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재단-폭력조직 결탁설’ 소문과 진실

박근혜-박근령 자매 싸움, 조폭이 정리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논란의 중심인 ‘박근혜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 육영재단과 얽힌 사건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이 사건에 조폭들이 수시로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얼마 전 공개된 육영재단 사건의 동영상에서도 그 정황을 찾을 수 있다. <일요시사>에서 그들의 수상한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1990년 육영재단 소유권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및 박근령씨(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청와대에 탄원서를 보낼 만큼 ‘박 대통령 삼남매’는 한창 다툼이 심했다. 당시 육영재단에선 최태민 일가의 전횡이 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빌미로 근령씨는 분쟁 끝에 당시 이사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을 밀어내고 차기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사장 쟁탈전
조폭 대거 동원

육영재단은 부동산만 4조원 가치(2016년 시가 기준)를 지니고 있는 대형 재단으로 임대 수익사업으로 꽤 많은 돈을 벌고 있었으나 재단 운영이 비리투성이였던 탓에 수익금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박 대통령이 이사장 자리서 물러나고 근령씨가 취임한 후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특히 2007년부터는 그간 힘을 합쳤던 근령씨와 박지만 회장이 갈라섰다.

원인은 바로 박 대통령의 제부 신동욱 공화당 총재 때문. 신 총재는 14살 연상의 근령씨와 2007년 2월 약혼했다. 이때부터 박 회장은 매형 될 사람이 육영재단의 운영권을 독점할 것을 두려워하면서 근령-동욱 커플과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갈등이 심화되자 양측에선 조직폭력배와 불법 용역회사 등을 동원한 폭력사태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급기야 2007년 11월28일에는 양측에서 200여명이 동원된 대규모 폭력 사태가 터졌다. 이때 한센병 환자를 동원한 박 회장은 당시 이사장이던 작은누나와 가까운 사람을 모조리 내쫓고 육영재단을 장악한다. 근령씨 측에서도 육영재단을 재탈환하기 위해 조폭들을 동원했다. 이런 악순환은 한 달 가까이 지속됐고 서로 뺏고 빼앗기는 혈투 과정서 사제폭탄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조 달하는 재단 재산 두고 혈투
전국구 조직과 수상한 관계 포착

한 매체에선 육영재단 폭력사태의 정황이 담긴 동영상을 입수해서 보도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에는 5촌 조카 살인사건 피해자인 고 박용철씨도 등장한다. 근령씨 측의 사무실, 복도, 정문서 촬영된 영상에서 박용철씨는 “이XX 놔둬. 30분 있으면 한센인들 오니까 맞아 죽도록 놔둬!”라고 폭력배들에게 지시한다. 이 동영상은 한센인들이 계획적으로 폭력사태에 동원됐다는 움직일 수 없는 핵심 증거다.

박용철씨는 근령씨 측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생활원 애들은 빠져라. 나 영등포다. 빠져라. 경고했다. 빠져라 애기들. 다 빠져있어라”라며 위협하기도 한다.

육영재단을 강탈하기 위해 한센인과 조직폭력배가 폭력사태를 벌였을 당시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버스가 동원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폭력사태는 박 회장이 육영재단의 이사장이었던 근령씨를 끌어내리기 위해 조폭들을 동원하면서 벌어진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박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 폭력사태 당시 육영재단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버스가 육영재단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봤다”고 털어놨다.

신동욱 떼어놓자
청부살인 의혹


당시 폭력사건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A씨는 “육영재단 폭력사태는 박지만 등의 개인적인 욕심이 빚은 사건이 아니라 철저하게 정치적 목적에서 계획된 폭력사건”이라고 증언했다. 수조원에 달하는 육영재단의 부지도 폭력사태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육영재단 주변서 나오고 있다.

동영상에도 등장하는 박용철씨는 육영재단 폭력사건 당시 박지만의 최측근으로서 폭력 사태를 주도한 바 있는 인물이다.

용철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형 박무희씨의 손자이자 국제전기기업 대표인 박재석씨의 아들로 태어났다. 즉 박근혜, 박근령, 박지만 삼남매에게는 5촌 조카가 된다. 그는 결혼 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기 때문에 사망 당시 국적은 캐나다였다.
 

