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카바레는 지금…

바람난 주부들 어디로 가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70∼80년대 흥했던 유흥업소 카바레의 흔적은 현재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중장년층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바레는 전국적으로 20개 미만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 많던 카바레는 왜 사라졌을까?
 

1970-80년 ‘3대 화류계’하면 나이트클럽, 룸살롱, 전국에 춤바람을 몰고 온 카바레를 꼽을 수 있었다. 그 중 나이트클럽과 룸살롱은 아직도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카바레는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카바레가 자리하고 있던 몇 백여평의 부지는 대부분 나이트클럽이나 콜라텍 등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사라진 카바레
우후죽순 콜라텍

한 업계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의 부킹문화가 붐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카바레의 행적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화류계서 여성고객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카바레로 향하던 수많은 미시족과 여성들이 나이트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가 바로 ‘부킹’이다. 미시들의 성의 해방구, 자유의 성지 카바레는 폐단이 너무 많았다.

우선 춤을 배워야 하고 그러다 보니 춤 선생(일명 제비)을 만나 그들의 금전적 요구와 신체적 접촉 등의 불편한 요구사항 등을 들어줘야 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에선 웨이터는 물론이고 뭇남성들이 미시족들을 여왕처럼 모시기 때문에 카바레와 나이트클럽의 명암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카바레의 몰락 원인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젊은 시절에 화류계에 몸을 담고 카바레만 4년 넘게 운영했다는 김모(63)씨는 “막대한 세금과 수많은 불법 변태영업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카바레의 문이 닫혔다”고 주장했다.


주류 판매가 허용되는 카바레는 유흥업소로 분류하고 있어 보통 총 매출액의 40%를 특소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으로 내고 있다.

그러나 나이트클럽이 크게 흥하면서 카바레서 술을 마시는 손님들은 거의 사라지고, 오직 1~2만원 정도의 입장료만 지불한 뒤 사교댄스를 추러 온 사람들로 붐벼 수입이 쏠쏠하지 못했다. 나이트클럽서 마시는 술과 카바레서 마시는 술값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결국 카바레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폐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생계를 위해 돌파구로 찾은 것이 바로 성인 콜라텍과 무도장이었다.

현재 서울에는 강동구 길동과 강서구 화곡동 등 대여섯 군데만 카바레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손님이 줄자 자연스레 웨이터들의 수입도 줄었다. 남성 웨이터들은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났고 그 자리를 중년 여성 웨이트리스들이 메웠다. 한 여성 웨이트리스는 “단골 만들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손님 한 명이 단골이 되고, 그 손님이 다른 친구를 데려오는 일명 ‘새끼치기’가 이뤄져야 안정적인 돈벌이가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거였다. 손님이 귀해지다 보니 ‘뻐꾸기 먹는(다른 웨이터에게 손님을 뺏기는)’ 웨이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막대한 세금 충당 못해 무도장으로
술 안 판다던 콜라텍 불법영업 버젓

밖으로 나가는 손님에게 접근해 명함을 얻어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낮에 연락해 커피 한잔을 한다거나 경조사를 챙기는 방식으로 다른 웨이터의 단골을 빼가는 것. 그녀는 “주말엔 손님의 친인척 결혼식에도 얼굴을 비추는 등 인맥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카바레 업주 A씨는 불법 변태업소인 성인콜라텍이나 무도장으로 업종을 바꾼 업주들 때문에 영업을 중단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콜라텍·무도장 업주들이 주류를 팔지 않고 춤추는 스테이지만 관리한다면 자신도 이렇게 정부에 민원을 넣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제에 대한 법적규제가 따로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의 허술한 현장단속과 무관심으로 음지에선 불법영업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콜라텍 맞은편에는 식당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들이 차례로 나열돼 있었고 음식과 주류를 팔고 있었다.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당연하다는 듯 영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A씨는 “콜라텍 업주가 콜라텍만 운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바로 옆에 6-7개로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 일반음식점도 분명히 콜라텍 업주와 동일한 인물임에 틀림없다“며 “만약 구청 관계자가 콜라텍과 식당영업에 대한 단속을 한다면 그들은 중간에 있는 복도를 핑계로 각자 다른 영업을 하고 있다고 둘러대겠지만 그건 분명히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임에 틀림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술 파는 콜라텍
카바레 문닫게 해

그는 “이들(콜라텍·무도장 업주)은 카바레에 비해 세금도 적고 내는 횟수도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없음에도 세금포탈을 일삼는다. 정직하게 세금 내고 운영하는 카바레 업주들만 바보”라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 카바레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성인 콜라텍은 카바레와 달리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영업형태는 카바레와 같지만 관할사무소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종이다. 자유업종은 시설 기준이나 관리 법령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대형 화재 등 만약의 사고에는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경기도 부천의 A 콜라텍 내부에 들어서자 300여명의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천장과 간이 중앙무대서만 비추는 조명 탓에 조명이 비치지 않는 곳에 위치한 비상구와 소화기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비상구인 출입구가 3개가 있지만 통로폭이 좁아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행동이 느린 노인들이 출입문 쪽으로 한꺼번에 몰리게 될 경우에는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 콜라텍에 일주일 중 다섯 번은 간다는 김모 할아버지는 “만약 여기서 불이 나면 발생하면 장담컨대 10명 중 9명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가끔씩 불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콜라텍은 허가나 신고대상 업종이 아니므로 관할 구가 관리할 권한이 없다.
 

