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3 생존게임 돌입 내막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봐주소~

차기 대권과 관련,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난 이들이 정치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은 낮은 지지율과 존재감 부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더 높이 뛰어 오르기 위해 한껏 몸을 움츠리고 ‘내공’을 쌓고 있는 것. 4월을 맞아 한층 공격적으로 대권행보에 나선 이들의 뒤를 따라가 봤다.  


차기 대권구도서 잊혀진 정몽준·정세균·정동영 
“나도야, 간다” 목소리 키우고 발걸음 늘리고

차기 대선주자들 중에서도 일거수일투족에 정치권의 시선을 집중되는 이들이 있다.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서 선두에 서 있는 박근혜 전 대표나 당대표 선출을 기점으로 정치 전면으로 나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이자 4·27 분당을 재보선에 직접 뛰어든 손학규 대표가 그들이다.

이들은 최근 차기 대선주자 관련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30.4%, 유 대표가 15.7%, 손 대표가 8.5%의 지지를 받으며 1~3위를 휩쓸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위 활동과 동남권 신공항 발언 등으로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고, 유 대표와 손 대표는 4·27 재보선과 정치 현안을 두고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에 가려 빛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중 몇몇 차기 대선주자들이 도약을 노리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최근 해외 방문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한미의원외교협의회 회장을 맞고 있는 정 전 대표는 지난달 21일 여야 의원 7명과 미국을 찾아 미국 유력 인사들과 한미 FTA와 북핵문제,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한 논의를 하고 돌아왔다.

그늘 진 대권가도

이들은 이번 방문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를 방문해 미국 내 북한 관련 전문가들과 북핵 문제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한미동맹과 동북아 안보’를 주제로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헤리티지재단, 뉴욕의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및 코리아소사이어티 등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및 전문가 단체와 세미나도 개최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얻어왔다. 정 전 대표의 이번 해외일정으로 대권 행보에도 박차를 가하게 됐다. 정 전 대표와 함께 방미했던 민주당 김효석, 박영선 의원이 “정 전 대표가 국제무대에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MJ의 외교파워를 실감했다”며 ‘A+’를 준 것.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 앞에서 강점인 국제외교에서의 영향력을 자연스레 드러냈다는 평이다. 

정 전 대표는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달 29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한국의 새로운 안보패러다임’을 주제로 한 강연에 앞서 사회자가 자신을 대권 후보로 거론하자 “다음에 올 때는 대통령으로서 오겠다”며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내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귀국 후 정 전 대표는 더욱 바빠졌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정치권이 떠들썩하던 지난 1일 ‘위선이 아닌 용기의 정치로’라는 논평을 통해 “정치인은 용기라는 덕목을 지녀야 하며 표를 얻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표를 넘어선 용기, 더 큰 국익을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며 “속으로는 철저한 표 계산을 하면서 국민에 대한 신뢰로 포장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박 전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재보선 후보 결정과정은 한나라당의 위기를 드러낸 과정이었다”면서 “국민들을 위한 반듯한 후보를 뽑는 과정이었는지, 권력투쟁의 과정이었는지, 걱정들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하며 현실정치에 대한 날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의 고질적인 정체성 위기의 최악 상태는 의원 한 명 한명이 친이 아니면 친박이라고 언론에 의해 분류되고 있는 상태”라고 꼬집으며 “한나라당의 존재이유,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 정당으로서 존재하는지, 무슨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인지, 심각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대표는 지난 7일 강원대학교를 찾아 ‘우리의 꿈 그리고 희망’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같은 날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은 싱크탱크를 출범했다. 정 최고위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시대’는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대회의실에서 공식 출범했다.

서두르지 않는 한걸음

김수진 교수,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이 공동 대표를 맡았으며, 정 최고위원은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 한명숙 전 총리, 성유보 전 방송평가위원장, 박범신 교수 등과 함께 고문에 자리했다.

이 외에도 김선화 교수(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송기도 교수(전 콜럼비아 대사), 윤성식 교수(전 정부혁신지방분권 위원장), 고형일 교수(전 한국교육개발원장), 김수곤 전 전북대총장, 이우선 성신여대 대학원장, 고창훈 제주대 교수, 이남순 전 한국노총위원장, 권재철 전 청와대 노동비서관, 류희인 전 NSC 사무차장,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정책위원으로 참여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성장의 원천을 중소기업, 서민·중산층으로부터 찾아 사회 전체로 확산시켜야 한다”면서 ‘분수 경제론’을 주장했다.

그는 사회 양극화의 원인으로 현재 경제정책을 ‘낙수경제’라 규정한 뒤 “박 전 대표의 ‘줄푸세’ 정책도 낙수경제에 기초하고 있다”며 “줄어든 세금으로 재정압박까지 초래해 복지확대가 불가능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시대는 분수경제의 담론 확대와 구체적인 정책개발을 위해 주제별, 지역별로 토론회를 개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발걸음은 조용히, 그러나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몇 달간 곳곳에서 ‘복지’에 대한 강연을 가졌으며, 4·27 재보선 지원 중 시간이 날 때마다 노동 현장을 찾고 있다.

정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정 최고위원의 행보는 ‘복지, 노동, 야권통합’ 세 가지로 압축 된다”면서 “강연을 통해 복지에 대한 주장을 알리고 있으며, 진짜 복지인지 가짜 복지인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한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상임위를 환노위로 옮긴 만큼 상임위와 현장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한 2012 총선·대선과 관련, 야권통합에 대한 부분에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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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