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公約)인 줄 알았더니만 공약(空約)이었군

MB정부 3년 ‘공약 이행’ 실태 집중점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최근 3년을 넘어섰다. 지난 3년은 MB정부를 평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절반의 성적은 남은 2년 반의 향배를 내다보는 지표다. 2007년 대선 공약 이행 수준은 평가의 잣대가 된다. 이 대통령은 92개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 대표작을 골라 이행 상태를 점검해 봤다.

#1. 한반도 대운하

제1호 실패 공약이다. 거창했던 구상만큼 큰 반발에 발목을 잡혀 명목상 사라져버렸다. 지나치게 서두른 게 패인이었다. 대선 압승에 들뜬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대형 국가프로젝트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국민적 저항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진 ‘광우병 촛불시위’는 사실상 대운하의 숨통을 끊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결국 지난 2009년 6월 공식 포기를 선언했다. 대신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도 대운하 포석으로 의심받으며 몸살을 앓았다. 그러던 지난 2009년 4대강 예산이 확정되면서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다.

이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6?2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광역단체장들이 당선된 것. 그러나 이들의 입장 선회로 4대강은 탄력을 받았고 공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대운하 의혹과 시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4대강 사업은 2012년 완료될 예정이다. 4대강 운명이 여기서 끝날지, 아니면 대운하로 이어질지는 그때의 대선 결과에 달렸다는 얘기다.

#2. 세종시

공약 뒤집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첫 사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충북대 특강에서 “행정도시는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대통령이 돼도) 변경할 계획 없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과 당선 이후까지 15회 이상 세종시 공약이행을 약속했다. 취임 2년 차인 2009년 6월까지도 “당초 계획대로 현재 진행 중이고, 나도 정부 마음대로 취소하고 변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인수위 시절부터 대운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 ‘미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사업도 ‘원점 재검토’

그러나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2009년 11월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 처음에는 어정쩡하게 얘기했다가 선거 다가오니 계속 말이 바뀌더라”며 세종시 수정을 공식화했다.

수많은 논란 끝에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국회에서 부결됐다. 그러자 이번엔 ‘MB표 세종시 원안’의 하나로 내놓았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충청권 조성사업도 ‘원점 재검토’ 하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3. 동남권 신공항 건설

동남권 신공항 건설문제도 공약 뒤집기의 대표적인 예다. 신공항 건설은 지난 2005년부터 본격화됐다. 1990년대 말부터 ‘김해공항 포화론’을 주장한 부산시가 가덕도·녹산·김해·기장 중 한 곳에 신공항을 세우는 계획을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 제출했으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답보 상태였다.

그러던 2005년 10월 영남권 광역지자체들이 ‘영남권 경제공동체 구축’의 일환으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동추진하기로 합의하고 건교부에 이를 건의했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요원해 보였다. 대구·경북(TK)은 같은 생활권인 밀양을, 부산은 가덕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다 건교부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허남식 부산시장, 영남권 상공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남권 신공항 건설 검토를 약속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4년 만에 백지화로 결론 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목은 일각에서 일고 있는 과학벨트 분산배치론에 쏠렸다. 과학벨트 입지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남권의 반발을 의식해 과학벨트를 보상책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충청권 자치단체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만일 과학벨트의 분산배치가 현실화 될 경우, 정권불복종 운동 선언을 하는 등 세종시 수정안 논란의 재판이 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4. 비핵·개방·3000

‘비핵·개방·3000’은 MB정부의 대북정책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를 만들어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임기 전반기가 지나도록 1단계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사실상 폐기 상태나 다름없다. 애당초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이었다는 회의론이 나올 정도다. 이 정책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솔직히 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머리 숙이면 돕겠다’며 자존심을 건드리는 정책은 보수세력 결집을 위한 국내 홍보용일 뿐 실효성 있는 정책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약으로 내건 동남권신공항 건설 4년 만에 백지화
민생 관련 공약 이행 수준도 미비…“3년 간 뭐했나”


