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150만대 시대 ‘빛과 그림자’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6.12.26 10:03:11
  • 호수 10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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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 그만’ 온갖 꼼수로 한국 국민 무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은 수입차 업계에 혹독한 한해였다. 당장의 이윤만 추구하고 온갖 꼼수로 소비자를 농락하다 결국 성장세가 꺾이는 신세가 됐다. 한마디로 사필귀정, 인과응보란 지적이다.

수입차 150만대 시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입차는 2009년 이후 매년 10만대 이상씩 늘어 2014년 1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수입차 시장 개방 29년 만에 국내 등록된 수입차는 152만5654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혈세 먹는
무늬만 회사차

잘나가는 수입차 시장. 그러나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계속되는 악재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탈세 논란이다. 오너나 경영진이 고가의 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세금을 탈루하는 편법이 도마에 올랐다. 관련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등 정부와 정치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 수입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입차 판매 증가는 법인차 증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 사업자 업무용으로 팔린 차량은 10만5720대로 조사됐다. 이렇게 팔린 찻값만 모두 7조4700억원에 달한다. 1억원 이상 수입차 1만4979대 중 83.2%(1만2458대), 2억원 이상 수입차 1353대 중 87.4%(1183대)가 업무용으로 판매됐다.


국내서 판매되는 포르셰,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이른바 ‘슈퍼카’의 90% 이상이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된다. 업무용 차량은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따라 차량 가격은 물론 취득세 등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 유지비를 5년간 무제한으로 사업자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오너나 그 일가, 또는 경영진이 고가 수입차를 회사 명의로 구입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데 있다. 대부분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 명의로 수입차를 구매한 뒤 개인용도로 타는 것은 결국 세금 탈루란 지적이다.

서민이 더 내는
이상한 자동차세

찻값이 달라도 세금은 똑같이 낸다. 동일 배기량의 1000만원대 국산차와 억대에 달하는 수입차에 매기는 자동차세가 다르지 않다. 서민에게 불리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를 보유하는 동안 매년 납부하는 자동차세는 배기량 크기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하고 있다.

배기량 1000㏄이하 승용차는 ㏄당 104원, 1600㏄ 이하는 ㏄당 182원, 배기량 1600㏄를 초과하는 자동차는 ㏄당 260원의 세율이 매겨진다.(세율은 지방교육세30% 포함 금액)

“우리만 차별” 우습게 보고 농락

당장 이윤만…한국고객 봉 취급

차량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배기량만 적으면 자동차세가 적게 부과되는 것이다. 때문에 최소 가격이 1억3000만원이 넘는 벤츠 S클래스(350d, 2987㏄)의 자동차세가 3320만원에 불과한 그랜저(HG300, 2999㏄)보다 오히려 적게 부과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마치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를 아파트 가격이 아니라 넓이(㎡)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시 말해 중저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서민 납세자들에게 상당히 불합리한 조세제도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판 자동차 중 1970만원짜리 준중형차 아반떼2.0(1999㏄)보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4000만원 이상 고급승용차 모델은 무려 14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아반떼와 자동차세가 동일한 4000만원 이상 고급차 모델도 14개나 됐다.

142개 모델 중엔 수입차 판매 상위에 오르내리는 벤츠 C클래스와 E클래스, BMW 3시리즈와 5시리즈, 아우디A4와 A6는 물론 최고급 스프츠카 브랜드인 포르쉐 718박스터와 마칸까지 포함돼있다.
 

심지어 1억원이 넘는 최고급 차량도 준중형급 아반떼보다 연간 자동차세가 적게 부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 가격이 1억1000만원에 달하는 볼보의 최고급 SUV ‘XC90 T8 AWD’는 2000만원이 채 안 되는 아반떼2.0보다 배기량이 30cc작기 때문에 자동차세가 적게 부과되고 있다.

비싸기만 하지…
불안한 안전

자동차의 기본적인 덕목은 ‘안전’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국산차와 비교되는 탁월한 성능이 꼽힌다. 한 설문에선 수입차 구입계획자 5명 중 3명은 안전성과 성능 면에서 ‘수입차가 낫다’고 답했다. 실제로도 그럴까.

그러나 ‘수입차가 안전하다’는 얘기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국내서 판매되는 12개 차종을 평가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쏘울EV·K5·그랜저HEV·아슬란·투싼·티볼리 등 국산차 6종과 폴크스바겐 폴로·미니쿠퍼·아우디 A3·포드 토러스·인피니티 Q50·BMW X3 등 수입차 6종을 평가했다.

국토부는 ‘안전한 차’ 최우수상에 현대차 아슬란을 선정했다. 또 12종 가운데 가격이 가장 저렴한 쌍용차 티볼리가 우수상을 받아 가격 대비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잇달아 터지는 화재 사건만 봐도 수입차 안전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자칫 인명 피해 등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발생한 수입차 화재는 10건이나 된다. 자동차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구나 리콜까지 늘면서 고객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기업으로선 자사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라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브랜드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아직까진 소비자 불안을 키우는 역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피해 신고↑
부실한 A/S

수입차 업체들의 A/S도 항상 제기되는 문제다. 비싼 돈을 주고 차량을 구입했다면 그에 걸맞은 A/S가 주어져야 맞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수입차 관련 소비자 피해 신고는 2011년 172건에서 2014년 210건으로 늘어났다. 210건 가운데 정비 관련 민원은 176건이나 된다.