용철씨는 2007년 귀국, 당시 17대 대선의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박 대통령의 경호원 역할을 했다. 이때 박 회장과도 손을 잡고 육영재단 문제에도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07년 7월 용철씨는 박근혜 캠프서 중국 재경부장관을 만난다는 이유로 신 총재와 중국 칭다오에 함께 갔다. 그런데 칭다오에서의 첫날 밤, 신 총재가 자기 신변이 위험하다면서 건물서 뛰어내려 골절상을 입고 중국 공안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일로 중국 삼합회와의 거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서 구사일생으로 귀국한 신 총재는 2년 반 뒤인 2010년 2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의 홈페이지에 “박지만이 박용철을 시켜 나를 살해하려 했다. 육영재단 강탈사건서 박지만은 허수아비 역할이었고 배후는 박근혜의 주변 사람들이다”라는 주장을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이 게시글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자 홈페이지 주인이던 박 대통령은 신 총재를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육영재단의 폭력사건에 관여했던 관계자 B씨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신 총재가 표를 깎아 먹는다고 판단한 박 회장과 참모 진영서 “신동욱을 없애는 게 낫다”고 판단해 신 총재를 미얀마서 총기로 살해할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중량급 의원 다수가 폭력사태와 연루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7인 회의’
치밀한 계획

그는 육영재단 찬탈을 기획한 이른바 ‘7인 회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그가 밝힌 7인 회의에는 박 회장 비서실장인 정용희씨, 임두성 한빛재단 회장이 포함됐다.

또 용철씨 등 박 대통령 5촌 조카 2명과 L씨 등 폭력배 2명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육영재단 폭력사태 전날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술집서 모임을 갖고 근령씨를 축출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7인회 회의서 “고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회관에 심어 놓은 나무를 신동욱씨가 벤 것을 문제 삼아 한센인들을 동원하기로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임두성 한빛복지협회(전국 한센인들의 모임) 회장도 주목되는 인물이다. 임 회장은 육영재단 폭력사태에 한센인 100여명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많은 폭력전과에도 불구하고 18대 총선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아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의 개국공신이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 과정서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용철씨는 육영재단 폭력사태를 주도한 인물이지만 이후 재단 운영서 배제되면서 박 대통령과 박 회장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신동욱을 중국서 죽이라고 박 회장이 이야기한 내용을 녹음한 음성 파일을 법정서 공개하겠다”며 정윤회씨와 박 회장 측에 거액을 요구하던 중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도한 5촌 조카 주검으로
신동욱도 중국서 살해 위협

박씨가 이들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것은 육영재단을 둘러싼 각종 불법과 폭력사태의 정점에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있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용철씨의 녹음 파일의 존재에 대해 증언하겠다는 제보자 C씨를 만난다. C씨는 용철씨가 수하로 중국 조선족 두 명을 데리고 있었다고 했다. 용철씨는 죽기 전 조선족 여자에게 노트북과 핸드폰을 보관하고 있으라며 맡겼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녹취 파일에는 청량리 조직폭력배 이 아무개씨의 이름도 나온다고 한다. 이에 용철씨의 죽음에 조직폭력배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용철씨의 시신에 남은 찔린 상처는 매우 특이하다. ‘ㄱ’자 모양, ‘V’자 모양의 찔린 상처가 여러 개다. 법의학과 교수는 찌른 곳을 연속으로 찔렀거나 찌른 후 손목을 비틀거나 방향을 바꾼 경우라고 말했다. 소위 칼잡이들의 수법인 것이다.

C씨의 주장 속에는 박 대통령의 이름도 나오며, 청량리 조폭도 언급된다.

당시 대통령 후보와 조폭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이 기묘한 사실은 그래서 더 섬뜩하다. 숨진 용철씨의 찔린 상처로 봤을 때 조폭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증거들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C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용철씨와 가까웠던 조폭 황모씨는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라면을 먹다 숨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용철씨의 주변에는 조폭들이 있었고 그의 최측근 중 하나가 제보자에게 그를 죽이라고 한다는 주장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형을 죽이란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용철씨를 죽이라고 지시한 자가 있다는 증언이다. 제보자에게 사건 전 발언을 했던 인물도 사라졌다고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9일, 신 총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육영재단을 사이에 두고 ‘조폭설’의 진상이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팀은 신 총재를 상대로 육영재단의 재산 형성 과정에 관해 확인하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최근 정례 브리핑서 “신동욱씨 관련해 여러 가지 얘기가 있는 것 같다”며 “신씨가 오늘 다른 부분을 진술할 수 있지만 현재 특검에서 확인하려는 부분은 육영재단 재산 형성 관련 의혹에 한정된다”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최씨 일가의 전반적인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이 나섰다
들춰지는 사건

이 특검보는 “생각보다 상당히 양이 많다. 어느 정도 부분은 진행되고 있고 인력이 필요하면 보강해서 계속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감독원서 일부 자료를 받았다. 자료 확인 후 소기의 성과가 나오면 일률적으로 알려드리겠다. 현재는 (이렇다 저렇다)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말 최씨 관련자 약 40명에 대한 재산 내역 조회를 금감원에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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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