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카바레는 지금…

바람난 주부들 어디로 가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70∼80년대 흥했던 유흥업소 카바레의 흔적은 현재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중장년층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바레는 전국적으로 20개 미만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 많던 카바레는 왜 사라졌을까?
 

1970-80년 ‘3대 화류계’하면 나이트클럽, 룸살롱, 전국에 춤바람을 몰고 온 카바레를 꼽을 수 있었다. 그 중 나이트클럽과 룸살롱은 아직도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카바레는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카바레가 자리하고 있던 몇 백여평의 부지는 대부분 나이트클럽이나 콜라텍 등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사라진 카바레
우후죽순 콜라텍

한 업계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의 부킹문화가 붐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카바레의 행적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화류계서 여성고객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카바레로 향하던 수많은 미시족과 여성들이 나이트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가 바로 ‘부킹’이다. 미시들의 성의 해방구, 자유의 성지 카바레는 폐단이 너무 많았다.

우선 춤을 배워야 하고 그러다 보니 춤 선생(일명 제비)을 만나 그들의 금전적 요구와 신체적 접촉 등의 불편한 요구사항 등을 들어줘야 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에선 웨이터는 물론이고 뭇남성들이 미시족들을 여왕처럼 모시기 때문에 카바레와 나이트클럽의 명암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카바레의 몰락 원인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젊은 시절에 화류계에 몸을 담고 카바레만 4년 넘게 운영했다는 김모(63)씨는 “막대한 세금과 수많은 불법 변태영업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카바레의 문이 닫혔다”고 주장했다.


주류 판매가 허용되는 카바레는 유흥업소로 분류하고 있어 보통 총 매출액의 40%를 특소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으로 내고 있다.

그러나 나이트클럽이 크게 흥하면서 카바레서 술을 마시는 손님들은 거의 사라지고, 오직 1~2만원 정도의 입장료만 지불한 뒤 사교댄스를 추러 온 사람들로 붐벼 수입이 쏠쏠하지 못했다. 나이트클럽서 마시는 술과 카바레서 마시는 술값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결국 카바레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폐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생계를 위해 돌파구로 찾은 것이 바로 성인 콜라텍과 무도장이었다.

현재 서울에는 강동구 길동과 강서구 화곡동 등 대여섯 군데만 카바레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손님이 줄자 자연스레 웨이터들의 수입도 줄었다. 남성 웨이터들은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났고 그 자리를 중년 여성 웨이트리스들이 메웠다. 한 여성 웨이트리스는 “단골 만들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손님 한 명이 단골이 되고, 그 손님이 다른 친구를 데려오는 일명 ‘새끼치기’가 이뤄져야 안정적인 돈벌이가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거였다. 손님이 귀해지다 보니 ‘뻐꾸기 먹는(다른 웨이터에게 손님을 뺏기는)’ 웨이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막대한 세금 충당 못해 무도장으로
술 안 판다던 콜라텍 불법영업 버젓

밖으로 나가는 손님에게 접근해 명함을 얻어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낮에 연락해 커피 한잔을 한다거나 경조사를 챙기는 방식으로 다른 웨이터의 단골을 빼가는 것. 그녀는 “주말엔 손님의 친인척 결혼식에도 얼굴을 비추는 등 인맥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카바레 업주 A씨는 불법 변태업소인 성인콜라텍이나 무도장으로 업종을 바꾼 업주들 때문에 영업을 중단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콜라텍·무도장 업주들이 주류를 팔지 않고 춤추는 스테이지만 관리한다면 자신도 이렇게 정부에 민원을 넣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제에 대한 법적규제가 따로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의 허술한 현장단속과 무관심으로 음지에선 불법영업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콜라텍 맞은편에는 식당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들이 차례로 나열돼 있었고 음식과 주류를 팔고 있었다.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당연하다는 듯 영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A씨는 “콜라텍 업주가 콜라텍만 운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바로 옆에 6-7개로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 일반음식점도 분명히 콜라텍 업주와 동일한 인물임에 틀림없다“며 “만약 구청 관계자가 콜라텍과 식당영업에 대한 단속을 한다면 그들은 중간에 있는 복도를 핑계로 각자 다른 영업을 하고 있다고 둘러대겠지만 그건 분명히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임에 틀림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술 파는 콜라텍
카바레 문닫게 해

그는 “이들(콜라텍·무도장 업주)은 카바레에 비해 세금도 적고 내는 횟수도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없음에도 세금포탈을 일삼는다. 정직하게 세금 내고 운영하는 카바레 업주들만 바보”라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 카바레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성인 콜라텍은 카바레와 달리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영업형태는 카바레와 같지만 관할사무소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종이다. 자유업종은 시설 기준이나 관리 법령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대형 화재 등 만약의 사고에는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경기도 부천의 A 콜라텍 내부에 들어서자 300여명의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천장과 간이 중앙무대서만 비추는 조명 탓에 조명이 비치지 않는 곳에 위치한 비상구와 소화기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비상구인 출입구가 3개가 있지만 통로폭이 좁아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행동이 느린 노인들이 출입문 쪽으로 한꺼번에 몰리게 될 경우에는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 콜라텍에 일주일 중 다섯 번은 간다는 김모 할아버지는 “만약 여기서 불이 나면 발생하면 장담컨대 10명 중 9명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가끔씩 불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콜라텍은 허가나 신고대상 업종이 아니므로 관할 구가 관리할 권한이 없다.
 