이는 부족한 정비시설과도 직결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22개 수입차 업체가 등록한 공식정비센터는 모두 376개. 이 중 사고 처리가 가능한 정비센터는 174개밖에 안 된다. 당시 수입차 등록대수(127만여대)를 감안하면 1개 센터당 7000대를 담당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리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다반사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의 평균 수리기간은 8.8일로, 국산차(4.9일)보다 1.8배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긴급출동서비스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수입차 업체도 상당수다.


무조건 풀옵션
비용 부풀리기

뻥튀기 된 각종 비용도 도마에 오르내린다. 먼저 수리비.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사고 수입차 1대당 지급된 미수선 수리비는 평균 279만원이었다. 이는 국산차(83만원)의 3.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부품값 역시 외제차를 독점 수입하는 업체들이 마음대로 정하기 때문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

렌트비와 보험료도 차이가 있다. 보험사들이 수입차 사고 1건에 지급하는 평균 렌트비는 134만원으로, 국산차(37만원)에 비해 3.6배나 비쌌다. 반면 수입차 보험료는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에 비해 2배도 채 되지 않는다.

수입원가 논란도 그대로다. 정부는 수입차 업체들에게 수입원가를 공개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업체들은 영업상 비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세법에 따라 관세청장이 대신 수입가격을 공개할 수 있지만, 수입업체의 사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가 길목을 막고 있다. 수입원가를 공개한 한 업체의 경우 마진율이 무려 50%에 달해 바가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연비, 탈세, 결함, 수리비…
잇단 논란에 비관론 고개

수입차는 판매 가격에도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왜 그럴까. 바로 옵션 때문이다. 국내서 팔리는 수입차는 대부분 ‘풀옵션’이다. 소비자는 가솔린·디젤, 2륜·4륜 중 하나를 고르는 것 외엔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물론 고객이 원할 경우 세부 옵션을 고를 수 있지만, 출고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단서에 대부분 포기하게 된다.
 

미국 시장은 다르다. 소위 ‘깡통차’라고 불리는 옵션 없는 차량부터 세세한 옵션 가격을 모두 공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BMW 528i를 놓고 보면 한국에선 6740만원이라는 한 가격으로 정해져 있는 반면, 미국에선 4만9245달러(5365만원)부터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20∼30대 유혹
속보이는 할부

수입차들은 파격적인 할부금융 프로그램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유독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현금(일시불)보다는 할부·대출 등 파이낸싱을 이용해 수입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수입차 업체들이 할부금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경제력이 시원치 않은 사람들이 할부금융의 유혹에 넘어가 ‘카푸어(무리하게 비싼 차를 구입해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할부기간 원금과 이자를 매월 상환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할부금융과 달리 수입차 할부금융사는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원금유예할부는 차량구입과 동시에 찻값의 30%를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 원금 중 10% 가량을 할부기간 이자와 함께 상환한 뒤 할부기간이 끝나면 60%에 이르는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식이다.

차량을 구입하고 3년 후 차를 되팔아 또 다른 차량을 살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에게 걸맞은 프로그램이지, 돈이 없는 사람이 고가의 차를 사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인색한 경영
쥐꼬리 기부

인색한 경영도 도마에 오르내린다. 자국 대주주에 파격적인 배당을 하면서도 국내 기부는 개미 눈곱만큼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8개 수입차 업체의 지난해 배당금은 836억1000만원이었다. 벤츠코리아의 지난해 주주 배당액은 585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배출가스 스캔들의 주인공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160억1000만원, 포르쉐코리아 60억4000만원, 볼보자동차코리아 30억원 등이다.

반면 8개 수입차 업체의 기부금은 42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벤츠코리아 20억5000만원, 한불모터스 2억1000만원, 포르쉐코리아 1억5000만원 등이다. 문제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FCA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GM코리아는 기부금이 전혀 없었다.

수입차 업체들은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BMW코리아(175명), 벤츠코리아(168명),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167명) 등 지난해 8개 업체가 고용한 임직원 수는 749명이 전부였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빚은 폭스바겐은 유독 한국에만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환경청(EPA)이 폭스바겐 디젤차의 배출가스가 조작됐다고 발표한 이후 폭스바겐은 해당 차량 소유주에게 보상금을 약속했다.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전세계로 확산되자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섰지만, 국내에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리콜도 뭉그적거렸다. 국내 소비자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폭스바겐은 미국, 독일, 중국, 브라질 등 다른 나라에선 대대적으로 리콜 조치했지만, 국내엔 “해당 차량이 없다”고 버티다 정부에 제출한 시정계획서로 거짓말이 들통났다.

배출조작 외면
정부까지 농락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 정부까지 농락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15개 차종 12만5500대가 임의 조작을 통해 배기가스의 배출량을 속인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폭스바겐이 제출한 결함시정계획서는 ‘배기가스 저감장치의 동작을 저해하는 소프트웨어 장치로 인해 일부 환경서 도로 주행시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이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단 한 줄.

부실한 리콜 계획서는 여론은 물론 정부의 심기도 건드렸다. 환경부는 보완을 요구했고, 폭스바겐은 다시 제출했지만 이 역시 핵심사항이 빠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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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