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公約)인 줄 알았더니만 공약(空約)이었군

MB정부 3년 ‘공약 이행’ 실태 집중점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최근 3년을 넘어섰다. 지난 3년은 MB정부를 평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절반의 성적은 남은 2년 반의 향배를 내다보는 지표다. 2007년 대선 공약 이행 수준은 평가의 잣대가 된다. 이 대통령은 92개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 대표작을 골라 이행 상태를 점검해 봤다.

#1. 한반도 대운하

제1호 실패 공약이다. 거창했던 구상만큼 큰 반발에 발목을 잡혀 명목상 사라져버렸다. 지나치게 서두른 게 패인이었다. 대선 압승에 들뜬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대형 국가프로젝트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국민적 저항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진 ‘광우병 촛불시위’는 사실상 대운하의 숨통을 끊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결국 지난 2009년 6월 공식 포기를 선언했다. 대신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도 대운하 포석으로 의심받으며 몸살을 앓았다. 그러던 지난 2009년 4대강 예산이 확정되면서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다.

이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6?2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광역단체장들이 당선된 것. 그러나 이들의 입장 선회로 4대강은 탄력을 받았고 공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대운하 의혹과 시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4대강 사업은 2012년 완료될 예정이다. 4대강 운명이 여기서 끝날지, 아니면 대운하로 이어질지는 그때의 대선 결과에 달렸다는 얘기다.

#2. 세종시

공약 뒤집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첫 사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충북대 특강에서 “행정도시는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대통령이 돼도) 변경할 계획 없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과 당선 이후까지 15회 이상 세종시 공약이행을 약속했다. 취임 2년 차인 2009년 6월까지도 “당초 계획대로 현재 진행 중이고, 나도 정부 마음대로 취소하고 변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인수위 시절부터 대운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 ‘미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사업도 ‘원점 재검토’

그러나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2009년 11월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 처음에는 어정쩡하게 얘기했다가 선거 다가오니 계속 말이 바뀌더라”며 세종시 수정을 공식화했다.

수많은 논란 끝에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러자 이번엔 ‘MB표 세종시 원안’의 하나로 내놓았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충청권 조성사업도 ‘원점 재검토’ 하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3. 동남권 신공항 건설

동남권 신공항 건설문제도 공약 뒤집기의 대표적인 예다. 신공항 건설은 지난 2005년부터 본격화됐다. 1990년대 말부터 ‘김해공항 포화론’을 주장한 부산시가 가덕도·녹산·김해·기장 중 한 곳에 신공항을 세우는 계획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 제출했으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답보 상태였다.

그러던 2005년 10월 영남권 광역지자체들이 ‘영남권 경제공동체 구축’의 일환으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동추진하기로 합의하고 건교부에 이를 건의했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요원해 보였다. 대구·경북(TK)은 같은 생활권인 밀양을, 부산은 가덕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다 건교부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허남식 부산시장, 영남권 상공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남권 신공항 건설 검토를 약속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4년 만에 백지화로 결론 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목은 일각에서 일고 있는 과학벨트 분산배치론에 쏠렸다. 과학벨트 입지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남권의 반발을 의식해 과학벨트를 보상책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충청권 자치단체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만일 과학벨트의 분산배치가 현실화 될 경우, 정권불복종 운동 선언을 하는 등 세종시 수정안 논란의 재판이 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4. 비핵·개방·3000

‘비핵·개방·3000’은 MB정부의 대북정책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를 만들어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임기 전반기가 지나도록 1단계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사실상 폐기 상태나 다름없다. 애당초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이었다는 회의론이 나올 정도다. 이 정책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솔직히 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머리 숙이면 돕겠다’며 자존심을 건드리는 정책은 보수세력 결집을 위한 국내 홍보용일 뿐 실효성 있는 정책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약으로 내건 동남권신공항 건설 4년 만에 백지화
민생 관련 공약 이행 수준도 미비…“3년 간 뭐했나”