실제로 현실은 정책이 그리는 것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MB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달렸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 천안함 침몰사건 등의 악재가 잇따르면서 한반도 긴장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그 바람에 북한의 비핵화는 오히려 퇴행했다.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며 핵 불능화를 성실히 이행하는 듯 보였으나 두달여만에 영변 핵시설 불능화 중단을 발표했다. 이듬해 5월에는 2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5. 7% 성장, 300만개 일자리

민생관련 공약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규제완화, 감세, 법질서 확립, 공공개혁으로 세계최고기업환경을 만들고, 과학기술투자를 GDP 5%로 확대하여 신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7%의 성장을 달성하고 300만개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87%로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일자리 창출도 마찬가지다. 매해 60만개씩 임기동안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 3년 간 180만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어야 했다. 하지만 3년 동안 증가한 취업자 수는 39만6천명으로 연평균 13만2천명에 불과했다.

#6. 공교육 2배, 사교육비 절반

이 대통령은 또 공교육을 강화, 사교육비를 절반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2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에 들어서야 정부는 “전년 대비 총사교육비 규모가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학생 21만명 감소에 따른 자연감소액(5891억원)이 상당액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질 감소액 역시 사교육비의 주범인 영어·수학이 아닌 사회와 과학에서 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말하는 실질적 사교육비 감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또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내세웠던 ‘고교 다양화 300’ ‘영어공교육 정책’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구축’ 등의 정책이 이행되고 있음에도 사교육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정책들의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영어공교육을 위한 각종 대책과 인력, 예산을 투여했으나 정작 영어 과목 사교육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7. 국가 책임 영·유아 보·교육 실시

임신-출산-보육-취학 4단계에 걸쳐 의료비, 보육비, 교육비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도 목표했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 불임, 난임 부부 의료비 지원이나 임신출산 진료지 지원 등의 정책은 어느 정도 이행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영유아 필수예방 접종의 국가부담은 일부만 시행되고 있을 뿐이며, 만5세 이하 아동 의료비에 대한 외래진료비 본인부담금 경감은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보육 정책과 관련해서도 0~5세까지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보육시설 이용금액을 지원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소득하위 70% 이하 계층에게만 공공보육시설 수준의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또 보육시설 미이용자에 대한 양육 수당 지원도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8. 아자아자! 중소기업, 으샤으샤! 자영업자

중소기업 지원이나 대중소기업 상생과 관련된 공약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일부만 이행이 되거나 이행이 되었더라도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상생 정책의 핵심인 불공정하도급 거래 감시의 경우 납품단가조정협의 의무제나 업종별 중소기업 협동조합 조정신청권 부여 등은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낙인 찍혔다. 또 하도급법 위반 업체에 대한 처벌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정책의 성과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법인세 인하 역시 자본 소유의 규모가 큰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초기 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9. 서민 주요생활비 30% 절감

이 대통령이 서민 주요 생활비 30%를 절감하겠다면서 내세웠던 주요 항목은 기름값, 통신비, 고속도로 통행료, 사교육비, 보육비, 약값 등이다.

이 가운데 통신비, 기름값, 보육비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을뿐 실패하거나 시행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매해 계속되고 있는 물가폭등을 감안하면 애초 내세웠던 주요생활비 30% 절감 효과는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10.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이 대통령은 “서민 주거권을 국민 기본권 차원으로 보호하겠다”며 이를 위해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을 연 12만호 공급하고, 수요자 중심의 계획적인 주택공급을 통해 연간 5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MB정부의 임기 3년 동안의 주택 건설 실적은 37만9871호로 애초 내세웠던 50만호 건설 공약 목표에 76%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전인 2006년(46만9503호)과 2007년(55만5792호) 주택 건설 실적보다 감소한 것이다.

신혼부부 주택 공급의 경우 2008년과 2009년 각각 1만3156호, 2만9000호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정부는 2008년 연간 5만호 공급으로 목표를 수정해 발표했다. 그럼에도 주택 공급량은 여전히 수정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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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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