 어떤 조건을 걸지 않는다. 먼저 대화를 하고, 그 대화를 통해서 예를 들어 금강산 관광은 재발방지 대책이 꼭 있어야 한다”며 “내 입장은 먼저 대화하고, 이를 통해 사과, 재발방지, 경제교류, 인도적 지원까지 다 협의를 하자는 거다”라고 말했다.

“안철수가 박근혜보다 더 보수적”
금강산 재개 놓고 ‘평행선’

이어 “일단 재개하면서 재발방지나 관광객 신변안전을 보장받자는 데 동의하느냐”는 문 후보의 질문에 안 후보는 “그렇지 않다. 먼저 대화를 통해 최소한의 방지책을 약속받은 다음 재개할 수 있다”며 “현정은 회장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두 약속한 것으로 관광객 신변 보장이 되었나”라고 비꼬았다.

두 사람의 충돌에 대해 김연철 교수는 '18대 대선의 통일·외교 분야 정책 비교와 평가'에서 안 후보 측이 안보를 중시하고, 보수적인 국방정책을 발표하면서 중요한 차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박근혜 후보조차 선거 막바지에 받아들인 복무기간 18개월 단축안에 대해 안 후보 측만 반대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국방안보 정책만 보면, 안철수 후보 측의 공약들은 박근혜 후보와 유사하거나 혹은 더 보수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