특히 성인 콜라텍은 수개월간 영업을 하다 문을 닫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구는 업체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경찰과 구청 등은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단속할 만한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자유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식품위생법이나 체육시설에 관한 법률로도 단속할 근거가 모호해 법규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남아있는 ‘제비’
피해사례 잇따라

카바레가 사라져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제비’들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전국 카바레 등에서 만난 중년 여성에게 목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범모(59)씨를 구속했다. 범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군산 평택 안산 의정부 진주 등 전국 무도회장, 카바레 등을 돌며 50~60대 여성 5명으로부터 8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범씨는 다른 공범과 함께 무도장서 만난 피해여성들에게 여러 차례 식사를 대접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환심을 샀다. 이후 “구하기 어려운 도금 약품인데 한 상자에 230만원에 파는 것을 220만원에 주겠다”고 속여 한 두차례 이익금을 나눠준 뒤 거액을 유도해 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전에 여성에게 접근하는 ‘제비’, 약품을 공급하는 ‘수입회사 사장’, ‘도금업체 사장’ 등으로 역할을 나눠 짜여진 대본대로 역할을 연습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경계심이 많고 말을 하지 않는 소심한 사람이나 처음 만났는데 말이 많고 기가 센 사람은 피할 것’ ‘매너를 지키며 좋은 인상을 심어 믿음을 줄 것’ ‘대본에 충실하게 연습하고, 정확히 전달할 것’ 등의 자체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외간남자와 어울리다 사기를 당했다는 점 때문에 신고를 꺼려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2014년에는 성관계 사실을 알리겠다며 억대의 돈을 뜯어낸 제비 박모씨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박씨는 2004년 4월 전주의 한 카바레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후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2011년까지 26차례에 걸쳐 모두 1억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업주들 1년 동안 세금 한번 안내
불법영업 법규 있지만 단속 미흡


박씨는 상대 여성이 돈을 주지 않자 3차례에 걸쳐 욕설하고 온몸을 마구 때린 혐의도 추가됐다. 중고차 매매업자인 박씨는 버스·승용차 구매, 당구장 개업, 술집 영업에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에는 나이트클럽서 만난 50대 주부를 등쳐 8300여만원과 벤츠 승용차를 받은 40대 제비가 4년여만에 잡히기도 했다. 피해 여성은 제비에 속아 대출은 물론이고 별거 중인 남편으로부터 받은 자녀 보육료까지 끌어 모아 제공했다. 욕심을 채운 제비는 경찰 수배를 피해 전국을 떠돌며 과일장사를 하다 끝내 잡혔다.

위모(44)씨는 지난 2010년 11월 광주의 한 나이트클럽서 울산에서 친구들과 놀러 온 A(51·여)씨를 만났다.

자신을 열대과일 수입업자라고 B씨에게 소개해 환심을 산 위씨는 교제 도중 “사업이 잘 안 돼 짜증이 난다, 돈이 필요한데 고민”이라고 했다. B씨가 “무슨 일이냐, 도와줄 방법 없는가”라고 안타까워 하면 “누나는 신경 쓰지 마라”면서도 고통스런 표정을 지어 궁금증과 연민을 자극했다.

계속해서 B씨가 걱정하자 위씨는 못이기는 척 “나중에 갚을 테니 돈을 빌려달라”며 본색을 드러냈다. 위씨는 1년여동안 A씨로부터 27차례에 걸쳐 8300여만원을 등쳤다.

B씨는 사업상 차가 필요하다는 위씨에게 벤츠 승용차까지 사주는 등 위씨에게 푹 빠졌지만 어느날 위씨가 연락을 끊고 사라지자 속았다는 것을 알고 경찰서에 고소했다. 위씨는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도 없앤 뒤 트럭을 구입해 전국을 떠돌다가 최근 광주서 검거됐다.

철저한 단속 없인
불법은 지속된다

몇 년 전 자신도 성인 콜라텍을 운영하려고 했다던 천모(59)씨는 “막대한 세금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당하게 세금내고 사는 국민인데 당당하지 못한 불법영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불법영업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 업주들은 이보다 더한 불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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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