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애완동물 천태만상

반려동물도 흙수저냐 금수저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인 가구의 증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축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펫팸족’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반려동물에게 비싼 사료를 제공하고 장례를 치러주기도 한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은 펫팸족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간다.

‘펫팸족’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가족을 의미하는 패밀리(Family)가 합쳐진 말로 ‘반려동물을 진짜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한국펫산업협회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한국의 펫 비즈니스 시장 전체 규모는 최대 5조원대에 달한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노년 인구가 늘면서 매년 15∼20%씩 성장해왔다. 지난 9일, 농협경제연구소는 ‘애완동물 관련 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반려동물시장 규모가 지난해 1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2020년에는 6조원 규모로 3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펫시장 5조원

반려동물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서 반려동물을 키울 때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수준으로 애정을 쏟고 있다”며 “자녀에게 투자하듯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향후에도 반려동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정식으로 장례를 치러주길 원해 반려동물 장묘업체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장례비용은 동물 크기에 따라 20만∼100만원 상당이다. 기본적인 화장시설에 운구비, 유골 단지 및 관, 염습 여부, 납골당 안치 여부 등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붙는다. 고급 강아지 수의(壽衣)는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유골을 응집시켜 반지, 목걸이 등의 악세서리인 ‘반려석’을 만들어 평생 소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 반려동물 장례업체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배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키운 정 때문에 제대로 화장을 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반려석 제작도 평균 30만원 이상에 달하지만 또 다른 형태로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에 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의 장례 수요가 늘면서 화장을 대행하는 불법업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동물 장묘업 등록업체는 17곳으로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업계에선 불법 동물 장묘업체가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규제가 과도하고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 시설 설치가 힘들고 불법으로 고발당해도 실질적인 제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림부는 지난 1월 동물 장묘업의 등록과 운영이 용이하도록 시설사업장 개설 시 폐기물시설 ‘설치승인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그동안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로 분류돼 동물 장묘시설이 폐기물처리시설 기준을 따라야 했지만 폐기물이 아닌 만큼 동물보호법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반려 가구당 월평균 13만5632원 지출
업체들 경쟁 치열…고급 바람 부채질

동물 화장이 일반 소각시설로 분류돼 2년 주기로 점검하던 다이옥신 검사를 제외하는 등 검사항목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정기검사 주기도 완화됐다. 그동안 3개월마다 검사를 했지만 앞으로는 6개월마다 검사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그동안 반려동물을 폐기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많았다. 규제를 완화했으니 동물 장묘업 시설의 설치가 용이해지고 운영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펫팸족들은 공통적으로 가장 많은 돈이 나가는 동물 병원비에 대해 입을 모았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달 강원도 춘천서 열린 강원펫페스티벌에서 “개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치료비가 70만원이나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4개월 된 개가 아파 서울 반포동의 한 동물병원서 엑스레이 촬영 등이 포함된 진료를 받았는데 14만원을 청구하기에 항의했더니 8만원으로 깎아줬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보험이 도입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보장범위가 질병 상해에 국한된 데다 보험이 적용되는 동물병원도 적어 가입률이 0.01%에 불과하다.

외국에선 병원비는 물론 도난 및 실종, 돌봄 비용 등까지 보장해주고 있다. 일본에선 반려동물의 5% 이상이 보험에 가입돼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서 민간 동물보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펫사료 시장은 매년 가격이 비싼 고급 제품의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국내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 경쟁을 나서면서 펫푸드 시장의 고급화 바람을 부채질 중이다. 업계는 국내 펫푸드시장이 오는 2020년 6000억원으로 지난 2012년(3200억원)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사료는 원료의 품질과 가격수준에 따라 오가닉, 홀리스틱, 슈퍼 프리미엄, 프리미엄, 일반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프리미엄 제품인 오가닉, 홀리스틱, 슈퍼 프리미엄 등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펫푸드는 곡류와 단백질 위주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종 영양성분을 함유한 고급사료나 간식 제품으로 고급화, 세분화되고 있다”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펫팸족의 심리를 악용한 상술로 반려인들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키고 더 나아가 계층화 등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 가구의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액은 지난해 기준 가구당 월평균 13만5632원이며 이 가운데 40.3%인 5만4793원이 사료비와 간식비 등 먹거리 비용이다.

좋은 것을 잘 먹이고 싶은 ‘부모 마음’이 반려동물에게도 이어지면서 이를 악용한 ‘상혼’도 극성을 부린다. 더구나 반려인들 사이에 펫푸드 비용지출 규모에 따른 사회 계층화현상도 발생한다. 일반 사료를 먹이는 반려인을 나쁜 반려인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펫사료업계 관계자는 “반려인의 사정에 따라 반려동물 사료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부에선 무조건 비싼 사료만 먹여야 한다는 분위기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보니 같은 제품인데도 유통채널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점도 문제다.


치솟는 사룟값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서울, 부산 등 6개 도시지역 대형마트 및 동물병원 등의 온·오프라인을 대상으로 34개 품목의 판매가격을 비교·분석한 결과 가격 편차가 50% 이상 차이 나는 품목은 10개, 30% 이상 차이 나는 품목은 11개로 나타났다.

가격 차이는 최대 108.6%까지 났고, 31개 품목은 대형마트 업체 간 보다 온라인몰 간의 가격 차이가 더 컸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제공돼 소비자가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 주체적으로 사료를 선택하는 소비행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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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