실제로 현실은 정책이 그리는 것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MB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달렸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 천안함 침몰사건 등의 악재가 잇따르면서 한반도 긴장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그 바람에 북한의 비핵화는 오히려 퇴행했다.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며 핵 불능화를 성실히 이행하는 듯 보였으나 두달여만에 영변 핵시설 불능화 중단을 발표했다. 이듬해 5월에는 2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5. 7% 성장, 300만개 일자리

민생관련 공약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규제완화, 감세, 법질서 확립, 공공개혁으로 세계최고기업환경을 만들고, 과학기술투자를 GDP 5%로 확대하여 신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7%의 성장을 달성하고 300만개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87%로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일자리 창출도 마찬가지다. 매해 60만개씩 임기동안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 3년 간 180만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어야 했다. 하지만 3년 동안 증가한 취업자 수는 39만6천명으로 연평균 13만2천명에 불과했다.

#6. 공교육 2배, 사교육비 절반

이 대통령은 또 공교육을 강화, 사교육비를 절반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2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에 들어서야 정부는 “전년 대비 총사교육비 규모가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학생 21만명 감소에 따른 자연감소액(5891억원)이 상당액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질 감소액 역시 사교육비의 주범인 영어·수학이 아닌 사회와 과학에서 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말하는 실질적 사교육비 감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또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내세웠던 ‘고교 다양화 300’ ‘영어공교육 정책’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구축’ 등의 정책이 이행되고 있음에도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정책들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영어공교육을 위한 각종 대책과 인력, 예산을 투여했으나 정작 영어 과목 사교육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7. 국가 책임 영·유아 보·교육 실시


임신-출산-보육-취학 4단계에 걸쳐 의료비, 보육비, 교육비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도 목표했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 불임, 난임 부부 의료비 지원이나 임신출산 진료지 지원 등의 정책은 어느 정도 이행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영유아 필수예방 접종의 국가부담은 일부만 시행되고 있을 뿐이며, 만5세 이하 아동 의료비에 대한 외래진료비 본인부담금 경감은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보육 정책과 관련해서도 0~5세까지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보육시설 이용금액을 지원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소득하위 70% 이하 계층에게만 공공보육시설 수준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또 보육시설 미이용자에 대한 양육 수당 지원도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8. 아자아자! 중소기업, 으샤으샤!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원이나 대중소기업 상생과 관련된 공약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일부만 이행이 되거나 이행이 되었더라도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상생 정책의 핵심인 불공정하도급 거래 감시의 경우 납품단가조정협의 의무제나 업종별 중소기업 협동조합 조정신청권 부여 등은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낙인 찍혔다. 또 하도급법 위반 업체에 대한 처벌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정책의 성과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법인세 인하 역시 자본 소유의 규모가 큰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초기 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9. 서민 주요생활비 30% 절감

이 대통령이 서민 주요 생활비 30%를 절감하겠다면서 내세웠던 주요 항목은 기름값, 통신비, 고속도로 통행료, 사교육비, 보육비, 약값 등이다.

이 가운데 통신비, 기름값, 보육비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을뿐 실패하거나 시행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매해 계속되고 있는 물가폭등을 감안하면 애초 내세웠던 주요생활비 30% 절감 효과는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10.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이 대통령은 “서민 주거권을 국민 기본권 차원으로 보호하겠다”며 이를 위해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을 연 12만호 공급하고, 수요자 중심의 계획적인 주택공급을 통해 연간 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MB정부의 임기 3년 동안의 주택 건설 실적은 37만9871호로 애초 내세웠던 50만호 건설 공약 목표에 76%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전인 2006년(46만9503호)과 2007년(55만5792호) 주택 건설 실적보다 감소한 것이다.

신혼부부 주택 공급의 경우 2008년과 2009년 각각 1만3156호, 2만9000호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정부는 2008년 연간 5만호 공급으로 목표를 수정해 발표했다. 그럼에도 주택 공급량은 여전히 수정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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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