특히 성인 콜라텍은 수개월간 영업을 하다 문을 닫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구는 업체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경찰과 구청 등은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단속할 만한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자유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식품위생법이나 체육시설에 관한 법률로도 단속할 근거가 모호해 법규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남아있는 ‘제비’
피해사례 잇따라

카바레가 사라져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제비’들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전국 카바레 등에서 만난 중년 여성에게 목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범모(59)씨를 구속했다. 범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군산 평택 안산 의정부 진주 등 전국 무도회장, 카바레 등을 돌며 50~60대 여성 5명으로부터 8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범씨는 다른 공범과 함께 무도장서 만난 피해여성들에게 여러 차례 식사를 대접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환심을 샀다. 이후 “구하기 어려운 도금 약품인데 한 상자에 230만원에 파는 것을 220만원에 주겠다”고 속여 한 두차례 이익금을 나눠준 뒤 거액을 유도해 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전에 여성에게 접근하는 ‘제비’, 약품을 공급하는 ‘수입회사 사장’, ‘도금업체 사장’ 등으로 역할을 나눠 짜여진 대본대로 역할을 연습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경계심이 많고 말을 하지 않는 소심한 사람이나 처음 만났는데 말이 많고 기가 센 사람은 피할 것’ ‘매너를 지키며 좋은 인상을 심어 믿음을 줄 것’ ‘대본에 충실하게 연습하고, 정확히 전달할 것’ 등의 자체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외간남자와 어울리다 사기를 당했다는 점 때문에 신고를 꺼려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2014년에는 성관계 사실을 알리겠다며 억대의 돈을 뜯어낸 제비 박모씨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박씨는 2004년 4월 전주의 한 카바레서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후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2011년까지 26차례에 걸쳐 모두 1억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업주들 1년 동안 세금 한번 안내
불법영업 법규 있지만 단속 미흡


박씨는 상대 여성이 돈을 주지 않자 3차례에 걸쳐 욕설하고 온몸을 마구 때린 혐의도 추가됐다. 중고차 매매업자인 박씨는 버스·승용차 구매, 당구장 개업, 술집 영업에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에는 나이트클럽서 만난 50대 주부를 등쳐 8300여만원과 벤츠 승용차를 받은 40대 제비가 4년여만에 잡히기도 했다. 피해 여성은 제비에 속아 대출은 물론이고 별거 중인 남편으로부터 받은 자녀 보육료까지 끌어 모아 제공했다. 욕심을 채운 제비는 경찰 수배를 피해 전국을 떠돌며 과일장사를 하다 끝내 잡혔다.

위모(44)씨는 지난 2010년 11월 광주의 한 나이트클럽서 울산에서 친구들과 놀러 온 A(51·여)씨를 만났다.

자신을 열대과일 수입업자라고 B씨에게 소개해 환심을 산 위씨는 교제 도중 “사업이 잘 안 돼 짜증이 난다, 돈이 필요한데 고민”이라고 했다. B씨가 “무슨 일이냐, 도와줄 방법 없는가”라고 안타까워 하면 “누나는 신경 쓰지 마라”면서도 고통스런 표정을 지어 궁금증과 연민을 자극했다.

계속해서 B씨가 걱정하자 위씨는 못이기는 척 “나중에 갚을 테니 돈을 빌려달라”며 본색을 드러냈다. 위씨는 1년여동안 A씨로부터 27차례에 걸쳐 8300여만원을 등쳤다.

B씨는 사업상 차가 필요하다는 위씨에게 벤츠 승용차까지 사주는 등 위씨에게 푹 빠졌지만 어느날 위씨가 연락을 끊고 사라지자 속았다는 것을 알고 경찰서에 고소했다. 위씨는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도 없앤 뒤 트럭을 구입해 전국을 떠돌다가 최근 광주서 검거됐다.

철저한 단속 없인
불법은 지속된다

몇 년 전 자신도 성인 콜라텍을 운영하려고 했다던 천모(59)씨는 “막대한 세금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당하게 세금내고 사는 국민인데 당당하지 못한 불법영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불법영업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 업주들은 이보다 더한 불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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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