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반기문 양자대결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1:02:32
  • 호수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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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이 둘 명운 가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대통령 거취문제가 헌재로 넘어갔다. 자연스럽게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지율 상위권을 다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 정국에 본격적으로 대선레이스에 뛰어든 두 잠룡의 양자대결 구도를 살펴봤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12월 1주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의 지지율은 23.1%로 18.8%를 차지한 반기문 총장을 따돌리고 6주 연속 1위를 수성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시 즉각 퇴진’을 선언하는 등 선명성 경쟁에 뛰어든 문 전 대표는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올해 말로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총선 이후 줄곧 지지율 1위를 지키다가 최순실 파문이 터진 이후 2위로 내려앉았다.

대세 vs 대망
대권 행보 착착

지난 15일, 문 전 대표는 외신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조기대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누가 (후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는 확실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1월 말에서 3월 초에 헌법재판소 결정이 예상되고 4, 5월에는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전 대표는 현 시국을 정권교체의 적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미 지난 대선을 통해 검증을 통과한 문 전 대표와 아울러 중도·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반 총장의 양자대결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회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조기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초 여야를 대표했던 두 잠룡들의 대선 암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도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1차포럼’ 기조연설서 각종 거대 담론을 제시하며 대선 보폭을 넓혔다. 그는 “광장의 촛불은 구시대의 대청소와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외치고 있고, 이제 정치가 길을 제시할 때”라며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비전으로 공정·책임·협력국가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민국은 불평등, 불공정, 부정부패 등 ‘3불’과 결별해야 한다”며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거대 담론을 제시한 그의 발언은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가 싱크탱크를 통해 대권 행보 수순을 밟고 있다면 반 총장은 신당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반 총장은 기존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국내 복귀와 동시에 기자회견 형식으로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핵심 측근은 반 총장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 신당을 꾸려 반 총장을 추대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반 총장께서 귀국해 판단하고 밝힐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최근 새누리당 분열과 반 총장을 향한 비박계·제3지대 등 러브콜에 “반 총장이 귀국 후 어디로 간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오히려 총장님 쪽으로 모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독자세력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처럼 반 총장은 귀국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조기대선
누가 유리하나

만약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의 양자대결 구도로 대선판이 조성될 경우, 조기대선 시기에 따라 두 사람의 이해관계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헌재 탄핵심판은 63일이 걸렸다. 최장 180일이 소요되는 탄핵심판에 3분의1 기간만 사용한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노 전 대통령 때와 비슷한 기간 안에 가결로 종결된다면 내년 2월 중으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헌법규정에 따라 대선은 4월 말경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4월에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문 전 대표와 반 총장 양자구도서 누가 승자가 될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4월 대선이 치러질 경우, 문 전 대표의 야권통합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야권의 한 축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 완주를 의지가 강해 야권통합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크호스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탈당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현재 이 시장은 더민주 당내 경선룰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경선룰은 당내 친문(친 문재인)계의 힘을 받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월27일 전당대회를 통해 더민주 내 친문계의 힘을 확인된 바 있다.

문, 정권교체 자신 “4∼5월 대선 예상”
야권 통합 딜레마…이재명 변수 어떻게?

현재 15% 이상의 지지율로 반 총장을 바짝 뒤쫓고 있는 이 시장의 탈당은 문 전 대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장과 안 전 대표를 축으로 한 야권 표 분산은 문 전 대표의 대권행을 어둡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4월 대선으로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이 시장을 제외한 야권 잠룡들이 저조한 지지율로 전면서 세몰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분당 사태로 치닫고 있는 새누리당에 굵직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도 청신호다.

지난 대선을 통해 대선후보로서 검증을 마친 점도 더 이상 지지율이 깎일 여지를 줄여준다. 물론, 가장 큰 호재는 현재의 시국이다. 박근혜정부의 실정으로 민심은 이반됐고, 새누리당은 분당 사태에 직면했다. 현 정부에 대한 반사이익을 충분히 노려봄직하다.

