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반기문 양자대결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1:02:32
  • 호수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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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이 둘 명운 가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 거취문제가 헌재로 넘어갔다. 자연스럽게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지율 상위권을 다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 정국에 본격적으로 대선레이스에 뛰어든 두 잠룡의 양자대결 구도를 살펴봤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12월 1주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의 지지율은 23.1%로 18.8%를 차지한 반기문 총장을 따돌리고 6주 연속 1위를 수성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시 즉각 퇴진’을 선언하는 등 선명성 경쟁에 뛰어든 문 전 대표는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올해 말로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총선 이후 줄곧 지지율 1위를 지키다가 최순실 파문이 터진 이후 2위로 내려앉았다.

대세 vs 대망
대권 행보 착착

지난 15일, 문 전 대표는 외신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조기대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누가 (후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는 확실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1월 말에서 3월 초에 헌법재판소 결정이 예상되고 4, 5월에는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전 대표는 현 시국을 정권교체의 적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미 지난 대선을 통해 검증을 통과한 문 전 대표와 아울러 중도·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반 총장의 양자대결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회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조기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초 여야를 대표했던 두 잠룡들의 대선 암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도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1차포럼’ 기조연설서 각종 거대 담론을 제시하며 대선 보폭을 넓혔다. 그는 “광장의 촛불은 구시대의 대청소와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외치고 있고, 이제 정치가 길을 제시할 때”라며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비전으로 공정·책임·협력국가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민국은 불평등, 불공정, 부정부패 등 ‘3불’과 결별해야 한다”며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거대 담론을 제시한 그의 발언은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가 싱크탱크를 통해 대권 행보 수순을 밟고 있다면 반 총장은 신당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반 총장은 기존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국내 복귀와 동시에 기자회견 형식으로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핵심 측근은 반 총장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신당을 꾸려 반 총장을 추대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반 총장께서 귀국해 판단하고 밝힐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최근 새누리당 분열과 반 총장을 향한 비박계·제3지대 등 러브콜에 “반 총장이 귀국 후 어디로 간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오히려 총장님 쪽으로 모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독자세력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처럼 반 총장은 귀국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조기대선
누가 유리하나

만약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의 양자대결 구도로 대선판이 조성될 경우, 조기대선 시기에 따라 두 사람의 이해관계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헌재 탄핵심판은 63일이 걸렸다. 최장 180일이 소요되는 탄핵심판에 3분의1 기간만 사용한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노 전 대통령 때와 비슷한 기간 안에 가결로 종결된다면 내년 2월 중으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헌법규정에 따라 대선은 4월 말경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4월에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문 전 대표와 반 총장 양자구도서 누가 승자가 될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4월 대선이 치러질 경우, 문 전 대표의 야권통합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야권의 한 축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 완주를 의지가 강해 야권통합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크호스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탈당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현재 이 시장은 더민주 당내 경선룰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경선룰은 당내 친문(친 문재인)계의 힘을 받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월27일 전당대회를 통해 더민주 내 친문계의 힘을 확인된 바 있다.

문, 정권교체 자신 “4∼5월 대선 예상”
야권 통합 딜레마…이재명 변수 어떻게?

현재 15% 이상의 지지율로 반 총장을 바짝 뒤쫓고 있는 이 시장의 탈당은 문 전 대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장과 안 전 대표를 축으로 한 야권 표 분산은 문 전 대표의 대권행을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4월 대선으로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이 시장을 제외한 야권 잠룡들이 저조한 지지율로 전면서 세몰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분당 사태로 치닫고 있는 새누리당에 굵직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도 청신호다.

지난 대선을 통해 대선후보로서 검증을 마친 점도 더 이상 지지율이 깎일 여지를 줄여준다. 물론, 가장 큰 호재는 현재의 시국이다. 박근혜정부의 실정으로 민심은 이반됐고, 새누리당은 분당 사태에 직면했다. 현 정부에 대한 반사이익을 충분히 노려봄직하다.

