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학교 유준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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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1.02 11:50:26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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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야구부’이기를…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던 서울의 성동초 야구부가 올해 2016시즌을 마지막으로 야구부를 해체한다. 성동초 야구부는 비단 서울특별시 관내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100여개가 넘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야구부 중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던 사립재단의 초등학교 야구부였다.

이미 작년도 2015시즌부터 야구부 해체를 결정, 그동안 신입 부원들을 받지 않았다. 기존 재학 선수들이 졸업할 때를 기다리기만 했던 성동초등학교 야구부와 해체를 결정했던 학교 당국은 그러나 아직까지도 야구부 해체에 관한 명확하고 공식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2년 동안 성동초등학교 당국이 야구부를 해체하기 위해 취해왔던 몇 가지 치졸한 결정들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 2년 동안 성동초 야구부의 감독실은 폐쇄된 상태였고, 감독은 자신의 모든 업무와 방문하는 기자, 그리고 야구 관계자들 모두를 학교 정문 옆에 위치한 경비실서 만나거나 처리해야만 했다.

지난 2008년 부임, 그동안 성동초등학교 야구부의 전통을 이으며 각종 대회에 출전, 우수한 성적을 거둠으로써 학교의 명예를 올려놓았던 진준석 감독은 이 같은 모욕적인 상황을 감수하며 묵묵히 야구부를 지도해왔다.

대개 우리나라 초중고의 야구부가 해체를 결정하는 이유는 몇 가지 분명한 사유에 의해서다. 첫째는 지도자와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물의를 빚을 때다.

지도자와 선수, 그리고 선수들 사이에 폭력 사건이 발생하거나, 금품 수수에 의해 학교의 명예를 심대하게 떨어뜨리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인데, 성동초등학교는 야구부 창단 이래 4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모든 초등학교 야구부의 모범적인 사례로 야구계서 명성이 자자하다. 지도자와 선수, 그리고 학부모들은 운동부 운영의 모든 요소에서 전형적인 모범사례로 일컬어진다.


두 번째는 야구부의 성적이 오랜 기간 동안 침체를 겪으며 바닥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대개 야구부의 해체보다는 선수들의 타 학교 이적이 먼저 선행되며, 성동초등학교 야구부는 올해 2016시즌에도 초등학교 주말리그 서울지역 C권역서 우승하는 등 그동안 우리나라 초등학교 야구부들 사이에서 최강의 한 팀으로 군림해왔다.

“모범적 운영” 명성 자자했는데…
명확한 해체 이유 밝히지 않아

세 번째는 신입으로 야구부에 들어오는 선수들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아예 없을 때인데, 야구의 저변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이 시기에, 성동초등학교를 비롯한 서울지역의 모든 초중고 야구부들은 이러한 사유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 현실적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이유는 야구부의 운영에 관한 비용의 측면이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초중고 야구부들은 대개 선수들이 지급하는 월회비로 주요 재원이 마련돼 운영되고 있으며, 운영비의 일부는 학교서 지원금의 형태로 충당하고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고교 선수와 대학교 선수들은 소속된 학교서 등록금을 면제 받는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성동초는 사립 초등학교이고, 등록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여타의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들과는 달리 이들은 한 학기 등록금이 거의 대학교 등록금에 버금가는 정도의 등록금 수납에서 일부 혹은 전액 감면에 대한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를 학교의 시각서 본다면 필요 재원의 충당이 야구부원들에 한해서는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고 판단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네 번째의 사유 혹은 그와 비슷한 이유로 성동초 야구부의 해체가 결정된 것이라면, 필자는 우리나라 야구뿐만 아니라 공교육 분야서도 학생들의 체육교육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계조차도 자본의 논리로 자라나는 학생들을 대한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모든 공공의 분야까지도 ‘수익이 없거나 적자가 예상되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거나 폐쇄한다’는 자본의 논리에 지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명예’와 ‘전통’같은 가치는 진부한 언어의 표현으로만 치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논리의 대표적인 피해처가 바로 학교서 운영하는 운동부가 됐다.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자본의 논리대로 얘기하자면 투자 비용과 기간이 천문학적이고 무한대인 분야가 바로 교육인 것이다. 학교 교실서 학업에 매진하는 일반 학생들 못지않게 자라나는 초중고의 야구선수들도 훈련장과 경기장서 야구의 기능 못지 않게 인생을 배우면서 자라난다.

팀과 타인을 위한 헌신과 희생, 규칙과 규율을 준수하는 준법 정신, 자기 자신을 매일같이 한계 상황으로 몰고 가며 선택한 일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과 정당한 승리를 쟁취하려는 투지의 고양, 그리고 경기장 안과 밖에서 보여주는 예의범절 등이 바로 그것이다.

논리의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또 한 가지의 예를 들어보겠다. 프랑스의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베트남의 학교에는 운동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프랑스 입장에서 식민지를 운영하며 가장 우려했던바 중의 하나는 식민지의 국민들이 왕성한 체력으로 독립투쟁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식민지 국민들의 체력증진에 대한 제한의 한 방편으로 운동장 시설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잔인한 방식으로 식민지였던 베트남을 관리했다.

체육교육은 교육의 근본 중 하나이고, 학교의 모든 운동부는 이 같은 학교 교육의 실체를 투영한다. 학교의 운동부는 해당 학교의 역사를 만들어가며, 전통이라는 가치를 부여해주고, 동문들의 관심과 단합을 이끄는 동기를 가져온다.

이제 내년 2017년부터 성동초의 모든 학생들은 지난 40여년 동안 그들이 방과 후에 친숙하게 맞이했던 그 모든 장면들, 야구부원들이, 그들 학교의 유니폼을 입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운동장을 뛰거나 공을 주고 받으며 방망이를 휘두르거나, 운동장의 땅을 고르고, 잠깐의 휴식 시간에 모여서 물을 마시고,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그 모든 익숙했던 장면들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뜨거운 햇볕이 쨍쨍하게 내려 쬐던 어느 여름날 야구장의 한 가운데서 승리를 위해 사력을 다하는 야구부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던 그러한 일체감들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서울특별시 광진구에 존재하던 성동초 야구부는 이제 야구의 역사 속에서 기록으로만 존재할 뿐이고, 이 세상의 어디서도 다시 찾아가 볼 수 없는 야구부로 사라질 것이다.

성동초등학교의 야구부를 해체하도록 결정했던 최종 결정권자들은, 우리나라 야구는 물론이고, 자라나는 그들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했는지 알고는 있는 것일까. 성동초 야구부가, 우리나라서 해체되는 모든 각급 학교의 ‘마지막 야구부’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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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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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