내년 4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반 총장도 시기상으로는 문 전 대표와 한판승부를 벌여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반 총장은 최순실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2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반 총장의 약점은 수십 년간의 행정경험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 경험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국내 정치나 경제 문제를 해결할지는 검증이 안 된 분”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2월에 탄핵심판이 가결되고 4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은 허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틈을 노리고 반 총장이 중도·보수층 세 결집에 나선다면 불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검증 딜레마
세 확장 변수

4월 대선 이후로 거론되는 대선 시기는 8월이다. 헌재가 내년 6월 중으로 탄핵 결론을 내리고 나면 8월 중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은 최장 180일 즉 6개월이다. 63일이 걸렸던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다르게 박 대통의 경우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 수사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헌재가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기록을 받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헌재가 직접 증인 심문과 증거를 조사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속한 심리 진행도 어렵다. 박 대통령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헌재가 조속한 결론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만약 탄핵심판이 길어져 8월 대선이 확정되면 이는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의 승부에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문 전 대표의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야권세력이 규합해 세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재명 시장처럼 갑작스럽게 치고 나오는 대선주자가 등장하면 문 전 대표가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부진했던 안 전 대표가 힘을 받고 치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전 대표는 리베이트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대표 자리서 물러났다. 최순실 파문이 터진 뒤에는 전면에 나서면서 탄핵정국을 주도했지만 지지율은 정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와 연대를 바라는 세력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안 전 대표가 지지율 정체 국면을 헤치고 나올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8월에 대선이 치러지면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안 전 대표가 지지율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다.

4월 조기대선, 검증 없이 가면 된다
8월 변수…문 대세론 언제까지 가나

안 전 대표가 대선레이스를 완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안 전 대표의 상승은 문 전 대표에게 달갑지 않다. 만약 8월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반 총장에게는 어떻게 작용할까.

우선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정치권에 검증할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줄곧 야권 잠룡들은 반 총장을 정치권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런 점에서 반 총장이 신당 창당을 본격화 하고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권의 반 총장 ‘검증론’이 정치권을 휘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검증과정서 부정적 요인이 나타나면 그의 현재 지지율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 과정서 반 총장이 정치권의 공세를 견뎌낼 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공격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 흠집 없이 대선가도를 달리던 반 총장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반 총장이 세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반 총장은 반사모, 반딧불이 등 정치권 외곽의 지원을 받아왔다.

친박계에선 한때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라는 구도를 만들어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서며 정권 재창출을 노렸지만 친박계는 현재 ‘폐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반 총장도 친박계와 빠르게 선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내홍을 수습하고 반 총장이 충분한 시간을 바탕으로 여·야 정치인들과의 연대를 펼치면 세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개헌론이 대선판에 분수령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개헌론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는 때가 아니다’ 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도 개헌을 공약했고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정국이 끝나고 안정된 상황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일부 정치권에 의한 개헌이 아니라 시민,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개헌’이 돼야 한다”고 말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개헌 분수령
문재인 압박용?

이렇듯 문 전 대표는 개헌론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지율 1위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문 전 대표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스스로 걷어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야권 잠룡들이 개헌을 고리로 문 전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가 개헌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반 총장은 개헌론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서 내년 1월 귀국이 예상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야 잠룡들이 꺼내든 개헌에 동조하는 입장을 피력할 경우 대선판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책사 윤여준이 본 문재인·반기문
“둘 다 약하다”

윤여준 전 장관은 지난 9일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우선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그 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언론보도를 통해 나타난 모습은 중심이 너무 약하지 않나. 그리고 도대체 이 시대적인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자기가 말할 때 보면 시대교체도 얘기하고 그러는데 자기가 생각하는 미래 시대는 어떤 시대를 얘기한 적은 없다”고 철학과 소신이 없다는 평과를 내놨다.

“문, 철학과 소신이 없다”
“반, 외교관으론 좋은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인품 참 좋고 외교관으로 유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봤을 때 직업 외교관에게 국가를 맡길 순 없다는 생각이다”며 “대통령이란 자리는 당사자중에도 최고의 당사자인데 외교관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이런 시기에 국가 통치자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훈>

 

<기사 속 기사> 반기문 지지모임은 지금…
‘반딧불이’ 세 결집 나선다

반기문 총장 팬클럽으로 알려진 ‘반딧불이’가 본격적으로 조직 구축에 나섰다. 반딧불이는 내년 1월10일 반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교수, 변호사, 정치인 등이 참여하는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글로벌시민포럼’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50여 개 단체가 연대해 1000명 규모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글로벌시민포럼 출범 앞둬
귀국전 전국 광역본부 창립

반딧불이 김성회 회장은 “오피니언리더 중심으로 운영하고 명망가들도 참여할 것”이라며 “반 총장 귀국 전까지 반딧불이 회원 5500명을 바탕으로 전국에 광역본부도 창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딧불이는 또 반 총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임덕규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반사모)’ 회장과 오장섭 전 충청향우회 총재를 고문으로 위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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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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