내년 4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반 총장도 시기상으로는 문 전 대표와 한판승부를 벌여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반 총장은 최순실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2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반 총장의 약점은 수십 년간의 행정경험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 경험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국내 정치나 경제 문제를 해결할지는 검증이 안 된 분”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2월에 탄핵심판이 가결되고 4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은 허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틈을 노리고 반 총장이 중도·보수층 세 결집에 나선다면 불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검증 딜레마
세 확장 변수


4월 대선 이후로 거론되는 대선 시기는 8월이다. 헌재가 내년 6월 중으로 탄핵 결론을 내리고 나면 8월 중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은 최장 180일 즉 6개월이다. 63일이 걸렸던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다르게 박 대통의 경우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 수사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헌재가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을 받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헌재가 직접 증인 심문과 증거를 조사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한 심리 진행도 어렵다. 박 대통령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헌재가 조속한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만약 탄핵심판이 길어져 8월 대선이 확정되면 이는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의 승부에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문 전 대표의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야권세력이 규합해 세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재명 시장처럼 갑작스럽게 치고 나오는 대선주자가 등장하면 문 전 대표가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부진했던 안 전 대표가 힘을 받고 치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전 대표는 리베이트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대표 자리서 물러났다. 최순실 파문이 터진 뒤에는 전면에 나서면서 탄핵정국을 주도했지만 지지율은 정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와 연대를 바라는 세력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안 전 대표가 지지율 정체 국면을 헤치고 나올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8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안 전 대표가 지지율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다.


4월 조기대선, 검증 없이 가면 된다
8월 변수…문 대세론 언제까지 가나

안 전 대표가 대선레이스를 완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 전 대표의 상승은 문 전 대표에게 달갑지 않다. 만약 8월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반 총장에게는 어떻게 작용할까.

우선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정치권에 검증할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줄곧 야권 잠룡들은 반 총장을 정치권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런 점에서 반 총장이 신당 창당을 본격화 하고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권의 반 총장 ‘검증론’이 정치권을 휘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검증과정서 부정적 요인이 나타나면 그의 현재 지지율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 과정서 반 총장이 정치권의 공세를 견뎌낼 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공격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 흠집 없이 대선가도를 달리던 반 총장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반 총장이 세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반 총장은 반사모, 반딧불이 등 정치권 외곽의 지원을 받아왔다.

친박계에선 한때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라는 구도를 만들어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서며 정권 재창출을 노렸지만 친박계는 현재 ‘폐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반 총장도 친박계와 빠르게 선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내홍을 수습하고 반 총장이 충분한 시간을 바탕으로 여·야 정치인들과의 연대를 펼치면 세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개헌론이 대선판에 분수령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개헌론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는 때가 아니다’ 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도 개헌을 공약했고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정국이 끝나고 안정된 상황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일부 정치권에 의한 개헌이 아니라 시민,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개헌’이 돼야 한다”고 말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개헌 분수령
문재인 압박용?

이렇듯 문 전 대표는 개헌론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지율 1위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문 전 대표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스스로 걷어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야권 잠룡들이 개헌을 고리로 문 전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가 개헌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반 총장은 개헌론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서 내년 1월 귀국이 예상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야 잠룡들이 꺼내든 개헌에 동조하는 입장을 피력할 경우 대선판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책사 윤여준이 본 문재인·반기문
“둘 다 약하다”

윤여준 전 장관은 지난 9일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우선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그 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나타난 모습은 중심이 너무 약하지 않나. 그리고 도대체 이 시대적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자기가 말할 때 보면 시대교체도 얘기하고 그러는데 자기가 생각하는 미래 시대는 어떤 시대를 얘기한 적은 없다”고 철학과 소신이 없다는 평과를 내놨다.

“문, 철학과 소신이 없다”
“반, 외교관으론 좋은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인품 참 좋고 외교관으로 유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봤을 때 직업 외교관에게 국가를 맡길 순 없다는 생각이다”며 “대통령이란 자리는 당사자중에도 최고의 당사자인데 외교관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이런 시기에 국가 통치자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훈>

 

<기사 속 기사> 반기문 지지모임은 지금…
‘반딧불이’ 세 결집 나선다

반기문 총장 팬클럽으로 알려진 ‘반딧불이’가 본격적으로 조직 구축에 나섰다. 반딧불이는 내년 1월10일 반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교수, 변호사,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글로벌시민포럼’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50여 개 단체가 연대해 1000명 규모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글로벌시민포럼 출범 앞둬
귀국전 전국 광역본부 창립

반딧불이 김성회 회장은 “오피니언리더 중심으로 운영하고 명망가들도 참여할 것”이라며 “반 총장 귀국 전까지 반딧불이 회원 5500명을 바탕으로 전국에 광역본부도 창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딧불이는 또 반 총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임덕규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반사모)’ 회장과 오장섭 전 충청향우회 총재를 고문으로 위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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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