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도둑’ 리셀러를 아십니까?

20만원짜리 신발이 60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산 물건을 되파는 ‘리셀러(Reseller)’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되팔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물건을 구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 하지만 리셀러들은 정당한 경제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셀러란 한정판 제품 등 인기 있는 상품을 비싸게 되팔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람을 말한다. 시간과 정보만 있으면 리셀(resell)을 할 수 있고 투자하는 돈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리셀러의 대부분은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가 수십배

리셀 상품은 의류, 레고, 전자제품 등부터 팬 사인회 대기 순서 등 무형의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리셀러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입장과 리셀은 정보와 노력을 투자하는 정당한 이윤 추구 행위이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최근 직장인 김모(28)씨는 한 커피전문점 한정품을 사면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사재기를 위해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온 것. 한 사람이 사재기하면서 줄 서 있던 사람들 중 다수가 물건을 구입하지 못했다. 해당 제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 중고 사이트서 정상가의 2배를 넘는 금액으로 재판매됐다.

이모(34)씨는 최근 유명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 예매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 예매가 종료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온라인 중고 사이트 등을 통해 티켓을 구매하려고 했으나 판매가가 당초 정상가의 3배에 달해 포기했다.


사회적 이슈가 됐던 허니버터칩 품귀현상의 배경에도 리셀러들이 있었다. 당시 한 달 동안이나 닥치는 대로 편의점과 수퍼마켓을 모조리 뒤지고도 허니버터칩을 찾지 못했던 회사원 김모(30)씨는 결국 중고물품 카페서 한 봉지를 6000원에 샀다.

택배비 4000원까지 포함하면 정가 1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를 1만원에 맛본 셈이다. 김씨는 “심지어 아르바이트생에게 입고 날짜까지 물어본 뒤 찾아갔지만 판매대가 늘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서 산 물건 되파는 중간상인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시장 교란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판매 전문 온라인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SNS에서는 전문 리셀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재판매 대상은 과거 유명 브랜드 의류, 신발 등에서 최근에는 장난감, 식료품 등으로 다양해졌다. 특히 신발 등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재판매가 가장 활발하다.

일부 상품은 정상가의 수십 배에 재판매되고 있다. 실제 미국 유명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나이키와 협력해 만든 신발 ‘나이키 에어 이지Ⅱ레드 옥토버’는 20만∼30만원 수준으로 발매됐지만 현재 리셀러를 통해 400만∼600만원대에 재판매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본인이 사용하다 활용가치가 떨어진 물건을 재판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되팔 목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는 봇(bot)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물건을 자동 구매하거나 티켓을 예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 구매자가 예약 등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봇은 ‘조던봇’ ‘슈프림봇’ 등 인기 품목에 맞춰 세분화돼 있으며 유명 판매사이트에도 적용할 수 있다.


경력 10년의 리셀러 김모(29)씨는 “봇을 돌리면 발매 시점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동시 접속해 사이트가 마비돼도 여유 있게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을 수 있다”며 “프로그램 구입에 500만∼1000만원가량 들지만 이를 회수하는 데 1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일부 리셀러들은 가격 담합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중고 조던 운동화를 판매하려던 A씨는 리셀러들로부터 날벼락을 맞았다. A씨는 “중고라 정가에 내놓는다는 글을 올렸더니 리셀러들로부터 ‘왜 시세를 낮춰 장사를 방해하느냐’는 협박성 쪽지 폭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일부 리셀러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2년차 리셀러 이모(30)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리셀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노력을 통해 공정하게 얻은 기회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수요가 있어 공급하는 것인데 수익률이 높아 사람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이어 “간혹 되팔기에 실패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는데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인식하면 될 듯하다”며 “되팔기를 정당한 경제활동으로 인식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리셀러의 극성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일부 업체들이 리셀러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소비자 전체의 이익에서 본다면 다른 소비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는 리셀러 활동은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리셀러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일부 기업들이 이를 마케팅에 이용, 방관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자율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의류, 레고…사인회 대기 순서도
“피해 입는다” vs “정당한 행위”

리셀러들로 인해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자 판매업체들도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일명 ‘발망 대란’을 일으킨 H&M 관계자는 “일부 리셀러들은 짧은 시간에 매장 물건을 싹쓸이하느라 바닥에 물건을 늘어놓거나 이를 제지하는 직원과 언쟁을 벌이는 등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며 “내년부터는 판매 매장 수나 품목제한 등의 방법을 동원해 문제점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키는 최근 매장 앞 장사진을 친 구매 행렬을 막기 위해 아예 온라인 추첨제를 국내에 도입했다.

제일 큰 문제는 리셀러들이 온라인 시장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으나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과세당국은 재판매 행위도 부가세 부과 대상에 해당하지만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SNS 등 온라인을 통해 거래하는 리셀러의 속성상 적발이 어려워 사실상 과세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재방법 없나?

한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리셀러들은 정식 사업자가 아닌 탓에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판매업체가 애초에 한정 상품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구매를 제한하고 소비자 스스로 리셀러들의 터무니 없는 가격 요구를 외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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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